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EP0086-0081화-로엔덤 저택 2
허공에 밧줄로 매달린 채 비스듬히 뒤로 눕혀진 엘레노아가 보였다.두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고 양 다리는 머리 위로 들어올려져 음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커다란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모유가 몸을 타고 흘러 그녀의 음부를 스쳐 지나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마굿간지기라는 직책에서 떠올렸던 거칠고 지저분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체격이 조금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머리와 수염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옷차림 역시 멀끔했다.
남자는 엘레노아의 주위를 느릿느릿 빙글빙글 돌며 자그마한 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곁에 멈춰 서서 무언가를 낮게 중얼거렸다.
그럴 때마다 엘레노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남자는 다시 몇 걸음을 옮겼다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엘레노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거의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무언가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번은 남자의 말에도 엘레노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저 가볍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밑으로 당겼다.
“……오옥❤️!!”
두꺼운 문 너머로 희미하게 그녀의 신음소리가 뚫고 나왔다.
약점을 유린당한 엘레노아는 그 즉시 벌려진 다리 사이에서 애액을 뿜어내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희미했던 말소리들이 하나둘씩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이름은?”
“……엘레노아.”
“가문은?”
“발테른….”
“네 연인은 누구지?”
“카엘군….”
“카엘군은 너랑 같은 학년인가?”
“아니…. 카엘군은 1학년, 나는 2학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그와는 어디서 만났지?”
“아카데미에서….”
“그래. 아카데미.”
남자는 엘레노아의 대답을 그대로 되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연인을 처음 만난 곳도 아카데미였고.”
한 걸음 걷는다.
“좋아하게 된 것도 아카데미에서였지.”
또 한 걸음 걷는다.
“그런데 볼프람 님을 처음 만난 곳은 어디지?”
엘레노아의 입술이 잠시 굳었다.
“…아카데미.”
“그렇지.”
남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사랑하는 연인을 아카데미에서 만났네.”
“응….”
딸랑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종을 가볍게 흔들었다.
맑은 종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순간, 종의 틈새에서 옅은 분홍빛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기는 천천히 엘레노아의 얼굴 주변을 맴돌았다.
“하아….”
“그러니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넌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그럼 해방될 수 있어.”
“응….”
남자가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이….”
딸랑
“네가 사랑하게 된 사람.”
엘레노아의 고개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
“아카데미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누구지?”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볼프람…….”
“그래. 그럼 하나만 더 묻지.”
딸랑
“지금 발테른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가문은 어디지?”
“…로엔덤.”
“그래. 로엔덤이지.”
남자는 천천히 엘레노아의 주위를 돌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럼 발테른 땅의 주인은?”
“…로엔덤.”
“그 로엔덤을 이어받을 사람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볼프람.”
남자가 작게 웃었다.
딸랑
“그래. 발테른의 주인은 누구지?”
그는 방금 엘레노아가 내놓은 대답들을 하나로 엮듯 천천히 되짚었다.
“볼프람.”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주인을 그렇게 부르면 안 되잖아?”
엘레노아의 입술이 작게 달싹였다.
“…….”
“발테른의 주인은?”
딸랑
한참 뒤에야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볼프람 님.”
남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래. 잘했어. 아까도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남자는 엘레노아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엘레노아의 몸이 움찔움찔하며 혹시 모를 쾌락에 먼저 반응해버렸다.
“자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남자가 한 걸음 물러섰다.
딸랑
“네가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은?”
“…볼프람 님.”
“발테른의 주인은?”
“볼프람 님…….”
“그래.”
남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이면서 네 고향의 주인이기도 하지.”
딸랑
“그런 사람을 너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엘레노아의 입술이 굳었다.
“…….”
“어려울 것 없어. 아까 네가 직접 말했잖아.”
남자의 목소리가 더욱 부드러워졌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은….”
딸랑
“네게 가장 소중한 사람.”
“…….”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
엘레노아의 고개가 작게 흔들렸다.
“카엘군은….”
“지금 묻는 건 그 사람이 아니야.”
남자는 조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엘레노아가 내놓은 대답을 하나씩 이어 붙였다.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은 볼프람 님.”
“볼프람 님….”
딸랑.
“네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 곳은 아카데미. 그렇다면 네가 사랑하는 연인은?”
엘레노아의 입술이 몇 번이나 열렸다 닫혔다.
한참 뒤….
“……볼프람 님.”
“그래.”
남자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제야 제대로 기억하는구나.”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와 엘레노아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저 남자가 엘레노아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직감이 요동치고 있었다.
저 남자가 엘레노아에게 더 이상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
볼프람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나는 창을 움켜쥔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미래시를 펼침과 동시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던 순간….
푸욱!
눈앞에 겹쳐진 미래의 잔상 속에서 무언가가 내 목을 꿰뚫었다.
피를 흩뿌리며 바닥에 쓰러지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
나는 다급하게 발을 멈췄다.
그리고 곧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비켜.”
낯익은 목소리였다.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곧장 옆으로 물러났다.
또각 또각
세레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대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녀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순간, 들킨 건가 싶어 온몸이 굳었다.
짧은 침묵 끝에 세레나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볼프람 님께 데려가려고 온거지? 기다려. 금방 갈테니까.”
아무래도 나를 저택의 병사로 오해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핱까…?
지금 따라 들어가야 하나?
엘레노아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내가 세레나를 이길 수 있기는 한가?
방금 전 미래시가 답을 보여 줬다.
움직이면 죽는다.
세레나의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내 미래시로는 그녀를 상대로 제대로 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상성이 나쁘다.
그것도 지독할 정도로….
당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고 싶은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엘레노아는 바로 저 문 너머에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야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방 안에서 세레나와 남자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준비는 얼마나 됐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이제야 뜸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벌써 부르시는 겁니까?”
