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47화 47화 - 준열과 혜영의 비밀


“정신 하나도 없다. 발 디딜 틈도 없고.” 이미 록카페 1차에서 취할 만큼 취한 무리가 좁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거대한 투명 저그 속 이름 모를 알코올음료를 서로에게 권하며 시끌벅적한 소음을 만들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 별로 없다. 그냥 나갈까?” 쫑파티엔 우리 과 동문뿐 아니라 학교 앞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심지어 출신을 알 수 없는 외국인도 몇 명 보였다. 현모는 못 들었는지 내 손을 잡고 군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옆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러웠다. 처음 접하는 스탠딩 파티는 흥미로웠다. 예상보다 많은 손님, 더구나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무리에 섞여 우리도 마시며 떠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음날 나를 기억 못할 만큼 취한 상태였다. 우리는 술잔을 들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는데, 현모 덕분인지 처음 만난 사이지만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어디서 왔어요?” “폐인에서 놀다가 다들 나오기에 따라 나왔어요.” 현모는 오늘 처음 만난 앳된 모습의 어린 여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미술 하는 분인가요?” “뭐 그런 셈이에요.” 말투로 보아 재수생쯤 돼 보이는, 술에 취해 목덜미까지 빨개진 그녀의 허리춤을 잡은 현모는 집 어딘가의 구조물로 들어갔다. 나는 그들을 말리려 한 것 같은데 갑자기 오른 취기 때문인지 시끄러운 환경 때문인지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현모가 사라지자 껍데기뿐인 대화에 싫증을 느꼈고, 담벼락 아래 정원석에 앉아 술이 깨길 기다렸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자 손님들의 숫자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갔는지 정원엔 허우적거리거나 널브러진,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현모를 찾아 나섰다. 잔디에 누워있던 취객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발을 떼었다. ‘ㄷ'자 구조의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잔디정원은 뒤란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정원 옆 화장실은 입구를 막고 앉아 키스를 나누는 남녀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정원과 마루를 살펴본 나는 반대쪽 뒤란을 살폈다. 담을 따라 집을 반쯤 돌았을 때 불 꺼진 화장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곳은 오래된 연탄창고를 화장실로 개조한 부속 건물이었는데 지붕의 경사가 심해 몸을 활처럼 젖히면서 소변을 봐야 했다. 내가 술에 취하기 전에 다녀왔던 장소라 화장실 내부 구조를 알고 있었다. 방금 그곳에서 미세한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과 살이 벽에 닿는 마찰음이 들렸다. 앓는 것처럼 위태롭고 굶주린 소리였다. 담 위의 검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땐, 나는 이미 화장실의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낡은 문이 내는 ‘삐그덕’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 그리고 추악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녀가 헐떡거리던 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긴 직사각 구조의 화장실 끝에 불편한 자세로 몸을 섞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남자의 바지는 지저분한 바닥과 닿아 있었고, 여자는 한쪽 다리를 높이 들어 벽에 걸친 채 두 손으로 남자의 등을 움켜잡고 있었다. 여자의 피부처럼 하얀 남자의 엉덩이가 ‘철퍼덕 철퍼덕’ 소리를 내며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앓는 소리를 내던 여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엄마 앗! 뭐야!” 비명과 함께 여자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남자의 경박한 움직임이 멈추었다. 남자의 목덜미를 물고 있던 여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썩은 화장실 안의 여자는 혜영누나였다. 누나가 다리는 내리자 그 속에 박혀있던 남자의 성기도 함께 빠져버렸다. 쭈글해진 콘돔과 팬티 사이로 튀어나온 소음순이 달빛과 인광이 깔린 어슴푸레함 속에서도 눈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대, 대영아...” 방금 혜영누나의 몸에서 빠져나온 남자는 대학원생 준열 선배였다. 왜 성철의 여자인 혜영누나가 준열 선배와 이런 짓을... 더구나 성철과 준열 선배는 매일 붙어 다니는 절친이었다. 나는 도망치듯 뒷걸음질 치며 정원으로 나왔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렸다. 코끝에 남은 악취 탓인지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대영아. 잠깐! 잠깐만.” 바지도 제대로 입지 못한 준열 선배가 나를 뒤 따라왔다. 조용하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내 팔을 잡으며 주위를 살폈다. 바닥엔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고, 집안엔 아직 많은 손님이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비겁함이 느껴질 정도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내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하자 다시 한번 팔목을 잡았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준열은 속삭이듯 말을 이어간다. “쟤가 그런 거야! 혜영이가 먼저 시작했다고.” “병신새끼...” “뭐?” 그들은 언제부터였을까. 친구와 연인을 기만하고 속일 만큼 그들의 섹스가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놔요...” 준열의 팔을 털어버리고 돌아서려는데 그가 아까보다 더 센 힘으로 어깨를 움켜잡았다. “제기랄! 말할 거니? 말할 거지?” 혜영누나의 목덜미를 핥던 위선자의 입에서 악취가 풍겼다. “뭘요. 뭘 말해요?” “뭐긴 뭐야, 말할 거냐고 시발놈아!” 