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환영
21화. 환영
기사 아카데미.
벌써 졸업한 지도 한참 지났건만, 아직도 엊그제처럼 익숙한 장소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땅, 하늘, 건물, 세상 모든 것이 색을 잃은 채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게 무슨…….”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분명 방금 전까지 루멘시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갑자기 아카데미에 와 있는 거지?
아니 잠깐…….
그보다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그 순간이었다.
회색빛으로 보이던 건물들이 하나둘 원래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과 푸른 하늘.
햇빛에 반짝이는 창문들.
마치 처음부터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것처럼.
회색빛으로 보였던 건 착각인가…….
툭!
“야! 카엘. 여기서 뭐해?”
“어……. 루크?”
갑자기 복도에서 튀어나온 루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분명 얼마 전에도 본 녀석인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마치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처럼.
“뭘 그렇게 넋놓고 있어? 그보다 빨리 합동훈련이나 하러 가자고. 벌써 시간 됐어”
“아….”
합동 훈련.
그래.
오늘은 합동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진짜 오늘따라 왜이래? 빨리 가자고”
“아냐. 가자.”
나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그보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루크는 내 질문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샌님은 몰라도 좋아.”
“또 여자랑 하고 왔네. 그렇게 허리만 놀리다가 낙제해도 모른다고.”
“하하. 위험할땐 네가 있잖아. 제발 부탁이니까 낙제만 면하게 해줘.”
루크는 믿는다는 듯 웃으며 내 등을 팡팡 쳤다.
평소에 나는 훈련하느라 바뻐서 제대로 교우관계도 만들지 못했는데, 저 녀석은 틈만 나면 여학생들을 만나 문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곳에 시간 쏟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 1분 1초라도 훈련에 더 할애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렇게 결이 다른 녀석이랑 어떻게 친구가 된거지?
그건 나도 정말 미스테리한 부분이었다.
“그보다 오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합동 훈련이란 말이지….”
“왠일이야? 네가 훈련을 다 기대하고?”
나야 조금 더 강한 고학년과의 훈련 시간이라 조금 더 배울 점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훈련이라고 하면 질색을 하는 녀석이 왠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야 합동이잖아! 2학년 3학년도 같이 한다고”
“그러니까 그게……. 아! 하…. 넌 진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녀석이 진짜 원하는건 2,3학년의 여학생들이었다.
본인 주장에 의하면 벌써 1학년 여학생 절반과 관계를 맺었다고 하니, 이제는 그 범위를 고학년까지 넓힐 생각인 것이다.
“흐흐. 너도 들어봤을 거 아냐. 녹광의 발키리! 벽안의 북풍!”
녹광의 발키리.
벽안의 북풍.
이번 기수에서 가장 유명한 두 여학생을 뜻하는 별명이었다.
2학년의 녹광의 발키리.
3학년의 벽안의 북풍.
학년 수석을 달리는 최강자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그녀들과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말하는 의미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그녀들이 유명한 이유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녀들이 유명하고, 루크가 저렇게 안달이 난 이유는 모두 그녀들의 외모 때문이었다.
나 역시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직접 본 남학생들의 천박한 말을 빌리자면….
『보는 순간 발기가 된다.』
라고 할 정도의 외모라고 했던가.
도대체 그게 무슨 표현이냐고 물어봐도 다들 그렇게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래 봐야 넌 제대로 대련도 못 해서 말도 못 붙여볼 것 같은데?”
“괜찮아.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되니까.”
“윽…….”
불쾌한 소리를 참 잘도 한다.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그녀들은 이 아카데미에서 몇 안 되는 정조를 지키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었다.
아직까지 그녀들과 직접 관계를 맺은 사람은 없었고, 가끔 뜬소문만 떠돌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그녀들을 차지하는 사람이 이번 기수 최고의 승리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 옆의 루크도 마찬가지였지만…….
얼굴도 모르고, 대련이 아니면 남학생들과 말조차 섞지 않는다는 두 사람과 어떻게 친해질지는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기대되네.”
“그래.”
나는 그녀들의 실력이.
루크는 그녀들의 외모가.
각자의 동상이몽을 품은 채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1학년으로 입학한 이후 처음 있는 합동 훈련이라 그런지 넓은 훈련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익숙한 동급생들의 얼굴과 함께 낯선 얼굴들도 잔뜩 보였다.
그들 대부분은 이제 막 들어온 1학년들을 바라보며 비웃거나,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곤 했다.
“야야! 저기!”
그때 루크가 내 허리를 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은 3학년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는데 유독 한 곳만 사람 숫자가 적었다.
마치 그곳에 독이라도 뿌려 놓은 것처럼 듬성듬성 떨어져 서 있었다.
“아….”
