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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32. 진격의 강시연 (2)


혼미한 상황에서도 병원은 안 된다면서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에, 그녀가 속으로 삭이고 있었을 상처와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간호를 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몇 번이나 울었던 것인지 모른다. 강시연을 누구보다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정작 그녀의 아픔과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언니도 사람이었던 거야.’ 오하영의 손이 곤히 잠들어 있는 강시연의 이마를 향했다. 두어 시간 전만 해도 불덩이처럼 뜨겁던 이마가 이제는 약간의 미열만 느껴지고 있다. 체온계로 온도를 재어보니 37. 4도다. 이 정도면 거의 정상체온이었기에 한결 안심이 되었다. 물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강시연이 눈을 뜬 것은 다음날이었다. 원래 오하영은 스케줄이 있었으나 강시연을 혼자 둘 수가 없어 회사에 연락해 스케줄을 취소했다. 다행히 회사와의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스케줄이 많이 잡히지도 않았고, 딱히 중요한 스케줄도 아니어서 취소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제 정상이네.’ 체온계가 37. 2도를 표시하자 이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밤에 열이 38도까지 다시 오르기도 했었지만, 약을 먹이고 간호를 계속한 덕분인지 열은 금방 떨어졌다. “으으음... 하영이...” “언니! 정신이 들어요?” 새벽에 몇 번 눈을 뜨며 자신을 찾기는 했었지만, 그때에는 반쯤 혼미한 상태였기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하영이구나. 자 좀 일으켜 줄래? 기운이 하나도 없어.” 힘없이 하는 말에 오하영이 그녀의 어깨를 부축하고는 자리에서 일으켜 앉혔다. “좀 어때요?” “기운이 없어. 머리도 무겁고 온 몸이 아직도 욱신거리는 느낌이고.” 그렇게 말하다 말고는 오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인사를 해왔다. “고... 고마워.” “됐어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 뭐.” “나 간호하느라 한 잠도 못 잤잖아.” 강시연도 기억한다. 온 몸이 불덩이인데다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정신까지 혼미해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지만, 그래도 가끔씩 열이 내려 잠깐 의식을 차린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오하영이 자신의 옆에 있었고 물수건으로 땀에 젖은 몸을 닦거나 물이나 약을 먹이는 모습을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열병에 시달리는 환자를 밤새 간호한다는 게 말이 쉽지 막상 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호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걱정이고, 열이 조금만 올라도 걱정, 끙끙 앓는 소리가 조금만 커져도 걱정, 수시로 얼음찜질을 해주거나 물수건을 갈아 주어야 하고, 땀을 닦아내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거니와, 땀을 많이 흘릴 경우에는 이불이나 시트까지도 몇 번이고 갈아 주어야 한다. 게다가 수분도 꾸준히 보충시켜 주어야 하고, 약믈 먹이거나 미음을 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간호하는 사람은 제대로 자는 것조차 힘들다. 몸도 피곤하지만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게 되면 행여나 잘 못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나 물 좀... 줄래...?” “잠깐만요.” 얼른 밖으로 나가 물을 들고 왔다. 컴 하나를 단숨에 비운 강시연이 그제야 조금 살 것 같다는 얼굴을 했다. “배는 안 고파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네.” “그래도 뭐라도 좀 먹어야 기운을 차리죠.” “있다가...” 힘없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오하영도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억지로 먹어야 회복이 빠르기는 하지만,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사람이니 입맛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너 오늘 스케줄 있다고 하지 않았니?” “언니가 이 꼴인데 지금 스케줄이 문제에요?” 돌연 오하영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제 언니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고요. 40도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그런데도 구급차는 부르지 말라고 하지. 열은 안 떨어지지. 저 진짜 어제 언니가 잘 못 되는 줄 알고...” 그러면서 또 다시 눈물을 뚝 하고 흘리는데 오히려 강시연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가... 갑자기 왜 울고 그래? 그냥 좀 무리해서 몸살이 심하게 온 것 뿐인데...” 그렇게 말하며 오하영을 안고서 다독여 보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밤새 강시연이 잘 못 되는 줄 알고 걱정했다가 이제 한시름 놓고 나자 긴장감이 한 순간에 탁 풀어진 탓이다. 하지만 한참이나 이어진 오하영의 울음은 강시연의 한 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치고 말았다. “저기... 하영아. 나 지금 쌀 것 같거든? 그러니 이제 그만 좀 울지?” **** 며칠이 지났다. 다행히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을 하는 중이었다. 평소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보니 회복력이 꽤 빨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움직일 때면 하복부와 음부 쪽이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파왔다. 