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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25화 - 하림의 계획 [2]


검정 레토나는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난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가 가장 좋아요.” “네...” “네라니? 뭔 대답이 그래요?” “저도 하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으이그, 정말!” 그녀의 곧게 뻗은 하얀 다리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욕망이 일렁거린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풀지 못한 욕정이 꿈틀거렸다. “사랑을 나눌 때 대영씨 행동 거칠어 지는 거 알고 있어요? 존칭도 안 쓰고...” “아아... 그런 뜻이군요.” “난 대영씨에게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쭉...”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줘요.” “네. 꼭.” 다리를 건너자마자 E대 묵동병원이 보였다. “저기에요. 바로 보이죠?” “후우...” 나는 길게 한숨을 뱉는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여러 가지가 신경 쓰여서...요.” “지금은 간병인만 계신 데다가 아빠는 거의 종일 약에 취해 있어요.” “의식이 없으신가요?” “진통제지만 실은 마약이래요. 그리고 앞으로 점점 센 약을 쓰겠죠. 잠시도 참기 힘든 고통이라니까...” 우린 깨끗하게 관리된 병원 복도를 따라 건물 끝의 특실 앞에 멈춰 섰다. 별관 16층은 입원 병동 전체가 1인실과 특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 손엔 하림이 미리 준비해둔 과일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아빠 저 왔어요~” 하림의 아버지는 고요히 잠들어있었다. 의료진이 곁에 대기해있고 호흡기로 간신히 숨을 유지하는 그런 환자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하림의 아버지는 너무나 조용히 잠들어 계셨다. “하림이 왔어?” “어머, 언니!” 하림의 둘째 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풉! 뭐야 왜 그리 놀라?” “간병인 아줌마는? 언니 매장 안 나가봐도 되는 거야?” “너 어제부터 긴장하고 있었잖아. 아침엔 안절부절못하고... 백화점에 전화하는 소리 듣고 내가 눈치 딱 챘지.” “엿들은 거야?” “엿듣긴... 인사나 빨리 시켜줘.” “아이 참...” 둘째 언니는 하림과 비슷한 키에 좀 더 살집이 있었고 평생 착하게만 살아온 선한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윤대영입니다. 지금은 조소과에 다니는...” “대학원! 대학원 1학기야. 내년 말에 석사 딸 거고.” 하림이 내 말을 가로챘다. “뭐야, 너... 누가 네 남친 잡아먹기라도 하니?.” 하림의 거짓말에 내가 더 당황했다. “호호호 반가워요. 제가 하림이 둘째 언니예요.” “네 누님. 첨 뵙습니다.” 그녀는 호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줬다. “우리 하림이보다 연하 같은데 맞아요? 군대는 다녀온 것 같고... 대학원 1학기면 출강 준비? 하긴 그게 뭐 중요한 건 아니지. 이렇게 잘생긴 남자친구를 왜 여태 꼭꼭 숨겼니? 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부터 사귄 사이예요?” 그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언니!” “얘! 아빠 놀라셔!” “정말 이럴 거야?” “봤죠? 하림이가 우리 집에선 쌈닭이라 아무도 못 건드리는데, 대영씨 알고 있었어요? 호호” 원장님이... 아니 김하림이 싸움닭이라고? 풉. 전혀 몰랐다. “암튼 너무너무 반갑고 고마워요.” “네 반겨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수림은 과일바구니를 받아들더니 병상 옆 탁자에 옮겨놓았다. 그리고 내 손을 포개 잡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하림아 뭐해, 아빠 기다리시잖아. 소개해드려야지.” 우린 언니의 손에 이끌려 병상으로 다가섰다. “아빠, 하림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왔네요... 너무 잘생기고 훤칠한 청년이에요. 사위들 키 작고 못생겼다고 핀잔하시더니 소원 푸셨네 우리아빠. 학교도 H대면 명문이잖아요. 