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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물건 훔치는 여자(3)


-23화-물건 훔치는 여자(3) “뭐 악질? 죄 없는 사람 누명 씌우려한 악질 범죄자 새끼가 누군데! (보는 사람도 없고, 화내다가 봐주는 척 도망가자.)” 도둑년은 기세가 등등해졌다. “누명? 이 도둑년 진짜 가만 두면 안 되겠네?” “자꾸 도둑이라 할래?! 증거 있어? 내가 훔쳤다는 증거 있냐고! 증거 없으면 꺼져! ㅆㅂ놈아! 퇫! (됐다. 이제 슬슬 가자.)” 도둑년은 내 얼굴에 침을 뱉더니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나는 순간 낭심에서부터 분노가 끌어 올랐다. 팍! 뒤를 돈 도둑년의 뒷머리 채를 붙잡았다. “꺅!!! 이거 안 놔?! 꺄악-!” “조용해! 개 같은 ㄴ아!” 확- 머리채를 끌어당겼다. “꺄-악!” 도둑년이 풀썩 주저앉았다. 나는 반대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틀었고, 도둑년 얼굴 앞으로 들이 밀었다. 동영상엔 도둑년이 물건을 훔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정적 속에 동영상 음성만이 작게 주변을 울렸다. “이...이건... (지워야 해! 부셔 버려야 해!)” 확! 내 핸드폰을 낚아채려는 도둑년의 손을 재빨리 피했다. 나는 머리채를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진짜 좋게 좋게 얘기 하려 했는데 안 되겠다. 이 동영상 인터넷에 뿌려 버릴까? 얼굴도 아주 자~알~ 나왔네~ㅋ 백화점 도둑녀. 제목 어때?ㅋ” 약 올리듯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 (ㅆㅂ. 어떻게 하지.... 아.... ㅆㅂ.)" 도둑년은 나를 노려보며 분통해 했다. 반성은 할 줄 모르고 저러는 모습이 더 괘씸했다. “뭐. 이 동영상만이 아니지. 백화점 CCTV 다 확인해 보면 니년이 물건 훔치지 않았다고 계속 우길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도둑년의 얼굴에 내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버럭 소리 질렀다. “근데 어디서 바락바락 우기고! 성질이야?! 성질은?!” 도둑년은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 (진짜... ㅈ됐네... 어떡하지.... ㅆㅂ...)" 도둑년은 개장수 앞에 개처럼 낑낑 거렸다. 그 좋던 기세는 완전히 사라져 찾아 볼 수 없었다. “개 같은 년. 이건 왜 훔쳤냐?” 여유로워진 나는 범죄가 다 드러난 용의자를 취조하듯 물었다. “……. (아.... 어떡하지.... 아.... ㅆㅂ... 진짜.... 짜증나...)” 도둑년은 대답하지 못했다. 선글라스 안으로 눈을 내리까는 게 보였다. 확- 나는 머리채를 다시 잡아들어 도둑년의 얼굴을 봤다. 비명도 저항도 없었다. “ㅆㅂ. 눈깔이 어딜 보는 거야.” 나는 머리채를 놓고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일어서.” “……. (아... ㅆㅂ. 저 핸드폰만 어떻게...)" “일어서라고. 사람들 보니까.” 도둑년은 두리번거리며 일어섰다. 물론 주변에 사람들은 없었다. “선글라스 벗어.” 도둑년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살짝 처진 눈매가 제법 예쁘장한 눈이었다. 게다가 화장이 짙어서 몰랐는데 굉장히 어려 보였다. 딱 봐도 대학생 정도? 그리고 이 도둑년을 개 같다 개 같다 했는데, 실제로 얼굴이 귀여운 개상이라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진짜 개 같이 귀엽게 생겼네.ㅎㅎ” “……. (ㅆㅂ...) “아! 오해 하지 마.ㅋ 욕 아니야.ㅋ 진짜 강아지처럼 귀엽게 생겨서 웃는 거야.ㅋ "....네.... (ㅆㅂ... 여기서 그런 말은 왜 하는데....)” “ㅋㅋ보니까 거지년도 아닌 거 같은데, 왜 도둑질 했어?” “...그냥요...(그런 건 왜 또 묻는 거야...)” 나는 이 개 같은 도둑년을 슬슬 조련하고 싶어졌다. “그냥? 그게 말이 돼?” “...진짜 그냥 훔쳤어요... (ㅆㅂ. 이해 못하겠지. 그냥 재미로 훔친 건데...)” “흠. 레알 도둑년일세. 여기 봐.” “……? (뭐야...?)” 도둑년이 고갤 들어 나를 봤다. 정말 개장수에게 붙잡힌 개처럼 기가 팍 죽어 있는 모습이 재밌고, 귀여웠다. 살살 협박하면 조련이 잘 될 것 같았다. 내 입가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쪽 팔리냐?” “……. (ㅆㅂ... 당연히 쪽 팔리지... 그걸 말이라고 해...)” “ㅋ걱정 마. 나는 조용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잖아.ㅋ” 도둑년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조용히 해결해 주실 건데요...? (진짜 조용히 넘어가 주려는 건가...?)” “아주 솔직하게 말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면 조용히 넘어가 줄게.