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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미궁 5


26화. 미궁 5 “허악! 볼, 볼프람님. 가득차여엇…! 흑! 흑!” ​ 철퍽! 철퍽! ​ 그들의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졌다. 엘레노아가 볼프람의 입이 달싹이는 걸 봤을까? 모르겠다. “허악! 하악! 학! 학! 하악…!” ​ 어느새 볼프람은 양손으로 세레나의 허리를 잡은 채 그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레나는 입을 가득 열고 신음만 토하며 그저 볼프람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거렸다. 마치 인형을 다루듯 볼프람은 굉장히 거칠었다. ​ “하악! 오옥! 으오옥! 윽! 윽!” ​ 특히 그의 자지가 세레나의 음부에서 반쯤 빠져나오다가 두꺼운 귀두에 걸리면 세레나가 허리를 틀고 다리를 달달 떨며 가버리는게 보였는데, 볼프람은 그걸 보며 씩 웃곤 오히려 더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며 음부가 귀두에 걸치도록 유도했다. ​ 자연스레 한계까지 늘어난 음부에 세레나는 애액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이제껏 만날 때마다 차갑고 건조하게 말하던 그녀가 지금은 볼프람의 자지에 완전히 녹아나고 있었다. ​ “카엘군….” “엘레…, 노아?” ​ 엘레노아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부름에 나는 목에 무언가 막힌 것처럼 대답했다. ​ “하으으으……. 카엘구우운….” ​ 그녀의 손가락은 부푼 유두를 미친듯이 튕기고 쥐고 당기며 스스로를 유린했다. ​ “만져줘…. 몸이 너무 뜨거워….” “엘레노아….” ​ 입을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리며 엘레노아가 나한테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야릇하게 느껴졌다. 다름 아닌 엘레노아가, 자기를 만져주길 원하면서 스스로 몸을 유린하는 모습이……. ​ 그리고 그녀는 내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손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만지기 바빴고, 몸에 차오르는 쾌락을 터트려 줄 무언가를 갈구하듯 눈동자가 움직인다. 그녀의 시선이 점차 나한테서 멀어지고 서로 거칠게 탐닉하는 두 사람으로 향하려고 하고 있었다. ​ “엘레노아!” ​ 그리고 그런 둘에게 점점 눈동자가 향하는 걸 보자, 내 가슴이 철렁거렸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엘레노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슴을 꽉 쥐었다. ​ 약간의 미안함, 약간의 질투심, 약간의 분노, 온갖 감정이 뒤섞인 손길에 엘레노아는 그동안 참아온 듯, 거친 숨을 터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하아악! 카엘군!!” ​ 츄읍! ​ 엘레노아는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순식간에 내 몸을 휘어감듯 안으며 지랫대처럼 짚고 상체를 들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따뜻한 설육의 감촉이 입안을 헤집었다. ​ “하아! 하아!” ​ 그녀의 몸은 불에 달군 듯 뜨겁고 손 안에서 녹아내렸다. 평소보다 더 커진 가슴은 내 손 안에서 녹은 치즈마냥 부드럽게 늘어났다. ​ “하압…. 카엘군!” ​ 엘레노아의 손이 내 옷 위로 어지럽게 움직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더듬던 그녀의 손은 차츰 내 하의로 향했다. ​ “읏!” ​ 그녀의 손이 내 빳빳해진 자지를 옷 위로 쓰다듬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이미 한계 가까이 솟아오른 자지가 계속 옷자락에 부딪히면서 아려왔다. 빨리 이 좁은곳에서 해방시켜달라는듯, 맥박치듯 꿈틀거렸다. ​ “하아…. 카엘군의 자지…….” ​ 엘레노아의 두 눈은 열락에 휩싸여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이 내 하의를 벗기고 속옷을 내렸다. 미궁의 찬 공기가 자지를 감싸자 나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렸다. ​ 춥다, 라고 느낄세도 없이 곧 뜨거운 설육이 내 자지를 질척이게 감쌌다. ​ “읏…. 엘레노아” ​ 츄읍! 츄읍! 쮸읍! ​ 엘레노아의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정상이 아니었다. ​ 하지만 지금 정상적인게 있나? 저 둘은 미궁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하고 있고 우리도 그들에 동화된 상태였다. ​ 모르겠다. 머리가 어질하고 아파온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 자지를 감싸는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설육만이 내 온몸의 감각을 지배했다. ​ “하웁!” ​ 엘레노아가 입을 크게 벌려 깊숙이 자지를 받아들인다. ​ “크흡!” ​ 자지 끝이 그녀의 목을 치자 엘레노아가 꽉 막힌 기침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로 입에서 자지를 빼지 않은 채 더욱더 깊숙히 받아들였다. ​ 으읍! 컥! 컥! ​ 그녀는 숨이 막히는 와중에도 절대 자지를 입 안에서 빼지 않았다. 