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야외 노출 1
38화. 야외 노출 1
“…….”
“카엘군?”
“어…….”
엘레노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볼을 부풀렸다.
“뭐야. 반응이 그게 끝이야?”
“아니, 그게…….”
“내가 용기 내서 갈아입고 나왔는데, 카엘군은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그녀는 괜히 팔짱을 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하지만 완전히 토라진 얼굴은 아니었다.
눈동자는 힐끔힐끔 내 쪽을 살피고 있었고, 붉어진 귀 끝은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이상한가 봐.”
“아니야.”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엘레노아가 볼을 부풀린 채 나를 바라봤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너무 잘 어울려서.”
“…….”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나는 탈의실에서 나온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엘레노아가 입고 나온 것은 드레스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대담한 의상이었다.
드레스는 전체적으로 은빛이 감도는 하얀 천으로 되어 있었다.
아주 얇은 끈이 목 뒤로 이어져 드레스를 고정해주었다..
그 천은 가슴을 겨우 감싸듯 아래로 흘러내렸는데, 천 자락 사이로 그녀의 분홍빛 유륜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속옷조차 입지 않은 듯, 얇은 옷 너머로 도드라지게 솟아오른 유두의 윤곽이 보였다.
어깨와 등은 거의 드러나 있었고, 가슴골은 숨기려는 의도조차 없는 것처럼 깊게 파여 있었다.
얇고 부드러운 천은 몸을 단단히 감싸기보다, 그녀의 몸 위에 흘러내리듯 걸쳐져 있었다.
허리 아래로는 천이 길게 늘어져 다리 사이를 가리고 있었지만, 허벅지와 다리선은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다리와 엉덩이가 그대로 보였다.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옷이었다.
드레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드러나 있었고, 속옷이라고 하기에는 또 이상할 정도로 우아했다.
천은 분명 몸에 걸쳐져 있는데, 정작 몸을 가리기 위한 역할은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까지가 옷이고, 어디부터가 그녀의 몸인지 순간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카엘군….”
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 바지 아래가 불룩하게 솟아오른 것을 깨달았다.
“아…… 아니, 이건……!”
당황해서 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엘레노아는 그런 나를 보더니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곧 입가에 느릿한 미소를 띠었다.
방금 전까지 얼굴을 붉히며 내 반응을 기다리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의 녹색 눈동자에는 어느새 짓궂은 장난기가 돌아와 있었다.
“흐응…….”
“엘레노아?”
“카엘군. 말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니, 몸은 엄청 솔직하네?”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왜? 사실이잖아.”
엘레노아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음흉해서, 나는 오히려 한 발 물러날 뻔했다.
그녀는 내 반응을 즐기듯 한 번 더 내 아래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문득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엘레노아의 시선이 가게 안을 훑었다.
나도 뒤늦게 주변을 살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근처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짓궂게 웃고 있던 가게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바로 옆에 있었는데….
마치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미리 자리를 비워준 사람처럼, 그녀는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가게 주인은?”
“글쎄?”
엘레노아는 모르는 척 대답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엘레노아.”
“응?”
“너 설마…….”
“설마 뭐?”
그녀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얇은 천 자락이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순간 흔들리는 천 자락 사이로 그녀의 분홍빛 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다가오지 말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엘레노아는 내 앞까지 다가와, 바보처럼 굳어 있는 내 손을 붙잡았다.
“카엘군.”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았다.
“이쪽으로 와.”
“어디로?”
그녀는 대답 대신 내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목 안쪽이 바짝 말라붙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다시 살폈다.
가게 주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가게 안쪽은 조용했고, 바깥 거리의 소음도 이상하게 멀게 들렸다.
“잠깐, 엘레노아. 여기서 이러면…….”
“쉿.”
엘레노아가 검지를 입술에 가져갔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늘은 데이트라며?”
“그거랑 이건…….”
“그리고 카엘군이 먼저 그렇게 봤잖아.”
“그건 엘레노아가 그런 옷을…….”
“응. 그래서?”
말문이 막혔다.
엘레노아는 만족한 듯 웃더니, 내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아당겼다.