“오래 기다렸으니까.”
“지금 데려가봐야 별다른 효과도 못 볼 겁니다. 조금 순종적으로 변한 정도겠죠. 이제야 막 정신을 부드럽게 주물러놓기 시작했는데, 아쉽군요.”
“그 정도면 충분해.”
세레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아니, 이 여자는 오히려 조금 저항하는 편을 볼프람 님께서 더 좋아하실 거야.”
“알겠습니다. 뭐 볼프람 님한테 한차례 당하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주무르는 것도 재밌겠죠. 잠깐만 나가 계시면 마무리해서 데려가겠습니다.”
곧 문이 열렸다.
세레나는 다시 방 밖으로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에 섰다.
나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미래시를 계속해서 발동했다.
한 번, 두 번, 수십 번.
가능한 모든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수많은 미래를 엿봤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이기는 미래는 없었다.
대부분의 미래에서는 고작 한 걸음을 떼는 순간 내 목숨이 끊겼다.
도대체가….
도대체 이렇게 강한 여자가 왜 볼프람의 밑에 있는 거지?
그리고 나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문 하나만 열면 엘레노아가 있는데….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엘레노아나 루크레치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버러지에 불과했다.
그녀들의 곁에서 몇 번 싸웠다고….
조금 강해졌다고….
심연의 사도니 옛 신의 힘이니 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작 이렇게 압도적인 상대 앞에 서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미래의 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꽉 쥔 주먹 안에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젠장.
젠장…!
엘레노아가 바로 저 안에 있는데…!
끼이익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사이에 문이 열렸다.
남자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손에 쥔 목줄을 잡아당겼다.
그 끝에 엘레노아가 비틀거리며 따라 나왔다.
“…….”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데려가.”
툭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들고 있던 줄을 내게 건넸다.
나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줄을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에 손끝이 굳었다.
“따라와.”
세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 걸어갔다.
나는 말없이 줄을 잡아당기며 세레나의 뒤를 따라갔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엘레노아를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몇 번이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미래시를 통해 세레나에게 수십 번도 넘게 죽는 광경을 목격한 탓인지, 그 모습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몸이 마치 고양이 앞에 놓인 쥐새끼처럼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결국 나는 내 손으로 엘레노아를 끌고 한 걸음씩 볼프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엘레노아가 사랑하는 사람, 엘레노아를 사랑하는 사람.
그녀가 믿고, 그녀를 믿는 내가….
지금 스스로 그녀를 볼프람에게 데려다주고 있었다.
제발.
심연의 사도든, 범람하는 살점이든, 누구든 좋으니까….
그녀를 구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줘….
“…….”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엔 그렇게 내 정신을 뒤흔들고 문드러뜨리던 것들이 지금은 잔잔한 수면처럼 고요했다.
“줘.”
갑자기 세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줄.”
“…….”
손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세레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눈살을 아주 조금 찌푸렸다.
나는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목줄을 천천히 내밀었다.
세레나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어느새 나는 볼프람의 방 앞에 서 있었다.
세레나는 곧장 문을 열고 엘레노아를 안으로 데려갔다.
철컥
문이 닫히자 복도에는 다시 숨 막힐 듯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나는 굳은 채 문만 바라봤다.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음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투시를 쓰고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엘레노아의 능욕당하는 순간인지, 그녀의 안위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내 몸은 그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열어선 안 될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투시를 사용했다.
굳게 닫힌 문 너머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간 엘레노아를 구속하고 있던 밧줄과 안대는 세레나에 의해 모두 풀려 있었다.
오랜만에 빛을 본 탓인지 그녀는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몇 번 눈을 깜빡인 뒤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아….”
엘레노아의 입술이 열렸다.
“볼프람 님.”
문 너머로 들리는 희미한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내 심장을 깊게 찔렀다.
나도 모르게 조금 더 가까이 문에 다가갔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모두 듣고싶었다.
귀에, 가슴에, 뇌리에 새겨놓고 싶었다.
이미 숨은 거칠어졌고 내 하의는 자지 끝에서 흘러나온 액에 젖어들었다.
문 너머 안쪽, 커다란 침대에 앉아 있는 볼프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뚱뚱하면서도 근육질의 몸을 가진 그가 다가오자 엘레노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아….”
“세레나. 마굿간지기가 얼마나 한거지?”
“아직 기초적인 단계라고 했습니다.”
“나쁘지 않아. 도중에 풀린다고 해도…. 난 이 년의 절규하는 소리가 듣고 싶으니까….”
볼프람은 이죽거리며 엘레노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젖소.”
“……네.”
평소와 달리 어딘가 위축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볼프람의 욕망에 불을 지핀 것처럼 보였다.
그의 두 눈이 번들거리며 그의 몸에 파묻힐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엘레노아를 위협적으로 내려다봤다.
“젖소면 젖소답게 울어라.”
“…음, 음머어….”
볼프람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소의 울음 소리를 따라하는 엘레노아를 바라봤다.
“이런 몸을 가지고 공주라니…. 그야말로 목장의 젖소보다 더 천박하군.”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가슴 위에 얹혀졌다.
내 눈에 볼프람의 잔상이 그녀의 가슴을 한 손에 쥔 채 뭉개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래시가 엘레노아의 능욕의 순간을 한 걸음 더 일찍 보여주고 있었다.
꽈악!
그리고 현실의 풍경은 내가 본 미래보다 더 한 걸 보여주었다.
거칠게 그녀를 품에 안고서 한 손은 엉덩이를, 한 손은 가슴을 꽉 쥐는 볼프람….
“하으윽!”
엘레노아의 입에서 들뜬 신음이, 그녀의 유두에서 희뿌연 모유가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