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31화 - 상복을 입은 여자 [1]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대영아...”
누군가 익숙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띠링, 띠링>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인다.
명옥의 집이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띠링, 띠링>
“대영아, 너 핸드폰 소리 같은데....”
일찍 잠에서 깬 연선누나가 분한 목소리로 날 깨운다.
아, 맞다 전화기.
“미안해요, 누나.”
전화기가 생겼단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그런데 누굴까. 아직 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여보세요.”
잠을 설친 내 목소린 마른 쇳조각 틈으로 새어 나온 바람 소리 같았다.
<대영이니?>
조교실 남희 누나였다.
“네 윤대영입니다.”
<아... 번호 맞구나. 자는데 깨운 건가?>
“괜찮습니다. 방금 일어났어요.”
<아... 그래...>
내 반응을 살피는 듯한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마도 전화번호는 하림에게서 받은 것일 테지만, 그걸 따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조교실에서 개인번호로 학생을 호출하는 일이 일반적이진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주말 아침.
“어쩐 일이세요?”
아마도 조교 누나는 내게 간단한 심부름을 맡길 테고, 그럼 난 아침에 수연과 명옥의 얼굴을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상 못 한 순간 걸려온 조교실의 전화가 반가웠다.
“누나?”
<응...>
“말씀하세요.”
<하림이 아버님이 돌아가셨어...>
예상했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나는 지금 상황에 언뜻 생각나는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저 말없이 조교 누나의 다음 명령을 기다릴 뿐이었다.
<오늘 새벽이라나 봐...>
“장소는요?”
<입원해 계시던 묵동병원.>
“네... 알겠습니다.... 가볼게요.”
<혼자 가기 뭣하면 밤에 나랑 함께 가자.>
“아녜요. 혼자 갈게요.”
<그럴래?>
남희 누나는 하림과 친한 친구라고 했으니, 아침부터 조교실로 나와 대신 부고 전화를 돌린 모양이다. 아마 나에게 연락해야 할지 그녀도 고민했을 것이다.
“전화 감사합니다.”
<그래, 저녁에 보자.>
전화를 끊고 한동안 정신이 멍해 있었다.
많은 일이 있던 하루였다. 우린 강릉답사를 다녀왔고 명옥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어젯밤 수연과... 그리고 거침없던 명옥의 일이 떠오른다. 내가 죄책감을 가져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뒤로 벌렁 드러눕자 모든 것이 아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조교실 전화였니?”
“네.”
“뭐야, 일요일 아침부터... 심부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잠귀 밝은 연선 누나를 빼곤 모두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수연 쪽으로 몸을 돌려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를 좋아하다니...’
어젯밤 욕망을 참아낸 내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기쁘면서도 무거운 마음으로 나는 조용히 일어나 짐을 챙겼다.
“지금 나가려고?”
“잠 깨워서 미안해요...”
“미안하긴... 얼굴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지금의 내 고민은 연선누나가 이해할 수 있는 비밀이 아니었다. 고인에 대한 상념보단 미안한 사람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명옥이랑 수연에겐 대신 인사 전해주세요.”
“그래, 너도 어제부터 고생 많이 했다.”
스무 살의 내게 장례식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철없던 시절 허망하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식을 혼자 치렀다.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가족은 유일하게 나 한 명뿐이었다.
난 기숙사부터 들러 말끔히 샤워했다. 아마도 당분간 씻을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하림이 사준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상했다.
“대영아, 어디 가?”
늦잠에서 깬 동인과 눈이 마주쳤다.
“상갓집이라도 가는 거야?”
“응 맞아. 상갓집.”
평소와 다른 내 표정과 말투에 녀석은 뻘쭘한 표정이 되어 침대에 걸터앉았고, 헤드폰을 끼고 있던 준모 형이 나를 쳐다본다.
“가까운 분이야?”
“네...”
“내가 뭐 도와줄 건 없고?”
“준모 형, 저 검정 넥타이랑 허리띠가 없는데...”
“그래 알았다. 구해볼게.”
준모 형은 방을 나가더니 금방 허리띠를 빌려왔다. 버클 장식이 없는 얇은 디자인의 가죽제품이었다.
“검은 넥타이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아마 장례식장에서 빌려줄 거야.”
“고마워요, 형.”
* * *
예상대로 장례식장은 아직 어수선했다.
접객실엔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향냄새와 섞인 누린내가 희미하게 깔려있다.
그리고 하림은 분향실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나 왔어.”
하림은 반가운 얼굴로 화들짝 놀란다. 항상 나를 반기는 얼굴이었지만 유독 기쁜 표정이었다. 그녀의 상복에서 소독약 같은 시큼한 향이 풍겼다.
“내일 와도 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언니분들은?”
“조카들도 챙겨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큰 형부는 제주도로 골프 갔다가 이제 오는 길이고, 둘째 형부도 며칠 매장 닫는다며 정리하러 나갔데요.”
“괜찮아?”
“아직 실감 안나요.”
난 하림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수연의 하얀 피부와 갈색빛이 나는 머릿결을 떠올렸다.
“그런데 정말 왜 이렇게 일찍왔어요?”
“내가 온 게 부담스러워?”
“아뇨! 설마요...”
그녀의 목소리와 얼굴에선 내가 금방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표정이 읽혔다.
“나 여기 계속 있을 거야... 함께 있어 줄게.”
“대영씨... 고마워요.”
하림의 다정한 목소리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수연의 잔상을 지우진 못했다. 하림은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꿈에도 모르는 채 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밖 날씨는 어때요?”
