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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20화 - 달콤한 하림의 침실 [1]


그녀를 잊고 있었다. 짐승 같은 본능을 핑계 삼아 내 욕정의 도구로 사용했던 그녀가... 지금 조용히 내 어깨를 두드린 것이다. “괜찮아요...?” 그러나 정작 그녀야말로 괜찮지 않아 보였다. 다리는 넓게 벌어진 채 소파 밖으로 나와 있었고, 위에서 찍어눌렀던 힘 때문에 그녀의 엉덩이는 쿠션과 소파 틈에 끼어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녀는 얼마나 오래 이런 자세로 있었던 걸까. “아아... 미안합니다. 원장님.” 나는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뒤로 물러나 앉았다. 죄지은 사람처럼 소파 앞에 무릎을 꿇었다. “풉, 갑자기 원장님이 뭐야... 좀 전까진 자기 멋대로 움직이더니...” 하림은 덤덤한 표정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블라우스로 가린다. 블라우스에서 뜯겨나간 옷 장식과 단추도 내가 한 짓이었다. 그제야 사방으로 튄 정액과 여기저기 흩어진 속옷, 바닥에 떨어진 땀이 눈에 들어온다. 좀 전의 만행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 거기 티슈 좀 갖다 줄래요...” “아, 네에...” 그녀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목과 가슴 여기저기에 튄... 하얗고 투명한... 정체 모를 물기를 닦아낸다. “돌아온 거죠?” “네?” “내가 알던 대영씨로 돌아왔냐고요.” “아... 원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미쳤었나 봐요...” “훗, 매력 있었단 뜻으로 들을게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그런데 나 대영씨 때문에 몸살 날 것 같아. 벌써 몸 여기저기가 아파.” “으... 죄송합니다.” 벗어놓은 셔츠로 그녀의 어깨를 닦아주려 할 때, 그녀는 잠시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아직 우리 스킨쉽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세 현실을 인정한 표정으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블라우스 사이로 속살이 드러났지만, 그녀는 나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린 것 같았다. “사실은 아까 겁났어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아...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다. “응, 자기 정말 심했어. 아직도 여기가 ‘쿵쿵’ 울리잖아. 아랫배에 심장이 뛰는 것 같아...” 그런데 그녀가 복부를 문지르는 것을 보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콘돔 없이 일을 치른 기억은 나는데, 마무리를 어찌했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원장님... 제가..., 저기... 괜찮을까요?” “응? 뭐요?” “... 제가 아무래도...” “아... 역시... 안에 했군요. 느낌이 이상하긴 했어요.” “괜찮을까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안전한 날이기도 하고... 또... 흠... 몰라~ 괜찮겠지 뭐.” 그녀는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걸친 블라우스 사이로 복슬복슬한 음모가 비쳤다. “처음이었어요?” “네... 처음...” “처음인데 그렇게 거칠게 한 거야?” “아,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계속 그런 식으로 할 건 아니죠?” “네?” “아냐, 농담농담.” 내가 한 짓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건가... 그녀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르겠다. “일단 씻고 와요. 자기 땀 너무 흘렸어.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그러고 보니 그녀만큼이나 내 꼴도 말이 아니었다. 한기를 느낄 정도로 몸이 젖은 상태였고, 자다 일어난 것 같은 머리에 몸 여기저기엔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 이 모습을 현모가 본다면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 뻔했다. “칫솔과 수건은 새것 쓰면 되고, 면도는 아직 괜찮아 보여요. 남자는 씻을 때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네... 암튼 필요한 게 생기면 부르세요.” 그녀는 마치 시중드는 아내처럼 주변을 따라다니며 나를 챙긴다. “네, 그럼 씻겠습니다.” “저기, 흠... 윤쌤... 아니, 대영씨?” 그녀 역시 호칭이 어색했던 거다. “거기 말고, 저기 써요...” 그녀의 손가락은 안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님 화장실은 열선이 안 깔려서 바닥이 차가워요” “아... 고맙습니다.” “씻고 나오면 갈아입을 옷 줄게요.” 급하게 말을 마치고 그녀는 안방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뛰어간다. 블라우스 밑으로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자, 내 손을 스쳐 지나간 그녀의 촉감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해요, 어서 안 오고...” “아, 네...” 정말 하림의 말처럼 욕실 바닥은 따뜻했다. 물을 한 번도 쓰지 않은 공간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욕조와 샤워부스가 딸린 상아색의 화장실은 모서리나 줄눈도 깨끗했고, 이끼나 곰팡이 없이 원래의 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깔끔한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린 후에야 나는 몸을 가릴만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건으로 대충 앞부분만 가리고 나와보니 그녀는 아직 뜯어진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아, 미안... 내가 깜박...” 나를 기다리며 졸았던 모양이다. “왜 안주무시고...” “머리 말려주려고 기다렸죠.” 앞머리를 만져주려 다가오는 그녀에게 익숙한 살 냄새가 풍긴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가만 있어 봐요.” 하림이 뒤꿈치를 들자 블라우스에 젖꼭지의 윤곽이 드러난다. 정갈한 목선 아래 젖가슴과 속살이 훤히 비치고 있었다. 몸의 반응을 숨기려 타올 끝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가 가까이서 움직일 땐 블라우스의 앞섭 밑으로 팬티까지 보였다. 하림의 하얀 팬티가 형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좀 더 편안한 사이였다면, 이미 그녀를 덮쳤을 것이다. 