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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63화


63. -피경호인 자택에 외부인 접근. 최소 3명 이상. 무혁의 시선이 곧바로 지도 위 봉주의 자택 위치에 꽂혔다. “즉각 대응해.” -불가합니다. “어째서.” -피경호인이 개입을 거부했습니다. 접근 금지 지시가 떨어져서 대기 중입니다. “미친 새끼들아. 그걸 곧이곧대로 따라?” -죄송합니다. 선배님께서 너무 완강하셔서 설득이 어려웠습니다. 무혁의 눈썹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노인네가 또 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싶었다. 봉주를 전설처럼 들어 온 요원들은 그를 단순한 피경호인으로 취급하지 못했다. 상관이나 마찬가지인 대선배, 혹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피경호인 생체 반응 이상 생기면 즉시 진입해. 직무 위반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노인네 말은 절반만 듣는다.” 그는 대기 중인 A조에게 즉각 명령을 내렸다. “열화상 드론 띄워. 집 반경 200미터 스캔해.” -정환이가 운용 중입니다. 곧 영상 전송될 겁니다. 무혁은 금세 A조로부터 넘어온 영상을 확인했다. 겨울이라 지표면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사람의 열원은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구분됐다. “…….” 봉주의 집을 확대하자 내부에 여러 개의 열점이 잡혔다. 최소 세 명. 하나는 낮은 위치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었고, 나머지 둘은 일정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경호 인원이 취할 배치와는 달랐다. 마당 뒤편 수풀 가장자리에서도 미세한 열 반응 하나가 추가로 포착됐다. 고정 대기 중인 인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기업 후원 행사라는 명목으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외부로 빠져나간 날. 무혁은 그들이 움직이는 날이 오늘일 거라 판단하고 판을 열어 둔 상태였다. 몸을 일으킨 무혁이 낡은 책상 위에 올려 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지퍼를 열어 탄창을 확인하고, 권총을 허리 뒤에 밀어 넣었다. 이어 방탄조끼를 걸치는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했다. “A조는 위치에서 대기. B조는 내가 확인한다.” * * * 그 시각,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을 맞게 된 봉주는 덤덤히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었다. “우리 직원을 공격한 게 당신이냐고 물었습니다.” 아시아 혼혈 외국계 남성은 물을 필요도 없이 통합 방산 평의회 소속이었다. 의연한 태도로 침묵을 고수하는 봉주의 태도에 그들의 기세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 “우리 직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싸늘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던 중, 남성은 봉주를 자극하려는 듯 어느 문서 한 장을 들이밀었다. “조사해 보니 고(故) 함명희 씨의 가족이시더군요. 임봉주 씨의 며느리이자 우리가 찾고 있는 새 실험체의 생모.” 숨길 의향도 없다는 듯 대놓고 ‘실험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봉주를 자극했다. 봉주는 평생 I.D.C로부터 하임을 숨길 수 없으리란 걸 예상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종이 위에 클립으로 고정된 며느리의 사진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이리 보니 하임이 클수록 제 엄마를 쏙 빼닮아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이들로부터 손녀를 지켜야겠다는 다짐 또한 확고해졌다. “우리 직원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장 임봉주 씨의 손녀분을 찾으러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진무혁이 손녀분을 데리고 있을 테죠.” “…….” “혹시 진무혁이 우리 직원도 데리고 있는 겁니까?” 이번에도 날카로운 정적이 이어졌다. 봉주가 입을 연 건 남성이 또 다른 문서를 들이밀려고 할 때였다. “쓰벌. 대답하기 싫다는 데 왜 자꾸 꼬치꼬치 캐묻고 지랄이여, 지랄이.”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그의 잇새로 신랄한 어조가 튀어나왔다. “근데 니놈은 목구멍에 치즈가 낀겨? 말하는 꼬라지가 하도 미끌미끌하고 느끼해서 못 들어주겠구먼.” “…….” “내가 니놈들한테 말해 줄 건 없으니께 고문을 하든 죽이든 마음대로 혀.” 철컥― 그를 가만히 쏘아보던 남자가 장전한 총을 봉주의 이마에 겨눴다. 지시만 떨어지면 망설임 없이 쏠 기세에도 봉주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임봉주 씨.” “그 주둥아리 좀 닥쳐 봐. 