마치 아껴둔 간식마냥 소중하게 빨아주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단 한번도 쳐다보지도 않고 오롯이 자지를 빠는 데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 “하아…! 엘레노아……!” ​ 한동안 정신없이 내 자지를 빨던 그녀는 곧 천천히 자지를 입 안에서 빼냈다. ​ “츄읍…! 파하!” ​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입가에서 흐르는 침은 내 자지와 연결되어 길게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하의를 벗고 팬티를 옆으로 당기자 음부에서 애액이 실처럼 늘어지며 반짝였다. ​ “카엘군…. 나……. 하고싶어.” ​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내 정신도 같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자고 있을 루크레치아나 뒤에서 우리처럼 섹스하고 있는 볼프람과 세레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즉시 그녀를 들어올렸다. ​ 마치 볼프람이 세레나를 들어올렸듯이, 나도 엘레노아를 들어올려 내 몸 위로 올렸다. 그녀가 다리를 벌리며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내 자지 위에 그녀가 스스로 음부를 맞추고는 그대로 내 몸을 껴안으며 몸의 힘을 풀었다. ​ 팍! ​ “하으응!” ​ 자지가 순식간에 끝부터 뿌리까지 단숨에 엘레노아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중력이 만들어낸 쾌락에 그녀는 몸을 전율하듯 떨며 내 어깨에 머리를 묻고 숨을 헐떡였다. ​ “하읏…. 카엘군…. 가득 찼어…! 하앗….” “옥! 오옥! 볼프람님! 학! 학!” ​ 세레나와 엘레노아의 신음소리가 번갈아 울려퍼졌다. ​ 찌걱! 찌걱! 철퍽! 푸슛! 철퍽! 푸슛! ​ 연달아 울리는 물소리들. 듣기만 해도 누구의 소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대비된다. 엘레노아는 잠깐 뒤를 돌아 세레나와 볼프람을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려 무언가 열망하듯 나를 쳐다봤다. ​ 찌걱! 찌걱! ​ 내 자지는 그녀의 안이 주는 감각에 완전히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이면 사정할 것 같을 만큼, 그녀의 안이 내 자지를 계속 압박했다. ​ 쫘악! 철퍽! 푸슛! 철퍽! 푸슛! ​ 그때 무언가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볼프람이 세레나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며 박아대고 있었다. ​ 쫘악! ​ 그런데……. ​ “아흥!” ​ 쫘악! ​ “하악!” ​ 쫘악! ​ “흐읏! 카엘군!” ​ 엘레노아는 그 소리가 들릴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 기대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안이 내 자지를 꽈악 조였다. 마치 손으로 쥐어짜는 것만큼 강렬한 압박감이었다. ​ “크읏…. 엘레노아, 너…….” ​ 엘레노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 쫘악! ​ 볼프람이 세레나를 때릴때마다 그녀의 허리는 더욱 거세게 위아래로 요분질쳤다. ​ 볼프람 폰 로엔덤. 엘레노아의 가문을 배신하고 공국을 무너뜨린 가문의 후계자인데, 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자인데……. 이를 갈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죽일 정도로 철천지원수인데, 그녀가……. 놈의 행위에 온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 “하앙! 하앙! 카엘군! 해줘! 해줘!!” ​ 찰팍! 찰팍! ​ 그녀는 내게 애원했다. 뭘 해달라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순간 두려워졌다. ​ 만약 내가 볼프람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때린다면……. 그 순간 엘레노아는 정말 나와 섹스하고 있는 것처럼 여길까…? 마물의 체액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리분별이 어려운 지금, 그녀는 정말로 나로 인해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게 맞을까…? ​ “하앙! 카엘구운!” ​ 쫘악! ​ 그리고 그런 내 머뭇거림과 달리 마치 엘레노아의 그 욕구를 채워주기라도 하듯, 볼프람은 더욱더 거세게 세레나의 엉덩이를 쳤다. ​ 쮸읍! ​ “하앙. 카엘군!” ​ 나는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볼프람의 행위에 나도 경도된 것 같았다. 평소라면 부드럽게 빨아들이며 애무했을 그녀의 가슴을 짓이기듯 빨고 있었다. 이빨로 그녀의 가슴을 물어 자국을 만들었다. ​ 마치 그녀의 몸이 내 것이라는 표식이라도 남기듯, 그녀의 가슴을 물고 당기고 잘근잘근 씹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폭포수처럼 애액을 쏟아내며 내 몸을 꽉 껴안았다. ​ “아팟! 카엘군! 아팟!” ​ 쮸읍! 쮸읍! 쫘악! ​ 그녀는 아프다면서도 절대로 거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머리를 더 끌어안고 더 해달라는 듯 애원했다. 