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EP0085-0080화-로엔덤 저택 1
끼익 끼익
나무가 거칠게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투시를 통해 살펴본 위층은 자그마한 방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감옥에서의 탈출을 막기 위함인지 쇠창살이 이중으로 되어 있었고 그 너머에 낡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은 일정한 간격으로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여자 한 명이 엎드려 있었고 그 뒤에서 뚱뚱한 남자가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그걸 지켜보며 웃었다.
뚱뚱한 남자는 머리채를 손잡이처럼 움켜쥔 채, 허리를 밀어 넣을 때마다 세게 잡아당겼다. 그때마다 여자의 머리가 뒤로 홱 젖혀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출렁이며 부딪히는 접합부에서 애액이 바닥으로 쏟아지듯 뿌려졌다.
여자의 엉덩이는 이미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멍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남자의 얼굴에 떠오른 가학적인 표정을 보니 어떤 일이 있었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과 달리 여자의 얼굴은 마치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남자가 박아 댈 때마다 여자는 애액을 잔뜩 뿌리고 몸을 움찔거리며 가 버리는 것 같았으나 그녀의 얼굴은 이미 모든 걸 포기한 것처럼 혼이 없었다.
“…….”
그 모습이 마치 내게 곧 있을 엘레노아의 끔찍한 미래를 미리 들춰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젠장….
나는 조심스레 몸을 벽에 붙인 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철퍽! 철퍽!
“후욱! 후욱! 이 년 이름이 뭐라고?!”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스텔라였던가?”
“끄응! 겁나 조이는데? 젠장. 반응만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짜악! 짜악!
뚱뚱한 남자는 여자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멍 자국이 늘어났고 엉덩이는 파도치듯 출렁거렸지만 여자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저 몸만 부르르 떨었다.
스텔라….
어딘가에서 들어 본 적 있는 이름 같았다.
잠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밀 통로와 연결된 곳에 적혀 있던 이름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헉! 헉! 맘 같아선 그 공주님인가 뭔가 하는 년한테 박고 싶었는데!”
…!
“아서라. 그러다가 목 날아간다고. 적당히 가지고 논걸로 만족해야지.”
“크큭….”
두 사람의 대화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오늘 밤에 볼프람님이 실컷 박아대겠지?”
“그래. 부럽다. 아오 그 젖탱이 감촉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 조금 더 천천히 옮겨둘 걸 그랬나?”
“하아…. 부축해서 걸을 때마다 출렁이던 젖을 꽉 짜는 손맛이 일품이긴 했지.”
대화를 들어보니 저 위에 두 사람이 그때 광장에서 엘레노아를 부축해 데려간 병사들 같았다.
“읏….”
나는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옅은 신음을 흘렸다.
어느새 내 자지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엘레노아에 대한 음담패설을 들었을 뿐인데….
내 몸이 너무나도 민감하게 반응해버렸다.
“아까 지나가면서 들으니까 마굿간지기한테 조교 받고 있다던데? 아직 볼프람님이 손대기 전이라 그런지 별다른 짓은 안하던데….”
“크큭. 그 젖소 같은 년. 이제 평생 볼프람님 좆집 신세겠구만. 빨리 질렸으면 좋겠네. 우리도 좀 박아보게.”
“그때쯤 되면 헐렁해서 박는 재미나 있겠어?”
하아….
두 사람의 대화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엘레노아가 도대체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당장이라도 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게 과연 그녀를 구원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함인지는….
직접 보기 전까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라고 속으로 부정하고 싶었다.
“젠장. 오늘 야간 경비하려고 서로 다투겠군.”
“당연하지. 그런 고귀한 년이 개처럼 구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걸 볼 수 있잖아.”
“그래….”
두 사람의 대화에 머릿속에서 처절하게 절망에 빠져버린 엘레노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그 모습을 지워보려고 했지만 그 형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각인된 것처럼 더 또렷해졌다.
철퍽! 철퍽!
“아주 장관이 될 거야. 그런데 우리는 아무도 없는 감옥 문지기나 하고 있다니….”
“그래도 박을 년 하나는 던져줬잖아.”
“그럼 뭐해? 정작 메인요리를 못 보는데….”
철퍽! 철퍽!
“젠장! 젠장!”
뚱뚱한 남자의 허리놀림이 더욱 거칠어졌다.
동시에 여자의 목을 양손으로 잡고 죽일 듯이 힘을 주었다.
“끄…….”
그제서야 여자는 숨 막히는 신음을 흘리며 반응했다.
그 모습에 뚱뚱한 남자는 가학적인 미소를 띠며 더 거세게 박아댔다.
“시발년! 개같은 젖소 년!!”
뚱뚱한 남자는 마치 눈앞의 여자가 엘레노아라도 되는 것처럼 분노를 토하며 자지를 찔러 넣었다.
가녀린 여자의 배는 찔릴 때마다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끄…윽….”
여자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두 눈이 까뒤집히듯 위로 올라가고 두 팔도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대로 질식사하려는 순간….
쿵!
뚱뚱한 남자가 그녀의 목을 놓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접합부가 일말의 틈도 없이 달라붙은 채, 배 위로 드러난 자지의 윤곽이 이따금 움찔거리며 요동쳤다.
잠시 후, 접합부에서 뿌연 정액이 여자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쯔어억!
남자가 그대로 자지를 빼내자, 여자의 음부와 남자의 자지 사이에 정액 실들이 늘어났다.
“하아…. 열 좀 식히고 와야겠는데?”