인간성 말아먹은 네놈들 때문에 소화가 안 되어서 자꾸 가스가 차니께.” 뿌우우웅― 때아닌 가스 테러에 남자들이 정색하자 봉주가 기가 차다는 듯 받아쳤다. “그러게, 왜 한창 밥 먹는데 쳐들어와서는. 쯧쯧.” “지금 우리가 장난질하는 거로 보입니까.” “야, 이 어린 노무 새끼들아. 그럼 니들이 다짜고짜 내 집에 쳐들어와서 총구를 들이미는데 다 늙은 노인네 장이 남아나겠냐? 씨펄, 그나마 바지에 똥 안 지린 걸 다행으로 알어.” 뿌우우우웅― 좀 전보다 더 과감한 배출에 집안에 지독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을 채운 썩은 달걀 냄새에 남자들이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얼굴을 붉혔다. 도저히 참기 힘들었는지 남자가 영어로 나머지에게 지시를 내렸다. {데리고 가.} 곧 두 명의 남자가 양쪽 팔을 붙잡아 일으키자 봉주는 참았던 가스를 마저 배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침입자들의 표정이 썩어 가는 걸 보며 그는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 {너희는 집부터 뒤져.} 이어진 명령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집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씨펄,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여!” 여태까지 여유를 잃지 않던 봉주가 갑자기 흥분하자 남자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그러자 부하들은 더 적극적으로 집을 뒤졌고, 금세 여기저기 난장판이 되었다. “왜 남의 집을 뒤엎고 지랄이여, 지랄이!” 씩씩거리며 노발대발하는 반응에 남자는 봉주를 붙잡고 있던 부하들까지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집 안에 무언가를 숨겨 놓은 게 분명하거니와, 노인네 하나 제지하는 건 혼자서도 충분했다. “빨리 썩 꺼지지 못해!” 혈압이 오른 탓에 봉주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남자는 나자빠지기 직전인 그를 성가시다는 양 관망하다가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여유작작한 모습으로 부하들을 지켜보던 중, 다리에 힘이 풀린 봉주가 앓는 소리를 내며 항아리 단지 뒤로 무너졌다. “아이고, 하나님, 부처님. 저 죽일 놈들을 벌하여 주시오.”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 봉주를 흘겨보며 느긋하게 담배 연기를 내뱉던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집 안쪽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터졌다. 문짝이 바깥으로 튕겨 나오며 부서지고, 창문이 산산이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집을 뒤지던 이들의 몸이 그대로 충격파에 휩쓸려 벽과 기둥에 내던져졌다. “…….” 불길이 지붕을 뚫고 솟구치더니 연기와 화염이 한꺼번에 밀려 나와 안채를 집어삼켰다. 마당에 튕겨 나온 무언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남자의 발치에 떨어졌다. 흙바닥 위로 검붉게 그을린 손 하나가 굴러오자 그의 표정이 더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파편이 피부를 찢고 지나간 탓에 시뻘건 피가 남자의 눈썹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타오르는 집을 바라봤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안을 뒤지고 있던 부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너져 내리는 들보와 타들어 가는 목재 소리만이 거칠게 울렸다. 그때, 연기 속에서 봉주의 기침 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허…… 참.” 힘없이 쓰러져 있던 노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혼절할 것처럼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차디찬 그의 눈동자가 남자를 향했다. “그러게,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살면 벌을 받는 법이여.” “…….” “내가 니놈 새끼들 손에 내 손녀까지 잃는 일은 없을 거여.”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남자의 낯짝에서 모든 표정이 날아갔다. * * * 하임이 마을을 떠난 이후, 봉주는 집안 곳곳에 사제 장치를 심어 둔 참이었다. 방금 전 항아리 뒤로 쓰러지며 손을 뻗은 것 또한 우연이 아니었다. 숨겨 둔 기폭 장치를 누른 것뿐이었다. 봉주는 활활 타오르는 제 집을 바라보며 내심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당신…….”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문 남자가 순식간에 총을 꺼내 들었다. 푸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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