하림은 아름답고, 다정하고, 유쾌하며 섹시한... 내가 그리던 이상형의 여자란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크크크.” 앞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타올을 그녀가 발견한 모양이다. 하림은 혼자 보기 아깝다는 표정으로 즐겁게 웃는다.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옷을 입어야겠죠?” 그녀가 내민 옷은 밑단에 고무줄이 달린 분홍색 파자마였다. “이걸 입으라고요?” “응, 잠옷.” “이건 원장님 옷이잖아요.” “누가 볼 것도 아니고, 뭐 어때요?” 이런 사기꾼. 당신이 보고 있잖아! “핑크색을 어떻게 입어요.” “아냐, 이게 무슨 핑크야, 연다홍이지...” “그냥 제 옷 주세요.” 지금이라도 현모집으로 가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세탁기 돌렸는데...” “네?” “금방 말라. 아침이면 입을 수 있을 거예요.” 갈아입을 옷을 준다는 그녀의 말에 속은 것이다. ‘낭패다!’ 난 TV를 틀고 침대에 기대 그녀의 이불을 덮었다. 오리털이 채워진 가볍고 폭신한 이불이었다. 물론 옷을 입지 못해 마음이 불편한 상태였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실크 슬립과 흰색 목욕가운을 입고 등장했다. “배고프면 식사하고 잘래요?” “괜찮습니다.” 지금은 새벽 한 시였다. “지금 화난 건 아니죠?” “아닙니다.” “살짝 화를 낸거 같은데...” “아침이면 옷이 마를까요?” “응, 걱정 마요. 알람까지 맞춰놨으니까.” “알겠습니다.” “피곤하면 먼저 자요. 여자들은 씻고 나서도 할 일이 많아.” “네, 그럴게요.” 그러나 말과는 달리 나는 침대에 기대 TV 화면을 응시한다. 실은 화장대에 앉아있는 그녀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쳤을 땐 서로 민망했는지 재빨리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거뒀는데, 그것도 여러 번 반복되자 서로 빙긋이 눈웃음을 교환했다. “내일 엠티라면서 왜 말 안 했어요? 덕분에 엠티날 땜빵세우는 나쁜 원장 됐잖아.” “원장님이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가 여러 번 나를 놀라게한다. 이미 나와 관련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관심이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되지요. 그리고 둘이 있을 땐 그 호칭 안 쓰기로 했잖아요.” “아, 네...” “후훗, 호칭이 어색하면 천천히 해요. 나도 사실 입에 잘 안 붙긴 해.” “네...” “그럼 서울엔 일요일 도착?” “네, 일요일 오후...” 그녀가 가운을 벗고 옆으로 다가와 누웠다. 이불이 사각거리며 좋은 소리를 낸다. 우리는 정말 한 이불을 덮고 누운 것이다. “대영씨,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어요? 그냥 아르바이트라 생각해도 좋고...” “아르바이트요?” “우리 아빠 만나줘요.” 남자친구 역할을 해달란 얘기처럼 들렸다. “어차피 말씀 못 하셔서 얼굴만 보여드리면 되는데... 어려운 부탁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속이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 “역시... 무리라곤 생각했어요.” “......” “......” “아버님 병환이 깊은...가요?” “응... 간암 말기... 라네요.” “아... 그러면...” “길어야 3개월...”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알겠습니다. 일요일 연락드릴게요.” “고마워, 대영씨.” 슬퍼하는 그녀에게 위로가 될만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하림의 슬립을 매만지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고마워요, 정말.” 그녀는 어깨에 두른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 사이에 모았다. 손바닥과 팔꿈치에 그녀의 젖가슴이 닿는다. “내 침대가 이렇게 아늑했나 싶어.” “자고 나면 기분이 더 좋아질 거예요.” “응,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 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데다가, 그녀와의 접촉으로 잔뜩 발기한 상태였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봤지만, 그녀가 좌우로 뒤척이며 파고들자 페니스가 그녀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크크크.”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은 채 웃고 있었다. “왜 웃어요?” “얘 왜 이래?” “누구요?” “지금 내 옆구리 ‘쿡’하고 찌른 애...” 예민하기도 하지...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조건반사 같은 건가?” “그렇죠.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얘기네?” 아니란 말은 못 하겠다. “흠... 그런가 봅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잠든 것처럼 말이 없다. 그녀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나는 하림의 가슴에 놓였던 손을 들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돌리는데... 그녀가 다시 나를 부른다. “대영씨...?” “아, 깜짝이야... 안 주무셨어요?” “나 안아줄 수 있어요?” “훗,” “대영씬 왜 웃어?” “아까 제가 한 말 때문이라면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도 제정신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내가 현관에서 했던 모진 말 때문에 그녀의 태도가 바뀐거라 생각했다. “아냐. 그런 거... 아까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나를 그렇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난 팔베개를 하고 그녀의 얼굴이 보이도록 이불을 내렸다. “그러다 또 아프면 어떡해요...” 슬립 위로 젖꼭지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랜만이라서 그랬을 거야. 이번엔 대영씨도 거칠게 안 할거잖아.” “오랜만이었어요?” “응, 몇 년 만인 것 같아.”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몇 명인데요?” “왜, 그런 걸 왜 물어봐...” “말해봐요. 많았어요?” “자기 설마 질투하는 거야? 아니지?” 그러나 질투를 바라는 표정처럼 보인다. “기억해봐요. 어땠는지...” 그녀의 손을 페니스로 가져가 손바닥으로 밑동을 움켜쥐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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