ㅎ” 나는 슬슬 즐거워져서 히죽거리며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도둑년이 고분고분하게만 굴면, 나 역시 이런 일로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그거면 된다고...? 반성이야 뭐...)...죄송해요. 정말 잘 못 했어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 게요...” 도둑년이 양 손을 붙이고, 불쌍한 얼굴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독심술로도 읽히지 않는 진짜 속마음이 어떤지 모르지만 행동과 표정에서 만큼은 진심어린 반성이 느껴졌다. “좋아. 근데 말로만?ㅎ” “...네? 그럼 어떻게... (뭐지... 뭘 더 하라는 거지...? 무릎이라도 꿇으라는 건가... 저 핸드폰에 동영상만 지울 수 있으면 무릎이야 백 번도 넘게 꿇을 수 있지만...)” 무릎 꿇는 정도론 안 되지. 보지를 벌려 줘야겠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바로 그렇게 요구할 순 없었다. 최면을 건 것도 아니고 이 년이 보지를 벌리게 하기까지 보다 섬세한 빌드업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장소가 좋지 않았다. 어디에 CCTV가 있을지 모르는 백화점 주차장. 그렇다고 모텔까지 끌고 가기도 애매했다. 가까운 모텔까지 걸어갈지, 도둑년 차를 타고 갈지. 물고기를 거의 다 잡았는데 회 쳐 먹을 장소가 없는 느낌이었다. 조금씩 조바심이 일었다. “(왜 말이 없지...?)...저 어떻게 하면 그냥 넘어가 주실 건가요...? 그리고 그 동영상은 좀 지워 주셨으면 하는데요...” 도둑년이 절박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음. 글쎄.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고, 이런 일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는 거 영 귀찮아~ 그냥 아가씨의 진심어린 반성을 듣고 납득이 가면 동영상도 지워주고 그럴 생각인데...” 고민하는 척 말하며 속으론 장소에 대해 생각했다. 주차장 후미진 곳? 화장실이 있을까? 역시 모텔로 가자고 해야 하나? 내 말을 들은 도둑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아! 정말요?! 진짜! 반성 할게요! 정말 한 번만 봐주시면... 뭐든 할게요! (제발. 제발 이 사람하고만 얘기해서 아무 일 없으면 소원이 없겠다...)” “음....” 역시 모텔로 가자는 말을 해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주차장 끝 탕비실 팻말이 붙여진 문에서 경비 하나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 진심 어린 반성을 한다면 뭐든 할 수 있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일단 여기 기다려 봐.” 나는 짐짓 근엄하게 말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경비를 향해 걸어갔다. “아... 저기?! 저기요?! (뭐야? 다른 사람한테 말하려는 거야?! 안되는데.... 얘기와 다르잖아?!)” 도둑년이 크게 당황했다. “아. 걱정 마.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알리지 않을 테니까.”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둑년을 안심시켰고, 경비에게 다가갔다. ### “저기요.” “네?” 경비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저기 탕비실에 사람 있나요?”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아~”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저 백화점 입점한 매장 사장인데요. 매장에 수리할 게 있어서 공구 좀 빌리려고요.” “아~ 네. 따라 오세요. 뭐 필요 하신데요?” “음. 드릴 있나요?” “네. 있습니다.” 탕비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경비를 다시 불러 세웠다. “아. 아뇨. 이따... 한 한 시간 뒤에? 그때 저희 직원이 오면 빌리러 가려고요. 그때 사람 있을까요? 상주하는 직원 분이 계실까요?” 경비는 시계를 봤다. “음. 상주하는 직원은 없는데... 경비실로 전화 주실래요? 그럼 제가 내려와서 빌려 드리겠습니다.” 일단 한 시간 동안 저 곳이 비어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음. 네. 지금 탕비실은 잠겼나요?” “네? 그렇죠? 근데 그건 왜...?” 경비는 나의 계속되는 질문에서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질문들에 두서가 없으니까. 이제 대충 상황 파악은 됐으니 장소 확보를 마무리해야겠다. “음. 생각해 보니까 그냥 지금 빌리는 게 나을 거 같네요. 가서 좀 빌려 주실래요?” “네. 그러시죠.” 경비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앞장 서 갔고, 나는 경비를 따라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도둑년이 보였다. “거기 가만히 반성하고 있어! 