분향소 옆에 딸린 작은 골방에서 넥타이를 묶어주며 하림이 내게 묻는다.
“날씨?”
내가 하림의 정수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갑자기 와락 안겼다. 골방엔 두 명이 좁게 앉을 수 있는 작은 소파와 소형 금고가 놓여있었다.
“병원에서 그리고 영안실에서도 줄곧 대영씨만 생각했어요... 아빠가 위중하신 와중에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불효녀인가 봐...”
“하림아...”
하림은 양복바지 위로 내 물건을 쓰다듬었다.
설마 우연히 스친 거로 생각했던 그녀의 손은 정확히 그녀와 내가 알고 있는 포인트를 짚어나갔다. 그새 성이 난 페니스가 얇은 모직 바지를 보기 흉하게 만들었다.
“하림아... 여기선 아니야...”
“그냥... 잠시만 이렇게 해줘요.”
하림은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내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무언가를 애원하거나 갈구하는 그 눈빛을 마주할 용기가 없던 내가 눈을 감자 그녀는 일부러 나를 더 구석진 곳으로 밀어내더니 무릎을 꿇고 바지 지퍼를 내렸다.
길고 커다란 페니스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손으로 쓰다듬더니 여기저기를 조목조목 정성스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그만해...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나 말과 달리 상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미치도록 자극적이었고, 당장 덮쳐버리고 싶은 욕망을 이를 악문 채 참아야했다.
“여기 뭐가 나와...”
하림이 혀를 갖다 대자 끈적이는 쿠퍼액이 그녀의 혀끝에 달라붙어 길게 늘어졌다.
“하림아... 이러면 내가 참기 힘들어.”
입술로 귀두 끝을 단단히 옭아맨 그녀가 혀를 굴리며 사방에서 간지럽혀왔다. 부드럽게 돌던 혀가 아랫입술 밖으로 나오더니 뿌리 끝을 간지럽혔고, 또다시 귀두의 요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잠, 잠깐!”
난 하림의 머리를 밀치며 더 깊이 들어오려는 그녀를 제지했다.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난 그제야 가냘프게 떨리는 그녀의 작은 몸과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보았다. 하림은 나에게 위로받고 싶어 했다.
“이리 와...”
하림을 소파에 눕히고 팬티를 벗겼다. 그리고 의식을 치르듯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속에 내 물건을 놓아주었다.
하림이 상체를 활처럼 굽히더니 골반을 흔들며 다리를 넓게 열어주자 페니스는 아무런 저항 없이 끝까지 그녀 몸속으로 들어갔다.
“하아아...”
긴 한숨을 토해내는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 하림의 숨결을 느끼며 혀로 그녀의 맛을 음미했다. 고소하고 달콤한... 그리고 이젠 익숙하기까지 한 그녀만의 향기였다.
“흐으으응.”
하림이 허리를 움찔거리며 더욱 바짝 달라붙었다. 평소대로라면 좀 더 빠르게나 강하게 넣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나는 저속기어를 쓰는 장치처럼 하림의 질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왕복했다.
“하... 하아앙... 하아...”
난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처음의 몇 분간은 안달 난 여자처럼 칭얼거리며 내 몸을 찾지만, 결국엔 감성적인 느낌의 섹스를 더 원하는 하림이었다. 난 그녀 곁에 내가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싶었다. 오늘은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아... 자기... 안 할 거야?”
“응... 뭐?”
“그거 말이야... 사정...”
하림은 섹스 그 자체보다 내 사정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색은 안 하지만 그녀의 몸속에서 꿈틀거리며 정액을 쏟아내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만 하자. 씻을 곳도 없고, 너 불편해.”
“싫어... 안에 해줘... 응?”
난 여전히 위아래로 페니스를 그녀의 몸속을 들락거리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하림을 쳐다보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하림은 순간 놀라 성긴 목소리를 냈다.
“누, 누구세요?”
난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그녀의 몸속에서 물건을 빼진 않았다.
“지하실에서 왔는데요, 진단서가 아직 접수 안됐다고 하네요.”
영안실 직원이 밖에서 하림을 찾고 있었다. 목소리가 아직 일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 같았다.
“사망진단서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병원에서 돌아가신 거라 알아서 인계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아직 처리가 안된 건가요?”
“아... 그럼 제가 다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네, 옷을 갈아입는 중이라... 미안합니다.”
한참동안 응답이 없는 걸 보니 직원은 자리를 떠난 모양이다.
“휴우...”
“크크크. 뭐야 큰일 날 뻔했잖아. 문은 언제 잠갔어?”
“안 잠갔어요.”
“어이쿠! 큰일 날 여자네.”
우린 멋쩍게 웃으며 서로의 몸을 분리했다. 아직 절반쯤 화가 난 페니스를 그녀가 화장지로 닦아주었다.
“괜찮겠어요? 지금 아니면 며칠 못할 건데...”
난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하게 접힌 그녀의 팬티를 내밀었다.
“상 끝내고 자기 맘이 괜찮아지면 그때 할게. 자기가 그만하라 해도 계속할 거야. 그러니 내 걱정은...”
“겨울까지 계실 줄 알았어요...
하림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등을 보이더니 눈물을 훔쳤다.
나는 말 없이 흐느끼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하림은 느슨하게 내려온 목선과 반듯한 등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라인은 뒤에서 덮칠 때 이리저리 흔들리며 튕기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나도 모르게 하림의 벗을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 위에 올라탄 나를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