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15. 자지로 전쟁을 막은 남자.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뜨거운 햇살이 천막을 관통해, 나와 에나를 비추었다.
"흐읍…! 컥!"
분명 혼절한 그녀를 껴안으며 잠에든 것은 나일진대, 그녀의 하반신이 내 몸에 또아리를 튼 채로 조이고 있었다.
덕분에 숨이 턱 막혀서 잠에서 깨어났다.
"에나 눈나… 잠깐만 일어나 봐… 나 죽어."
그녀는 내 몸을 하반신으로 끌어안은 채 꿀잠을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숨을 쉴 때마다 저 거대한 맘마통이 흔들렸다.
어렵사리 팔만 간신히 빼서 그녀의 부드러운 맘마통을 주무른다.
손에 닿는 젖가슴의 감촉은 정말이지 질리지 않는다.
따뜻하면서도 포근하게 감겨오는 살의 감촉.
역시 아침엔 젖가슴이지.
그렇게 가슴을 주무르고 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이만하면 '잠자는 숲속의 라미아.'라는 타이틀로 동화를 써도 될 정도다.
왜냐고?
그거야 새근새근 자고 있는 그녀가 졸라 쌔끈하고 예쁘니까지.
암튼 허튼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정말 깨워야겠다.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으니까.
그녀를 깨울 겸, 브런치로 모유가 나와주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그녀의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쭈읍! 츄웁!!
"흐으읏…. 하응…."
그녀가 작은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더니 곧 눈꺼풀이 떨리면서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냈다.
"히읏… 무엇이냐 반려여. 이 몸은 아직 피곤하다…. 그러니 조금만 더 내 곁에 얌전히 누워있거라."
"아니 에나 일단 내 몸에 또아리 튼 하반신 좀 어떻게 해줘! 숨 막혀 죽을 거 같아!"
"응…? 하음… 미안하다 반려. 내 잠버릇이 그대를 괴롭게 했군."
정신을 차리며 서서히 내 몸을 풀어준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조였는지, 풀어주는 순간 수십 년에 만에 석방된 죄수처럼 몸이 개운해졌다.
'잠도 깼겠다… 슬슬 이제 어떻게 할지 논의 좀 해볼까?'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라미아와 섹스를 해보고 싶어서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들과 도시 간의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남은 목표도 달성해야지.
"에나 이제 슬슬 어떻게 할지 얘기 좀 해보자. 도시 침공은 할 거야?"
우선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주섬주섬 벗었던 옷과 장비를 착용하며 에나가 말했다.
"글쎄… 분명 어제까지는 수컷을 내놓지 않으면 바로 공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대와 이리 정사를 치르고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되도록이면 평화적으로 끝내고 싶군."
오….
"허나, 우리 부족의 번영과 종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교미할 수컷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협정을 맺더라도 우리에게 수컷을 제공해달라는 항목은 빠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하긴 원래 목적이 수컷들을 얻기 위함이었으니.
하지만 이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에란텔의 지도부들은 전쟁을 불사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라미아들이 협상의 여지없이 일방적인 요구만 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는 존재로 인해 협상할 여지가 생겼다면 충분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차분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만약 라미아들과 에란텔의 시민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에나, 만약에 말이야."
"음?"
"부족을 해체하고 에란텔의 시민으로 살아가자고 한다면, 반발이 심할까?"
"확실히 그럴 것이다. 우리 라미아들은 오랫동안 부족생활을 하며 약탈을 생업으로 살아온 종족이다. 그렇다 보니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하지. 아마 부족을 해체하고 도시 생활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가 패배하여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그럼 혈맹은 어때?"
"혈맹 말인가?"
"어. 그러니까 서로 불가침 조약 같은 걸 맺은 다음, 자유롭게 도시 출입을 가능하게 한다면, 굳이 납치하지 않고서도 남자를 구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건 제법 괜찮은 생각이로군."
"거기다 내가 듣기론 용병 쪽에서 인력난이 좀 심하다고 들었거든? 라미아들은 잘 싸우니까 용병 같은 걸로 취직하면 충분히 약탈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거고, 그러다가 눈 맞은 남자가 있으면 결혼을 해도 되잖아?"
문득 든 생각을 내뱉고 보니 제법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반려여 이 몸은 그대의 생각이 괜찮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허나, 우리 라미아들을 도시의 수컷들이 두려워하지는 않겠느냐?"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라미아들이 여태까지 해온, 좋지 않은 행적들로 인해 생긴 나쁜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만약 모든 편견을 벗어던지고, 서로 몸을 섞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라미아가 얼마나 좆을 꼴리게 하는 종족인지를.
도시에는 다양한 종족이 많이 살고 있다. 나처럼 쌉가능충도 상당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부분은 걱정 마. 당장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언젠가는 사람들도 알게 될 거야. 라미아라는 종족이 얼마나 성적으로 매력이 넘치는지를. 내가 장담할게."
"그 성적인 매력이라는 것을 그대는 '꼴린다.'라고 표현하더군."
시발… 언제 들었지.
"아무튼 좋다. 지금으로선 그대가 말한 제안이 가장 합리적이니 부족원들을 모아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러니 그대는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가기 전에 키스를 해줬으면 한다 반려."
"와이프가 하고 싶다는데 당연히 해줘야지."
수줍게 흘러나온 그녀의 혀와 나의 혀가 뒤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공유했다.
1분 남짓한 키스가 끝나고, 그녀는 천막을 빠져나갔다.