현관을 나서며 음부 근처를 손으로 슬쩍 쓰다듬은 강시연이 살짝 인상을 썼다. 완전히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여서 며칠 더 쉬었으면 했지만, 오늘 약속은 무조건 나가야 하는 자리였기에 한껏 옷을 차려입고 나서는 중이었다. 오하영이 강호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만나기로 한 곳은 강호의 누나가 운영하는 산마루 카페였다. 카페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서자 서미진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가볍게 안부 인사를 나눈 후 서미진이 안내한 곳은 카페 안쪽에 독립적으로 자리 잡은 테이블이었다. 서미진이 운영하고 있는 산마루 카페는 입구에서 우측으로 카운터와 주방이 자리 잡고 있고, 홀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꺾어진 부분에 독립된 작은 공간이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대화하기에도 좋고, 중간에 설치된 분리 칸막이 위로 화분과 화초가 벽처럼 설치되어 있어 어느 정도 시야가 차단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곧 오하영이 도착했다. 안쪽으로 들어서는 오하영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려던 강시연이 멈칫했다. 옷차림이 평소의 그녀와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대중에게 알려진 오하영의 이미지는 여성 아이돌 중에서도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대표적인 섹시 심벌로 통용되고 있다. 귀엽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는 대비되는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가 바로 오하영이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빵빵한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는 음란한 몸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음란한 몸에 저렇게 순진하고 귀여운 얼굴은 반칙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했고, 섹스를 할 때는 저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툭하면 거론되기도 했다. 이는 배우로 전향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인식 때문인지 오하영은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일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수수한 옷차림과 자신의 몸매를 감추려는 듯한 헐렁한 옷들을 주로 입고 다니는 편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이런 차림이 사람들의 편향된 관심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강시연의 눈앞에 등장한 오하영은 마치 연말 가요 시상식 무대에 서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한껏 몸매를 과시하고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풀 메이크업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가슴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니트에 새하얀 허벅지를 한껏 드러낸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게다가 니트의 경우에는 목 주변의 라운드가 쾌 커서 쇄골과 가슴의 일부마저 살짝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중요한 자리라고 해도 이런 옷차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오하영이 오늘의 약속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옷차림이라 할 수 있었다. ‘확실해. 강호씨한테 관심이 있어.’ 그런 생각으로 오하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목덜미 쪽이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인다. 확실히 자신의 옷차림을 의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몸은 이제 어때요? 이렇게 외출해도 되는 거예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조금 욱신거리는 것만 빼면 괜찮아.” “몸이 안 좋으면 굳이 안 나와도 되는데.” 본래 강호와의 식사자리에는 강시연이 함께 동행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둘만 만나면 불편할 것 같으니 동행해달라고 사전에 약속이 된 것이다. 오하영을 잘 아는 강시연이기에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강호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일까.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왜? 내가 있는 게 불편하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걱정 되어서 그런 거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몸이 재산이잖아요.” 오하영이 말 한 우리 같은 사람이란 연예인들을 두고 말한다. 연예인은 몸이 생명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는 한다. 다른 직업과 달리 연예인들은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고 밤낮의 구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신체의 리듬이 금방 무너지게 된다. 신체의 리듬이 무너지게 되면 면역력의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피로와 부담도 훨씬 빠르게 찾아온다. 이런 식으로 신체에 피로가 누적될 경우 흔히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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