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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외전 8화


외전 8화 아마 딸에게 이런저런 걸 가르쳐 줘야 하는 어머니께서도 같은 마음이셨으리라. 이제 와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오늘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좋지?' 첫날밤에 대한 생각으로 내 머릿속이 얼마나 꽉 차 있었는지, 연회가 끝나고 열린 무도회 따위는 아예 기억도 나지 않았다. 늦은 밤, 하녀의 목욕 시중을 받으며 나는 두려움과 흥분에 사로잡혀 피로한 줄도 몰랐다. 너무 오래 긴장한 나머지 나는 이 일이 차라리 일찍 끝나길 바랄 지경이었다. 신방에 들어서자 이미 목욕을 마친 그가 침대 가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몸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얇은 속옷 차림인 것처럼 그 또한 간소한 차림이었다. 그를 보자 심장의 떨림은 더해졌다. 그의 얼굴 또한 굳어진 것을 보니 그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읽었다. 그가 내게로 다가왔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고대해 왔는지 아시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했을 때 너무도 갈망한 나머지 꿈에 나온 적도 있었소.” “⋯⋯.” “그대도 나만큼 이 일을 원하고 있소?” 나는 당장이라도 그렇다고, 나 역시 원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긴장감 때문에 입 밖으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면 그대로 팔딱거리는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서였다. '벌써부터 죽을 것만 같아.' 이러다 정말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가 내게 바로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칼을 천천히 어루만졌고, 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좀 더 수월하게 닿을 수 있도록 두 팔을 뻗어 그의 목과 넓은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우리는 키스했다. 그와 나누는 입맞춤은 녹진하고 부드러웠으며,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찌릿함과 함께 근질거리는 감각을 가져다주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다 간질거렸다. 참을 수 없어 피하고 싶으면서도 내심 그가 더, 더 해 주었으면 싶은 충동이 내 몸을 덮쳐 왔다. 그와 닿은 부분부터 시작해 손끝과 발끝까지 다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는 그 감각에 집중하느라 그의 팔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다 등으로 흘러내려 이윽고 허리를 한 팔로 끌어안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마치 아주 가벼운 물건을 드는 것처럼 나를 달랑 들어 올렸다. 줄곧 그와 겹치고 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이미 침대 위에 있었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입은 속옷의 어깨끈을 건드렸다. 그것만으로도 얇고 부드러운 옷감이 내 몸에서 스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안았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의 눈앞에 맨살을 드러내려니 너무나 부끄러웠다. 온몸의 피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숨기려 하지 마시오.” 그의 두 손이 천천히 감싸안은 손목에 가 닿았다. “아름답소. 내 눈이 멀 정도로.” 나는 그의 초록빛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럴까? 나는 내가 똑똑한 줄은 잘 알았으며 아주 못생긴 얼굴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만, 아름다움에 확신은 갖지 못했다. '여왕 같군. 그대에게도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소.' 얼마 전, 그에게서 장신구를 받았을 때 어느 정도는 자각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온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는 탓이었다. 내가 정말로 아름다울까?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경탄과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마치 신처럼. 그런데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내게 확신을 주었다. 내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그는 나를 끌어안은 뒤 쓰러지듯 함께 침대에 누웠다. 그와 내 몸이 빈틈없이 겹쳐졌고 이제 그와 나 사이에는 그가 입은 가벼운 옷 한 벌밖에 없었다. “하, 하아, 하아⋯⋯.” 나는 그만 헐떡일 정도로 숨이 가빠졌는데, 비단 그의 몸이 내게 주는 압박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후우⋯⋯.” 