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퐁퐁남의 아들은 지뢰설치반이 되었다.
001
어렸을 때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억대 연봉의 성공한 남자라 불리는 아버지가 한 달 용돈 20만 원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게.
어머니는 그것이 사랑이라 가르쳤다.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부부싸움은 잦았다.
대부분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문제들이었다.
친할아버지의 병원비를 아버지가 전부 부담했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반대했다.
아버지의 다른 형제들도 있는데 왜 우리 가족만 내야 하냐고.
친할머니는 폐암으로.
친할아버지는 심장 수술 도중 돌아가셨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럴 새도 없이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싸움 도중.
어차피 죽을 사람에게 수술비를 대줬다는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는 이혼을 결심했다.
아버지가 이혼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이혼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언제부터 이혼을 생각했던 것인지.
어쩌면, 결혼하기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인지.
이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회사가 파산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했다.
왜일까.
그 모습을 보고도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어머니라면 이미 그럴 것이라 예상해서일까.
모르겠다.
돈 한 푼 벌지 않았던 어머니는 승리했다.
아버지의 돈으로 산 집, 차, 작은 상가건물과 온갖 가전제품.
모든 걸 가져갔다.
아버지는 그나마 재산의 5분의 1 정도를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내가 보고 자란 것은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결혼 직후부터 아버지가 벌어온 돈을 외가로 빼돌리고 있었다.
중학생 때 알았다.
외할머니의 집에 현금이 많아서 물어봤더니, 치매가 오신 외할머니가 친히 답해주었다.
아버지가 주는 용돈이라고.
나는 외할머니에게 용돈이라는 빌미로 그 돈의 전부를 빼돌렸다.
치매로 제정신이 아닌 외할머니를 모시고 보험사도 방문했다.
생명보험을 어머니가 아닌 내 앞으로 돌려버렸다.
나는 그저.
어머니에게 배운 ‘사랑’을 그대로 실천할 뿐이었다.
어머니가 가르친 사랑은 그런 것이니까.
나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고, 쥐어뜯고, 빼앗아, 결국 파멸로 이끄는 것.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그 탓일까.
아버지는 매일 같이 술을 퍼마시다가 간암에 걸렸다.
병원에선 간이식 말고는 답이 없다 했다.
그래서 난 내 간을 아버지에게 떼어주었다.
수술과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온 아버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술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날.
아버지는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에게 보고 배운 대로 살아가면 안 된다고.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말했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사람답게.
아버지에겐 죄송하지만.
당신처럼 남에게 호구 잡혀 모든 걸 탈탈 털린 인생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면.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비처럼도, 어미처럼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
아버지가 말하기를.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나.
나는 21살에 본격적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입학은 20살에 했었지만,
간이식 수술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 그냥 편하게 놀면서 1년 동안 휴학을 해버렸다.
성적에 맞춰 간 대학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대학은 정말 동물의 왕국이었다.
광란의 짝짓기들이 벌어지는 짐승들의 왕국.
벚꽃의 설렘이 술기운에 물든 붉은 네온사인이 되기까지는 반나절이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사랑해요.”
나는 내 아래 깔린 가영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끈적거리는 체액이 뒤섞인, 사랑을 속삭이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대답 대신 가영의 턱을 잡았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매만지다가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혓바닥이 달콤한 사탕이라도 빨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 모습에.
내 뱃속에서부터 뒤틀린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멀쩡한 남친 놔두고 왜 외간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속삭여.”
가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내 엄지를 빨던 입을 열었다.
“헤어질 거야.........”
“잘 사귀고 있으면서 왜.”
“걔는, 못, 해...... 요.”
내 움직임에 따라.
가영의 호흡과 말이 끊겨 나왔다.
나는 가영의 입 안에 있던 손을 내려 목을 움켜잡았다.
“커억..........”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수록 그녀의 눈에 습기가 올라왔다.
‘사랑이라.........’
인간은 자신이 믿는 대로 보고 듣는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각자 믿고, 따르고, 행하는 사랑이 존재한다.
가치관이라고도 부르는 것.
그렇기에 나는 사랑 자체를 믿지 않았다.
아버지가 믿었던 사랑은 허상이었고,
어머니가 행했던 사랑은 추악할 뿐이었다.
