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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22화


22. “다 됐어요.” “흐으, 너무 추워요…….” “따듯하게 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무혁은 물에 젖은 생쥐 꼴인 하임을 창고로 옮긴 뒤 문을 단단히 잠갔다. 삼동이가 두고 간 여분의 옷을 하임에게 입히려던 그가 혀를 낮게 찼다. “젖은 속옷은 벗어야 하는데.” “…….” “뒤돌아 있을 테니까 얼른 이 옷으로 갈아입어요.”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하임이야말로 옷이 간절했다. 그녀는 젖은 속옷을 벗고 그가 준 옷을 입었다. 삼동이의 바지는 너무 커서 잡고 있지 않으면 쑥 내려갈 테지만 안 입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다, 다 갈아입었어요.” 하임을 눕힌 무혁은 우선 약부터 먹이고는 연고를 꺼내 들었다. “전에도 거미한테 물린 적 있습니까?” “흐으, 네에.” 어디 거미뿐이랴, 가끔 산을 타다가 예기치 못하게 독 없는 뱀, 지네 등에 물리곤 했다. 뭣 모르고 산을 헤집던 어린 시절 이후론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부주의했던 터였다. “그때도 몸에 두드러기 나고 열도 나고 그랬어요?” 그녀가 울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병원 갈 정도로 심하진 않았고?” “아니요, 약 먹고 이틀 정도 쉬면 괜찮아졌어요.” 무혁은 하임이 힘겹게 말을 잇는 동안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갑작스런 체온 변화가 겹친 상태에선 반응이 더 예민하게 올 수 있었다. 그는 미열과 오한이 점점 심해지는 그녀를 가만히 살폈다. “흐윽.” 하임이 얼굴을 찡그리며 상처로 손을 가져가려 하자 무혁이 제지했다. “긁으면 안 돼요. 지금 정확히 증상이 어떤지 말해 봐요.” “……얼얼하고 뜨거운데, 간지러워요.” “목 말고 또 증상 있는 곳은.” 호흡이 달뜬 그녀가 겨드랑이와 허벅지 부근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보아하니 림프샘 부위로 증상이 번지고 있는 듯했다. 생존 훈련이나 작전 중에 동료들의 다양한 부상과 알레르기 반응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무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더 심해지기 전에 약 발라야겠군요.” 그녀의 성격상 기겁하며 본인이 하겠다고 외칠 법도 한데, 지금은 그런 걸 신경 못 쓸 정도로 아픈 모양이었다. 무혁은 기껏 입은 옷을 벗긴 뒤 하임의 겨드랑이에 약을 발랐다. 원래 체모가 안 나는 체질인지 털 하나 없는 속살은 매끈하기만 했다. 사타구니 안쪽에도 약을 바르는 손길은 군더더기 없었으나 그의 턱은 내리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흑, 너무 추, 추워요…….” 어느새 하임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하임을 제 쪽으로 당기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아 품을 파고들었다. “…….” 무혁은 상황이 굉장히 성가셔졌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임을 끌어안은 채로 이불을 덮었다. 옷은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맨몸으로 체온을 전해 주는 것이 열전달에 더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좆 같네.’ 능력을 확인하겠답시고 산에 가자고 구슬렸으니 제 책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팥 주머니가 식게끔 방치해 두진 않았을 텐데. 덜덜 떠는 여자의 숨은 더 짧아졌고 볼은 열로 화끈거렸다. 옷은 어느 정도 체온이 돌아오면 입혀 주는 게 나을 성싶었다. 말랑한 살이 제 피부 위에 뭉개지는 감촉에 아랫도리는 이미 곤두선 상태였으나, 무혁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임이 계속 살을 비비다시피 제 품에서 바르작거리기 전까지는. “…….” 유혹의 의미는 조금도 없는, 오직 생존을 위한 몸짓에 불과했다. 더 파고들 틈조차 없이 가슴께에 납작 달라붙어 있으면서도 그녀는 더 확실한 온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내 열에 취한 얼굴을 무혁의 턱 아래에 문지르더니 색색, 숨을 몰아쉬었다. 뭘 하든 내버려두며 인내하던 무혁의 미간이 끝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작은 턱을 쥐어 올리자 반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한 박자 느리게 따라붙었다. “지금이라도 집에 데려다줄까요.” 하임은 왜인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어쩐지 심기가 조금 비틀린 무혁의 동공이 느릿하게 좁아졌다. “아픈데 이딴 곳에 있어 봤자 뭐 하려고.” 낮게 깔린 음성과 깊이 들여다보는 눈빛은 자칫 스산한 기세를 풍겼다. 