48화 48.생리
아직 저녁도 되기전인데, 오늘만 두 번째 샤워다.
사타구니에 살짝 묻어나오는 냉이 꺼림직 해서였다.
여자가 되고 나서 겪는 생리,
익수해 질 만도 했는데, 처음 겪을 때 보다야 나았지만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은 적응이 되진 않는다.
물기를 닦은 나는 새 탐폰을 뜯어 가랑이 사이에 잘 집어넣는다.
손바닥에 그세 자란 까슬까슬한 음모가 느껴졌다.
거울을 보자 사타구니에 살짝 솟아 오른 털들이 샤프심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새하얀 살결에 솟아난 샤프심들은 별로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다.
제모를 한지 한 2주 정도 되었나?
다시 왁싱을 받아야하나?
혼자 깎아볼까?
그런데 계속 뱃속에서 끊임없이 느껴지는 통증은 날 뭐든 귀찮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도 미루고 하지 않았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속옷을 입었다.
그런데 브래지어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후크를 억지로 잠궜던 나는 갑갑함에 다시 브래지어를 풀었다.
생리 때문인가 가슴이 뻐근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가슴도 그 탓에 조금 부풀어 오른 것 같았다.
살짝 가슴을 매만지자 뭔가 속에서부터 둔탁하고 아린 통증이 느껴졌다.
전에도 느꼈던 통증, 생리 때라 더욱 통증이 강해진 것 같았다.
조금 손으로 만지며 생각을 해본 결론은 생리 때문에 좀 부풀어 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슴이 조금 커졌다.
이 정도면 얼마나 될까?
D? E?
어찌됬던 아슬아슬한 C컵이라고 샀던 브래지어가 작아졌으니 그것보단 클 것이다.
다시 사야 되나?
그러려면 진서에게 다시 손을 벌려야 했는데...
진서야 아무 말 없이 카드를 주겠지만 뭔가 미안했다.
속옷 산지도 얼마 안됬는데...
당근이라도 해야하나?
젖꼭지도 조금 커졌나?
살짝 그런 것 같기도...
의사선생님이 여자의 몸으로 재구축 된 몸이라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성이 있어 마치 2차 성징 같은 특징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긴 했다.
이미 지금 만으로도 외관 상 완벽한 여자의 몸인데 좀 더 여성스럽게 바뀐다니....
혹시 젖꼭지도 검게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핑크가 낫겠지?
난 진서가 사준 유두크림을 젖꼭지에 찍어 발랐다.
그 때 밖에서 인터폰 소리가 들렸다.
나는 팬티차림으로 밖으로 나가 인터폰을 확인했다.
수민이다.
나는 살짝 고민하다 브래지어는 포기하고 얇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후딱 챙겨 입은 체 문을 열어줫다.
뭐 괜찮겠지...
수민이의 자취방에서도 벗고 있었는데 뭐...
"야 왤캐 일찍 왔냐?"
"뭐,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오늘 친구들을 불러서 집에서 놀기로 했다.
슬쩍 수민이의 시선이 내 가슴에 닿았다가 나와 시선이 닿자 주위를 둘러본다.
"진서는 어디 갔냐?"
나도 애써 시선을 모른 척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답을 했다.
"아, 뭐 회 같은 거 사온다던데."
난 수민이의 손에 들린 비닐봉투를 받아들고 안을 확인했다.
맥주와 소주들...
"그래? 집 구경 좀 해도되지?"
"그건 집주인에게 허락 맞아. 얹혀사는 사람에게 허락받지 말고."
"응, 허락 고마워. 이야, 진서 진짜 성공했네. 벌써 집도 다사고."
수민이는 넉살좋게 내 말을 받아 친 뒤 겉옷을 벗고 집안을 헤집고 있었다.
"현우랑 세진이도 온 댔지? 그런데 술 이걸로 되냐?"
"모자라면 더 사지 뭐, 요 앞에 편의점도 있더만."
"하긴..."
난 냉장고에 술들을 봉투 째로 집어 넣고는 다시 쇼파에 몸을 뉘었다.
"손님 왔는데 뭐 안 주냐?"
"뭐? 알어서 꺼내 먹어. 나 아파 병신아."
"왜? 어디가?"