그리고 나는 루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듬성듬성 서 있는 사람들 사이.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벽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
『보는 순간 발기가 된다.』
그 말을 했던 녀석의 심정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정말 발기가 된다는 건…….
“엇….”
“왜?”
“아, 아냐.”
아니.
잠깐만.
나는 바지춤이 불쑥 솟아오른 것을 느꼈다.
분명 그녀의 외모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몸매 역시 말도 안 될 정도로 육감적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오직 강해지기 위해 단련에만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가짐이 단 한 번에 무너질 정도라고?
아니…….
이건 그런 느낌이 아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흥분이 일어났다.
지금 그녀는 새하얀 3학년 제복을 입고 서 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내 눈에는 그녀의 속옷 차림이 어떨지.
그녀의 알몸은 어떨지.
눈부시게 새하얀 나신은 어떤 모습일지.
그런 광경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역시 너조차 눈을 못떼는구나.”
“…….”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다.
괜히 인정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후우….”
나는 깊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다간 오늘 하루 종일 훈련은커녕 정신조차 차리지 못할 것 같았다.
간신히 시선을 떼어냈다.
하지만 괴로운 건 눈만이 아니었다.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지만 다른 녀석들은 아니었다.
남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녀를 향한 음란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 평소였다면 그런 말들을 전부 무시했을 것이다.
이곳에 들어와서 여학생들을 희롱하는 말을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런 무리와 어울릴 생각도 없었고, 굳이 여학생들과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늘 여름철 매미 울음소리 듣듯 한 번 눈살만 찌푸리고 넘기곤 했다.
왜 오늘은 저 말들이 하나하나 귀에 박히는 걸까.
왜 가슴이 이렇게 화끈거리는 걸까.
왜 마음이 이렇게 어지러운 걸까.
“와씨…. 말이 되냐고 저 크기의 젖가슴이….”
“피부는 또 어떤데? 3학년 정복보다 더 하얗잖아?”
“미쳤다. 진짜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저 젖 빨아보고 싶은데?”
“나는 젖에다가 자지 끼워서 흔들고 싶다.”
“그걸로 만족이 되겠어? 저 엉덩이를 보라고 젖탱이가 크긴 한데 엉덩이도 장난 아니야!”
남학생들의 희롱에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저마다 눈살을 찌푸렸다.
다만 그건 혐오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질투심에 가까웠다.
대다수가 한두 번씩 연애를 해봤던 만큼,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그녀를 향한 질투심.
그리고 그 질투심은 곧 그녀를 향한 험담으로 이어졌다.
“나참. 소문이 사실이었네?”
“진짜 저런 몸이라니…. 아마 3학년하고 엄청 했을거야.”
“보지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했을걸? 저런 년들 잘 알잖아. 아닌 척하면서 뒤에서 대주는거…. 아마 저 멍청한 놈들한테도 조만간 다리 벌릴거야.”
‘저 멍청한’ 1학년 남학생들은 순간 여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곧 입을 다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마음껏 떠들고 싶었지만, 혹여나 그녀들의 심기를 너무 거슬렀다가 오늘 밤부터 독수공방하게 될까 봐 입을 닫은 것이다.
“허업! 카엘! 카엘 저기 봐바!”
루크는 갑자기 내 허리를 세차게 치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또 다른 미녀가 있었다.
이제 막 훈련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갈색 머리의 여자.
그 이명답게 반짝이는 녹빛 눈동자.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래,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몸매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방금 전 보았던 3학년의 미녀 역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외모였는데….
이쪽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전체적인 존재감만큼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침묵하고 있던 1학년들의 입이 불가항력의 몸매에 다시 열려버렸다.
“저게 사람이야 젖소야?”
“혹시 알아? 짜면 젖소처럼 젖이 나올지?”
“하아…. 뒤치기하면서 존나게 쥐어짜고 싶다! 시발! 도대체 왜 우리 학년엔 저런 가슴이 없는거야!”
루크는 내 어깨를 거세게 치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미쳤다. 카엘. 나 결심했어. 무조건 저 가슴 만져볼꺼야. 꽉 쥐어서 미친듯이 빨아주겠어.”
“하아…. 루크….”
“아니!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보지말고 상상해보란 말이야. 저 젖가슴을 한손으론 뭉개고 한손으로 쪽쪽 빨면…….”
녀석의 주접스러운 말에 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그 한순간의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괜히 더 눈쌀이 찌푸려지면서 가슴 한켠이 아려 왔다.
평소에도 수도없이 듣는 루크의 헛소리였는데…….
나는 애써 무시한 채 루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저 두 사람 다 남자한테 관심도 없고, 나처럼 훈련에만 집중한다는데? 네가 접근할 수는 있겠어?”
“크읏! 하지만….”
