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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57화


57. 무혁이 그간의 정황을 알렸을 때, 소진은 이미 중성의 실종 소식을 들은 뒤였다. 진실을 알게 된 후 그녀의 감정은 슬픔에서 분노로 동전 뒤집히듯 바뀌었다. 자신이 진짜 연인이 아니었다는 배신감, 접근의 목적이었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좌절감. 그 모든 게 한꺼번에 터졌다. 게다가 중성으로 인해 NEXA 요원들이 살해당하고, 무혁이 죽을 뻔했다는 것까지 겹치자 소진의 분노는 방향을 잃은 듯 보였다. 중성을 진심으로 사랑한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자책감에 허덕였다. 무혁은 소진의 실수를 문제 삼는 대신 그녀를 하임의 옆에 두고자 했다. 가사 도우미로 위장한 요원을 곁에 둬야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안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방하고 쾌활한 성격이라 하임과도 금방 친해질 것 같았고. 처음엔 그의 제안을 대놓고 비웃던 소진은, 복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의 가까이에 있으면 어떻게든 중성을 마주치게 되거나, 그가 중성을 조지는 걸 지켜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후자라면, 그녀로선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소진은 장기 휴가를 신청하고 이곳으로 왔다. 이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사이라며 무혁에게 다짜고짜 말을 놓았다. 그는 딱히 그녀의 태도를 지적할 이유가 없었다. 제 필요만 충족해 준다면 어떻게 굴든 관심이 없었다. 소진이 하임에게 본인을 디자이너라고 한 것도 작전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평소 쓰던 가짜 신분으로 자신을 소개했고, 실제로 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친언니의 정보를 그대로 빌려 썼다. 거짓이었지만 완전히 허구는 아니었다. 무혁이 건넨 새로운 정보를 훑어보던 소진은 이마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이중성 그 개새끼, 아니, 리충성이라고 해야 하나. 하, 리충성이라고 부를 때마다 내가 간첩이 된 기분이야. 그런 새끼가 좋다고 시시덕댔으니 간첩 짓한 거나 마찬가지긴 하지. 나도 죽일 년이네…….” 자괴감에 빠져 실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무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건?” “전(前) 신철민 대령에 대한 흔적을 전부 모아.” 무혁이 소진의 앞으로 태블릿을 밀었다. 화면에는 일정표와 몇 개의 키워드가 정리돼 있었다. “자문 위원으로 이름 올린 회의들. 민통선 해제 이후, 특히 안전 재분류가 빠르게 통과된 건 위주로.” 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문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의 흐름을 살펴봐야겠더군. 액수는 중요하지 않으니 항목과 시기만 봐. 정기적인지 아니면 특정 시점에 몰려 있는지도.” “공식 일정 외에 회의 전후에 접촉한 인물들도 추적해 봐야겠네.” 무혁이 고개를 가볍게 주억이자 소진도 숨을 고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방향은 잡힌 듯한 얼굴이었다. “알았어. 참, 근데 그 지하에 있는 놈은 대체 어디에다가 써먹으려고?” “미끼든 열쇠든,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겠지.” “의외로 인질 대접이 꽤 후하네? 삼시세끼 다 챙겨 주는 걸 보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하임이가 하루타의 존재에 대해 절대 알아선 안 돼.” “알았다니까. 하, 한 번 더 그 말 들었다간 귀에 딱지 생기겠네.” “그만 가 봐.” “네, 고용주님.” 소진이 가방을 어깨에 메며 싱긋 웃었다. 곧 집 안이 고요해지자 무혁은 지하실 입구를 서늘히 일별하고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 * * 무혁은 반쯤 젖은 머리칼로 침대 곁에 섰다. 깊이 잠들어 있는 하임의 숨결은 고요했고, 얼굴에는 아무 긴장이 서려 있지 않았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서 그 얼굴을 내려다봤다. 무혁이 하루타의 처분을 계속 미루는 이유에는 하임이 있었다. 청각 공명 증후군. 봉주에게서 정확한 병명을 듣고 과거 사례를 조사해 보았으나 사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하루타가 하임의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 때문에 당장 그를 죽이기가 꺼려졌다. 