얼른 날 잡게 일어나요. 아빠.” “언니 쫌!” “아... 그래 미안...” “아빠~ 대영씨가 아빠 좋아하는 사과랑 멜론 사 왔어요.” 하림은 아버지의 앙상한 팔뚝을 쓰다듬는다. 링거는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 하림의 아버지는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한 탁한 흙빛의 얼굴이었다. “아빠, 정신 차려봐요... 보고 싶어 했잖아. 내 남자친구...” “아빠아~ 엉엉엉.” 자매가 눈물을 흘리며 훌쩍이는 통에 나까지 눈시울이 빨개졌다. “하림아, 아빠가 눈뜨셨어!” “아빠!” 남자의 얇은 눈꺼풀이 떠지면서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는 초점을 제대로 맞추질 못했지만 분명 시선의 끝은 나를 향해있었다. “아버님, 저 윤대영입니다. 하림씨 남자친구예요.” 하림의 아버지는 힘들게 입 모양을 만들며 뭐라 하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온기라곤 남아있지 않은 차가운 손을 잡고 그분 옆에 한참을 서 있었다. “어머 내 정신 봐. 대접이 이게 뭐야. 하림아, 과일 깎아올 테니 앉아서 천천히 계시라고 해.” 수림이 싱크대 옆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하림의 아버님과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누구야? 언니 손님이야?” “호호호, 내가 큰언니 불렀어.” “언니! 뭐야~” “야, 너 때문에 우리집 난리 났어. 조카들 안 부른 거 다행으로 여겨.” 하림의 큰언니 부부와 작은 형부까지... 간병인만 있다던 특실의 6인용 소파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일이 커진 것이다. “우리 처제 남자친구 보려고 천안에서 올라왔어요.” “큰 형부는 은행 지점장이셔.” “전 매장문 닫았습니다. 형님. 허허허” “이분은 명동에서 의류매장 하시는 작은형부...” “첨 뵙습니다. 윤대영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막내의 남자친구인 내게 친절히 대해주었다. 모두가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지만 좋은 사람들 같았다. 자매들은 30대 중반으로 보였고, 형님들은 배가 나오거나 탈모가 진행 중인 40대의 중년이었다. 나는 구석에 몰린 채 한참 동안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 그래서 군대는 어딜 다녀왔나...” 그리고 결코 빠질 수 없는 질문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난 모른 척 거짓말을 계속 이어나가거나 진실을 공개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 학부 1학년생입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으응?” 순간 모두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하림의 얼굴은 파래지다 못해 하얗게 질려있었다. “응? 학부 1학년이면 뭔 뜻이에요? 여보?” 둘째 언니 수림이 남편에게 묻는다. “당신 좀 가만히 있어 봐요.” “그럼 이제 스무 살이란 뜻인가...요?” “네, 맞습니다.” 모두 조금 놀랐지만 그렇다고 나를 적대시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럼 우리 처제랑은 열 살 차이라는 얘기네요?” “군대도 미필일 테고... 맞아요?” “네, 형님들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허허허허” “흐허헛...” “저희 나이 차이 때문에 하림씨가 엉겁결에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뭔 대수라고... 괜찮아요.” “우리 처제 다시 봐야겠네. 크크크”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처럼 얘기하는 형님들과는 달리, 언니들은 하림에게 눈치를 준다. 그녀들의 눈에 스무 살 남자가 얼마나 애송이로 보일지 뻔했다. 자매들은 남자친구를 데려오랬더니 애를 데려온 막냇동생을 책망하는 분위기였다. “나 우리 대영이 군대 다녀올 동안 기다릴 거고, 대학원 마치면 교수시킬 거야. 우리집에 교수 있어? 없잖아? 다들 아빠 돈으로 사업하면서 나이 차 갖고 뭐라 하지 말라고.” 오히려 하림이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그래 처제 말이 맞아요. 요즘 남녀 사귀는데 나이 차가 대순가. 생물학적으론 오히려 남자가 연하인 커플이 더 이상적이지.” “그럼, 그럼! 지금은 나이 차가 있어 보이지만 10년, 20년 뒤엔 똑같다니까. 