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15화 - 연선과의 하룻밤 [1]
“엇, 누나... 안녕하세요.”
아마 입학하자마자 가장 눈길이 가던 누나였지만, 엠티 때의 일도 있던 터라, 마냥 편하게 그녀를 대할 순 없었다.
“어이~ 대영~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옆에 있던 명옥도 아는 척을 해줬다.
“응? 내 얘기 한 거야?”
내가 반문하자 명옥은 얼굴을 살짝 붉힌다. 색기 도는 얼굴이란 현모의 말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묘하게 야한 인상을 풍겼다.
“흐흐. 네 얘기 아냐.
그런데 여기까지 웬일?”
“순간접착제 좀 빌리려고.”
“쓰고 돌려주는 거 잊지 마.”
명옥이 기다렸다는 듯 앞치마에서 순접을 꺼낸다.
“고마워. 금방 쓰고 갖다 줄게.”
“고마우면 커피 한잔 사.”
“커피?”
우리가 쓰는 1학년 실기실 역시 문헌관의 3층과 미술동의 지층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조형관 건물 일부와도 연결된 독특한 구조였다.
미술대학에 미로처럼 얽힌 구조물이 많은 이유는 필요에 따라 낡은 건물이 확장되거나, 좁은 면적에 새 건물을 올린 한 덕분이었다.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형태의 공간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우린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햇살이 있는 야외로 나왔다.
명옥은 앞치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낸다.
“너 담배 피워?”
“왜 놀라?”
“놀라긴. 나도 하나 줘봐.”
어디서나 흡연이 가능하던 시절이었고, 교수님만 없다면 실기실에서도 자유롭게 담배를 필 수 있었다.
“맛 좋다.”
명옥이 건넨 것은 양담배였다.
“대영인 요즘 현모랑 자주 다니네?”
“네. 친해졌어요.”
연선 누나가 갑자기 현모 얘기를 꺼낸다.
“괜찮은 애야?”
“현모 형이요?”
“응.”
“좋은 사람이에요. 정도 많고.”
“그래?”
연선 누나는 몇 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무심하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너 오늘 뭐 해?”
“과제 해야죠.”
“밤에 뭐하냐고.”
“글쎄요... 별일 없어요.”
“그럼 근처 자취생끼리 맥주나 한잔하자.”
“아... 네에...”
내 대답이 미적지근했는지 명옥이 다시 묻는다.
“왜? 현모 오빠 때문에?”
명옥은 동의를 구하듯 연선 누나를 쳐다본다.
“그래, 그럼. 현모도 데리고 와.”
“네, 말해볼게요.”
그녀들과 햇볕을 쬐며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와 보니, 현모는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내 작업대 위엔 포장도 뜯지 않은 순간접착제가 올려져 있다.
‘뭐야?... 누가 두고 간 거야?’
말도 없이 빌려 간 누군가의 짓일까?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몰래 두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최근 내 주변엔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자율 출석부에 이름이 체크된 적도 있고, 테이블에 먹을 것이 올려진 적도 있었다. 그동안 현모의 짓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잠시 뒤 현모가 돌아왔다.
“어디 갔었어?”
“똥 누고 왔는데? 와?”
“순간접착제 형이 사다 놓은 거 아니지?”
“똥 누고 왔다니깐.”
“알았어.”
해 떨어지기 무섭게 현모, 나, 연선 누나와 명옥, 그리고 실기실에 남아있던 몇 명의 동기들은 에서 모였다.
사이키 조명이 돌지 않는 는 평범한 동네 호프집의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대영도 오랜만이네~”
“네, 안녕하세요.”
“여긴 우리과 동기들. 첨보지?”
“안녕하세요, 선미예요. 도선미.”
“여자친구분 너무 매력 있게 생기셨다.”
연선 누나가 특유의 눈웃음으로 그녀를 살갑게 대했다.
“어머, 그렇지않아도 서비스 안주준비 중이에요.”
선미 누나는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방에서 술과 마른안주를 가져왔다.