***
몇 시간 후.
에란텔의 성문 앞에는 여전히 경비대와 용병들이 바짝 긴장한 채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성귀남의 친구인 허크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쳐 낼 수 없었다.
비록 알고 지내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모처럼 마음 맞는 친구였기에, 귀남이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저, 저기 라미아들이 오고 있습니다!!"
성문 위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경비 대원 한 명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다들 위치 사수하고 전투 준비!!!"
무기를 고쳐 잡으며, 한층 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다시 한번 더 보초병이 소리쳤다.
"어…? 오크? 저기 라미아들과 함께 오크 친구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허크의 얼굴에서 수심이 녹아내렸다.
'역시 대단한 친구라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오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비범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
"라미아 측에서 깃발을 들었습니다! 전투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마음속으로 안도하였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다. 비록 라미아들이 여태껏 기만전술을 편적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경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곧 그녀들이 성문 바로 앞에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족장인 에키드나와 성귀남이 함께 앞으로 걸어왔다.
"이 몸은 라미아들을 이끌고 있는 부족장 에키드나라고 한다. 그대의 우두머리와 협상을 하고자 하니, 의심치 말고 응해줄 것을 제안한다."
옆에 서있던 성귀남이 에키드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소리친다.
"정말입니다! 여러분! 제 아내의 말을 믿어주십시오!"
그의 말과 행동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내라니?
고작 하루 만에 저 자존심 강하고 호전적인 라미아를, 그것도 족장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반려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몸의 허리를 끌어안다니… 아무리 이 몸이라 해도 낯간지럽구나."
"내가 내 여자 자랑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
"훗. 그대는 참으로 호쾌한 사내로다 반려."
그렇게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때. 성문이 열리며 시장이 걸어 나왔다.
"만나서 반갑소 라미아들의 족장이여."
최초로 대화의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라미아 측은 에나가 잘 설득해 놓은 상태였고, 에란텔 측은 되도록이면 싸움을 피하자는 쪽이었기에 협상이 잘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라미아 측이 협상 의지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침공해온다는데,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거기다 전쟁을 하면 이기든 지든 인적 피해와 금전적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부족 생활을 하는 라미아들은 몰라도, 도시를 이루고 살고 있는 에란텔 쪽은 손해가 막심할 것임이 자명했다.
아무튼, 두 정상들이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좀 더 세분화 시켜 정리한 다음 협정서를 만들어 지장을 찍었다.
이로써 에란텔은 마침내 오랫동안 골치거리였던 라미아와 혈맹을 맺게 되었다.
"이렇게 평화적인 결단을 내려주어서 참으로 고맙소 족장. 앞으로 함께 잘 지내봅시다."
시장이 손을 내밀자, 에나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물론이다 시장. 허나 감사는 내 반려에게 하도록. 내 반려가 아니었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테니."
시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고맙네 귀남 군. 자네는 이 도시를 구한 영웅일세. 약속했던 대로 곧 보상을 해줄 테니 기대하면서 기다리게."
그 말 한마디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역시 나의 민주적인 좆방망이는 평화만을 가져온다. 말 그대로 참된 활인(活人) 몽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공식적인 자리가 끝나고 다시 에나를 배웅해 주기 위해 성문을 나섰다.
"반려여."
그녀가 나를 마주 보며 아쉬운 눈빛을 내비쳤다.
"내 비록 세 번째 부인이나,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당연한걸. 에나 넌 이제 내 여자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여자지. 난 내 여자들을 외롭게 하는 몹쓸 짓은 안 해. 걱정하지 마."
"역시 반려는 진정한 사내로구나. 부디 자주 찾아오거라. 언제나 기다리겠다."
"금방 갈게."
우리 둘의 얼굴은 가까워졌고, 따뜻한 두 입술이 포개어졌다.
잠시 동안의 입맞춤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공유했다.
-호오 오오!
-휴우우!!
뒤에서 우리가 키스하는 모습을 지켜본던 용병들이 지랄 염병을 떨기 시작했다.
포개어졌던 입술이 다시 떨어지고, 그녀가 나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사랑하느니라 반려."
"나도 사랑한다 에나."
그 말을 끝으로 에나는 자신의 부족원을 이끌고 돌아갔다.
어차피 며칠 뒤에 찾아갈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을 때쯤, 나는 도시 안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험악하게 생긴 용병 새끼들이 나에게 달려들더니 다짜고짜 헹가래를 하기 시작했다.
"귀남 군! 자넨 역시 보통 오크가 아닐세!!"
"우주 제일의 자지라더니! 역시 오크 좆의 효과는 굉장하군!!"
"자지로 도시를 구한 영웅이여!!"
시발 존나 어지럽다.
어린 시절 봉봉 타는 것보다 더 속이 울렁거린다.
그만 좀 해 씹새끼들아!!
속으로 한참을 욕해보았지만, 이 미친 상 마초남들에게는 정도라는 것이 없었다.
결국 한참을 헹가래를 받고 나서야 간신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귀남 군! 오늘 같은 날 한잔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내가 사겠네!"
"오!! 그럼 에일 오크통 째로 마셔도 됩니까?"
"물론이지! 자 어서 가세!"
그렇게 허크 씨를 포함한 용병들과 함께 도시를 거닐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너무나도 그리웠던 목소리가 울리듯 전해져왔다.
-서방님!
너무나도 그리웠던 나의 정실부인의 목소리였다.
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