나는 그녀의 기대에 부흥하듯, 그녀의 큰 가슴을 이리 저리 물며 이빨 자국을 잔뜩 만들어냈다. ​ 하얀 피부의 거대한 가슴에 새겨진 붉은 이빨자국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할만큼 음란했다. ​ 쿠쿵…! ​ 그때 갑자기 바닥이 울렸다. ​ “하앙! 하앙!” “엘레노아…. 잠깐!” ​ 엘레노아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녀는 놓아주기 싫다는 듯, 내 어깨를 물고 오히려 더 거세게 허리를 내리쳤다. ​ 쿠구구궁! ​ 하지만 바닥을 울리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진동도 가까워진다. 나는 목 뒤를 타고 흐르는 불길함에 즉시 미래시를 발동했다. 순간 엘레노아가 수십명으로 늘어나며 그들의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눈에 각인되어 내 뇌를 휘저어놓았다. ​ 울컥! ​ 그 감당할 수 없는 쾌락에 나는 순식간에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 “아아…!” ​ 엘레노아는 자신 안에 사정되는 감각을 느낀듯, 부르르 떨며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자신의 안에 사정한 나에 대한 사랑과 아쉬움, 쾌락으로 뒤섞여 있었다. ​ 나는 자지가 아려올정도의 쾌감에 잠시 정신이 혼미했지만 다시 미래시를 발동했다. 이번에는 엘레노아의 모습은 분열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수십개의 촉수더미가 쏟아졌다. ​ 그 순간, 나는 즉시 그녀를 안아들고 뒤로 빠졌다. 긴장감에 발기가 풀리며 삽입이 풀리자 그녀의 다리사이로 정액이 주르륵 흘러 나왔다. ​ “흐응…. 카엘군….” ​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정액의 감촉을 느끼며 내게 애원하듯 속삭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할 수도 없었다. ​ “카엘! 이 진동은……, 카엘?! 엘레노아!!” ​ 어느새 깊은 잠에서 깨어난 루크레치아는 정액과 애액을 뚝뚝 흘리는 내 축 늘어진 자지와 엘레노아의 음부를 보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아니…. 루크레치아, 이건….” ​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루크레치아가 더 묻기도 전에 미궁 전체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다. ​ 쿠구구궁! ​ “……!” ​ 루크레치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당황과 추궁이 담겨 있던 눈빛이 단숨에 전투를 앞둔 기사의 눈으로 바뀌었다. ​ “카엘, 일단 조심해요!” “밑이야!” ​ 나는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 미래시에서 보았던 광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바닥이 무너지고 그 아래에서 촉수더미가 쏟아져 올라온다. ​ “움직여!” ​ 내 외침과 동시에 바닥이 갈라졌다. ​ 콰가가가각! ​ 석재 바닥이 안쪽에서부터 찢겨 나가며 검붉은 촉수들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 “젠장!” ​ 나는 엘레노아를 끌어안은 채 뒤로 뛰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콰앙! ​ 바닥 전체가 거대한 입처럼 벌어졌다.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 “큭!” ​ 나는 엘레노아의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추락했다.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무너진 돌조각들이 함께 쏟아졌다. 이대로 떨어지면 둘 다 끝이다. ​ 나는 이를 악물고 미래시와 투시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순간 시야가 갈라졌다. 수많은 미래의 잔상 사이에서 벽면 중간에 튀어나온 좁은 층이 보였다. ​ 나 혼자라면 닿을 수 있는 미래가 보였다. 하지만 엘레노아까지 끌어안고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 “엘레노아! 절대 손 놓지 마!” “카엘 군!” ​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착지 지점을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 아래쪽 어둠에서 검붉은 촉수 하나가 쏘아져 올라왔다. ​ “젠장!” ​ 촉수는 우리를 한꺼번에 노린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엘레노아 쪽으로 뻗어왔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지만 공중에서 힘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 콰악! ​ 촉수가 엘레노아의 허리와 다리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 “아앗!” ​ 엘레노아의 몸이 거칠게 위로 잡아당겨졌다. 붙잡고 있던 손이 찢어질 듯 당겨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버텼다. ​ “놓치지 않아!” ​ 나는 끝까지 엘레노아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촉수의 힘은 너무 강했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은 엘레노아의 손끝이 점점 미끄러졌다. ​ “카엘 군……!” “엘레노아!” ​ 다음 순간, 촉수 하나가 우리 사이를 갈라치듯 허공을 휘둘렀다. ​ 쾅! ​ 나는 그 충격에 벽면 쪽으로 튕겨 나갔다. 