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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화 호빠 출근준비


3. 여관 밖으로 나온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야, 대체…” 평생 와본 적도 없는 후미진 골목 안의 여관. 밖으로 나오니 주변엔 염소탕집과 알 수 없는 보약 냄새가 풍긴다. 일단 큰 도로가 있을 법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을 꺼내 친구 천수에게 전화를 건다. ‘음… 안 받네…’ 그렇게 5분쯤 걸어갔는데 길이 막혀 있다. 어제부터 왜 이렇게 꼬이는 건지 생각하며 되돌아가는 길. 여관 앞에서 1분 정도 걸었을까, 어제 갔던 포차가 보인다. ‘반대로 간 거였네…’ 새로 생긴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운이 없을 수 있나 싶다.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다 버스를 탄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떠오르는 시스템창에 당황해 속으로 ‘종료’를 외쳤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없자 머쓱해하며 시스템창을 확인한다. ⸻ 퀘스트가 주어졌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돌발 퀘스트 실패 시 패널티 X 버스에서 내리기 전 한 명 이상의 이성의 연락처를 얻어라! 클리어 포인트 +1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퀘스트…?” 순간, 육성으로 말해버린 자신을 흠칫 놀라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 내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졌지?’ 시스템을 얻은 뒤 너무 위축됐다고 스스로 반성하며, 이내 결심을 굳히고 주위를 살핀다. ‘혹시 이성이면 아주머니나 할머니도 되려나…?’ 순간, 떠올린 발칙한 꼼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버스내 쿨뷰티 미녀를 찾기 시작한다. ‘내가 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성격까지 병신은 아니잖아… 왜 이러냐 진짜…’ 그러던 중 눈에 띄는 한 여성. 예쁘면서도 착해 보이는 얼굴에 나이는… 대충 26살 정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슴이 크고 착하게 예쁜 미녀. 다급히 노선도를 확인하며 몇 정거장이 남았는지 살핀 뒤,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해본다. ‘혹시 실패할 걸 생각해서 너무 밍기적거리면 안 돼…’ 여자를 스캔하며 어떤 멘트를 꺼내야 할지 고민한다. 세 정거장 정도 남았을 때, 자리에서 슬쩍 일어난 뒤. 성큼성큼 그 여자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건다. “저… 저기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돌리며, ‘혹시 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저… 죄송한데… 제가 이런 부탁은 처음인데 연락처… 한 번만 받을 수 있을까요! 연락 안 주셔도 돼요!” 이내 설명을 듣던 여자는 처음엔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마지막에 ‘연락 안 해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손을 내민다. 그 제스쳐에 멍하니 서 있었더니 여자가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휴대폰을 줘야 번호를 주죠.” 아차! 하는 마음에 주머니에서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저기 잠금은…” “아! 잠금 안 돼 있어요.” 여자가 그대로 홀드키를 눌러 잠금을 풀며, 살짝 갸웃하더니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벨소리가 울리는 여자의 휴대폰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돌려주자 감사 인사를 한 뒤, 잠시 뒷좌석에 대기하다 후다닥 내렸다. 그렇게 집으로 뛰어온 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우우우 “진짜 줄 줄은 몰랐지… 아, 전생의 업…”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생의 김민우에게 가시기엔 아직 덜 익으셨네요! 분발! 분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돌발 퀘스트 실패 시 패널티 X 버스에서 내리기 전 한 명 이상의 이성의 연락처를 얻어라! 클리어 포인트 +1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겨난 1포인트를 바라보다가, 들리는 꼬르륵 소리에 물을 올려 라면을 끓였다. . . . *** 여자는 오늘 직장에서 짐을 뺐다. 해고는 어제 통보받았지만, 그놈의 실업급여가 뭐라고 하루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온 것이다. 