녀석은 분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2학년 선배 쪽에 가 있었다.
나는 녀석의 짧은 머리를 슥슥 헝클어뜨리며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헛시간 그만 보내고 나랑 단련이나 하자니까?”
가뜩이나 1학년들 중에 정상적인 아카데미 생활을 하는 애가 없었는데, 이참에 루크를 꼬셔서 훈련 파트너로 삼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훈련해서 저 선배한테 대쉬해보라고 하면…….
아니, 그건 조금 아닌가….
갑자기 그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다.
“카엘.”
그때 내 귓가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로제타?”
붉은 머리카락이 시야를 간질였다.
아름다운 녹빛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어느새 얼굴을 붉힌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으응….”
어제?
어제라….
아.
어제 로제타와 둘이서 밤늦게까지 훈련했었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에휴. 눈꼴시려워서. 난 더 가까이 가서 구경이나 하러 간다!”
루크는 내 허리를 툭 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로제타는 그런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한층 가까워진 그녀에게서 은은한 장미향이 느껴졌다.
“오늘도 같이 훈련할까?”
“그래도 괜찮겠어?”
“응. 나도 요즘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아카데미에서 진심으로 훈련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그녀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조금 시간을 빨리 돌려볼까?
“응? 로제타? 뭐라고 했……, 어라?”
분명 방금 전까지 눈앞에 로제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아카데미 복도를 걷고 있었다.
여긴 1학년 기숙사 구역인데…….
방금 전까지 합동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보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더라…….
“아.”
나는 이마를 짚었다.
제일 중요한 일을 까먹고 있었다.
로제타와는 늘 저녁 늦게까지 함께 훈련하며 서로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녀는 훈련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
오늘 역시 별다른 말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게 걱정돼서 직접 찾아가던 길이었다.
그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보다 최근의 로제타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어딘가 멍하고 이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져보였다.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피곤한 기색까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카엘. 도대체 너희 둘은 언제 사귀는 건데? 다른 놈이 채 가기 전에 얼른 고백하라니까?
문득 루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가 봐도 서로 좋아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질질 끌 거야? 로제타도 지금쯤 답답해 죽으려고 할걸?
그래.
여자 문제라면 루크가 나보다 훨씬 잘 알았다.
녀석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그럼 그녀도 내 고백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처럼 둔한 놈도, 여자에는 관심 없다고 하면서 훈련에만 매달리던 놈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로제타와 나는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지금 가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결심한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로제타의 기숙사 방.
복도를 따라 걸어가던 나는 마침내 그녀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 안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악❤️! 히이익❤️! 망가져엇❤️! 보지 망가진다고❤️! 끄으윽❤️!”
어라…?
“호오옥❤️! 호옥❤️! 자궁이 박살나앗❤️! 살려줘어어억❤️!”
퍽! 퍽! 퍽! 퍽!
…….
“씨발년! 음탕한 년! 내가 알아봤지!! 몇번 박아줬다고 벌써 걸레마냥 벌리는구나!”
“맞아❤️! 나 걸레야❤️! 그러니까 더 박아줘❤️!! 멈추지마앗❤️! 하악❤️!”
“오늘 아주 씹창내줄테니까 기대해!”
퍽! 퍽! 퍽! 퍽!
푸슛! 퓨슛!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눈앞의 문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방 안의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붉게 타오르던 눈동자는 어딘가 흐리멍텅한 채 흰자위에 뒤덮혀 있었다.
수줍은 말을 하던 입은 정액을 줄줄 흘리며 탕녀마냥 혀를 쭉 내밀었다.
그녀의 처음 보는 나신은 온갖 이빨 자국과 멍으로 가득 차 있었고 몸 어디 한군데 깨끗해보이는 곳이 없었다.
푹! 푹!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허리를 놀릴때마다 그녀의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며 자지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녀의 몸은 자지에 찔릴때마다 달달 떨리며 애액과 정액을 음부에서 폭발하듯 뿜어냈다.
“억❤️! 억❤️! 어억❤️!”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더 이상 신음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웠다.
“…….”
저 남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 2학년이나 3학년 선배겠지.
하지만 그게 지금 중요한가?
저 사람이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는 천천히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나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외부인일 뿐이었다.
그래.
돌아가자.
훈련장으로 가서 검이라도 휘두르든, 아니면 기숙사로 돌아가 일찍 잠들든,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명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몸은 마치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
나는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순간 굳어버렸다.
바지춤 아래가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뭐야…….”
목소리가 떨렸다.
눈앞에서 좋아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
그렇다면 화가 나거나 괴롭거나 슬퍼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귓가를 울리는 심장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점점 뜨거워졌다.
기이한 충동에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억❤️! 허억❤️! 흐으으아악❤️! 학❤️!”