엘레노아의 몸은 검붉은 촉수에 휘감긴 채 위쪽으로 솟구쳤다. ​ 마물은 무너진 천장과 벽 틈 사이로 솟구치며, 낚아챈 먹잇감을 그대로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 “엘레노아!” ​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방금 중간층에 처박힌 충격 때문에 다리가 순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 우우우웅! ​ 위쪽에서 보랏빛 마력 파동이 터져 나왔다. 어둠 속을 가르며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였다. 세레나였다. ​ “베어.” ​ 짧고 딱딱한 목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왔다. ​ 쐐애액! ​ 두 개의 단검이 보랏빛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 “쿠르르르륵!” ​ 촉수 마물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곧이어 볼프람의 고함이 들려왔다. ​ “놓치지 마라! 위로 끌어올리게 두지 마!” ​ 콰앙! ​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위쪽의 어둠이 몇 번이고 번쩍였다. 세레나의 보랏빛 마력과 볼프람의 공격이 촉수 마물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았다. ​ 서걱! ​ 엘레노아를 붙잡고 있던 촉수 일부가 잘려 나갔다. ​ “아……!” ​ 엘레노아의 몸이 허공에서 풀려났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지 않았다. 무너진 틈 너머, 원래 우리가 있던 층 쪽으로 튕겨 나가듯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곧 엘레노아의 모습은 부서진 바닥과 어둠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엘레노아!” ​ 대답은 없었다. 위쪽에서는 여전히 촉수 마물과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 콰앙! 쐐애액! ​ 보랏빛 섬광이 번뜩이고, 검붉은 촉수들이 벽과 천장을 후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엘레노아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위로 올라가 그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촉수 마물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세레나와 볼프람의 모습을 본 순간, 적어도 엘레노아가 당장 끌려가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내려 나보다 더 아래쪽을 확인했다. 루크레치아는 바닥이 무너질 때 함께 떨어졌고, 그 순간 솟구친 촉수 중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다. 그대로 끌려간 그녀의 몸은 아래쪽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 “루크레치아…….” ​ 아래쪽에서 거센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무너진 바닥 아래로 빠른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 콰아아아! ​ 새까만 물살은 미궁의 어둠 속을 미친 듯이 휘돌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푸른 냉기가 번쩍였다. 루크레치아였다. 그녀는 거센 물살에 휩쓸린 채 떠올랐다가 다시 잠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큭……!” ​ 루크레치아가 손을 뻗을 때마다 물 위로 푸른 얼음이 번졌다. ​ 하지만 유속이 너무 빨랐다. ​ 얼음이 제대로 굳기도 전에 물살에 깨져 흩어졌고, 그 틈을 타 검붉은 촉수들이 물속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팔과 다리를 노렸다. ​ 쩌저적! ​ 푸른 냉기가 다시 한번 터졌다. ​ 촉수 몇 개가 얼어붙었지만, 곧 거센 물살에 휩쓸려 부서졌다. ​ 루크레치아는 실버 팽을 끌어당기며 물속에서 몸을 버티려 했지만, 떠올랐다 잠기는 상황에서는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 위에는 엘레노아, 아래에는 루크레치아가 있었다. ​ 어느 쪽도 그냥 둘 수 없었다. 쉽게 믿을 순 없지만, 볼프람과 세레나가 위에서 촉수 마물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버티는 한 일단 엘레노아는 조금이나마 안전할 것이다. 반면 루크레치아는 바로 눈앞에서 물살과 촉수에 휩쓸리고 있었다. 조금만 늦으면 그대로 지하수에 떠내려갈지도 몰랐다. ​ “젠장……!” ​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아래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 “루크레치아! 버텨!” ​ 나는 검을 고쳐 쥐고, 빠르게 흐르는 지하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빠르게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을 느끼며 그대로 아래로 낙하했다. ​ 동시에 미래시를 발동했다. 순간 수십 개의 잔상이 눈앞을 스쳤다. 그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었다. ​ 쐐애액! ​ 어둠 속에서 촉수 하나가 채찍처럼 튀어 올랐다. 