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50화 EP0049-0049화-토벌 작전 5


숲은 고요했다. 야영지를 출발할 때 품었던 긴장이 무색할 만큼. ​ 이틀동안 이 숲에서 얼마나 많은 제국 기사들이 피를 흘렸을까……. 수색조들은 본대를 중심으로 넓게 반원형으로 퍼져 나갔을 텐데 내가 맡았던 구역의 반대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 만약 우리도 루크레치아가 처음 거점조의 수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스러져 간 제국 기사들과 똑같이 아무것도 모른 채 덫 안으로 걸어 들어갔을 것이다. ​ 얼마나 지났을까……. 나무 사이로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려 나간 가지와 일정하게 밟힌 흙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굵은 통나무를 세워 만든 목책이 시야에 들어왔다. ​ 본대의 주둔지였다. ​ 목책 위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숲을 경계하고 있었다. 몇몇은 활을 든 채 주변을 살폈고 안쪽으로는 제대로 세워진 천막들과 오가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습격을 받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루크레치아는 왜 돌아오지 못한 걸까…. ​ 본대로 가는 길 혹은 보고를 마친 뒤 야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습격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을 확인할수록 다른 가능성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쳤다. ​ 레오폴트가 루크레치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닐까…. 아르세인에 모였을때 그의 시선이 잠시 우리에게 머물렀던 게 떠올랐다. 가슴 한쪽에서 불길함이 천천히 솟구쳤다. ​ 일단은 주위를 좀 더 둘러보며 정보를 얻어야할 것 같았다. 당장 접근해서 그녀의 행방을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레오폴트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라면 내가 그녀를 찾으러 왔다는 사실을 먼저 드러내는 건 위험할지도 몰랐다. 젠장. 역시 그냥 그녀를 보냈으면 안됐던걸까…. 제국 기사로서의 책임감과 연인으로서의 불안이 뒤섞여 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 한참 동안 본대의 주둔지를 둘러보던 와중 안쪽을 돌아다니는 낯선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었다. 거리가 멀어 얼굴은커녕 정확한 인원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다만 주둔지 안쪽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만은 보였다. 나는 나무와 수풀 사이를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숲의 경계까지 조금 더 다가갔다. 목책이 가까워질수록 그 위에서 경계를 서는 병사들의 모습도 선명해졌다. 괜히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몸을 낮춘 채 병사들의 사각지대로 파고 들었다. ​ 적당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고 나무 뒤에 몸을 붙인 채 투시를 사용했다. 목책 너머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검은 로브를 쓴 자들은 제국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었다. 호위하는 것인지, 감시하거나 포위하는 것인지는 이 거리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 잠시 뒤, 일행이 주둔지 중앙의 가장 큰 천막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백색 머리와 붉은 눈, 레오폴트였다. ​ 그의 손에는 목줄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곧 천막 안쪽에서 황금빛 털을 가진 개 한 마리가 뒤따라 나왔다. 녀석은 목줄에 이끌려 몇 걸음 옮기다가도 어딘가 불편한 듯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레오폴트의 곁에 붙었다. ​ 저런 개가 있었나…?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내가 황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다닌 것도 아니니 그가 개를 데리고 다닌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 그보다 중앙의 저 천막…. 혹시 루크레치아가 저 안에 있는 건 아닐까. 레오폴트에게 붙잡힌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 검은 로브를 쓴 자들은 레오폴트의 앞에 멈춰 섰다. 깊게 내려쓴 후드와 길게 늘어진 로브 자락 탓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대화가 오가는 듯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레오폴트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 왈! ​ 그때 갑자기 개짖는 소리와 함께 주둔지 한쪽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녀석의 뒤로는 목줄을 놓친 병사가 다급히 쫓아오고 있었다. 수색에 쓰는 사냥개인 듯했다. 검은 개는 곧장 레오폴트의 곁에 붙어 있던 황금빛 개에게 달려들었다.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맴돌던 녀석은 이내 흥분한 듯 앞발을 들어 올렸다. 황금빛 개는 어색한 걸음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목줄에 붙잡혀 제대로 피하지도 못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나 레오폴트나 모두 잠시 당황한 듯했다. ​ 레오폴트라면 자신의 개에게 달라붙은 사냥개를 당장 발로 차서 쫓아낼 줄 알았는데 그는 그 광경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며 검은 로브를 쓴 자들을 향해 무언가 말을 이었다. ​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레오폴트는 목줄을 천천히 당겼다. 