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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29. 우는 아이에게 특효약은 쯉쯉이


#29. 우는 아이에게 특효약은 쯉쯉이 *** '흐윽…. 엄마….' 아이는 보통 신상에 위험을 느끼거나 자신의 힘으로 처리하기 힘든 일이 닥치면 엄마부터 찾는다. 신지윤의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을 하나도 쌓아주지 못한 부모이지만, 그래도 부모는 부모. 택시기사에 쫓겨 이성이 시키는 대로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구석진 곳을 찾아 숨게 되었다. 실로 어린아이 같은 발상. 막상 숨고 나서 침착하게 상황을 둘러보니 후회만이 밀려왔다. 첫째로 자신이 숨은 곳은 동굴에서도 가장 구석 진 곳. 찾아 내기 힘든 만큼 찾아 낸다면 다시 도망치기도 힘들어진다. 3면이 막혀 탈출구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실로 어두운 비탄의 구석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탁하고 습한 이끼의 냄새와 함께 섞여 들어오는 분변의 냄새. 야생동물의 것일지 게이트에서 나온 마수의 것일지 짐작할 수 없다. 스스로 사면초가로 걸어 들어간 꼴이 아닌가. 제방 둑 무너지듯 눈물샘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샘 솟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똑똑한 머리는 제 역할을 다해 수십 가지 대책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행동으로의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당장 나가야 한다고 이성이 경종을 울리지만 저 암흑의 동굴 입구에서 당장에라도 그 무섭도록 집요한 남성이 나타날 것 같아서 두려웠다. '선호….' 문득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된 남성이 떠오른다. 여태까지의 삶에 있어 처음으로 충동과 관심을 가지게 해준 남성. 자신을 향한 조금의 악의도 느껴지지 않는 마력을 감싼 그의 몸은 유명한 파티시에나 블랑제가 만든 디저트보다도 더욱 고급스러운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 달콤한 육체에 포옥 안기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못했기에 그가 여기까지 구하러 와 준다는 확률은 0에 수렴하지만, 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저 죽음의 통로를 향해 과감히 나아간다는 행동이 비록 허무 속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따른다 해도 정말로 만에 하나 그가 자신을 구하러 와 줬다면 그것을 해내야만 한다. 마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어미새를 따라 창공을 뚫고서 날아오르는 아기새의 감정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끼에에엑! 끼엑꼑! -꺅꼑껙! 게엑? -껙! 평소 들어 본 적 없는 동물의 소리다. 의성어로써 표현하기 힘든 울음소리들의 공통점은 그것의 주인이 마수라는 것. 점점 목소리가 커지더니 그것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보다 작은 키, 초록색 피부, 인간과 흡사한 이목구비에 커다란 귀,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고블린이라고 불리는 이계의 생명체이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침팬지에 버금가는 근력으로 일반 성인 남성도 가볍게 찢어버릴 수 있고,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손톱과 이빨에 숨겨진 마비독. 고블린의 마비독은 손톱에 한두 군데 긁힌다면 몇 시간 정도 몸이 마비될 뿐이지만 상처의 갯수가 늘게 된다면 금새 건장한 성인 남성의 치사량에 이른다. 두려움으로 벌벌 떨며 고민하는 사이 나갔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늦고 말았다. 당장은 발각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뛰어난 후각을 소유한 고블린에게 숨은 곳을 들켜 한 끼 식량이 되겠지. 죽음에 직면하다시피 한 가혹한 상황에 후회라는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옆에 있던 여성을 보며 느껴지던 불쾌감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먼저 다가섰으면 어땠을까. 다시 만난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런 사소한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행운이 오면 불행도 온다. 그리고 불행이 클수록 행운 또한 그에 비례해 더욱 커져서 함께 찾아오는 법이다. -야이 고블린 새끼들아. 면상 좀 보자!!!!!! 환청인가. 그토록 기다리던 목소리지만 그것에 대해 길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죽음에 직면하여 고조되고 각성된 정신의 물결이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썰물처럼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몸에 심각한 탈력감이 찾아왔다. 그렇게 신지윤은 정신을 붙잡은 마지막 끈을 놓치고 말았다. *** 택시기사를 무력화 한 뒤 신지윤을 찾아 스탬피드를 전개하고 달려 나갔다. 이 넓은 곳을 이 잡듯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냉철한 추리를 바탕으로 위치를 특정해야 했다. '택시기사 말로는 놓친 지 10분도 안 됐다고 했지.' 지친 여성의 몸으로 10분간 달려봤자 스템피드를 전개한 선호의 속도라면 2,3분 안에 확실히 따라잡을 것이다. 맥시멈으로 계산해 택시기사와 조우한 곳을 중심으로 잡고 직선으로 3분가량 달린 뒤 그곳이 테두리. 가운데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점을 지나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평면도형, 즉 원을 그렸다. 그리고 원에서 사람이 이동하기 힘든 지형을 삭제하니 부채꼴의 형태가 나왔다. '신지윤은 이 부채꼴 안에 무조건 있다.' 스탬피드를 최대한 전개하여 부채꼴 내부를 이 잡듯 뒤졌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동네 야산 답게 사람이 몸을 피할 만 한 커다란 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어딘가 숨었다.땅굴이나 동굴.' 