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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80화


80. “예뻐서는.” 순간 병원이라는 걸 망각한 무혁은 하임의 옷을 찢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터질 듯한 페니스에 욕을 중얼거린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몸을 반 바퀴 뒤집었다. 하임은 자각하지 못한 새에 하의가 완전히 벗겨진 상태였다. 무혁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골반을 슬쩍 띄우며 말했다. “내 위에 올라타요. 침대가 부실해서 내가 움직였다간 부숴 버릴 것 같으니까.” “…….” “얼른.” 위치를 맞춘 무혁이 내리누르자 귀두가 애액으로 젖은 구멍을 파고들었다. “……흐읏.” 성난 남근이 또렷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하임의 입술이 벙긋 벌어졌다. 시작부터 자궁 깊은 곳까지 그의 것이 느껴졌다. 애액이 윤활유 역할을 하는 덕에 오랜만임에도 삽입이 어렵지 않았다. “움직여요.” “……네?” “움직여 봐. 어서.” 무혁이 채근하듯 하체를 툭툭 쳐올리자 하임의 미간이 설핏 일그러졌다. “흣, 여, 여기는 병실인데…….” “자꾸 딴생각하지.” 그가 하임의 양쪽 골반을 쥐고서 유영하듯 앞뒤로 움직였다. 기둥을 조이는 압력에 불순한 욕구가 끓어올랐다. ‘개새끼들 그냥 다 죽여 버릴까.’ 지금도 입을 다물고 있을 놈들이 떠오르자 화가 치밀었다. 무혁은 실수인 척 약물을 치사량 이상으로 주입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차라리 놈들이 뒤져 버리면 저도 하임과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날 터였다. 돈도 제법 모았겠다, 당장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아무도 안 들어올 거니까 집중해요. 방해하지 말라고 이미 말해 놨어.” “하으응…….” 들키면 어쩌나 싶은 불안함은 사라졌으나 혹시나 제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갈까 싶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무혁이 이끄는 대로 허리를 들썩이자 정신이 혼미해지며 눈앞에 섬광이 튀었다. “옳지.” 허리를 쓸며 올라간 무혁이 가슴을 반죽하듯 주물렀다. 오랜만의 정사에 그 또한 이성이 휘발되기 직전이었다. 눈에 거슬리는 환자복만 아니었다면 하임을 어떻게 다뤘을지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었다. “후우.” 접합부 틈에서 애액이 질척하게 튀었다. 무혁은 당장이라도 위에서 사납게 찍어 내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는 하임이 기진맥진할 때까지 허리를 움직이게끔 반강제로 이끌다가, 그녀가 기력을 다하자 본격적으로 골반을 쳐올리기 시작했다. “흐으읏……!” 규칙적이면서도 찌르듯 꽂히는 페니스의 움직임에 하임의 눈가에 습기가 고였다. 아래에서 무섭게 치받는데도 무혁은 호흡 한번 헐떡이는 일이 없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어마어마한 체력이었다. 하임은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쾌락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이건 또 뭔 고문이야. 음?” 또 사람 꼴리게 하네. 이보다 더 거칠 수 있나 싶었던 추삽질이 더 거칠어졌다. 그녀는 몸이 제 것이 아닌 것처럼 흔들리는 와중에도 신음을 참으며 숨죽여 흐느꼈다. 숨이 턱턱 막혀 오는 느낌에 마구 도리질 치다가 무혁의 위로 엎어지자 그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흣, 그, 그만…….” “그만?” 픽 웃은 무혁이 하임의 등을 감싸안고서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오빠가 끝나야 끝나지, 하임아. 음?” “하으으…….” “혼자만 가면 되겠어, 안 되겠어.” 이내 그는 그녀를 숨이 막힐 정도로 끌어안은 채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밑동이 질퍽해진 음부를 때리며 난폭한 교접을 이어 갔다. 하임은 아래가 눅눅하다 못해 질펀하게 녹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헐떡였다. 몇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질구를 관통하던 페니스에서 정액이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무혁은 여운으로 바들바들 떠는 하임의 등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약 기운과 섹스의 여파로 기진맥진한 그녀는 후희를 즐길 틈도 없이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머리통에 가볍게 입 맞추었다. “씻겨 줄 테니까 졸리면 자요.” “……우으응.” 