나름 바쁘게 살아온 이유도 있었지만, 말주변이 없던 나는 동기들과의 즉석 술자리가 처음이었다.
꽤 많은 알코올을 나눠 마시며 우린 기분 좋을 만큼 취했고, 서로에게 유대와 친근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집이 먼 여학생과 약속이 생긴 몇 명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화의 주제는 본격적으로 음담패설로 이어졌다. 현모가 취하면 으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푹팍푹팍. 보통은 이런 소리가 나잖아?”
“크크크. 그래서?”
“그런데 가끔 잘 맞는 여자하곤 써컹써컹 이런 소리가 난다니깐.”
“그게 뭔 개소리냐고!”
“속궁합이란 거야.”
“오빠, 소리로 궁합을 알 수 있어요?”
명옥은 눈을 빛내며 현모에게 묻는다.
“당연하지!”
“그냥 자지 크다고 자랑하는 거 같은데?”
“눈치챘어?”
술에 취하면 도를 지나친 농담도 아무렇지도 않게 들을 수 있다. 손끝의 감각도 무뎌지고 정신이 아득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처럼 머리가 무거워진다.
밤 10시가 넘어가고 아르바이트 끝난 선미 누나가 잠시 합석한 기억이 나는데, 어느 순간부터 테이블엔 연선 누나와 나만 남아있다.
“헝모 형응여?”
나도 모르게 어눌한 발음이 새어 나온다.
“여자친구랑 사라지더라.
속궁합 맞추러 갔나? 푸흐흡!”
많이 취한 탓도 있지만, 오늘 연선 누나의 음담패설도 만만치 않았다.
“와... 말도 없이... 그럼 저도 기숙사 가야겠네요.”
“그러지 말고 좀 더 마시자.”
“기숙사 닫히면 새벽까지 못 들어가요.”
“우리 집으로 가면 되지.”
“둘이서요?”
“그게 왜?”
“아니 좀... 그렇잖아요.”
“나 덮칠 생각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자리를 정리한 우린 주차장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술집에선 멀쩡해 보이던 누나가 실은 말도 못 하게 취해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몸을 가누지 못했다.
1층 유리문에 이라고 적힌 건물 4층이 누나의 작업실 겸 숙소였다. 좁은 주방 겸 거실에 작은 소파가 놓여있었고 아직 제대로 짐을 풀지 못한 듯 이사 상자가 구석에 쌓여있었다.
“물 줄까?”
“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올라오니 갈증이 난다.
누나는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더니, 입을 대고 한참 동안 마셨다. 그리고 마시던 물병을 내게 건넨 뒤 화장실로향한다.
“소파에서 쉬고 있어. 금방 나올게”
작업이 늦게 끝나거나 새벽까지 놀고 싶을 때, 동기들은 자취생들의 방을 옮겨 다니며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녀가 단둘인 경우도 있었을까? 괜히 문제 되는 일을 만든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누나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갑자기 내 목을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방금 입을 헹군 것인지 누나에게선 술 냄새 대신 오래 숙성된 말캉하고 진한 과일 향이 났다.
“누, 누나 잠깐만...”
키스라기보단 입술을 빼앗기는 느낌이었고 발기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내 취향과는 맞질 않았다. 그녀는 급하게 다가와 허겁지겁 혀를 들이밀곤 다시 내 입술 깨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얇지만 고집 있는 입술이 계속 나를 밀어붙였다.
나는 넘어지지 않도록 팔로 소파의 바닥과 등받이를 붙잡았고, 일단 그녀가 이끄는대로 대로 두었다. 누나는 두꺼운 청재킷을 뜯어내듯 벗더니 또다시 내 입술을 깨물며 덮친다. 나는 힘에 밀려 뒤로 쓰러지면서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생각보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몸이었다.
“누나 왜...”
그녀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눈 밑이 빨갛게 달아오른 누나는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처럼 나를 노려보더니, 금방이라도 일을 치를 것처럼 위에 올라타 티셔츠를 밀어 올렸다. 가슴을 더듬으며 나의 체취를 탐미하듯 목덜미와 겨드랑이 근처에 고개를 묻었다.