인수인계라고 해봤자 별것도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회사를 나와 울적한 마음에 낮술이라도 한잔할까 했는데, 마시려면 일단 집 근처가 낫겠다 싶어 이른 시간대에 퇴근할 때 타던 버스를 탔다. ‘헤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자리가 있네~’ 평소엔 저녁에만 타서 몰랐지만, 오늘은 자리가 있어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진 여자.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또 얼마를 버텨야 할지 생각하던 중이었다. “저… 저기요…!” “저… 죄송한데… 제가 이런 부탁은 처음인데 연락처… 한 번만 받을 수 있을까요! 연락 안 주셔도 돼요!” ‘이 사람은 뭐지…?’ 연락처를 물어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말투가 덜덜 떨리는 것도 그렇고 ‘연락 안 해도 된다’는 말이 더 이상하다. 한참 멍하다가,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인심 한번 썼다! “하하하, 휴대폰을 줘야 번호를 주죠.” *** 후루루루룹 “흐어…” 라면 두 개를 끓여 신나게 흡입한다. 김치는 쿠팡에서 주문해 10kg에 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담배만 끊어도 온갖 종류의 김치를 사먹을 수 있겠지만…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든든하게 라면을 해치운뒤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인다. 후우우우 ‘1포인트를 어디에 쓸까…’ “상점.” 전생의 업 상점 상품 목록 외모의 비약 체력의 비약 정력의 비약 키 커지는 비약 외 72 현재 김민우의 시스템 평가 김민우, 20세, 키 172, 몸무게 62kg 얼굴 점수 10점 만점 기준 5점 자지 크기 12cm, 둘레 11cm 여자 경험 X, 사귄 적 X, 키스 X 고백도 해본 적 없음. “이 정도면 평균 아니야? 천수도 키 빼고 나랑 비슷한데…” 한참을 시스템이 평가해준 객관적 능력치를 바라보다, 호빠에서 일하려면 결국 중요한 건 외모라는 생각에 ‘외모의 비약’을 하나 구매해본다. “어차피 공짜 포인트였으니까…” [외모의 비약을 구매하셨습니다.] (외모 스테이터스 오픈) 명명: 전생의 업 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20세, 남성 외모 47/100 특성 상점 퀘스트 외모의 비약을 구매하자마자 뜨는 시스템창과 설명을 확인한다. “그러니까 이제 외모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도 하나씩 먹으면 열린다는 거네…” 끄덕이며 이해하지만.. 외모 점수에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 정도면 잘생긴 건 아니어도 60점은 돼야 하는 거 아니야? 기준이 너무…” “외모 추가설명은 없나?” 외모: 100점을 기준 인간 각자의 이상형은 제외 순수한 얼굴의 이목구비 기준 90점 이상: 없음 80점 이상: 차윤우, 지창육, 꼬수 등 70점 이상: 서캉준, 정유성, 면빈 등 60점 이상: 남자 아이돌 2군 등 기준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유성이랑 면빈이 70점대라고…?” 순간, 내가 47점이라면 비약 23개면 정유성이랑 비벼볼 수 있나 싶었지만... ‘순수한 얼굴’ 기준이라는 설명에 살짝 실망했다. “아냐, 그래도 나는 성장할 수 있잖아. 성형을 하는 것도 아니고… 키도 그렇고… 후우후우…” 객관적인 성장 포인트가 보이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는다. “퀘스트는 돌발퀘스트밖에 없는 건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퀘스트에 갸웃거리다 이내 특성 항목을 확인해본다. “흠… 호빠에서 빨리 성장하려면 노래? 말재주? 아니면 주량?” 유튜브와 구글을 뒤적이며 검색해보니 사람들마다 말이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꾸준함, 성실함’이 중요하다는 얘기뿐이다. “성실함이랑 호삐랑 뭔 상관이지…?” 특성 특성을 정하실 수 있습니다. 미지정된 특성은 기존 특성이 레벨 5 이상에 도달하면 해금됩니다. 노래, 말재주, 주량, 춤, 분위기, 외 30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내가 가장 빨리 효과 볼 수 있는 게 말재주나 주량 쪽인 것 같은데… 노래도 괜찮고, 아니면 선구안? 이것도 좋아보이긴 한데…” 한참 고민하다 결국 가장 무난해 보이는 말재주를 선택한다. “어차피 여자랑 대화하는 직업이잖아. 말재주가 있어야지.” 명명: 전생의 업 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20세, 남성 외모 47/100 특성: 말재주 상점 퀘스트 “말재주” 특성: 말재주 1레벨, 0% 전반적인 대화 능력에 적용됩니다. ‘뭐지…?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일일 퀘스트가 전달되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동일한 상대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동성과 대화 시 3시간 이성과 대화 시 1시간 클리어 포인트 +1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람이랑 대화 나누는 건 어렵지 않은데… 동성, 이성 시간 차이랑 동일인 조건이 좀 까다롭네…” 한참 고민하다.. 