그딴 사랑은 없는 게 나았다.
하여, 나는 더 본질적인 걸 믿기로 했다.
“사랑은 됐고.”
가끔은 사랑이라는 탈을 쓰는,
어쩌면 사랑보다 더 거지 없는 인간의 욕망.
“그냥 내 좆집이나 해.”
그게 내가 믿고, 따르는 것이었다.
***
내가 2학년이 되고 학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 시점.
교양 과목에서 가영을 처음 만났다.
해당 과목은 무작위로 조를 배정해 조별 과제를 시켰었다.
나와 가영은 같은 조였다.
당시의 가영은.
노출은 없어도 옷을 좀 달라붙게 입는 걸 즐기는.
굉장히 마르고 긴 머리 긴 여대생 이미지가 전부였다.
키는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 체형이 여려서 아담해 보이는 그런 이미지였다.
조별 황동이 끝날 즈음.
다 같이 술 한잔하자는 말이 나왔다.
분명 다들 좋다고 했는데.
조원 하나는 이틀 전 본가를 가야 해서 빠졌고,
다른 하나는 당일 아침에 장염이 걸렸고,
또 다른 하나는 장염 걸린 애랑 썸타고 있어서 간호하느라 못 온다고 했다.
파투가 날 법도 한데.
가영과 나는 둘이 술을 마셨다.
당시 가영은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술 반병이 들어가자 갑자기 취기가 올랐는지 급발진하며 폭주했다.
남자친구 욕을 하다가.
남자 전체를 욕하더니.
뜬금없이 나와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논술 평가를 이렇게 했으면 A+일 텐데.
논쟁은 술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도 이어졌다.
우린 논쟁을 이어가기 위해 술을 사 들고 내 자취방으로 갔다.
여러 논쟁을 거쳐서.
‘여자는 진정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가 되었다.
가영은 여성의 오르가슴이 환상이라 했다.
야동에서나 나오는, 남자들을 위한 환상.
거의 4시간 가까이.
가영의 과거 연애사를 들었던 터라.
나는 이미 그녀가 어떤 부분에서 성적흥분이 팍 식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반대되는 행동을 한 게.
가영과 내 관계의 시작이었다.
***
“섹스를 쾌감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 가영에게 물었다.
“그럼, 뭐 때문에 하는데.”
“사랑받는다는 느낌. 안정감 같은 거 있잖아요.”
술에 취한 가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섹스를 고작 그것 때문에 한다고?”
“고작이라뇨. 사랑이 제일 중요하죠!”
나는 화제를 돌렸다.
“너 자위도 안 해봤어?”
“자...... ㄴ, 네?”
자위라는 단어에 가영이 시선을 피하고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그건 왜요.”
“자위 해봤으면 알 거 아니야. 기분 좋은 거.”
“그거랑 관계랑은 전혀 다르죠!”
나는 큭큭거리며 안주를 집어 들었다.
“자위는 좀 하나 보네.”
“그 이야기가 왜 나와요?”
“자위랑 섹스랑 차이점이 사랑이라고?”
“다, 당연하죠. 근데, 선배는 꼭 그런 단어를 써야 해요?”
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어왔다.
술기운에 살짝 풀린 눈빛엔 경멸이 미약하게 섞여 있었다.
끈적함에 뒤섞인 경멸이라니.
그 시선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그럼 너는 자위할 때 느끼는 쾌감을 섹스할 때 전혀 못 느끼는 거야?”
“그, 그렇죠.”
“왜?”
이번엔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왜라뇨?”
“아니 왜. 똑같이 보지 만지고 넣고 쑤시고 하는 건데, 자위는...........웁.”
가영이 내 입에 과자를 쑤셔 넣었다.
나는 말을 끊고 들어온 과자를 씹으며 가영을 쳐다보았다.
“아, 쫌!! 말! 진짜!”
나는 안주를 씹어 삼키곤 잔을 들어 올렸다.
가영은 성을 내면서도 내가 들어 올린 잔을 보며 같이 술잔을 부딪쳤다.
짠. 소리와 함께 목구멍으로 차가운 알코올이 넘어간다.
가영은 아직도 잔에 입술을 대고 술을 꼴깍꼴깍 마시고 있었다.
