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47.미묘한 관계
진서에게 알몸으로 집 밖으로 쫒겨났을 때가 생각났다.
오금이 저려 온몸의 피부가 곤두서는 듯한 느낌....
그 당시에는 너무 싫었지만 막상 그 때를 떠올리면 뭔가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는 옆집 사람에게 들키는게 무서웠지만, 막상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다신 안볼 사이라면, 몸을 보이는게 그렇게까지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테그에 써진 글씨 중 내가 모르는 단어가 보였다.
"그런데 멜돔 펨섭? 이런건 뭐야?"
"아, 그건..."
수컷 지배, 암컷 복종....
신기한 용어가 다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등을 무언가가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진서의 손이 내려와 내 가슴을 조물딱 거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진서는 꽤 흥분한 거 같았다.
난 몸을 돌려 진서의 자지를 잡고 살짝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한발 빼줘?"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연장할까?"
잠깐 생각을 해봤지만 어제 본 모텔비가 떠올랐다.
진서가 돈이 많다지만 가난한 대학생인 나에게는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 돈이면 차라리...
연장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절반 정도라고 하더라도 너무 비쌌다.
"아니, 굳이 그러지 말고. 그냥 빨리 입으로 해줄게."
난 허리를 굽혀 자지를 입에 물었다.
방금 씻어 뽀송뽀송한 자지, 살짝 비누 맛이 느껴졋다.
그 동안 진서와의 관계를 통해 펠라치오는 꽤나 요령이 붙었다.
살짝 볼이 들어갈 정도로 진공을 만든 뒤 앞 뒤로...
그러면서 살짝 혀로 귀두의 갓 부분을 핥았다.
살짝 올려다보니 진서도 꽤나 만족한 듯 보였다.
잘 한 다는 듯 내 머리 위를 쓰다듬는 진서의 손길, 예전에는 그런 짓을 했다면 쳐냈겠지만 그냥 받아드린다.
"연우야, 혹시 내가 싸고나서 이렇게 해줄 수 있어?"
"응? 어떠케?"
"입에 물고 답하지마. 간지럽다고."
그 말에 살짝 고개를 뒤로 뺴려는 데 진서는 다시 내 뒤통수를 잡았다.
"그냥 해주면서 들어봐. 고개만 끄덕이고."
그 말에 난 다시 자지를 다시 입에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서는 그렇게 자지를 빠는 동안 잠깐 자신의 패티쉬를 설명했고, 잠깐 고민 후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진서의 표정이 굳었다.
살짝 무서웠지만 진서는 다시금 몇 번이고 끈질기게 나를 설득했고, 결국 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진서와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 내 입에는 진서의 정액을 머금고 있었다.
이걸 물고 집까지 가는 것이 진서가 말한 패티쉬의 조건 중 하나였다.
갓 싼 비릿한 정액의 냄새가 코로 올라왔다.
진서의 정액은 꽤 익숙해졌지만 입에 넣는 거는 아직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삼키라는 것도 아니었기에 참을 수는 있었다.
그냥 입에 닿는 거는 펠라치오할 때 늘 격는 일이었으니....
그런데 진서가 말한 조건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중이었다.
어제 팬티를 버린 나는 노팬티인 상태였고, 치마는 진서의 팔에 밀어 올려져 엘리베이터 입구 쪽에 내 엉덩이가 다 나와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면 훤히 내 엉덩이가 드러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진서는 손을 멈추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난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진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아무도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하는, 야밤의 간단한 노출을 생각했던 나는, 훤한 모텔의 엘리베이터에서 노출을 해보자는 진서의 말을 처음에는 거부하였다.
하지만 진서는 사람을 마주칠 확률도 낮을 것이다, 그리고 혹여 마주친다 하더라도 다신 마주치지 않을 모르는 사람인데다, 애초에 얼굴도 안보일 거라면서, 모텔은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흔하다는 식으로 나를 몇 번이고 설득했다.
결국 끈질긴 진서의 부탁을 이기지 못해 승낙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엘베에서 짦은 노출을 승낙한 나는 간절히 사람을 안마주치기를 바라며 진서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제발 도중에 멈추지마라.... 제발 멈추지 마...
하지만 야속하게도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멈추고 말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살짝 놀란 숨소리, 그럼에도 여전히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
비현실적인 상황에 피부가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래가 살짝 습해진다.
나는 더욱 진서의 가슴에 고개를 더욱 파 묻으며 진서를 끌어안았다.
불편한 헛기침,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엘리베이터가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우 언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 그 탓에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은지다...
은지도 영화를 본 뒤, 남자친구와 이 모텔에 왔던 모양이었다.
난 놀라서 엉덩이를 가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 붙었다.
입 안의 걸쭉한 액체는 깜짝놀라 목 안으로 삼키고 말았다.
뭐라도 말을 해야한단 생각에…
"아,안녕...."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지난 후 나온 나의 짧고 멍청한 인삿말을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목 안에 여전히 걺죽히고 찝찝하게 남아있는 듯한 감각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은지에게 들킨 날 난 이불 속에 틀어박혀 분을 삭이고 있었다.