“아핫, 거긴 좀...”
그녀를 밀어내려 하자, 누나는 동작을 멈추고 몸을 늘어트린다.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다.
“누...나...?”
장난인가 싶어 그녀를 조금 건드려 보지만 반응이 없다. 겨드랑이 근처를 빨던 누나의 입술에 힘이 빠지더니 머리를 떨군다.
“누나? 뭐야?”
그대로 잠이 들었다.
“에에?”
사람을 이렇게 놓고 잠이 들었들다니...
“누나...”
나는 목덜미와 쇄골 사이에 놓인 그녀의 머리를 다시 가볍게 흔들어본다. 그러나 여전히 귀여운 숨소리를 낼뿐 그녀에겐 기척이 없다. 정말 잠이 든 것이다. 아기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나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사타구니 때문에 내 물건은 그제야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완된 그녀의 몸은 가볍고 말랑한 인형을 안은 것처럼 포근했다. 나는 조금 더 이 자세로 있고 싶었지만, 그녀의 쌔근거리는 숨결 때문에 겨드랑이가 간지러웠다.
그녀가 깨지 않도록 팔베개하듯 받쳐 들며 누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몸만 작은 것은 아니라 눈코입 어느 한군데 작고 귀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누나를 번쩍 들어 올려 안방으로 보이는 곳의 문을 열었다.
“하으응... 대영아~”
그녀는 잠꼬대처럼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내 품을 파고들었다.
누나를 가볍게 침대에 뉘이고 보니 지저분한 작업복 바지가 눈에 거슬린다. 작고 정갈한 소녀의 침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의상이었다.
이미 키스까지 한 사이인데 이정도야.
허리를 구부려 멜빵바지의 단추를 끄르는데, 갑자기 누나가 목덜미를 잡더니 나를 쓰러트리고 입을 맞췄다.
“웁, 누나.”
그녀의 키스는 숨이 막혀 답답했다.
“에잇!”
나는 그녀를 밀쳐내고 더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위에서 손을 눌렀다.
“하아, 하아...”
그녀는 떨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멜빵끈이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누나의 허리 옆으로 손을 넣어 바지를 밑으로 당겼다. 바지가 엉덩이에 걸리자 누나가 몸을 비틀며 나를 도왔고, 바지는 순식간에 그녀의 몸에서 사라졌다.
나는 몸을 물리고 누나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치웠다.
그녀는 아직도 소녀처럼 꽃무늬가 그려진 작은 팬티를 입고 있었다. 하얗고 미끈한 다리를 쓰다듬은 손이 꽃무늬 팬티에 다다르자 나는 잠시 망설인다.
그녀의 부끄러운 둔덕 위에 손바닥을 올리고 천천히 키스를 시작했다. 그녀의 목덜미와 아래턱을 부드럽게 잡고 입속으로 혀를 넣었다. 내가 그녀의 앞니 뒤쪽 입천장을 간지럽히자 누나는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흐읏, 흐읏...”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신음소리였다.
그녀의 앙증맞은 브래지어를 위로 올리자 작고 봉긋한 가슴이 나타났다. 난 그녀의 몸 뒤로 손을 넣어 후크를 풀고, 작고 하얀 가슴을 해방시켰다. 점하나 없이 하얗고 맑은 피부에 방금 태어난 것처럼 작고 귀여운 젖꼭지였다.
“하아, 하아...”
그녀의 가슴을 입에 물고 손으로 조물거린다.
작지만 물풍선을 만지는 것처럼 탄력 좋은 가슴이었다.
손바닥을 문지르자 그 안에서 젖꼭지가 놀며 즐거워한다.
“하으응, 하으응...”
그녀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교태롭게 몸을 들썩이며 신음을 낸다.
나는 누나의 배를 쓰다듬으며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읏, 아아...”
그리고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팬티를 벗길 때였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팬티를 벗기는 도중에 그녀는 내게 고백을 한 것이다. 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대영아, 불 좀 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