어디 가면 동영상? 알지?” 도둑년의 발을 묶으려 경고를 주었다. ### 끼릭. 철컹. 경비는 문을 열며 물었다.. “어디 매장이세요?” “아... 네. 저기 위요.” 나는 대답을 대충 뭉갰다. 그리고 탕비실로 들어가는 경비를 따라 들어가며 얼른 질문을 했다. “선생님, 여긴 CCTV있나요?” “요즘 세상에 탕비실에 그런 거 설치했다간 큰 일 나죠. 저희도 편히 쉬어야 하는데. 저, 매장이 어디세요? 여기 매장이랑 반납 시간이랑 적어 주셔야 하거든요.” 경비가 대출 대장을 찾아 나에게 건넸다. 나는 경비와 눈을 마주쳤다. ‘최면술 발동!’ [3분간 최면술이 발동합니다.] 경비의 눈이 멍해지는 것이 보였다. ‘앞에 있는 사람을 절대 신뢰한다. 앞에 있는 사람을 절대 신뢰한다.’ [최면에 성공했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모두 믿는다.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모두 믿는다.’ [최면에 성공했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절대 안전하길 바란다. 앞에 있는 사람이 절대 안전하길 바란다.’ [최면에 성공했습니다.] 세부적인 최면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두 시간 동안 탕비실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두 시간 동안 탕비실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최면에 성공했습니다.] ‘두 시간 뒤에 지금의 기억을 잃는다. 두 시간 뒤에 지금의 기억을 잃는다.’ [최면에 실패했습니다.] 지금의 기억이라는 게 구체적이지 않아 실패한 것 같았다. 앞에 있는 남자를 잊어버린다고 하려다가 그러면 앞의 최면과 충돌할 거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지금 정도의 최면으로도 충분히 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탕비실을 둘러보았다. 대충 6평 정도의 작은 방. 라꾸라꾸 침대, 작업복이 잔뜩 걸린 옷걸이, 그리고 버너, 그릇 등의 식기와 각종 공구가 놓인 서랍장이 양 쪽 벽에 세워져 있어 공간은 더욱 좁게 느껴졌다. 잠시 후 경비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경비는 잠시 당황했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 저... 여기 이거 작성해 주실래요?” “아. 그냥 이따 빌릴게요.” “아? 네. 그러시죠.” 경비는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냥 탕비실 문은 열어 두세요. 제가 이따 저희 직원한테 여기로 와서 드릴 빌리라고 말할게요. 다른 거 건드리는 거 없을테니까 걱정 마시고요.” “아. 그러시겠어요? 그러면 저야 편하죠~” 경비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환하게 웃었다. 최면이 잘 걸렸다고 생각했다. “네. 걱정 마시고 볼 일 보세요. 두 시간 쯤 뒤에 돌아오시면 다 제자리에 있을 겁니다.” “네. 네.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또 필요 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 해 주시고요.” “그냥 여기 신경 쓰시지 않는 게 도와주시는 겁니다.ㅎ” “네?” “편하게 볼 일 보시라고요~ㅋ” “아~ 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경비는 탕비실을 떠났다. ### 도둑년을 향해 걸어갔다. 장소를 확보하느라 3분 여간 자리를 비웠지만, 도둑년은 제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이 됐을 린 없고ㅋ. 내 핸드폰에 있는 동영상을 지울 궁리에 전전긍긍하고 있었겠지.ㅋ 나는 도둑년 앞에 서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성은 많이 했어~?” “...네... (뭐 하려는 거야... 설마 경비한테 말하고 사람 불러 오려는 건 아니겠지....ㅠ)" “ㅎㅎ. 좋아. 그리고 걱정 하지는 마. 아무한테도 말 하지 않았으니까.” “...진짜요...? (진짜 말하지 않은 거겠지...? 아씨... 저 동영상 인터넷에 퍼지고... 아빠가 알면 난 진짜 죽음인데...ㅠ)” “그렇다니까.ㅎ 이제 네가 얼마나 반성 했나 확인 할 거야.” 근데 너희 아빠는 무슨 일 하시냐?ㅋ” “그건 좀... (아씨. 아빠일은 왜 물어...ㅠ XX그룹 사장인 줄 알면 이 새끼가 더 난리 치며 협박할 거야... 그건 절대 말하면 안 돼!)” 도둑년이 불쌍한 표정으로 양손을 싹싹 비벼 대기 시작했다. “저 반성 확실히 했거든요! 진짜 아무 한 테도 말하지 말아 주시고. 동영상은 꼭 지워 주셔야 되요? 네? (이제 이 사람하고만 잘 얘기해서 동영상만 지우면 되는데...)”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XX그룹이면? 30대 대기업 아냐? 그 사장 딸이 이런 짓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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