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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하진토끼, 묶어주세요!


“의(義)가 무엇입니까.” 심민우가 난데없이 물었다. 질문은 잔잔했지만, 내 속 어딘가를 정면으로 찔렀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말이 늦어진 건 단지 기억 때문이었다. 정수정. 그날, 그녀를 안지도 못한 채 이별을 받아들였던 그 순간. 사랑했지만, 제도의 벽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물러섰던 그 날. 그리고 이주영. 계산에 찌든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고 착각했지만, 실은, 내가 또 도망친 거였다. 상처받기 싫어서, 뭔가를 더 깊게 받아들이기 겁이 나서. 그 모든 생각을 밀어넣고, 나는 한마디로 잘랐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남자답게 쑤셔 박을 수 있는 용기. 그게 의입니다.” 심민우는 술잔을 내려놓고 웃었다. 그 웃음엔 뭔가가 터지는 시원함이 섞여 있었다. “하하하… 맞습니다. 공자왈 맹자왈 떠드는 허울 좋은 말만 들으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통쾌한 대답은 오랜만이군요.” 그는 손을 탁 내리쳤다. “제도에 의해 강제되는 이별. 사랑해도, 박고 싶어도, 박지도 못하게 만드는 이 좆같은 시스템.” 술기운이 오른 심민우의 눈이 반짝였다. “진태유 동지. 지금 방금, 후련하게 말씀 하셨습니다.” 그가 또 물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진태유 동지께서 사랑하는 여자는 몇 명입니까?” 정수정. 미치도록 사랑한다. 민하진. 지금… 내가 미쳐있다. 시아와 아린. 물론 사랑한다. 그럼 네 명일까? 나는 조용히 술 한잔을 더 비웠다. 앞으로 만날 여자들. 나는 또한 그녀들도 사랑할 것이다. “백명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하하!! 진짜 사내구려!” 심민우는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진태유! 당신은 정말 호쾌합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한 번 두드리며 외쳤다. “그깟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느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 제도. 이 미친 체제를—이제는 부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김영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민우는 다시 나를 보며, 목소리를 낮췄지만, 그 안엔 진심이 묻어 있었다. “당당한 사내가 여러 여자를 사랑하고, 책임질 줄 아는 제도. 우리 서명은 그걸 일부다처제라고 부릅니다.” 나는 말없이 잔을 비웠다. 그리고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 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서명의 오랜 고민 하나.” 그는 천천히 단어 하나씩 꺼냈다. “F등급 폐지. 불임 여성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품는 구조.” 그는 약간 몸을 숙였다. “이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한 진태유 동지의 혜안에 저는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 일본 여자를 생각해내시다뇨! 당신은 제갈량입니다.” 눈동자가 떨렸다. 진심이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잠시 말이 끊겼다. 그리고 그가— 느닷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저에겐 제갈량이 필요합니다.” 김영선이 놀란 듯 바로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그 뒤에 있던, 턱수염 가득한 남자도 조용히 바닥에 몸을 숙였다. 나는 어리둥절한 채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이 내게 왜 무릎을 꿇는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심장이, 그 순간 확실히 뛰었다.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나도… 잔을 내려놓았다. “저도 심민우 의장님과 뜻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나 역시,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나는 서명의 일원이 되었다. 서명 최고위원회의, 정보부 최고위원. 그게 내 직책이다. 서명은 전국에 6000명이 넘는 비밀요원들이 활동하는 거대 조직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보부 최고위원은 서명 내에서, 비상 승계서열 6위의 최고위급 직책이다. "앞으로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정보위 부위원 박정우입니다. 앞으로 정보위원회의 400명의 동지들은 진태유 최고위원님의 말씀을 따를 것입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턱수염 사내, 박정우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김영선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정보위 소속이며, 서울 강남지부장입니다. 정식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모두 그날 밤 술에 취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심민우가 뜨거운 녹차를 들고 들어왔다. "의장님이 이런 것도 직접 하십니까?" 내 질문에 심민우가 인자한 미소를 띄었다. "제 몫의 일은 제가 해야지요." 진짜 리더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깊은 곳에서 존경심이 일었다. "의장님, 서명의 자금사정은... 괜찮은가요?" 심민우가 살짝 웃었다. "언제나 부족하죠. 조직이 커질수록 더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30억 정도가 있습니다." 한 템포 늦게 이어붙인 말. 사실 아직 40억의 돈이 내게 남아 있었다. ‘그중 10억은 제가 삥땅칩니다’라는 말은 삼켰다. 나도 먹고 살아야지~ 나는 진정한 리더는 아니다. 심민우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에는, 나에 대한 진심 어린 경외감이 담겨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KSL로부터 받은 돈입니다. 