무혁은 옹알이처럼 뭐라 입술을 벙긋거리는 하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정확히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마지막에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는 한 마디에 그가 멈칫했다. “우으음, 무혁 씨 너무 좋아…… 사랑해요.” “…….” 무혁은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까무룩 놓아 버린 여체를 한동안 더 쓰다듬다가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 * * 문 하나를 더 지나자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복도는 소리를 삼키듯 고요했고, 벽에는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었다. 일정 간격으로 박힌 CCTV와 출입문마다 달린 카드 리더기, 이중 잠금장치까지. 외부 동선과 완벽하게 분리된 구역이었다. 마지막 문 앞에 멈춰 선 무혁은 카드를 찍고 짧은 코드를 입력했다. 잠금이 풀리고, 그는 더 단순한 공간에 발을 들였다.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벽면에 붙은 관찰용 거울. 일정하게 내리쬐는 빛이 그 아래 앉아 있는 사람을 겨냥하듯 내리눌렀다. 중성은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오늘도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광대뼈 쪽은 짙게 멍이 번져 있었고, 입가에는 터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피가 마른 흔적이 선명한 걸 보아 소진이 또 취조를 핑계로 다녀간 듯했다. 상처가 나을 만하면 다시 두들겨 패 놓는 그녀의 성질머리에 무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가 맞은편에 앉자 중성이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시선이 맞물리자 늘 그랬듯 냉랭한 정적이 흘렀다. 중성의 시선을 받아 내는 무혁의 얼굴엔 그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중성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버텼다. 며칠째 같은 상태였다. 묻는 말에는 입을 열지 않았고, 약물을 써도 반응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정신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버티려 드는 데다가 몇 번은 아예 혀를 깨물려는 시도까지 했다. 동료였던 시절부터 중성이 얼마나 독하고 질긴 새끼인지 봐 온 무혁은 놀라지 않았다. 더는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요 며칠 사이에 무혁의 손에 들어온 자료가 하나 더 있었다. 그간 두루뭉술하게나마 알고 있던 과거 사건을 상세하게 파고든 터였다. 원래라면 열람 자체가 불가능했을 영역이지만, 무혁은 이번 사건으로 승진이 확정된 참이었다. 그는 공식 승진을 앞두고 설득을 빙자한 협박으로 종만을 구슬려 권한을 끌어올렸고, 그에 맞는 열람 권한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무혁은 말없이 서류철을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중성은 텅 빈 눈으로 서류철 커버에 적힌 문서 코드를 응시했다.   NEXA/OPS-77-0419-A   “청명국 비인가 인원 제거 작전. 네 부모가 사망했을 당시 내부에서 처리된 기록이다.” 짧게 떨어진 말에 중성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곳에 끌려온 이후 그가 처음으로 드러낸 균열이었다. 무혁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열람 제한 1급 기밀문서지. 여기에 담긴 진실이 지금보다 널 더 가엾고 초라한 새끼로 추락시켜 줄 테고.” “…….” “왜. 여기서 더 추락할 곳이 없을 줄 알았나?” 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중성을 싸늘히 응시하다가 서류철을 제 앞에 가져왔다. “그렇다고 이 비싼 정보를 배신자 새끼한테 공짜로 알려 줄 순 없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혁이 중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와당탕탕―! 취조실 안에 둔탁한 소음이 울렸다. 의자가 미끄러지듯 넘어지며 중성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저벅저벅 다가간 무혁은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상체를 억지로 끌어 올렸다. 주먹을 한 대 더 꽂자 중성의 입가에서 피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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