하임이 예기치 못한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지, 무혁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의 기준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통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무혁은 그녀가 다른 또래 아가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조용한 공간에서만 숨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삶. 자연스레 사람들 틈에 섞여 일상을 보냈으면 했다. 살짝 말려 있는 이불 가장자리를 펴 주던 순간, 잠결에 뒤척이던 하임의 눈이 반쯤 게슴츠레하게 뜨였다. “흐으음…… 어……?” 무혁의 그림자를 발견한 그녀가 눈을 비비며 잠을 쫓았다. “무혁 씨……?” 잠기운에 갈라진 목소리에 그는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반응했다. “맛있는 디저트 사 왔는데.” “디저트요?” “저번에 과일이랑 크림 모찌 먹고 싶다고 했잖아.” 하임의 눈에서 순식간에 잠기운이 걷히자 무혁이 피식 웃었다. “엄청 먹고 싶었나 보네.” “네. 근데 저녁을 많이 먹어서 아직 배가 부르긴 한데…….” “그래?” 무혁이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훑는가 싶더니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소화 좀 시키고 먹어야겠군요. 마침 나도 내 디저트가 당겼거든.” “……?” 아리송한 눈으로 올려다보던 하임은 곧 그의 말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상의를 목까지 들춘 그가 드러난 가슴을 입안 가득 삼켰다. 시작부터 강하게 문대고 흡입하는 탓에 하임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무혁은 삼켜도 삼켜도 없어지지 않는 크림빵을 음미하다가 우뚝 솟은 유륜을 깨물었다. “아.” 그가 혀로 부드럽게 핥다가 그 주변을 혀끝으로 둥글게 감쌌다. 잠깐이나마 느낀 한기가 걷히고 갑자기 몸이 후덥지근해지는 것 같았다. 이내 축축한 혀가 명치와 배꼽을 지나 점점 아래로 향하자 그녀의 낯빛에 긴장이 서렸다. “흣, 무혁 씨…….” “달아.” 무혁이 이번엔 손으로 노골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아랫배에 입술 도장을 찍었다.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이 살결을 뭉개자 하임의 신음이 한층 밭아졌다. 무혁이 손만 대도 예민하게 느끼는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천천히 손가락 사이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감촉을 느끼자 그가 낮게 잠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주인한테 예쁨받는 개새끼가 된 기분이네.” “…….” “좋단 뜻이야. 일평생 눈엣가시 취급받았거든.” 무혁이 탄력 있는 살결을 으스러트릴 듯 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하임의 배꼽 주변에는 짙은 분홍색 낙인이 하나씩 늘어 가고 있었다. 그는 달콤한 살 내음에 취해 골반 주변에도 제 흔적을 남기며 하의를 한꺼번에 내렸다. “어, 아, 안 돼요…….” “하아.” 단내, 씨발. 무혁이 약에 취한 사람처럼 탁한 숨을 내쉬며 사타구니에 코를 박았다. 갑자기 발정 난 짐승이 된 양 식욕과 갈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안 된다면서 벌써 젖으면 어떡해. 음?” 가는 허벅지를 활짝 벌린 무혁은 작은 열매 같은 음핵을 빨기 시작했다. 혀끝으로 굴리며 뽑아낼 것처럼 흡입하자 열매가 금세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흣.” “여기는 좋다잖아, 하임아.” 하체에 저릿한 전기가 퍼지는 느낌에 하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무혁에게 길들여진 몸이 애무에 착실하게 반응하며 더 많은 애액을 흘려 댔다. 무혁은 음미하듯 젖은 소음순을 연달아 핥아 올리다가 중지와 검지를 밀어 넣었다. 입구 주위를 가볍게 들쑤시며 침범하자 미끄러운 액체가 손가락을 적셨다. “흐으응…….” 질벽을 휘젓듯 긁어낸 뒤, 손가락을 쭉 뺀 그는 점성 있는 애액이 거미줄처럼 쭈욱 늘어나는 걸 만족스럽게 보았다. 보란 듯이 제 입에 넣고 맛을 보자 하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휙― “……!” 순식간에 하임의 몸을 뒤집은 무혁은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게 한 뒤 그녀의 등을 내리눌렀다. 그는 제 눈앞에 훤히 드러난 음부를 곧장 정신없이 핥아 대기 시작했다. 이내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리며 구멍에 혀를 밀어 넣자 그녀가 격한 신음을 터트리며 버둥댔다. “가만히.” 너무나도 쉽게 제지한 무혁은 질구 안에 고여 있는 물까지 전부 훔쳐 내고 귀엽게 벌름거리는 또 다른 구멍 주위도 혀로 문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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