한참을 헐떡이며 땀을 닦아내던 남자는 곧 바치춤을 추스르며 반쯤 열려 있는 쇠창살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왔다.
“휘이이 휘이~”
나는 벽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감옥으로 내려오는 뚱뚱한 남자를 지켜보다가 그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땅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어…?! 컥!”
놈의 목을 잡고 꽈악 힘을 주었다.
처음에는 버둥거리던 놈도 점점 숨이 막혀 오자 얼굴이 새빨개지며 힘이 빠졌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해라. 손을 놓는 순간 소리치면….”
서슬퍼런 협박에 남자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흑! 허억! 허억!”
“쉬이이잇.”
목을 놓자마자 기침을 토하며 숨을 몰아쉬는 놈에게 조용히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다급히 자신의 입을 막으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이런 놈이….
고작해야 이런 놈이 엘레노아를 그렇게 입에 담다니….
“묻는 말에만 답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아…. 알겠습니다.”
“여기 교대는 언제지?”
“내, 내일 아침입니다. 아무도 없는 감옥이라 대장이 여기서 자든 말든 자리만 지키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대장? 광장에서 엘레노아를 공개 능욕하던 지휘관인 걸까….
일단 내일 아침까지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거군.
“병사들의 예비 장비와 옷이 있는 창고가 어디지?”
일단 눈에 띄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뚱뚱한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더듬어가며 창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요한 질문이었다.
“엘레노아는 어디 있지?”
“에, 엘레노아요?”
뚱뚱한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네가 말한 그 젖소 년 말이다.”
순간 자지에 빡 하고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스스로 그녀를 그렇게 칭하자, 미칠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나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천박하게 매도 해버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 여자 이름이 엘레노아 폰 뭐였던 거 같은데….”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대답해.”
“예예!”
뚱뚱한 남자는 내 겁박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지, 지금 볼프람님 명령으로 마굿간지기가 조교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마굿간지기? 그게 누구지?”
예전에 심연의 사도가 내게 보여준 환상에서도 분명히 그런 인물이 나와 있었다.
그 환상 속 엘레노아는 마굿간지기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두려워했다.
“보, 볼프람님이 데리고 있는 조교사…. 조교사입니다. 여자들을 볼프람님이 맛보기 전에 적당히 교육시켜 놓는….”
“……어디 있지?”
뚱뚱한 남자는 다급히 말을 늘어놓았다.
설명은 두서없었지만 마굿간지기가 어디에 머무는지, 저택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놈이 알려준 내용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 넣은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 살려주시는 거죠?”
남자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봤다.
놈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나는 손을 뻗었다.
우드득!
털썩
힘이 풀린 몸이 감옥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위층에 남아 있던 한 명은 내가 올라오는 것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여자의 몸에 열심히 허리를 놀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놈을 순식간에 제압해 목을 꺾은 뒤 아래 감옥에 대충 던져놓았다.
그리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와 책상 위에 쓰러져 있는 여자, 스텔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책상 위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고,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는 피와 정액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스텔라.”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혹시 엘레노아에 대해 아십니까?”
그 순간이었다.
초점을 잃었던 스텔라의 눈동자에 아주 희미한 빛이 돌아왔다.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엘레노아의 연인입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스텔라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줘.”
“뭐라고요?”
나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녀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죽여…, 줘.”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그 말을 끝으로 눈동자에 돌아왔던 희미한 빛이 다시 사라졌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통이 길어지지 않도록 한순간에 끝냈다.
나는 그녀의 두 눈을 감겨 준 뒤, 조심스럽게 몸을 들어 올려 감옥 한쪽에 내려놓았다.
죽은 남자들의 겉옷을 벗겨 깨끗한 부분으로 몸에 묻은 오물을 가능한 만큼 닦아 낸 뒤, 남은 옷으로 그녀의 몸을 덮어 주었다.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나는 잠시 스텔라 앞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감옥을 완전히 빠져나온 나는 뚱뚱한 남자가 알려준 대로 저택 안을 움직였다.
투시와 미래시를 번갈아 사용하니 들키지 않고 이동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나마 마음에 걸리는 건 세레나였다.
하지만 당장은 투시를 통해 주위를 살펴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근처에는 없는 건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때 뜻밖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크륵…….”
낮고 거친 울음소리.
투시 너머로 보이는 어느 방 안에 리자드맨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설마 했는데….
광장에서 세레나가 했던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로엔덤이 리자드맨과 손을 잡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이 이종족 세력과 결탁해 제국의 영토 안에서 제국민을 공격했다는 건 사실상 반역죄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건 내가 엘레노아를 구한 뒤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 제국에 보고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일단은 리자드맨이 있는 곳을 예의 주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엘레노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나는 뚱뚱한 남자가 알려 준 대로 근처 창고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투구까지 눌러썼다.
찰칵!
눈가리개를 내리자 시야가 단숨에 좁아졌다.
답답했지만 얼굴을 가릴 수 있었고 게다가 투시를 사용하면 사실상 눈가리개가 불편할 일도 없었다.
나는 벽에 세워져 있던 창 한 자루를 집어 들고 창고를 나왔다.
이 정도면 멀리서 봤을 때 평범한 로엔덤 병사로 보일 것이다.
설명을 들어 보니 마굿간지기가 있는 곳은 저택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다.
확실히 그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기척이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복도를 이동하며 간간이 마주쳤던 순찰병조차 이곳에서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조용했다.
오히려 그 고요함이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가라앉은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서자 커다란 문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곧바로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두꺼운 문 너머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둡고 텅 빈 공간.
그 한가운데에 희미한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엘레노아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