나는 결국 그녀에게 이끌려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락
얇은 천이 등 뒤에서 조용히 닫혔다.
바깥과 안쪽을 가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좁은 공간 안에 엘레노아와 단둘이 남자, 방금 전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향이 느껴졌다.
나는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엘레노아…….”
“응.”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를 올려다봤다.
조금 전까지는 장난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빛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카엘군.”
“응?”
“루멘시아가 우리한테 여러 가지 얘기를 해줬어.”
순간 몸이 굳었다.
루멘시아.
그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도, 어제의 일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네가 환상을 보는 동안 말이야.”
엘레노아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카엘군 안에 쌓인 게 뭔지, 그게 왜 위험한지, 계속 억누르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들.”
“…….”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괜찮은 척만 하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엘레노아의 손끝이 내 손등을 가볍게 쓸었다.
“그래서 생각했어.”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듯 말을 멈췄다.
“무작정 외면하지 말자고.”
“엘레노아.”
“물론 무서워.”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카엘군이 본 환상도, 그 안에 있던 욕망도, 전부 다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솔직히 충격이었어.”
“……미안해.”
“그 말 하지 말라니까.”
엘레노아는 살짝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곧 다시 부드럽게 웃었다.
“카엘군이 일부러 우리한테 보여준 게 아니라는 건 알아. 그리고 카엘군이 그걸 원해서 우리를 상처 입히려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아.”
“…….”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어두면 안 되는 거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카엘군이 계속 참고, 억누르고, 혼자 괴로워하다가 결국 더 심하게 무너지는 것보다는…….”
엘레노아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귀 끝이 붉었다.
“차라리 우리가 먼저 조금씩 건드려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건드려…… 본다고?”
“응.”
엘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군이 혼자 괴로워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상상하게 두는 것보다, 우리의 의지대로 맺고 끊음이 가능할때…….”
그녀는 내 손을 더 꼭 잡았다.
“그때 조금씩 풀어보는 거야.”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래서…… 이런 곳에 온 거야?”
“응.”
엘레노아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루멘시아가 알려준 곳이기도 하고. 나도…… 카엘군이 어떤 걸 보면 흔들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으니까.”
“엘레노아, 그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내 말을 끊었다.
조금 전보다 더 단호한 목소리였다.
“우리도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
“카엘군 혼자만 노력하는 건 싫어. 루크레치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루크레치아의 이름이 나오자 가슴 안쪽이 묘하게 울렸다.
엘레노아는 내 반응을 살피듯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작게 웃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자신의 가슴께로 살짝 끌어당겼다.
얇은 천 너머로 그녀의 떨림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볼게.”
“…….”
“조금 더 자극적으로. 조금 더 솔직하게.”
엘레노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엘레노아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아주 작게 속삭였다.
“오늘은 나를 제대로 봐줘.”
그 말에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 물론……. 다른 사람한테 안긴다거나…. 그, 그런건 싫으니까. 절대 안돼…! 알겠지?”
“당연하지! 나도…….”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넣었다.
가려져서 몰랐는데, 등 뒤도 훤히 드러난 드레스였는지 그녀의 맨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순간 그녀가 움찔하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좀 더 안쪽으로 파고들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나도 너희가 그런 짓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아. 내가 저주로 흥분하는 거랑 다르다고…. 그러니까 더 뒤틀어지기 전에 같이 해소 시키고 루멘시아가 만들 해결책을 기다려보자.”
“응…. 그런데 믿을 수 있겠지?”
“……방법은 현재로선 그것뿐이니까.”
루멘시아라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도와주려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뾰족한 해결법은 크게 생각나지 않았다.
현재로선…….
그녀를 믿는 수밖에.
“카엘군….”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기에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하읍….”
“하아…. 엘레노아.”
“카엘군….”
츄읍! 츄읍!
서로의 혀가 섞이자, 엘레노아가 내 목에 팔을 감고 바짝 붙었다.
“하읍….”
그녀의 젖은 숨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킨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몸에 뭉개지며 부드럽게 퍼진다.
