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외전 9화
외전 9화
“흐악, 흐아악!”
그러는 동안 나는 마구 몸부림을 쳤다. 부끄러움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감각이 나를 바짝 곤두서게 했다. 그러다 결국 비명을 지르게 했다. 나는 머리를 흔들며 최대한 그에게서 벗어나 보려 했지만, 그의 몸은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벗어나려 할수록 그의 혀는 멈추지 않고 내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왔다.
부드러운 살에 덮인 깊은 균열 속으로, 더⋯⋯.
“아, 아, 아앗, 아흑⋯⋯!”
나는 그만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어떡하면 좋지?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설마, 세상에 이걸 하다 죽은 사람도 있나? 그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애무만으로? 잘 모르지만 있을 것 같다. 만약 없었다면, 그 첫 번째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
'⋯⋯죽으면 어떡해!'
나는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아도 이 감각에서 도망칠 수 없었으며 사실 스스로가 진심으로 도망 치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 아릿한 감각은 그의 입과 두 다리 사이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허리를 휘며 입을 벌렸다. 그리고 두 눈의 시야도 확장되면서, 나는 온몸이 붕 하고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흐악⋯⋯!'
동시에 한없는 쾌감이 자그만 벌레조차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촘촘한 그물처럼 나를 덮쳐 왔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고 피부가 쾌감으로 떨리는 듯했다. 그 아득한 감각에 나는 숨 막혀하면서도 이 쾌감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발끝이 서서히 들리더니 오므라졌다.
내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던 두 팔이 풀리고 그가 내 다리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그는 손등으로 젖은 입을 닦았다. 사냥감의 피를 맛본 짐승처럼 번뜩이는 눈이 나를 훑었다. 그러더니 그는 천천히, 그 초록빛 눈을 통해 나를 옭아맨 채로 바지를 벗어 내렸다.
이윽고 그의 나신이 온전히 드러났다. 그의 두 다리 사이에 있는 것을 보고 헐떡이는 숨을 고르던 나는 다시 숨을 급하게 삼켜야 했다.
'헉⋯⋯.'
그의 몸은 신을 묘사한 조각상 같았다. 그러나 보통 신을 닮은 조각상의⋯⋯ 그곳은 작게 묘사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는 달랐다.
짐승 같은 그의 몸과 몸이 겹쳐질 때의 감각으로 예상은 했지만⋯⋯ 그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은 내 짐작을 아득히 뛰어넘는 크기였다.
그의 커다란 몸에 비해서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이었다.
나는 아주 잠시, 덩치가 아주 다른 두 짐승, 예를 들면 곰과 여우라든가, 늑대와 토끼가 교미할 수 있을지를 머릿속에서 가늠해 보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안돼. 못할 것 같아.'
그를 성급하게 품었다가는 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갈가리 찢어질 것만 같았다.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회복되지도 않을 것만 같았다.
내 두 눈에서 두려움을 읽었는지 그의 표정이 어둑해졌다. 그가 다가와 내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으며 물었다.
“혹시, 두려운 것이오? 만일 두렵다면⋯⋯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나는 괜찮소.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날은 많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의 자상한 말에 고개를 저었다. 물론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두려웠다고만 하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었다. 이내 나는 그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아니에요. 나도 오늘이었으면⋯⋯ 좋겠어요.”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다 쥐어짜 낸 한마디였다. 내 말에 그의 입에서 숨 흘리듯 웃는 소리가 났다.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우리는 쓰러졌다. 서로의 몸을 겹친 채로.
그가 내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몸을 굽힐 때 나는 허리를 들어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와 내 몸이 서서히 연결되었다.
“윽⋯⋯.”
처음 그가 균열을 통해 내 안으로 들어올 때에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엄청난 압박감에 숨도 쉴 수 없었다. 그는 내게로 천천히 체중을 실어 오며 점점 밀려 들어왔다.
“흐윽⋯⋯.”