목줄에 끌려 황금빛 개가 움직일 때마다 사냥개는 어떻게든 다시 달라붙으며 교미하려고 허리를 흔들어댔지만 레오폴트가 조금씩 위치를 바꿔 놓는 탓에 번번히 개의 성기가 황금빛 개 다리 사이로 삐죽 나오며 살갗이 부딪혓다. ​ 한동안 애처로운 개의 교미 시도만 이어지다가 뒤늦게 사냥개를 놓친 병사가 달려와서야 멈췄다. 병사는 황급히 놈의 목줄을 붙잡아 채운 뒤 레오폴트에게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 레오폴트는 별다른 대답도 하지 않았고 병사는 다급히 사냥개를 끌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병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레오폴트는 조금 더 얘기를 하다가 곧 황금빛 개의 목줄을 끌고 중앙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주둔지는 다시 고요해졌다. ​ 계속 자리를 지키며 살펴봤지만 그 뒤로 그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저들은 누구일까….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은 누구이기에 레오폴트와 대화를 나눈 걸까. 레오폴트의 태도도 이상했다. 평소의 그라면 상대가 누구든 여유를 잃지 않았을 텐데 방금 전에는 분명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주변을 지키던 기사들 중 누구도 황태자에게 예를 갖추지 않았다. ​ 가장 최악의 가정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만약 이 주둔지가 이미 변절 기사들과 광신도들에게 넘어간 상태라면……. 목책 위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과 안쪽을 오가던 기사들까지 전부 저들의 편일 수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루크레치아가 본대로 왔다면……. ​ 젠장…. 어떻게 해야할까……. ​ 한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중앙 천막만 바라봤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레오폴트가 그들과 같은 편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방금 전 그들과 대화하는 그의 표정에는 분명 불쾌함이 묻어 있었고 마지못해 대화를 이어 가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하기야 제국의 황태자가 광신도들과 손을 잡았다는 것도 쉽게 믿기 어려웠다. ​ 오히려 저들이 황태자를 죽이지 않고 곁에 붙잡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황태자라는 존재 자체가 제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값비싼 패였으니까. 그렇다면 그와 접촉하는 것이 루크레치아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몰랐다. ​ 돌아가 다른 기사들을 더 데리고 올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는 일이라면 오히려 혼자인 편이 나았다. 인원이 늘어나면 눈에 띄기 쉬웠고 막상 들키더라도 빠져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 ​ 무엇보다 내게는 투시와 미래시가 있었다. 여러 변수보단 혼자 움직이는 게 더 나을거라는 판단이 섰다. 결국 나는 숲에 몸을 숨긴 채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목책 위로 횃불이 하나둘 올라왔다. 불빛이 목책 위와 주둔지 안쪽을 밝히는 대신 바로 아래쪽은 오히려 짙은 어둠에 잠겼다. 목책 위를 오가는 순찰의 간격과 횃불을 든 병사들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에야 몸을 움직였다. 가장 가까운 목책 아래까지 다가간 나는 손을 뻗어 거친 통나무를 붙잡았다. 숨을 죽인 채 목책을 타고 올라가 병사 하나가 반대편으로 걸어간 틈을 노려 안쪽으로 몸을 넘겼다. ​ 툭. ​ 바닥에 내려앉으며 한쪽 손으로 땅을 짚었다. ​ 그때였다. 희미한 횃불 빛을 받은 손끝 아래의 흙이 이상하게 검게 젖어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흙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핏물에 물든 흙이었다. ​ 이미 말라붙은 흔적도 있었지만 군데군데 아직 축축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목책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흔적이었다. 본대 역시 무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확신에 가까워졌다. 나는 손에 묻은 흙을 닦아 내고 몸을 낮춘 채 레오폴트가 들어간 중앙 천막 쪽으로 향했다. ​ “하아앙!” ​ 갑자기 천막 안에서 격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 분명 아까 레오폴트가 황금빛 개를 데리고 나왔을 때부터 시선을 거의 떼지 않고 있었다. 목책을 넘을 때 잠시 경계를 살핀 것을 제외하면 누군가 저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안에 누군가 있었던 건가…? 레오폴트의 밤시중을 들기 위해 찾아온 사람일 수도 있었다. ​ 아니면……. ​ 루크레치아. 방금 들린 목소리가 그녀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숨이 턱 막혔다. 한 번 더 들리면 정말 그녀의 목소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천막 안은 거짓말처럼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투시를 사용하려다 손을 멈췄다. ​ 정말로 그녀라면…. 그 모습을 투시로만 확인해 버리는 순간 나는 내 안의 일그러진 욕망에 잠식된 채 그저 지켜보기만 할 것 같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이든 보고 싶지 않은 것이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 일단 들어가기 직전 주위를 살펴봤다. 가까이 순찰을 도는 병사는 없었고 횃불빛도 천막 반대편에 치우쳐 있었다. 숨을 죽인 채 천막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구를 가린 천을 조심스럽게 밀어 올린 뒤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 황태자가 머무르는 천막답게 복도와 방이 나뉘어져 있었다. 반원형의 짧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 “누구지?” ​ 레오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