피할 수 없는 각도였다. 나는 검을 세우는 대신 검면을 앞으로 돌려세웠다. ​ 콰앙! ​ 묵직한 충격이 검을 타고 팔 전체로 퍼졌다. 순간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 “큭!” ​ 예상한 대로였다. 촉수의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기에 검면으로 받아내며 충격을 완화시켰다. 나는 그대로 옆쪽 벽면에 튀어나온 다른 층의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 쿠당탕! ​ 등과 어깨가 바닥을 긁었다. 숨이 턱 막혔지만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멈춰 있을 시간이 없었다. ​ “루크레치아!” ​ 대답은 없었다.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건 거센 물소리였다. ​ 콰아아아! ​ 지하수는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루크레치아의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주변을 훑었다. 벽면 한쪽에 푸른 얼음 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그녀가 아직 물살에 저항하고 있다는 흔적이었다. ​ “루크레치아!” ​ 나는 어둠 너머를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는 물소리에 휩쓸려 금세 흩어졌다. ​ “루크레치아!” ​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직 미궁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 지하수의 굉음만이 울려 퍼졌다. ​ “빌어먹을…….” ​ 나는 이를 악문 채 물길을 따라 달리려 했다. 그 순간…. ​ 촤악! ​ 거센 물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솟구쳤다. ​ “카엘!” ​ 루크레치아였다. 그녀는 어깨 위쪽만 간신히 물 밖으로 내민 채, 부서진 바위 틈을 붙잡고 있었다. 젖은 금발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고, 숨은 거칠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 “루크레치아!” ​ 나는 곧장 그녀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루크레치아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 “오지 마세요! 물살이 너무 빨라요!” ​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붉은 촉수 하나가 물속에서 솟구쳐 그녀의 팔을 노렸다. 루크레치아는 이를 악물고 한 손을 뻗었다. ​ 쩌저적! ​ 푸른 냉기가 번지며 촉수 일부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바로 거센 물살이 얼음을 깨뜨려 흘려보냈다. ​ “큭……!” ​ 그녀의 몸이 다시 물속으로 끌려갈 뻔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루크레치아가 다시 소리쳤다. ​ “카엘! 엘레노아를 먼저 구하세요!” “무슨 소리야!” “저는 아직 버틸 수 있어요!” ​ 루크레치아는 바위 틈을 움켜쥔 채 숨을 몰아쉬었다. ​ “지금은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물살도 빠르고, 물속에서 촉수가 계속 공격하고 있어요. 억지로 올라가려다간 카엘까지 휩쓸려요.” “그래도……!” “유속이 약해지는 곳을 찾을게요. 그때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면 돼요.” ​ 그녀의 목소리는 거친 물소리에 묻힐 듯했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 “그러니까 지금은 엘레노아를 구하세요. 그녀는 무방비 상태잖아요.”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위쪽에는 엘레노아가 있다.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볼프람과 세레나가 있는 곳에 남겨져 있다. ​ “카엘.” ​ 루크레치아가 나를 바라봤다. ​ 거센 물살 속에서도 그녀의 푸른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 “절 믿으세요.” ​ 그 말에 목이 막혔다. 내가 아는 루크레치아는 그런 여자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길을 찾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 ​ “……알겠어.” ​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 “반드시 다시 찾으러 올게.” ​ 루크레치아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시 물속에서 촉수들이 솟구쳤다. 루크레치아는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더니, 스스로 물살에 몸을 맡기듯 바위 틈에서 손을 놓았다. ​ “루크레치아!” ​ 촤아아악! ​ 그녀의 모습이 다시 거센 지하수 속으로 사라졌다. 푸른 냉기 한 줄기만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번졌다가, 곧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엘레노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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