그 푹신함과 압도적인 광경에 내 자지는 바지를 뚫을 것처럼 솟아오른다.
츄읍! 츄읍!
탈의실 안에는 이제 우리 둘의 질척이는 키스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쩌면 주인이 돌아와서 우리가 하는 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탐하기 위해 혀를 움직이고 핥고 침을 섞고 그리고 두 눈동자로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스윽….
그녀의 손이 내 옷을 타고 내려가 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엘레노아….”
“쉬잇…. 카엘군.”
그리고 단숨에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발기된 내 자지를 잡고 살짝씩 흔들어주었다.
나도 그녀의 움직임에 호응하듯 손을 뻗어 가슴을 가리는 천을 옆으로 밀쳐내며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흐응…. 카엘군….”
“엘레노아….”
스윽 스윽
“하아…. 엘레노아. 우리 너무 야한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돌려 벽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탈의실 내부에 걸려 있는 전신 거울이 있었는데, 그 안에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흐응…. 카엘군의 손이 내 가슴을 꽉 쥐고 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읏!”
“흥…. 몰라…. 계속 해줘….”
우리 두 사람의 행위는 더욱 거세졌다.
어느새 내 자지는 바지 밖으로 나와 그녀의 손에 이끌려 흔들리고 있었고 나도 그녀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며 그 첨단에서 흔들리는 유두를 손가락으로 애무해주었다.
“하아….”
“하응….”
서로가 서로의 신음과 떨림을 느끼며 우린 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가 탈의실이니, 가게 주인이니 하는 생각을 모두 날려버리고 바지를 완전히 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조심스레 벽으로 데려갔다.
“아… 안돼. 카엘군.”
“……어?”
그런데 엘레노아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색기와 열기가 어려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행동을 막아세웠다.
“여기선 안돼. 아직은! 대신…….”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내 자지를 할짝거렸다.
“흐응…. 카엘군의 자지…. 스으읍….”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내 자지를 혀로 자극시켰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그녀의 애무를 즐겼다.
오늘 도대체 뭘 준비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녀의 의도대로 따라주기로 마음 먹었다.
정말로 지금 솟구치는 욕망으론 당장 그녀의 안에 넣고 싶어졌다.
그녀의 안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까, 그 안을 헤집고 뿌리 끝까지 집어넣어 그녀와 한 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욕망에 이끌려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마다 엘레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에…. 지금은….”
“알겠어. 엘레노아.”
“실망하지마. 대신 내가…….”
츄읍! 츄읍!
엘레노아가 입을 벌려 내 자지를 삼켰다.
축축하고 따뜻한 그녀의 입 안의 감촉이 내 자지를 감쌌다.
마치 따뜻한 늪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하아…. 엘레노아.”
츄읍! 츄읍!
그녀의 입 안을 들어갔다가 나올때마다 내 자지 아래부분을 감싸주는 그녀의 혓바닥의 감촉에 하체가 떨릴정도의 쾌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 쾌감을 즐겼다.
츄읍! 츄읍!
점점 그녀의 머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럴수록 나도 사정감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면서 그녀의 입 안의 감촉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녀가 내 자지를 물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니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으읏…. 엘레노아…. 나올 것 같아…!”
츄읍! 츄읍!
“엘레노아?”
그녀의 이름을 여러번 불렀지만 엘레노아는 멈출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빨았다.
어떻게든 버티면서 그녀를 떼어낼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연인을 애무해주는 그녀의 머리를 세게 밀쳐낼 수도 없어서 결국 나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입 안에 사정해야만 했다.
“읏…! 엘레노아!”
츄읍!….
꿀꺽…. 꿀꺽….
엘레노아의 하얀 목선이 작게 오르내렸다.
정액을 삼킬 때마다 가느다란 목이 희미하게 떨렸고, 젖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고, 젖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가늘게 새어 나왔다.
“푸하아…! 콜록!”
“엘레노아! 괜찮아?”
곧 숨이 막힌 그녀가 자지를 뱉으며 크게 기침했다.
“콜록! 콜록! 괘, 괜찮아….”