준열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악다구니를 내뱉는다. 어이없어하는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엔 핏발이 서 있었다. “저리 비켜!” 내가 가슴을 세게 밀쳐내자 준열은 비틀거리며 밀려나 담벼락에 부딪혔다. “너 이 새끼,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꺼지세요. 선배.” “이런 상놈의 새끼가! 선배한테!” 절친의 집에서, 그의 여자와 붙어먹은 파렴치 다운 호기였다. 나는 준열을 경멸하듯 쳐다봤다. “이 새끼 그 눈깔 뭐야?” “.......” “왜 째려보냐고!” “성철 선배가 무서우냐?” “뭐? 너 지금 나한테...” “무서운 새끼가 친구 애인이랑 오입했니?” “뭐? 새끼? 방금 새끼라고 했어?” 준열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멱살을 잡더니, 그대로 철 대문 쪽으로 나를 밀치려 했다. “이것 놔!” 내가 몸을 틀어 멱살 잡은 손을 밖으로 쳐내자 준열을 중심을 잃으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 정도로만 끝냈어야 했는데, 후회를 했을 땐 이미 내 손이 준열의 따귀를 강하게 갈긴 후였다. 날카로운 타격음과 둔탁한 비명이 정원 가득 울렸다. “우아악!” 준열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등을 구부린 채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마루를 포함한 집의 모든 조명이 켜졌고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정원에 널브러졌던 취객뿐 아니라 집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이 소동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나는 갑자기 슬픈 얼굴을 한 성철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 때문에 혜영누나의 추악한 비밀이 모두에게 드러나 버릴 것이다. 나는 철대문을 밀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번에도 도망친 것이다. * * * 눈을 떠보니 현모의 집이었다. 다행히 현모는 재수생과 함께였던 모양인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꿈에 수연이 나타난 것 같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손바닥이 욱신거려 살펴보니 손금의 생명선을 새로 그은 것처럼 긴 상처가 생겼다. 피도 조금 났는지 몸 여기저기에 얼룩이 남아있었다. 어젯밤 준열과의 몸싸움이 만든 흔적 같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현모와 마주치기 전에 집을 나섰다. 누군가가 나를 잡고 어제의 일에 관해 물을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등하고 있는데 학생식당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밥 찌는 냄새에 허기를 느끼는데 멀리서 수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영아!” 크게 소리 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수연이 가파른 언덕을 뛰어 올라오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지금 8시도 안 됐는데...” “우리 어제 일찍 헤어졌잖아.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사귄 지 한 달 만에 권태를 느끼는 나와 달리, 그녀는 여전히 나를 좋아해 주고 있었다. “나 학교에 없으면 어쩌려고.” “기숙사로 찾아가면 되지... 어제 뒤풀이 재미있었어?” “그냥... 그랬지...” “너 술 많이 먹었구나?” “응 조금...” “아직 아침 식사 전이면 밥 먹을까?” “넌 먹었잖아.” “또 먹으면 돼지.” 그녀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학생식당으로 내려왔다. 성철의 불행에 비해 나의 행복은 너무 눈이 부셨다. 수연과 아침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다행스러웠다. “너 삐삐 오잖아.” “응?” 급히 연락 달라는 성철 선배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불행 때문에 울적해지기보단, 지금 나의 행복에 집중하고 싶었다. “너 삐삐 계속 울리는데 왜 연락 안 해?” “작업 도와달라는 거야. 대답 없으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 “누군데?” “성철... 선배...” “그 대학원생 오빠?” “응.” “선배가 호출했으면 답을 해드려야지. 버릇없게.” “알았어. 밥부터 먹고.” “오늘 너 이상하다.” “어머, 너 손에 상처 뭐야!” “아... 이거...” “피나잖아!” 나는 헤라에 찔린 상처 때문이라고 변명했는데, 수연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더는 묻지 않는 그녀가 고마웠다. * * * “대영아, 조교실에서 너 찾던데?” 오전 내내 성철의 호출을 무시하고 피했는데 결국 조교실을 통해 연락한 모양이다. “알겠어. 가볼게.” 예상대로 성철은 조교실 앞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안녕하세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 같은 얼굴과 말투였고, 왜 호출을 피했는지 묻지 않았다. “지금 시간 괜찮아?” “네. 점심시간이긴 한데... 무슨 일로...” “나랑 어디 다녀오자. 멀지 않아.” “저기... 어제의 일 때문이라면...” 나는 당연히 성철이 혜영누나 때문에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그가 미웠어도 어젯밤 사건의 내막을 나를 통해 알리 싶진 않았다. “저 말고 누나에게 직접 물...” “준열이가 병원에 입원했어.” “입원이요?” 지난밤 준열의 뺨을 때렸을 때 이상한 느낌은 있었다.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손바닥 상처도 의아했는데, 역시 안 좋은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많이 다쳤나요?” 우리는 표정을 읽으려는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준열 선배가 먼저 나를 밀쳤고 나 역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말해볼까 생각했지만, 내가 때렸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사람에게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저 때문에... 제가 때려서 그런 거죠?” “고막을 다쳤다나 봐.” “예? 설마...” 고막 때문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겁이 덜컥 났다. “아냐 아냐, 그런 거. 어젠 정말 큰일 난 줄 알았지만...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 “그럼 왜 저를...”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