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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58화


58. “하으읏……!” 수치심을 동반한 쾌감에 취한 하임이 고개를 저었으나 들어줄 리 없는 무혁이었다. 그는 이보다 더 저열하고 음탕한 짐승은 없다는 듯 더 집요하게 그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무혁은 교성 같던 신음이 울음으로 바뀌고 나서야 하임을 놓아주었다. 헉헉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의 시야에 굵고 뭉툭한 페니스가 들어왔다. 긴장한 눈으로 보자 그가 여유롭게 웃으며 선단을 슥, 훑었다. “왜. 내 것도 맛이 궁금해?” “…….” 평소였다면 대단히 기겁했을 만한 질문이지만, 흥분으로 달아오른 하임은 정신이 반쯤 혼몽해진 상태였다. 무혁에게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져서 그런지 별안간 위험한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눈빛을 읽었는지 무혁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는 속내를 꿰뚫을 것처럼 그녀를 빤히 응시하다가 기가 찬다는 듯 시크한 헛웃음을 흘렸다. “우리 하임이 많이 컸네. 좆 보고 입맛 다실 줄도 알고.” “입맛 안 다셨는데…….” “눈으로 벌써 맛보고 있잖아.” 하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으나, 고개를 돌려도 시야 끝에 페니스가 까딱거리는 게 보였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아 버리자 그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자꾸 귀엽게 굴면 내가 더 괴롭히고 싶은데.” 하임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돌리려다가 뒤통수가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이내 눈꺼풀을 열기도 전에 무언가가 입술을 꾹 눌러 왔다. “벌려 봐요.” 느른한 명령에 홀린 듯 입술이 벌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그의 것이 제 입안을 채우자 당황한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최대한 벌리고 있어. 이 닿지 않게.” 기둥은 조그만 입에 비해 너무 크고 길었다. 무혁이 하임의 머리를 받친 채 느리게 골반을 움직이자, 귀두가 목구멍을 슬쩍 건드렸다가 떨어졌다. 의외로 겁먹지 않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그가 좀 더 깊숙하게 입안을 찔렀다. “……!”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놀란 하임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혁은 달래듯 머리칼을 살살 어루만지며 덧붙였다. “코로 숨을 쉬어야지.” 시작한 이상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그는 몇 번 더 허리짓을 반복했다. 부드럽게 왕복하다가도 이따금 짓궂게 목구멍을 찌르자 그녀의 입 주변이 타액과 쿠퍼액으로 흥건해졌다. “우웁, 웁, 하아…….” 하임은 어느새 눈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한숨 같은 무혁의 신음에 다리 사이가 젖어 가는 게 느껴졌다. 저도 그를 흥분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잔잔한 쾌락과 갈증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한껏 풀린 눈으로 아랫도리가 간지러운 사람처럼 꼬물거리자 무혁이 그녀의 턱을 조금 우악스레 쥐었다. “그 야한 눈빛은 뭐야. 박아 달라고?” “…….” 하임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거칠게 뭐라 중얼거린 무혁이 그녀의 발목을 한계까지 쥐어 벌렸다. 딱딱한 기둥이 예고 없이 소음순 날개를 가르고 들어오자 하임의 잇새로 거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여린 점막이 선단을 조여 오는 느낌에 그가 접합부를 노려보듯 내려다보며 자궁 끝까지 쳐올렸다. “하아앙……!” 눈앞에 번개가 튀는 것 같은 자극에 하임이 시트를 부여잡았다. 나날이 거칠어지는 잠자리가 버거우면서도, 본능적으로 그가 할 행위들에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언제 이렇게 음탕해졌을까, 우리 순진한 산골 아가씨가.” 퍽, 퍽― 무혁이 도통 가라앉지 않는 클리토리스를 꼬집으며 피스톤질에 속도를 더했다. 하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며 찍어 내리는 탓에 삽입 초반부터 절정이 찾아왔다. “제, 제발, 흣, 천천히…… 흐응!” “적당히 물어야 내가 조절하지.” 무혁이 반동으로 흔들리는 가슴을 터트릴 듯 주무르며 덧붙였다. “음? 하임아. 지금 내 좆을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게 누군데.” 그는 오히려 스퍼트를 올리며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하임의 눈물을 혀로 훔쳐 냈다. 연달아 압력을 실어 강하게 쳐올린 탓에 애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허벅지를 적셨다. 하임이 다급히 도리질 쳤다. 