내가 끙끙 앓자 그가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고통을 참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시오. 내 어깨를 물고 마음껏 할퀴어도 좋소.”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나는 그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어찌나 힘든지 순식간에 온몸이 땀에 젖었고, 두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어떡해, 역시 못 할 것 같아. 어쩌지?'
간신히 끌어 올린 용기가 다 증발될 위기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몸 안에서 긴장감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굳게 닫힌 자물쇠가 맞는 열쇠를 찾아 탁, 하고 힘들이지 않고 열리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도 내 몸의 변화를 느낀 듯했다. 멈춰 있던 그의 몸이 내 안으로 수월하게 밀려들었다. 끝까지.
속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더 이상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우리는 한참이나 서로를 끌어안고 헐떡이며 맞닿은 부분을 통해 서로를 느꼈다. 나는 말없이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가 천천히 내 머리 양옆을 손으로 짚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반짝이는 그의 두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별을 바라보듯이,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흘렸다. 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 흐윽! 윽⋯⋯.”
그의 온몸이 내게 밀려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쿵쿵, 치받는 듯한 그 느낌이, 이젠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보다는 기쁨이, 그것도 지극한 기쁨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가 내게 다시 다가왔을 때 나는 그를 한 번 더 가볍게 깨물었다.
이번에는 아픔이 아니라 즐거움 때문이었다. 나는 한 아름보다 더 너른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늑대와 토끼가, 곰과 여우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전혀 다른 토양과 기후,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남자와 여자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서로의 고통을 덜어 주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 순간 나는 확신했다.
그럴 수 있다고, 그들을 이어 줄 사랑이란 이름의 다리가 있다면.
그의 허리 짓이 빨라졌고, 내 비명 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둘은 알고 있었다. 내 비명이 아픔이나 고통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님을. 나는 내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울룩불룩 움직이는 그의 등 근육을 내 손으로 쓸어 주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르렁거리며 채찍을 맞은 말처럼 속력을 높였다.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 있지?'
내가 하고 있는 거라곤 그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등을 꽉 끌어안은 채 매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헐떡헐떡 신음을 흘리며, 내 것 같지 않은 신음이 방 안을 울렸다. 내가 이전까지 한 번도 내 본 적 없던 신음, 그래서 나조차도 생경하기 그지없는 신음이었다.
기쁨의 끝에 눈앞이 새하얘지며 온몸이 꽉 하고 조여들었다 퍼져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의 몸이 내 위에서 산이 허물어지듯 무너지기 전까지 나는 몇 번이고 절정에 도달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그 순간을 겪고 나니 절정이라는 것이 무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건⋯⋯ 그가 입으로 해 주었을 때 느꼈던 감각과도 완전히 달랐다. 내 몸속 깊숙이, 오직 그만이 닿을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는 것만 같았다. 누르는 순간 쾌락의 샘물이 터져나오는 지점이. 그가 들어올 때 내 그곳을 짓눌렀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의 품에 안겨 있지만, 나는 거기에 없는 느낌이었다.
그가 나를 정신없이 몰아붙이다가, 어느 순간 훅 하고 내 위에서 허물어져 내렸다. 내게 체중을 실어 오는 뜨겁고 단단한 몸을 느끼며 나는 허억, 허억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도 내 안에서 지극한 기쁨을 느낀 것이다. 나는 숨차하면서도 그를 꼭 끌어안았다.
'이게, 이런 게 진짜 첫날밤이구나.'
당연히도 이제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여운에 잠겨 있던 나는 이내 숨을 고르며 잠을 청할 준비를 했다. 격렬하게 움직인 여파로 몸에 피로가 몰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위에 엎어져 있던 그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를 끌어안고 자신과 내 자세를 바꿨다. 나는 얼떨결에 그가 움직이는 대로 내 몸을 움직였다.
나는 옆으로 누웠고, 그는 내 등 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았다. 우리는 스푼이 겹쳐지듯 서로 겹쳐졌다.
'응? 으응?'
그리고 그가 내 두 다리 사이로 자신의 크고 튼튼한 다리를 넣는가 싶더니, 방금 전까지 내 안에 들어 있던 그의 것을 재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흐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