그런 걸 예민하게 느낄 상황이 못 되는 하임은 아픈 와중에도 그가 있어서 다행이라 여길 뿐이었다. 저를 안아 주는 든든한 품에서 벗어나기 싫었다. “천종 씨랑…… 고 싶어요…….” “…….” “그래도…… 유품…… 다행…….” 무혁은 웅얼거리듯 말하는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입을 놀리고 있었다. “귀신 무섭다며. 내가 귀신보다 무서운 놈이면 어쩌려고. 음?” 경고성 어투에도 하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엉겨 붙으려 꼼지락댔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그의 뺨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아직도 추워요?” 끄덕끄덕. “안 춥게 해 줄까?” 끄덕끄덕. “순진한 시골 아가씨는 상상해 본 적 없는 방식일 텐데?” 무혁은 마지막으로 경고하듯 내뱉었다. 냉소적인 속삭임인데 묘하게 뜨거웠다. 초점이 흐릿한 하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열로 달떠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그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거절한다면 그와 어색해진 나머지 멀어질 것 같았고, 그게 더 무서웠다. “저는…… 저는 좋아요.” “무슨 뜻인지 알고 그런 말을 쉽게 해.” “아, 알 것 같아요, 저, 저도 성인이니까…….” 하. 맥도 못 추는 꼬락서니로 겁 없이 구니 무혁은 기가 막혔다. 이 겁 없는 아가씨를 어떻게 혼내 줘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론 최약체나 다름없는 여자에게 올라타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그래요? 그럼 재주껏 견뎌 보든지.” “뭐를…… 흡.” 돌연 무혁이 입술을 겹치자 그녀의 눈망울이 잘게 요동쳤다. 그는 봐주는 기색 없이 도톰한 입술을 질겅이다가 혀를 밀어 넣었다. 동시에 토실한 엉덩이를 손안에 가득 쥐자 여체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 고작 이 정도로 놀라기는. 무혁은 연약한 생명체에게 자비를 베풀듯, 한 템포 부드럽게 하임의 입안을 탐닉했다. 어딜 건드려도 보드라운 감촉에 욕이 습관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이게 엉덩이야, 크림빵이야.’ 비딱해진 심경을 담아 엉덩이를 욕심껏 주무르자 하임이 다급히 숨을 삼켰다. 무혁은 숨결도 모조리 앗아 갈 것처럼 작은 혀를 괴롭히다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하아, 하아…….” 무혁은 숨 쉴 타이밍조차 모르는 어설픈 여자를 제 아래에 눕히고는, 귓불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아……!” 하임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신음했다. 혀로 입안을 휘젓는 것도 놀라운데 귓구멍까지 파고드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가 보란 듯이 주무르는 엉덩이 사이가 점점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고막까지 젖는 듯한 기분이 무척이나 생경하고 낯설었다. 거미에게 물렸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결의 소름이 돋았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두려움은 위험한 호기심과 흥분을 동반했다. “이래도 집에 가기 싫어요?” “저, 저기……!” “음? 나랑 계속 이러고 있을까?” 촌뜨기 같은 옷차림 속에 이런 반전의 몸매가 숨겨져 있었다니. 무혁은 여유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직전이었다. 골격이 여리면서도 균형이 잘 잡힌 몸은 비율이 훌륭했고, 산 생활로 다져진 생활 근육 덕에 허벅지도 탄탄했다. 일자로 뻗은 둥근 어깨, 소담하게 차오른 가슴, 굴곡이 또렷한 허리 라인. 그리고 그 아래에 드러난, 털 한 가닥도 나지 않은 은밀한 둔덕. ‘고문도 이런 개 같은 고문이 없네.’ 늘씬한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무혁은 어둠 따위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양 여자를 태울 듯 훑었다. 마음 같아선 온몸 구석구석을 핥은 뒤, 그녀의 아래가 흠뻑 젖다 못해 흐드러지도록 박고 싶었다. 무혁은 상처가 나지 않는 반대쪽 목덜미를 잘근거리며 엉덩이를 쥐었다 벌리길 반복했다. 어느새 애액으로 젖은 밀지에서 찌걱찌걱 소리가 났다. 고작 키스로 젖기는. 비웃음으로 넘기기엔 무혁에게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리였다. 당장 고개를 파묻고 씨가 말라 버릴 때까지 핥고 싶은 충동이 솟았다. 하임이 아프지만 않았다면 기어이 그녀를 제 입맛대로 취했을 터였다. “어떡할까요, 하임 씨.” “하으으…….” “음? 셋 셀 동안 대답 안 하면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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