음흉한 호기심을 품은 걸 후회했으나 이미 늦은 터였다. 결국 온몸이 땀으로 젖을 때까지 무혁과 뒹굴어야 했던 그녀는, 디저트를 맛볼 새도 없이 새벽녘이 되어서야 기절하고 말았다. * * * 어느덧 하임이 안전 가옥에도 온 지 꽤 여러 날이 지났다. 그녀는 슬슬 바깥이 궁금해졌지만, 무혁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기에 외출하고 싶다는 말을 꾹 삼켰다. 일평생 산을 타다가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답답한 건 사실이나, 그래도 소진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 크게 괴롭지는 않았다. 그녀는 예상보다 더 만담꾼이었고, 하임이 집에서 무료해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써 주었다. 새벽에 나갈 일이 없는 탓에 하임은 점점 기상 시간이 늦어졌다. 그래 봤자 남들보다 살짝 늦게 깨는 정도지만 그녀의 일상에선 꽤 큰 변화였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봉주와 삼동이와 연달아 안부 통화를 마친 하임은 방을 나섰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에 스치자 갑자기 식욕이 솟았다. 소진은 요리 실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몇몇 음식은 시판 제품을 사용한 거라고 했다. 요즘엔 종류별로 무척 잘 나온다더니 살짝 손만 보거나 가열만 해도 먹을 만했다. “우와, 이건 무슨 냄새지?” 1층으로 내려가자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온 집 안에 가득 퍼져 있었다.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소진이 하임을 보며 싱긋 웃었다. “굿 모닝, 하임 씨. 잘 잤어요?” “안녕하세요, 언니. 빵 냄새가 너무 좋아요.” “배고프죠? 거의 다 됐으니까 잠깐 기다려요.” 소진이 노릇하게 구워진 사각형 빵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스쿱 떠서 올려놓았다. 하임은 그녀가 그 위에 과일 조각과 견과류로 마무리하는 걸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허니브레드라는 건데, 이것도 안 먹어 봤어요?” 카페에서 흔히 파는 메뉴인 줄도 모르는 하임이 당연하다는 양 고개를 끄덕였다. “식빵을 두껍게 잘라서 9등분 하고, 먹고 싶은 토핑 올려서 먹는 거예요. 갈릭 허니브레드를 만들까 하다가 하임 씨는 단 걸 더 좋아할 거 같아서 캐러멜 맛으로 했어요.” 직접 베이킹까지 하기엔 무리다 보니 새벽 배송으로 빵과 재료를 시켰다고 했다. “하임 씨, 계피 좋아해요?” “네. 할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어릴 적부터 수정과 자주 먹었어요.” “그럼 위에 시럽이랑 시나몬 파우더도 살짝 뿌려 줄게요.” 곧 완성된 요리가 테이블에 놓이자 하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소진은 별거 아닌 메뉴들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귀엽게 보며 아이스 모카도 만들어 주었다. “오늘은 에스프레소 반 샷 더 넣었는데 너무 쓴 거 같으면 말해요.” “괜찮아요, 저 이제 커피도 많이 적응했는걸요. 곧 아메리카노도 마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풋. 그래요? 처음엔 한입 먹고 오만상을 다 짓더니 벌써 도시 아가씨 다 됐네.” 평생 믹스 커피만 타 먹어 본 하임에겐 매일매일이 신세계였다. 곧 아이스크림을 얹은 허니브레드를 크게 한입 넣은 그녀는 입안에 퍼지는 복합적인 달콤함에 토끼 눈을 떴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TV에서도 가끔 봤지만 우리나라 카페에는 맛있는 디저트가 무궁무진하게 많은 듯싶었다. “어때요? 너무 달지는 않아요?” “전혀요. 너무너무 맛있어요!” “많이 먹어요. 나도 하임 씨 나이 때는 단 거 좋아했는데, 이제는 너무 달아서 못 먹겠더라고요. 다 살로 가는 나이이기도 하고.” 하임이 허니브레드 한 접시를 해치우는 동안, 소진은 과일과 아메리카노로 가볍게 때웠다. 일하려면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했던 하임과 달리, 그녀는 원래 아침 식사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하임이 식사 후에 씻으러 갈 때마다 소진은 잠시 바깥에 다녀오곤 했는데, 돌아오면 그녀에게서 풍선껌 비슷한 향이 났다. “어? 오늘은 베리 향이다.” “뭐가요?” “언니한테 베리 맛 풍선껌 향이 나서요. 향수 아니고 껌인 거죠?” 소진이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본인의 옷자락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냄새 많이 나나요?” “조금요. 그래도 달콤하고 좋기만 한데요? 풍선껌 좋아하시나 봐요.” “이건 전자…… 아니, 맞아요. 하임 씨 보기보다 개코네요.” 왜인지 조금 멋쩍어 보이는 소진은 씻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임은 그녀가 건네준 잡지를 흥미롭게 정독하며 요즘 트렌드에 대해 알아 가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고막을 스치는 소리에 페이지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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