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32. 진격의 강시연 (1)
강호를 어르고 달래어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을 구해낸 강시연은 그를 돌려보내기 무섭게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사실 강호 앞에서는 내색 하지 않았지만 강시연은 하복부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던 중이었다.
섹스를 한 지 이틀 만에 이번엔 강간 수준으로 거칠게 당하게 되면서 부기자 채 빠지지도 않았던 음부의 상처들이 덧나버리고 만 것이다.
게다가 몸이 감당 못 할 무리한 섹스로 인해 온 몸이 압착기로 쥐어 짜는 듯한 근육통이 찾아 왔고, 열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흐윽!”
병원에 가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강호에게도 말했듯이 어떤 소문이 나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나돌았던 소문들은 그저 실체가 없는 뜬구름 같은 소문들뿐이었다.
강시연이 걸레라더라.
강시연이 스폰을 받았다더라
강시연이 마약파티에 갔다더라.
강시연이 스태프 갑질을 했다더라.
강시연이 갈아 치운 남자만 수십이더라.
강시연이 어쩌고 저쩌고...
소문들은 무성하지만 하나같이 ‘카더라’ 통신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들이다 보니 강시연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 산부인과라는 명확한 출처가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문의 명확한 출처가 생기면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라붙게 되고, 질 내부에 상처를 입어 치료를 위해 방문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강시연도 엄연히 성인이기에 섹스를 하다 질 내부에 상처를 입어 산부인과를 방문할 수 있다.
문제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상처만 보아도 원치 않는 섹스로 인해 생긴 상처인지 금방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이 바닥에서 금방 퍼져나가게 된다.
[강시연이 모 산부인과에 방문했는데, 누군가에게 강제로 강간을 당해서 치료를 받았다.]
이런 기사가 나가는 순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어, 과거의 모든 뜬구름 같은 소문들이 비로소 실체를 가지게 된다.
막말로 그런 소문들이 실체를 가지게 되어 강시연을 공격한다고 해도 과거였다면 상관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강호씨를 잃게 될 거야.’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아픈 몸을 부여잡고 억지로 일어나려다 소파 위로 털썩 쓰러졌다.
하복부가 쿡쿡 찌르는 듯이 아픈 것이 확실히 질 입구나 내부에 상처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열이 오르는 것을 보니 염증까지 생겼을 지도 모른다.
만약 염증이 잘못 덧나기라도 하면 그땐 큰일이지만, 병원을 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강시연은 어떻게든 참으며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라는 것은 의지만으로 버티는 것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온 몸이 쑤시고 고열로 인해 땀까지 줄줄 흐르며 오한이 밀려오자 결국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목소리.
[네, 언니.]
“하... 하영아... 으으...”
[언니? 목소리가 왜 그래요?“
“하영아... 나... 좀...”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
[언니? 왜 그래요 언니?]
“......”
강호를 상대하느라 억지로 아픈 것을 참으며 버티었기 때문일까.
긴장이 탁 풀리며 참았던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든 강시연은 대꾸할 기운조차 없이 소파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언니! 언니!”
현관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선 오하영이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하며 강시연을 찾았다. 그러다 소파에 의식을 잃은 것처럼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다가갔다.
“언니! 왜 이래요?”
강시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다급하게 부르던 오하영이 흠칫 했다.
몸이 불덩이 같았다.
어찌나 뜨거운지 마치 불에 데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면 열이 거의 40도에 육박할 것만 같았다.
“구... 구급차...”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119에 전화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아... 안 돼....”
“언니!”
“벼... 병원은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열이 이렇게나 많은데.”
“안.... 돼...”
그렇게 말하다 말고 다시 눈이 감기더니 의식을 잃는 모습에 119에 전화를 하려다 멈칫했다.
온 몸이 불덩이에다가 땀 투성이다.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병원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병원에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강시연을 들쳐 업었다.
얼마나 불덩이인지 등에 업기 무섭게 화끈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다급하게 침대로 옮기고서는 냉장고로 가서 얼음과 얼음팩을 닥치는 대로 꺼내었다.
일단 열부터 내려야 한다.
의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지만 열이 39도를 넘으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욕실에서 대야에 물을 받고는 얼음팩 몇 개를 집어넣은 뒤 찬 물수건을 만들었다.
강시연의 옷을 벗기자 온 몸이 땀 투성이다.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내자 얼마 지나지 물수건의 냉기가 금방 말라버린다.
게다가 물수건으로 닦아내기 무섭게 금방 새로 생긴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까지 한다.
“으흐으으으! 으으으!”
많이 아픈지 온 몸을 뒤틀듯이 꿈틀거리며 신음성을 흘리는 모습에 오하영의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강시연을 10년 가까이 옆에서 지켜보아 왔다. 그 10년 동안 몸이 크게 아프기는커녕 감기 한 번 걸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앓는 소리 한 번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조차 나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런 강시연의 모습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아직도 강시연이 자신에게 어떤 거리감을 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온 몸을 덜덜 떠는 모습을 보니 이유 모를 미안함과 함께 그녀를 향한 안타까움과 애틋한 마음이 든다.
“으으으으! 하영아... 하영이... 미안해...”
무슨 꿈을 꾸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다는 말에 다시금 닭똥 같은 눈물이 뚝하고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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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얼음물을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 내어가며 간호를 한 덕분일까.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몸의 열이 많이 내리며 표정이 한 결 편해진 모습에 오하영은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실 간호하던 중에 몇 번이나 구급차를 부를 뻔하기도 했었다.
급하게 약국에서 사온 체온계가 39.6도까지 올라간 것을 보고는 119를 부를 뻔하기도 했었고, 덜덜덜 떨면서 울기까지 하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나서 또 다시 구급차를 부를 뻔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강시연이 병원은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린 탓에 결국 전화기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은 강시연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까닭이다.
언제나 강하고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그녀의 나약한 모습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었는데, 막상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녀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그런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원체 거칠고 험한 바닥이다 보니 일부러 더 모질게 굴기도 하고 차갑게 굴기도 하는 사람들.
강시연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는 했다.
독립영화로 데뷔를 했던 강시연은 당시 17살의 나이임에도 소름끼칠 정도의 미친 연기력을 보이며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당시 출연했던 영화의 내용이 어릴 때부터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하다 가출을 한 후, 방탕한 삶을 살아가다 자살로 끝이 나는 비극적인 소녀의 이야기였다.
때문에 주인공의 연기력 하나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데다, 주인공의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출과 섹스 장면들도 여과없이 등장시켜야 했다.
강시연은 겨우 17살의 나이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는데, 특히 마지막 자살을 앞두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보여주었던 눈빛 연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살인의 기억 엔딩과 더불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엔딩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였다.
당시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했었던지, 미성년자 노출과 베드씬으로 논란이 생기기도 했었지만, 미친 연기력 하나만으로 논란을 잠재워버렸다.
논란을 연기력으로 눌러버린 다는 것은 오랜 세월 연기를 해 온 대배우들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그걸 이제 갓 데뷔를 한 17살의 어린 배우가 해 버린 것이다.
그 영화로 강시연은 일약 대한민국 영화계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여배우로 등극했고, 그해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초로 신인상과 더불어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낀다고 하던가.
17세의 어린 나이에 보여준 너무나 리얼했던 정사장면으로 인해 온갖 악의적인 소문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중학교때부터 이미 성생활이 문란했다거나, 학교 선생과 불륜관계라거나, 숨겨둔 딸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소문들이었다.
지금의 강시연에 대한 이미지가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항상 당당하고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강시연이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도 나약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파리한 얼굴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