"배..."
"아, 생리 해? 그래서 까칠하구나."
난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는 수민이를 노려보았다.
"진짜, 너 같은 게 어떻게 여친이 있는지..."
"여친한테 이러겠냐? 너 니깐 이렇게 하지."
맞는 소리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날 예전과 똑같이 대해주는 거구나...
*******
진서도 돌아왔고 나머지 둘, 세진이와 현우도 도착했다.
술과 안주를 먹으며 바보같은 농담과 시끄러운 목소리를 낸다.
마치 내가 여자가 되기 전이랑 다른 게 없다.
그들은 날 여전히 연우라고 부르고, 연우로 대해준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는 서연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던 말이다....
그래, 그럼 그걸로 됬다.
그냥 이렇게 예전처럼 모이고 즐겁게 노는게 좋다.
하나 뿐인 엄마와 가진 재산도 다 잃은 내게는 이 친구들이 전부다.
난 이 친구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친구들도 그럴 것이다.
"야, 우리 최근에 왤캐 안 모였냐?"
"그러게 말이다. 누가 자꾸 피해가지고."
"그러니깐 박세진, 너 왜 그렇게 바쁜 척 했냐?"
애들의 말에 세진이는 답은 안하고 말 없이 씁슬한 미소를 짓는다.
그 원인을 아는 나는 안주를 집어 먹으며 모르는 척 세진이를 변호했다.
"뭐, 나름 바빴겠지... 니들처럼 할 짓 없이 맨날 술 먹자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이 새끼, 여자 때문아니야? 표정이 실연 당한 표정인데?"
"아, 아니야 병신아."
수민이의 말에 황급히 변명하는 세진이었지만 수민이는 그 대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맞네, 키킼 여자 꼬시려고 우리 안보다가 차이고 온거네. 맞지?"
"아니라니깐."
"야, 예쁘냐? 걔? 사진있어?"
"아, 진짜 아니라고. 그냥 부모님 일 돕느라 바빴어."
"지랄, 평소에는 돕지도 않는 놈이 효자인 척 하기는..."
에효, 난 모르겠다.
공격당하고 있는 세진이를 놔두고 맥주 한 캔을 더 까기 위해 술을 찾았지만 이미 다 떨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나 고작 한 캔 깠는데...
이 술고래들...
소주는 좀 그런데...
"야, 맥주 다 마셨냐?"
"왜? 이거라도 마실레?"
현우는 자기가 맥주캔을 잡고 살짝 흔들었고, 찰랑거리는 소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야, 술 좀 더 사오자."
"야, 너 술 더 마셔도 돼? 이미 빨간데?"
"그래 너 배 아프다며..."
남자일 땐 어떻게든 달리자던 놈들이...
고작 한 캔먹었을 뿐인데...
친구들의 오버에 왠지 심술이 났다.
"시끄럽고 가위바위보 지는 사람 사오기. 안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난 찌, 나머진 다 묵....
"야, 그냥 내가 사올게."
세진이의 말에 난 왠지 짜증이 더 치밀어 올랐다.
"야, 됐어. 내가 졌으니깐 내가 갈거야."
"그럼 같이 가자, 나도 바람 좀...."
"야, 됐다니깐! 나 혼자 갔다 올꺼니깐 따라오지마."
다들 잠시 말이 없어졌을 때 진서가 정적을 깨고 말을 꺼냈다.
"야, 난 초코우유."
"오키. 더 사올거 없어?"
"난 아이스크림."
"뭘로?"
"암꺼나."
"알았어."
난 외투를 챙겨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지갑을 안 챙긴 것을 깨달았다.
멍청이...
대문이 다시 닫혔다.
다시 되돌아서 지갑을 가지러 가려는 내 발걸음은 수민이의 한 마디에 멈추고 말았다.
"하, 연우랑 존나 섹스해보고 싶다!"
현관은 거실에서 보이지 않았기에 대문이 닫히는 소리에 내가 나갔다고 생각했는 듯 했다.
난 그 자리에 굳고 말았다.
"미친새끼야. 너 취했냐?"
"아니, 솔직히 니들도 존나 꼴리잖아. 아니야? 노브라 존나 꼴려, 발기 된거 안 들킬려고 식겁했네."