오히려 속궁합도...” “이이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냐 언니. 우린 지금도 속궁합 좋아.” “풉!” “아빠가 벌떡 일어나시겠다...” “우와아~ 우리 처제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얘기 나눌까요?” “당신 미쳤어? 여기 병실이야.” “여보, 막냇사위 될 사람이 왔는데 그냥 보내? 우리가 옆에서 즐거워하는 거 들으시면 아버님도 기뻐하신다니까.” 둘째 형부라는 분은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럼 하림씨와 제가 술을 사 오겠습니다.” “무슨 소리! 손님은 앉아 계시고... 큰형님과 내가 술과 안주를 사 올 테니, 두 분은 자리만 만들어 주세요.” “그. 그럴까...” “햐... 내가 병원에서까지 술상을 보게 될 줄 몰랐네...” 수림누님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영씨... 괜찮겠어요?” 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하림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그녀의 가족들 또한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형님들 생각과 같아. 아버님도 좋아하실 것 같고.” “알겠어요.” 특실에 차려진 술자리는 즐거운 대화가 끊이질 않았고, 시끄러웠다. 큰 누님 내외분은 두 분 다 말없이 조용하셨지만 다른 사람의 얘길 듣는 걸 좋아하셨고, 둘째 누님 부부는 유쾌한 수다쟁이 커플이었다. 두 분의 금실도 좋아 보였다. 우린 10시가 넘어 쫓겨나다시피 병실을 나왔다. 간호사에게 술상을 들키지 않았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술자리였다. 우린 언니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 먼저 매세요.” “잠시만...” “취했어요?” “아니. 잠깐 어지럽고 숨이 차서...” “오늘 고마워요. 우리 둘째 형부가 말이 엄청 많아요.” “아냐 즐거웠어. 모두 좋은분 같더라.” “사과할게요.” “뭘?” “아까 대학원생이라고 거짓말한 거... 나라도 기분 나빴을 것 같아요. 그럴 생각은 아닌데 나도 당황을 해서...” “아냐 이해해...” “정말요? 화난 거 아니고요?” “화 안 났어.” “그런데 나머진 모두 진심이었어요.” “나머지? 무슨?” “자기 공부시켜서 교수시킬 거라는... 혹시 더 큰 꿈이 있으면 뭐든 도울 거예요.” “난 그렇게 꿈이 큰 남자가 아니야.” 스무 살의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소리였지만, 그녀가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오늘처럼 누군가에게 감사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빠도 기뻐한 것 같고, 의도친 않았지만, 언니들도 좋아하고...” “하림아...” “네?” ‘하림’이란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다니... 우린 거침없이 내뱉는 내 말투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나 너무 하고 싶었어.” “네에?” “우리 지금 그거 맞춰보자. 속궁합.” “아휴~ 정말!” “아까 병실에서 말했잖아. 우리 속궁합 잘 맞는다고.” “그건 언니들이 자꾸 무시하듯 말하니까...” “아까부터 네 가슴 만지면서 넣고 싶었다고.” “뭐야! 적응 안 되게 그런 말을 막!...” “싫어?” “아이, 참... 그런 거 묻지 마...요” “하고 싶어. 너랑.” “집에. 집에 가요 우리... 응?” 난 허리띠를 풀러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굵게 아치를 그린 페니스가 삐져나와 배꼽에 달라붙었다. “모야아~ 밖에 사람들 다니잖아...” “빨아줘.” “안돼, 여긴. 병원 사람들 지나다니잖아.” 팔을 잡아당겨 보지만, 하림은 완강히 거부한다. 우린 한동안 그런 대치상태를 지속했다. “정말... 지금... 원하는 거예요?” “응. 맞아.” “만약 내가 거절하면...?” “네가 거절해도 화를 내거나 실망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너를 너무 원하고 있다고.” “알겠어요... 그럼...” 그녀는 구두를 벗고 시트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허리를 구부려 내게 다가오더니 페니스를 움켜잡았다. “하아아... 기분좋아.” 난 그녀의 치마를 걷어내고 팬티 속의 맨살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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