푸슛!! 퓨슛!!
나도 모르게 바지를 내렸다.
붉게 충혈되어 빳빳하게 커져버린 내 자지를 잡고 멍하니 흔들었다.
눈은 방 안에 짐승처럼 교미하는 두 사람을 고정한 채 점점 손의 속도를 높여갔다.
탁! 탁! 탁!
거세게 손을 흔들며 눈 한번 깜빡 안하고 둘의 모습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다.
짐승이니까 저런 교미를 하는거다.
“하아…! 하아!”
숨이 거칠어진다.
사타구니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으으!!”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과 함께 자지에서 정액이 분출되었다.
“하아! 하아!”
“이런……. 많이도 쌌네?”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정신이 좀 들어?”
“당신은……. 루멘시아?”
“조금 환영이 쎘나? 물론 대부분은 네 기억으로 재구성된 과거야. 물론 네가 기억하는 것과 현실이 다르면 조금은 괴리가 생기겠지만…. 대부분은 들어맞을 거야.”
“이게 무슨…….”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원래 있던 그녀의 공방에 알몸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 자지를 만지며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자지에서 손을 떼며 방금 사정한 정액을 길쭉한 유리병에 담았다.
“거기 옆에 있는 천으로 좀 닦고 옷 입어줄래? 벗기느라 힘들었는데 다시 입히는 것까진 하고 싶지 않네.”
“아……. 네.”
나는 얼굴을 붉히며 옷을 빨리 입었다.
얼떨떨한 나에게 그녀가 다가와 홍차를 건넸다.
따뜻한 홍차를 마시자 두근거리던 가슴이 조금 진정된 기분이었다.
“갑자기 그런 환영을 보여줘서 미안해. 하지만 네 직접적인 반응을 끌어내야 정확히 알 수 있었으니까…. 뭐 젊을때 그렇게 사랑을 놓치는 것도 경험이지.”
“경험……. 하하…. 그렇죠. 지금은 크게 신경쓰진 않습니다.”
그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내겐 사랑하는 연인이 둘이나 있었으니까.
그것도 아카데미 시절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들….
처음 그녀들과 사귄다고 밝혔을 때 루크 녀석이 보였던 반응은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나왔다.
펄쩍 뛰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녀석.
특히 그동안 내 앞에서 그녀들에 대한 희롱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생각하면 더 그랬다.
녀석 입장에서는 자신이 희롱하던 사람이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이 되어 버린 셈이었으니까.
덕분에 그 순간 새하얗게 질려 버렸던 루크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표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음…. 하지만 저는 그 날 그냥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 그 앞에서 자위를 한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그래. 일단 네 말대로 확실히 심연의 사도와 접촉하면서 관음증이라는 도착증이 생긴 것 같아. 그게 내가 보여준 환상에 영향을 끼쳤고……. 그런데 정말 그거 뿐이야?”
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네토라레.
그걸 말하고 싶진 않았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연인을 남에게 안기는, 그런 병신같은 성취향을 가졌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네.”
“그래. 일단 여러가지 대처법이 있는데 가장 좋은건 해소 시키는거야.”
“해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음증에 대한 네 성적 충동을 만족시키면 어느정도 완화가 될거야.”
“만약……. 그냥 그대로 인내한다면요?”
“그럼 네 안에 있는 옛 신의 흔적이 점점 너의 정신을 무너트릴꺼야. 그러면서 힘을 키우겠지. 그리고 제물이 될거야.”
“제물…….”
나는 얼굴을 굳혔다.
“물론 너 하나로 부활한다거나 그러진 않아. 하지만 어찌됐건 네 정신이 붕괴할수도 있어.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해소시켜줘야한다는 걸 잊지마.”
“그것말고 방법이 있나요?”
“일단은 없어. 네가 흘린 정액으로 연구를 좀 더 해봐야할 것 같아. 나중에 또 이 도시에 오게 되면 들려. 반 년정도 뒤에?”
“반년……. 알겠습니다. 만약 그대로 냅둔다면 제 정신이 얼마나 버틸까요?”
“글쎄. 그래도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거야.”
“2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그걸로 끝이지?”
다시금 되묻는 루멘시아.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했다.
일단은 관음증을 만족시키면서 그녀가 연구하는 걸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2년이라면 그래도 무슨 단서라도 찾지 않을까…….
“아! 혹시 보수는…….”
“걱정마. 이렇게 연구할 소재를 가져왔는데 돈까지 받을 생각은 없어. 다만 다시 방문했을때는 그간의 변화나 몸상태에 대해 확실하게 얘기해줘야해.”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나는 공방에서 나왔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이미 잠들어 있는 그녀들이 깨지 않게 조심히 침대에 누웠다.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곧 푹신한 침대의 감촉에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