그녀는 여러번 기침하고 나서야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헤헤. 카엘군. 어땠어?”
“……좋았어.”
나는 그녀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끄응…. 계속 무릎 꿇고 있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프네….”
엘레노아는 한동안 무릎을 매만지다가, 곧 나를 탈의실 밖으로 밀어냈다.
“자, 카엘군은 이제 나가 있어.”
“어?”
“나 다시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아…….”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우리가 방금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뒤늦게 실감이 밀려왔다.
나는 급히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탈의실을 가리고 있던 천을 살짝 걷은 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
“…….”
가게 주인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턱을 괸 채,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거리를 본 사람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서 그 시선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방금 전 탈의실 안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들킨 기분이었다.
“크흠…….”
괜히 헛기침을 했다.
가게 주인은 그제야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렸다.
“마음에 드셨수?”
“……옷 말씀이십니까?”
“그럼 뭘 말하겠수?”
“…….”
대답할 말이 없었다.
가게 주인은 그런 나를 보고 큭큭 웃었다.
“젊은 것들이란….”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뒤, 탈의실의 천이 다시 걷혔다.
엘레노아가 원래 입고 있던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의 대담한 의상은 온데간데없고, 평소처럼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눈가도 살짝 촉촉했고, 입술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붉어 보였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괜히 고개를 살짝 돌렸다.
“뭘 그렇게 봐…….”
“아니.”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엘레노아는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가게 주인 앞으로 다가갔다.
“계산할게요.”
“그래. 그 옷으로?”
“네.”
엘레노아는 여전히 살짝 부끄러운 얼굴로 돈을 꺼냈다.
가게 주인은 동전을 확인한 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받았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선반 아래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약병 몇 개를 꺼냈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났다.
아까 들었던 설명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그건…….”
“사은품이유.”
가게 주인은 태연하게 말했다.
“옷을 사줬으니 이 정도는 챙겨줘야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지 아닌지는 아가씨가 정하겠지.”
가게 주인은 내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작은 약병들을 엘레노아 쪽으로 밀어주었다.
“둘이서 시간 보낼 때 쓰면 꽤 도움이 될 거유. 무리한 물건은 아니니 걱정 말고.”
“아…….”
엘레노아는 약병들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혔다.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결국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에도 오슈.”
가게 주인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루멘시아 소개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나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루멘시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도대체 그 여자는 이런 곳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그리고 엘레노아에게 대체 어디까지 알려준 걸까.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 여기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골목의 바깥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나는 그제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엘레노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내 팔짱을 꼈다.
“그럼 다음 장소로 가자.”
“다음 장소?”
엘레노아는 내 반문에 오늘 돌아다닐 곳을 줄줄이 얘기하며 절대로 한 곳도 놓치지 않겠다는 열정을 보였다.
“특히 오늘 저녁 식사는 꼭 그 식당에서 해야해! 지난번에 아르세인에 있을때 못먹어봤단 말이야.”
“…….”
“뭐야. 그 반응은? 카엘군 설마 벌써 지친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흠흠…. 한번 사정했다고 해도….”
엘레노아는 마지막에 쥐죽은 듯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걱정마. 그냥 언제 이렇게 다 준비했나 싶어서 말문이 막혔을 뿐이야. 공주님. 오늘 하루종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영광으로 아세요. 카엘경.”
우리는 팔짱을 낀 채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때 문득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나는 걸음을 늦추고 엘레노아를 바라봤다.
“그런데 엘레노아.”
“응?”
“옷은? 방금 돈 내고 샀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안 들고 나오길래.”
내 말에 엘레노아가 순간 멈칫했다.
그러더니 곧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내 팔에 더 가까이 붙더니, 내 귀 가까이 입술을 가져왔다.
따뜻한 숨이 귓가를 스쳤다.
“지금 입고 있어.”
“…….”
나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엘레노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 끝은 붉었다.
“엘레노아.”
“응?”
“지금 뭐라고…….”
“더이상 질문 금지! 자자! 빨리 광장 구경부터 가자!”
엘레노아는 내 팔을 잡아끌며 앞으로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