"야, 그만해."
"박세진 니가 젤 꼴려하는거 티나, 뭔 점잖은 척이냐?"
나도 느끼고 있었다.
세진이가 발기했다는 것 정도는...
워낙 커서 엉거주춤 자세를 잡아도 바지 위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진서야, 솔직히 말 해봐 너 연우랑 동거하면서 존나 하지?"
"뭘 해, 병신아."
"새끼 구라 치네, 니 오기 전에 연우 방에서 냄새 겁나 나더만. 쓰레기 통에 콘돔도 그대로 있던데."
수민이는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내 방에도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환기도 안 시키고 쓰레기통도 안 비웠다.
"하... 그래 한다, 됐냐?"
"진짜?"
현우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수민이는 계속해서 진서에게 장난을 쳐왔다.
"이제 그럼 연우보고 재수씨라고 불러야되냐?"
"시끄러 임마. 뭔 재수씨야."
"사실상 신혼 집 차려놓고는 뭐라고 내 빼냐. 거의 결혼 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정도면?"
"지랄...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하긴 연우 몸은 존나 꼴려도 안에 든 거는 남잔데 결혼은 좀 그렇겠다. 게이새끼도 아니고 말이야."
"야!"
"아니, 세진아 솔직히 맞지 않냐? 결혼은 그냥 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정신적인 무언간데, 그냥 섹스는 할 수 있어도 결혼은 좀 그렇잖아."
"...그래, 결혼은 못하지."
아....
진서의 대답에 뭔가 몸에 기운이 빠졌다.
"그런데 연우랑 섹스는 어떠냐?
"야, 그만해."
"뭘 그런 걸 물어보냐?"
"아니, 박세진, 김진서, 니들 내 여자친구랑 섹스 한 이야기는 좋아라고 하면서 듣더니... 내로남불이냐? 솔직히 존나 궁금하잖아. 남자였던 여자애랑 섹스는 어떤지."
"하, 알았다 알았어. 그냥 평범해 됐냐?"
"그냥 일반 보지랑 똑같냐?"
"어, 똑같아. 섹스도 좋고, 잘하고."
"그래서 사귀는 거냐? 연우랑?"
"뭔 소리야, 안 사겨 우리..."
수민이의 게속되는 질문에 짜증이 섞인 듯 대답을 하는 진서...
그렇게 싫나, 나와 사귄다고 오해되는 것이?
하긴 그럴 만 하다.
난 제대로 된 여자도 아니다.
더군다나 키스방에서 일하던 헤픈 년이다.
그걸 아는 진서는 싫어 할만 했다.
진서가 바라는 것은 그냥 성욕을 처리하기 위한 내 몸이다.
몸의 형태는 그나마 제대로 여자이니...
사실 난 진서에게 리얼돌이나 오나홀 같은 거와 다를 게 없다...
"사귀지도 않고 섹스만 한다고?"
"어."
"존나 부럽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그럴 거 같긴 하다."
"뭐가?"
"아니 생각해봐. 너 불알 가운데에 봉합선 같은거 알지? 사실 그게 여자로 치면 보지라더라. 넌 연우 불알에 존나 박아대는 거잖아. 생각하면 웃기지 않냐?"
그 말에 세진이가 소리 쳤다.
"야, 그만 하라고!"
"아니, 박세진, 씨발 진서도 아닌 니가 왜 그래? 너도 평소에 음담패설 존나 하면서?"
"하, 미친 새끼 친구에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그만해. 세진아... 수민아, 너도 취했어 너무. 소주만 겁나 달리더니..."
순간 거실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현우가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다시 대문을 열었다 닫았다.
쾅!
태연하게...
아무것도 못들은 척....
입가에는 살짝 미소를 띄며...
거실로 걸어갔다.
"아, 지,지갑을 놓고 갔네.... 그런데 니들 일어서서 뭐하냐?"
날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친구들...
다행히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난 그들을 뒤로 한 체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지갑을 챙기고 나왔다.
방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확실히 좀 비릿한 냄새가 좀 난다.
쓰레기통에서 올라오는 정액냄새....
비웠어야 했는데.
방 문을 완전히 닫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현관에 나와 신발을 신었다.
대문을 열고 나왔다.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