그들이 사용처를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 비밀 조직원들이 연계하여 운영하는 구매처를 통해 장부처리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상적인 사용으로 보일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ㅡㅡㅡㅡㅡ 심민우는, 내가 탄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 김영선이 운전을 하고 박정우와 내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박정우로부터 조직 내부의 여러 보안사항, 조직의 규모와 접선방법, 크고 작은 사업들까지 세세한 설명을 들었다. 다만, 하나도 알아 듣지는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 제갈량이십니다. 이렇게 빨리 이해하시다뇨.." 한동안 설명을 들은 후 나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출산정보시스템을 띄웠다. 이소은의 기록. 여전히 ‘가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등급은, F. “박정우 부위원님” “예, 최고위원님.” “출산정보시스템에 들어가 봤는데요. 거기선 등급 조작이 아예 안 되더군요. 근데, 제 친구 이소은은… 가임이면서 F등급입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박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등급이나 평가점수 같은 핵심정보는 수정이 불가능 합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예전 마스터였던 김도훈이 애초에 자기 등급부터 올렸을 겁니다., 씨도둑질까지 하면서, 시스템 바깥에서 애를 쓰진 않았겠죠.” “그럼… 이소은의 경우는?” 박정우는 손을 모은 채 말했다. “출산정보시스템은 조회 중심 시스템입니다. 거기서 보여주는 가임여부는 임신검사처에서 보낸 데이터죠. 하지만 실제 등급 산정은, 별도의 등급산정 전용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있습니다.” “...즉, 원본 데이터는 가임이지만, 등급 산정용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건가요?” “예. 임신검사처 → 등급 산정 DB → 출산정보 시스템 이렇게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이동하는데, 그 중간 단계. ‘등급 산정 데이터’만 살짝 바꾸면, 시스템상 가임인데 F등급이 되는 거죠.” “실제 등급도 그걸 따라가고요?” “네. 출산관리국은 원본을 안 봅니다. 등급 산정 DB를 바라보고 출산정보시스템은 그걸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이소은은, 검사 때 실제로 가임이었는데, 시스템에선 불임으로 처리된 거군요.” “맞습니다. 이소은의 데이터는 김도훈이 조작했을 겁니다." "개자식" "명령만 하십시요. 김도훈이 출소하면 저희 조직에서 목을 따 버릴수도 있습니다." 목을 따버린다는 말이 살짝 무서웠다. ㅡㅡㅡㅡㅡ 그날 저녁 집은 더 무서웠다. 나와 같이 자겠다고 세 아내가 으르렁대고 있었다. 주먹만 들고 있지 않았을 뿐, 전쟁터였다. 셋이 엉켜 싸우는 걸 보고,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내가…지난달엔 시아한테 우선권을 줬지.” 모두 내 쪽을 돌아봤다. 하진의 숨이 멎은 듯 멈췄다. “그럼 이번달 우선권은 누굴까?” 조용한 정적.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섹스의 목적이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면… 임신이 목적이라면, 더 절박한 사람한테 줘야겠지.” 아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시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치만…” 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난 랑이랑 언제 해여…”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뚝— 떨어졌다. “나도… 하고 싶단 말이에요…” 나는 시선을 피했다. 말을 꺼내는 게 더 잔인할 수도 있겠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같이 하더라도… 사정은 하진이한테 할 거야. 미안해, 시아야.” 시아는 결국 흐느끼듯 울음을 터뜨렸다. 아린은 아무 말 없이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하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ㅡㅡㅡㅡㅡ 하진은 또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트렁크에서 계속 꺼냈다. 드레스룸 문이 열리자, 하진이 폴짝 튀어나왔다. 토끼귀 머리띠는 귀엽게 흔들렸고, 상의는 하늘색 브라탑. 하의는 허리까지 올라온 얇은 하늘색 팬티에 허벅지 스타킹을 매치한 코디였다. “짠~ 오늘은 하진토끼예요! 깡총깡총~ 자, 이제 묶어줘!” 나는 웃지도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진짜로 묶어?” 하진이 침대 위에 폴짝 올라갔다. 토끼귀 머리띠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난 변태 하진토끼예요! 꽁꽁 묶어줘. 꼼짝 못하게” 하진은 무릎을 세운 채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두 손을 각각 허벅지 위로 얹었다. “이렇게. 오른팔은 오른다리, 왼팔은 왼다리. 진짜 꽉 묶어줘. 움직이면 안 돼. 오늘은. 나 너한테 강간 당할꺼니까.” 이런, 미친... 년... 같아서, 더 예쁜... 년... 나는 실크끈을 들고, 먼저 오른팔목과 오른 허벅지를 묶었다. 하진이 짧게 숨을 들이쉬더니, 히죽 웃었다. “아앙.. 나 강간하려고 묶는거야?” “그래, 이 미친년아, 니 보지 이제 뒤졌어” 왼쪽도 같은 방식으로 고정하자 하진은 두 손이 다리에 붙은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다음, 나는 다시 끈을 꺼내 양 허벅지를 침대 프레임 양쪽에 각각 묶었다. 무릎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아아아앙… 이렇게나 귀여운 토끼를 정말 강간할꺼야?” "아이씨, 졸라 미치겠네..." "태유는 너무 나쁜 놈이야. 하진 토끼 강간하는 나쁜놈." 하진이의 표정만으로도 자지가 찢어질 것 같다. 저 년, 진짜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다. 저 조그만 머리 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 들어있는 건지, 뇌 구조가 매우 의심스럽다. 마약 복용 루머가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마약 했다고 소문 돌았었는데, 그거 진짜야?" "하진 토끼에게 마약은 태유 좆물이야~ 얼른 먹여줘~" 하진은 졸라 섹시하게 웃으며, 묶인 손을 움찔거렸다. “…손도 안 움직이고, 다리도 못 오므리고, 이렇게 수치스럽게 묶이고 나서… 강간 당할까봐 조마조마 하는 이 기분, 진짜 미치겠어. 토끼 보지에서 물 나와요.” "토끼 보지치고는 보지털이 너무 까맣게 많아. 음란한 연탄보지." "아앙~ 그래서 언제 강간할껀데?" 안방 문틈으로는 두 아내의 눈동자가 보였다. 이건 그냥 야한게 아니다. 뇌와 심장과 자지를 꿰뚫는 지독하게 정신나간 하진이의 사랑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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