구역과 지형을 특정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들어가 보려던 차에 마침 뒤지던 곳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고블린이 동굴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신지윤이 만약 저 안에 숨었고, 고블린들이 방금 도착한 상황이라면 신지윤이 위험하다.' 아카데미에서 뭔가 배워 보기도 전에 처음으로 겪는 실전. 마냥 무시할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은 귀가 닳도록 들었다. 고블린을 무시하다 죽은 놈들을 모으면 앉아번호로 연병장 네 바퀴는 돌릴 것이다. "야이 고블린 새끼들아. 면상 좀 보자!!!!!!" 연약한 여성이 고블린과 조우한다면 초 단위로 삶과 죽음이 결정될 것이다. 어그로를 자신에게 끌리게 하기 위해 동굴 입구에 서서 고함을 고래고래 질르고 아버지가 주신 공간확장 주머니에서 지하 수련장에서 하나 챙겨 넣은 진검을 꺼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생필품과 비상식량 조금, 그리고 무기를 넣어두었는데 마침 활용할 기회가 터졌다. -꺄꺅꺅!!! -키에엑!!! -끼에엑!!! 칠흑 같은 동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니 이내 세 마리의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공격 사거리에 들어오자마자 두 마리는 점프로 공중에서, 나머지 한 마리는 지상에서 손톱을 치켜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최대로 전개한 스탬피드는 동굴에 후끈한 열기를 채우기 시작했고, 예상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에 안도하며 나름 펼친 합격술에 대응했다. 공중의 두 마리는 회피, 지상의 한 마리부터 제압하기로 했다. 뒤로 회피하여 공격턴을 소모한다면 다시 한번 세 마리의 공격턴이다. 오히려 지상으로 달려오는 한 마리에게 달려들어 공중의 공격을 회피함과 동시에 공격을 진행했다. 음양신선공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스탬피드는 내게 엄청난 속도를 더해 주었다. 그리고 속도는 곧 질량. 내 몸이 가진 질량에 무기가 가진 날카로운 예기가 더해지니 고블린의 목이 뼈까지 두부 썰리듯 썰렸다. 쐐액!! 툭-! -끼에에에엑!!! -꺄아아악꺅!!! 한 마리가 쓰러지기 무섭게 나머지가 달려든다.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지닌 존재들이 악의를 여실히 드러내고, 죽은 놈의 목뼈가 내 검에 보낸 작용 반작용의 힘의 잔재가 아직도 손바닥에 느껴진다. 온몸에서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강력한 살의가 뇌에서 퍼져 나온다. 살의를 머금은 마력이 온몸을 미친 듯 날뛰면서 더없이 깊은 살의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이 미개한 생물들은 눈앞에 선 인간이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잔인한 간극이 자아내는 결과는 당연했다. 나머지 고블린들은 어째서 동굴바닥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인지 깨닫기 전에 사고가 정지했다. 툭-!툭-! 털썩! 털썩! 목과 몸통으로 분리된 고깃덩이들이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는 찰지게 동굴을 울렸다. *** "네.알겠습니다.오늘은 안 될 것 같고, 내일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네.수고하세요." 경찰에서 단순한 역학조사만으로도 그간의 실종자들과의 연결점이 튀어나와 현행범으로 택시기사를 연행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내일 출석해서 오늘의 일에 대한 조서를 쓰기로 했다. 고블린 몇 마리를 죽인 것은 특별한 일이 못되지만 연쇄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잡는데 있어 크게 엮여 있으니 대충 넘어갈 수는 없나보다. 신지윤을 납치강간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듣고 눈깔이 돌아 정당방위가 성립되기에는 택시기사의 상태가 좀 과하기도 했다. '연쇄 살인강간범을 대신 잡아줬는데, 설마 뭐라 하진 않겠지.' 선호는 고블린을 죽인 뒤 동굴 구석에 숨어서 기절한 신지윤을 찾았다. 공주님안기로 기절한 그녀를 안고 아리가 기다리고 있을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다. "으음…." "정신이 들어?" 얼마나 놀랬을까. 숲속으로 도망치면서 옷은 여기저기 다 찢어져 걸레나 다름없었다. 희고 고운 피부에는 여기저기 긁혀 생채기가 났고, 흰 옷은 흙과 피에 검붉게 물들었다. "흐윽…. 으윽…. 뷰데에에에에~~~~" 신지윤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리며 내 목을 거세게 끌어안았다. "이제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흐어어엉…. 흐어엉! 흐아앙!!" 애기들이 울면서 뭐라고 불만사항을 말하듯 울음과 말을 동시에 하니 뭐라는 지 모르겠다. "그래,그래. 이제 다 끝났어. 뚝하자~" "으아아아아앙!!!" "끄엑!" 달래줄 수록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내 목을 조이는 두 팔의 힘이 커져만 간다. '생명의 은인을 죽일셈이냐..!켁!!' 한참을 목 놓아 실컷 흐느끼던 그녀가 슬슬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 "흐윽…! 흐윽…! 흐잉…! 후에………." "좀 진정이 됐어? 저번에 봤지? 같이 온 여자애가 치료 능력이 있으니까 일단 거기 가서 치료부터 받자." 끄덕끄덕. 껴안은 팔은 풀지 않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니 머리카락이 내 목에 부대끼며 간지럼을 유발했다. "우리 공주님 얼굴 좀 볼까? 이제 팔 좀 놔주지 않을래?" "이러고 있을래…." "……그래." 뭐 나름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다. 코로 들어오는 여성의 진한 살 내음. 왼손에서 느껴지는 체구에 비해 큼직한 옆 가슴의 부드러움이 오른손에서는 가녀린 다리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양손으로 행복을 가득 들었다. "고마워…." "응." 충격이 컸던 탓인지 계속해서 달달 떨리던 신지윤의 몸이 아기에게 공갈 젖꼭지를 물리면 얌전해지듯 선호의 목을 물고 빨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잠잠해졌다. 쯉쯉..쯉쯉.. '아..목에 키스마크 생기겠다..' 여인을 공주님처럼 소중히 그러안고 있는 사내. 거슬리는 소리만 제외한다면 두 사람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모습이다. 두 남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끽하며 길을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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