그때였다. 그가 내쉬는 한숨이 내 귓가에 와 닿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한숨이었다. '그도 흥분했구나.' 내심 그도 나만큼이나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그는 다시 한번 내 입을 머금듯이 자신의 입을 맞춰 왔다. 그러더니 그는 몸을 일으켰다. 내 시선이 그를 따라 올라갔고 그 또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비치는 그의 초록빛 눈동자 속에서 간신히 억제된 흥분이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눈동자가 무섭거나 두렵거나 싫진 않았다. 나 또한 욕망을 억누르느라 애쓰고 있었으므로. '⋯⋯하고 싶어.'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는 그가 내게 무엇을 하려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와 내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오.” 내게 속삭이며 그는 옷을 벗어 던졌다. 그의 단단한 상반신이 내 눈에 들어왔다. 왕궁에서 보던 대리석 조각상 같은 몸이었다.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신과 지극히 가깝게 만들어진 몸, 나는 경탄하는 눈빛으로 갑옷처럼 짜여진 근육과 넓은 어깨에서 옆구리와 배로 이어지는 완벽한 선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위풍당당한 그의 몸은 한편으로는 상처투성이였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리는 흉터들이 그의 온몸에 나 있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것은 그의 옆구리에 난 기다란 흉터였다. 비가 내려 질어진 땅에 뱀이 배를 대고 지나간 자리 같은 흉터를 보니 문득 안타까워져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곳을 만져 보았다. 손길이 닿자 그는 움찔했다. 그러더니 약간은 주눅이 든 표정으로 물었다. “흉한가?” 대답은 고민 없이 단박에 나왔다. “아니, 아름다워요.” 진심이었다. “하지만⋯⋯ 더는 상처 입지 마세요.” 나는 홀린 듯이 몸을 일으켜 그의 상처 자국에 입을 맞췄다. 내 입술은 그의 상처 자국을 더듬어 올라가다 그의 어깨에 이르러 멈췄다. 그 순간, 그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덮쳤다. 그르렁, 하고 마치 짐승이 목울대를 긁는 듯한 신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는 다시 입 맞췄다. 이번에는 그의 입술이 내 입을 거쳐 목과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흘러 내려갔다. “아!” 그는 뱀이 알을 삼키듯 내 가슴을 삼켰고, 퍼뜩 올라오는 생경한 감각에 내 허리가 꺾였다. 순간 동공이 확장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떨다 그를 두 손으로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한 행동은 두 팔로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는 것이었다. “아, 아흑, 훗⋯⋯!” 마치, 더, 더, 해 달라는 것처럼 그에게 매달리자, 그의 혀가 내 가슴 끄트머리를 짓누르고 빨아당겼다. 그의 혀가 내 피부를 거칠게 쓸고 핥았다. 그의 이가 내 가슴에 자국을 남겼을 때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아⋯⋯!” 아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너무나도 좋아서 나오는 비명이었다. 그의 입술이 그 옆으로 옮겨 갔다가 내게 날카로운 쾌감을 남기고 윗배를 훑으며 지나갔다. 그의 입술과 혀가 한참 동안 나의 움푹한 배꼽 아래 머물렀다. 나는 두 다리를 배배 꼬았다. 사실 그때 나는 이미 두 다리 사이에 있는 균열 난 곳이, 이전까지는 한 번도 의식해 본 적 없는 곳이 당기고 움찔거리는 데다 흥건히 젖기까지 하는 것을 느꼈다. 갈라진 곳에서 흐른 액체가 볼기 사이의 골을 타고 흐르며 침대를 적시는 것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부끄러워.' 몸의 변화에 수치심이 몰려와 심장과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쥐구멍이 있으면 그곳으로 숨고 싶을 정도였다. 그의 머리가 더 아래로 내려가려 했을 때, 나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안 돼요. 거긴⋯⋯ 더러워요.” “뭐가?” 그는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있는 힘껏 붙이고 있던 양 무릎을 열었다. 그러고는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내 두 다리 사이를 황금이라도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가리지 마시오. 그대를 보고 싶어.” 그는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술이 내 그곳에 닿았다. 점막이 닿는 감각에 나는 몸서리치며 벌어진 다리를 닫으려 했지만 그의 두 팔이 밖에서부터 안으로 내 허벅지를 꽉 감싸안았다. 나는 더더욱 활짝 벌려졌다. 그리고 그는 나를 마셨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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