얼굴이 작아서일까.
술잔이 유난히 커 보였다.
나는 그런 가영에게 말했다.
“아니, 봐봐.”
가영은 잔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나를 힐끗거렸다.
“그 둘을 다르게 느낀다는 건. 네가 삽입 자위를 안 했거나......”
“푸훕!!!!!!”
가영이 마시던 술을 뿜어버렸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는 바람에 제 옷이 다 알코올 범벅이 되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뭐해.”
가영이 벌게진 얼굴로 콜록거리며 입을 열었다.
“선배 때문이잖아요!!”
“내가 뭘.”
“왜 아까부터 그런 식으로 말하냐고요!!”
한차례 성을 낸 가영이 휴지를 찾아 뜯어갔다.
휴지로 입가를 닦는 그녀에게 나는 또 물었다.
“진짜 안 해봤어?”
“뭐, 뭐를요.”
“삽입 자위.”
가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거 성희롱이거든요??”
가영의 벌게진 얼굴은 그대로였다.
우스갯소리로 홍익인간이라는 단어가 썩 어울릴 정도였다.
“너 1시간 전에 내가 하는 섹스에 대해 훈수 두고 그랬어.”
자지 사이즈나. 섹스 테크닉이나.
뭐 그런 훈수들.
“그, 그거랑은 다르죠!!”
가영이 격분했다.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뭐가 다른데.”
“선배가 그, 관계....... 할 때 여자들이......... 오르가슴 느꼈다고 하니까......... 여자는 거짓말로도 연기할 수 있다고 한 거잖아요!”
연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영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었다.
“아니던데. 넌 분명 나랑 섹스했던 사람들이 전부 연기일 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는데.”
가영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연기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연기.”
“그니까 그걸 왜 연기라고 확신하냐고. 내가 섹스하는 걸 보기라도 했어?”
“아뇨?”
“그럼, 나랑 섹스 해봤어?”
“미쳤어요??”
“그것도 아니면 왜 그렇게 확신하는데.”
“그야 당연히.........”
말을 잇지 못하는 가영 대신. 내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런 경험을 못 해봐서?”
“.........”
가영은 침묵했다.
나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인체 기관이라는 게.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거 알아?”
“갑자기요?”
뜬금없는 대화 주제에 침묵하던 가영의 입이 열렸다.
“운동선수들 보면, 각자 자기가 하는 운동에 따라 몸이 변해.”
가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도 마찬가지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감도가 발달해. 개발되기도 하고.”
사실이다.
“유명한 걸로는 파블로프의 개가 있는데. 이게 사람한테도 적용이 돼.”
가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신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 입을 열어 반박하지는 않았다.
“예시로, 치킨만 먹던 사람이 치킨에다가 맥주를 마시잖아? 그렇게 반복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턴 치킨을 먹을 때 맥주가 당기는 몸으로 변해.”
가영은 내 말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랑 똑같이. 특정 시각마다 자위하게 되면 그 시간이 되면 자위가 하고 싶어져.”
“.........”
“자위할 때마다 특정 노래를 틀어주는 걸 반복해도,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위가 하고 싶어지고.”
나는 말을 하며 가영의 표정을 살폈다.
꿈틀거렸던 눈썹은 한껏 올라가 있었다.
호흡과 시선 처리, 손끝의 떨림과 침을 삼키는 모습까지.
“너는 클리 자위를 할 땐 기분이 좋다가도, 삽입 섹스는 별로라는 거잖아. 지금.”
아까까지만 해도 자위, 클리, 삽입 섹스. 따위의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만 했어도 발작하던 가영이다.
하지만 지금 가영은.
“............”
침묵한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살짝 풀어진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껏 올라간 눈썹 때문일까.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풀린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침묵이 싫지 않았다.
야릇함이 뒤섞인, 취기 어린 뜨거운 호흡이 공간을 장악한 이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클리를 문지르는 동시에 삽입. 이걸 반복하면 어느 순간 삽입도 좋아지겠지.”
내가 미약하게 웃어 보이자.
정신이 살짝 돌아왔는지, 가영이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 거 같은데?”
가영이 대답 대신 입술을 벙끗거렸다.
-네?
라고, 내뱉으려 한 듯했지만.
목이 메었는지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런 가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