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40화
40화
그녀의 안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고 싶다는 욕망이 이긴 것은 자신의 잇자국을 그녀의 여린 피부 전신에 퍼붓듯이 남기고 난 뒤였다. 그는 그녀의 두 다리를 모아 쥐고 배에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몸을 실으며 두 눈에 그녀를 가득 담았다.
그녀의 두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떨리면서도 희미한 기대감에 젖어 있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천천히 자신의 것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두 눈이 크게 확장되며 입이 열리고 신음이 새어 나왔다. 따뜻하고 촉촉하며 끈적한 살이 그에게 달라붙어 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움직였다. 가능한 한 오래 이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녀의 팔이 그의 목에 둘러져 온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이성이 송두리째 끊겨 나갔다. 이러다가 그녀가 부서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는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절정을 향해.
그녀의 안으로 얼마나 자맥질했을까, 그의 목에 팔을 둘렀던 여자는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며 그의 등과 어깨에 손톱자국을 남겨 놓았다. 그만하라며, 제발, 더는 못 하겠다고, 죽을 것 같다고 흐느끼면서⋯⋯ 그의 어깨를 이로 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는 쾌감이 훨씬 강했다. 쾌감은 그만큼이나 절대적이었다. 그는 허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가능한 한 그녀의 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한 폭력적인 쾌감이 느껴졌다.
파고들 때마다 그녀의 안이 움찔거리며 경련했고 허리를 뒤로 물릴 때마다 그 움직임이 안타까운 듯이 조여 왔다.
그녀의 안이 날개를 떼어 낸 벌레처럼 파르르 떨리고 그녀의 입이 비명을 질러 대는 것으로 몇 번이나 절정에 도달 한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그가 파정한 뒤에도 욕망은 해갈되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오래 억눌려 온 데 대한 반동이었다. 그의 육체가 그녀의 위로 무너져 내렸을 때 그녀의 온몸에서도 힘이 빠져나갔다. 아마 여자는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그에겐 이제 시작이었다. 빠져나온 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쥐고 그녀는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땀에 젖어 촉촉해진 어깨와 흐트러진 머리칼에 얼굴을 묻으며 두 번째 움직임을 시작했다.
다시 안으로 파고들 때 그녀의 몸은 전과 달리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모든 것이 황홀했다. 현실이 아니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리고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헐떡거리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두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이나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았다.
정신은 아주 서서히 꿈속의 세계가 아니라 어두운 그의 침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완전히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리고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춰 보았다.
사실 굳이 들추거나 더듬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바지 속이 젖어 있다는 것을. 꿈속에서 그가 그녀의 몸 안에 연달아 사정했을 때, 현실의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
그는 한참이나 그 상태로 멈춰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허⋯⋯.'
소년 시절도 아니고.
그러나 사내의 몸이란 어느 정도 쌓이면 자연스럽게 배출하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첫 몽정을 겪은 뒤부터 그는 일정한 주기만 되면 자신의 손으로 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가 형을 대신해 후계자가 된 이후, 그의 부모가 그의 침실로 몇 명의 교육 담당을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성에 대해 가르치고 혹시나 그가 무지로 인해 사고를 치지 않을까 염려한 조치였다.
그는 처음엔 저항했지만 '공작 각하께서 도련님께 저를 보내셨답니다.'라는 말에 저항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여자에 스스로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자위행위를 할 때도 그는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저 몸이 동할 때마다 손을 움직여 사정을 이끌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단단히 발기한 성기를 움켜쥘 때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귓바퀴나 목덜미, 넓게 파인 드레스의 네크라인 위로 드러난 무척이나 부드러워 보이는 살결, 반짝이는 눈과 높진 않아도 쭉 뻗은 코와 입술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그 행위를 피하고 있기까지 했다.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원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나가면 분별력은 물론 주도권마저 잃게 될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나 형과 같은 말로를 맞길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꿈에까지 나왔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그는 한참이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기만 했다.
꿈이 그에게 보여 주는 바는 확실했다. 그가 미치도록 그녀를 원하고 있다는 것,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이제 대화와 식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이 갈증을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지 않으면 언젠간 꿈보다 더한 일을 벌이리라는 것.
그는 어둠 속에서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뼈저리게 자각했다.
❖ ❖ ❖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하던 공작과의 대화도 점차 편해지고 서서히 긴장의 끈이 풀려나갔다.
사실 나는 굶주리기도 했다. 지성 있는 성인과의 대화에 말이다. 물론 대화 상대라면 아나도 있었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의외로, 이건 정말로 의외였는데 공작은 괜찮은 대화 상대였다.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신의 이야기도 잘했다.
'혹시 그도 대화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시간을 채우는 데 급급하던 대화가 점차 자연스러워졌고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라면 자질구레한 내용까지 말하는 데 익숙해졌다. 어렸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 동생에 대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그러면 그는 가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치 그 이야기를 듣는 나를 신뢰한다는 듯이.
'하기야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어디 달리 퍼뜨릴 수도 없고. 어쩌면 대화 상대로 적격이네.'
같은 귀족인데 격이 달라서 그런가, 그와 나의 삶은 천지 차이였다. 그는 사랑이 없는 무미건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나마 정을 붙였던 형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년이 되고 나서 이 저택을 떠났다. 그는 그 이후로 쭉 혼자였다. 아내도 그 흔한 애인도 없이.
'그는 이 삶에 만족하나?'
그에 대해 알아 갈수록 궁금증이 커져 갔다. 그리고 동시에 이 사람은 계속 이렇게 살아갈 생각인가 하는 의문도 고개를 쳐들었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없이 아내도 자식도 두지 않고, 오로지 여름엔 전투를 하고 겨울엔 독서를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일로 보내면서? 그게 가능한가? 그는 그걸 진심으로 즐기고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 의문이 어찌나 커졌는지 한 번은 직접 물어보기까지 했다.
“공작 각하께서는⋯⋯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드십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이 저택은 무척 넓습니다. 왕궁에 비할 정도로 말입니다. 국왕 폐하는 그 왕궁을 신하들로 가득 채우고 매일 거르지 않고 연회를 여셨습니다. 다른 귀족들에게도 행사를 열 수 있는 권리를 허가하셨고요. 그런데 제가 이 저택에 머물러 보니 공작 각하께서는 주변의 귀족들과도 거의 교류가 없으시고 연회도 열지 않으시고⋯⋯ 다른 분과 혼인할 생각도 없어 보이십니다. 그게, 제가 드리는 말씀은, 외롭지는 않으십니까?”
“나는 매일 오전 나의 사병들과 교류하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대는 왕궁에서 매일 연회를 여는 이들은 전혀 외롭지 않다고 보시오? 나는 오히려 그런 이들이 더 외롭다고 생각하오. 과시는 곧 결핍이지.”
“⋯⋯.”
“나는 이 생활에 대단히 만족하오. 지금은⋯⋯ 그대까지 와 주어 함께 식사하고 있지 않소?”
그렇구나,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구나.'
그에게는 이 정도로 충분하구나.
'겉과 속이 모두 강철처럼 단단하구나.'
사랑과 사람이 필요한 내게는⋯⋯ 대단해 보였다.
'나도 그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나는 가족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했다.
'누구도 필요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아, 하지만 그래도 너무 외로울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그가 하는 말을 곱씹는 날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나는 그와의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와 나누는 잠깐의 대화가 즐거웠고 그가⋯⋯ 점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