이내 천수에게 톡을 보낸다. 천수와 억지로 3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대화 퀘스트를 완료했다. 대충 들어보니 갑자기 뻗어서 천수가 급히 업고 가장 가까운 여관으로 데려다 줬다고 한다. 심지어 여관비도 천수가 냈다는 말에 미안해진다. 나중에 밥이라도 사주자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통화 중에 구글을 뒤져봤더니, 호빠는 처음 가면 면접을 본다고 한다. ‘면접이면 역시 첫인상 아니겠어?’ 집에 있는 옷들은 알바할 때 입던 것과 츄리닝 몇 벌뿐이라, 옷을 사러 지하상가에 들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시간을 보며 기다리다 보니 이내 역 지하상가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은 17시. 서둘러 옷을 사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 역사 계단을 쭉 내려가니 큰 광장이 나오고 그 안에 좌우로 넓게 퍼진 의류 매장과 액세서리 매장들이 보인다. 유튜브에서 추천해준 남친룩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매장들을 둘러본다. ‘요즘 호빠는 너무 튀는 옷은 안 입는다지?’ 세미정장이 국룰이고, 캐주얼도 많이 입는다니 그 위주로 살펴보려 한다. 다행히 알바비를 받아둔 게 있어, 크게 부족하진 않았다. “어서 오세요~~” 아직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여자 한 분이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온다. 지체없이 바로 들어가본다. “저, 제가 옷을 잘 못 입어요. 남친룩 위주로 좀 보여주세요.” 모르면 배우면 된다는 생각. 딱 봐도 옷 잘 입게 생긴 누나에게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럼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웃으며 안내해주는 옷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뭐가 이쁜 건지 잘 모르겠는데…’ 누나가 이것저것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여전히 감이 안 잡힌다... 그래도 최대한 유튜브에서 본 남친룩과 비슷한 계열의 옷들로 구매해본다. “동생이니까 이거 다 해서 이 정도만 받을게~” ‘씨발… 너무 비싼 거 아니야…?’ 표정이 굳을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쿨하게 계산한다. 카드를 내미니, 현금으로 하면 조금 더 깎아준다는 말에 근처에서 현금을 뽑아와 계산을 마쳤다. “조심히 가~! 나중에 또 필요하면 연락해!” 명함 한 장을 받으며 쇼핑백을 들고, 이번엔 신발가게로 향한다. ‘오늘 다 사자. 이건 다 투자야…’ 나오는 가격들에 손이 벌벌 떨렸지만... 좋게 생각하며 구두도 한 켤레 구입했다. 후우우우우 집으로 돌아와 양손에 든 쇼핑백을 내려놓고 하나하나 확인해본다. 세미정장 한 벌, 검정 면바지, 줄무늬 셔츠, 얇은 긴팔 니트, 비비크림 등등. 살 때는 엄청 많아 보였는데, 막상 펼쳐놓고 보니 몇 개 안 된다. ‘오늘 쓴 돈만 30만 원이야…!’ 세미정장만 19만 원을 주고 샀는데, 정신이 아찔하다. 시간을 보니 18시. 연락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조용하다. ‘왜 이렇게 느려… 매너 없네…’ 30분쯤 더 기다리다, 마음이 다급해져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가고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낮에 사진 보낸 사람인데요.” “아, 네네. 확인했어요.” “연락이 없으셔서 먼저 드렸어요.” “저희가 10시부터 영업을 해서요. 일단 가게로 한 번 와보시겠어요?” “주소 주시면 시간 맞춰 갈게요.” “네, 보내드릴게요. 이따 봐요~” 후우우우우 전화를 끊고 긴장되는 마음을 담배 한 모금으로 달래본다. ‘남은 1포인트로는 외모의 비약 하나 더 먹는 게 낫겠지…?’ [외모의 비약을 구매하셨습니다.] 명명: 전생의 업 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20세, 남성 외모 48/100 특성: 말재주 2 상점 바로 외모의 비약을 하나 더 먹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팅을 시작한다. 솨아아아아아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났지만, 통화를 끝내고 주소를 받으니 이제야 제2막이 시작됐다는 생각에 긴장이 미친 듯이 몰려온다. ‘흐흐흐… 초이스라는 게 있어서 여자 옆에 앉으면 그때부터 술을 마신다던데…’ 대충 찾아본 각종 팁과 선배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잠시 즐거운 망상을 해본다. 손님들 연령대가 생각보다 낮고 예쁘다는 이야기에 심장이 두근거려 협심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 그리고 말재주 특성이 1레벨 올라 있었다. 천수랑 통화하면서 오른 건데, 비약을 먹을 때 보니 확인이 됐다. 왠지 말빨이 살짝 더 붙은 느낌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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