사과를 하긴 했지만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웃으면서 넘어가려는 진서에게 화가나 욕을 하고 말았다.
'알았어, 미안해. 사과하잖아.'
그게 사과하는 태도인가?
자기가 참아 준 다는 듯 한 표정.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상황을 알지만 어떤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은지는 앞으로 안 볼 사이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계속 볼 사람인데....
여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나 알긴 할까?
은지는 날 어떻게 볼까?
학교에 어떻게 가지....
그 때 진서의 말을 듣는게 아니였는데...
입으로 한 발 빼지말고 그냥 나왔었으면 안마주쳤을까?
아니 애초에 모텔에 가는 게 아니었다.
결국 재대로 보지도 않을 영화를 왜 영화를 보러갔을까?
결국 마주하게 된 그 시간 선에 대한 후회와 한탄, 그리고 마주했던 상황을 떠올릴 때 느꼈던 민망함이 몇 번이고 이불킥으로 표출이 됬지만 여전히 몸이 진정되지 않는다.
날 얼마나 헤프게 볼까?
차라리 진서를 남자친구라고 소개라도 할 껄...
짜증난다.
후회된다.
은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하지만 번호도 모른다.
수연이에게 물어 보면 알려나?
하지만 은지는 모르는 번호가 전화 걸면 받는 타입일까?
그리고 굳이 이렇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하는 걸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뭐라고 말할까?
막상 통화를 한다 해도 딱히 할 말이 있나?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전화기를 손에 꽉 쥐고 몇 번이나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택하고 말았다.
******
전공강의실에 들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어, 언니. 안녕하세요."
날 발견한 수연이는 해맑게 인사를 해준다.
"안녕."
수연이의 옆에는 은지가 앉아있었다.
난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면서도 눈치를 살폈다.
혹시 은지가 내 이야기를 했을까?
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알 수 가 없다.
난 용기를 내어 은지에게도 인사를 했다.
"은지야, 안녕?"
내가 지금 지은 미소, 인사를 하는 손, 엉거주춤한 자세까지...
모든 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 안녕하세요."
은지는 귀에 꼽은 무선 이어폰을 빼고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약간 어색한 듯한 미소였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녀가 날 경멸하는 눈총으로 보는 것은 아니었다.
속으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 때, 집에 잘 들어가셨어요?"
"아.... 응."
난 은지의 물음에 어색하게 답을 했다.
그러자 수연이가 궁금한 듯 질문을 했다.
"뭐야, 둘이 나 빼고 언제 만났어요?"
"아, 영화관에서 우연히."
"아, 썸남이랑 영화보러 갔다가 은지 만났었어.... 하하...."
은지는 별 것 아니란 듯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고, 난 묻지도 않은 TMI를 자꾸 늘어놓았다.
"언니, 썸남 있어요?"
"아, 응... 아, 이젠 남자친구야."
난 아무랑 모텔에 간 것이 아니라 썸남이랑 영화관에 갔다가, 그날 고백을 받아 모텔을 간거다.
라고 은연중 은지에게 전달이 되길 바랬다.
사귄 지 하루 만에 모텔에 가는 것도 꽤 헤퍼 보이지만, 그게 아무랑 관계를 한 것 보단 나으니깐....
"와, 사진 보여주면 안돼요?"
"아, 응? 사진이 있나?"
난 수연이의 말에 당황하고 있었다.
진서는 딱히 프사따위는 설정 안해놨기에...
사진첩에야 진서와 사진을 찍은게 몇 장 있지만 아마 남자일 때 나와 함께 찍은 것들 일 꺼다.
굳이 친구 놈 사진만 저장해 놓을 필요는 없었기에...
남자였을 때 사진을 보여줘도 되나?
혹시 그게 나라는 걸 들키진 않을까?
사진 첩을 뒤적거리던 나는 결국 안보여주는 걸 택했다.
"미안... 사진이 없네...."
"아, 언니 치사해."
수연이는 그냥 내가 안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나보다.
당연하겠지, 사귀는 사이랬는데 사진 한 장 없는 건 이상하니깐...
"은지야 넌 봤어? 어때?"
"솔직히 말해도 돼요?"
은지의 말에 좀 긴장을 했다.
뭘 솔직히 말한다는 거지?
"어? 응..."
"언니가 좀 아까워요."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서 정도면 괜찮지 않나?
나름 키도 180 넘고, 준수하게 생겼는데...
"아, 그래? 그래도...."
"여기 있었네. 뭔 이야기 하고 있었냐?"
내가 진서에 대해 뭐라 변명을 하려는 찰나에 세진이가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아, 언니 남자친구 생겼다고 해서요. 세진 오빠 알고 있었어요?"
세진이의 표정이 살짝 굳은 것 처럼 보인 건 내 착각일 것이다.
이내 환한 미소를 짓고 답을 했다.
"어? 아.... 응, 알고 있었어."
"아, 진짜요?"
"나도 아는 사이야, 맞지?"
"아.... 응."
팔꿈치로 날 툭 치며 묻는 세진이에게 난 결국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