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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 옛날 이야기 - 셋째날


‘주인님이라니, 내 취향이 그런 거였나?’ 아직도 나는 꿈에서 있었던 일이 여운에 남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있었다. 상황적으로 만 봐서는 흥분하는 것이 맞았지만 현실적으로는 베개에 박아서 사정한 것이라, 생각만 해도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자세히 생각해 보니 꿈에서 느꼈던 촉감이 애매했던 건 바로 그때문이지 아닐까 싶었다. 들어가지도 않는 베개에 억지로 허리를 흔들며 박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시발. 이른 아침부터 자기 팬티를 빠는 상황은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침이 지나고 점심이 되었다. 낮이라고 불도 안킨 주방은 은은하게 창문 빛이 내려쬐고 있어서 밝지는 않지만 그리 어둡지도 않은, 그런 흔한 여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매미도 계속 울고 있었다. “아들?” 엄마는 거기서 열심히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더운 여름과 어울리는 콩국수. 거대한 사발 세 개에 흰 콩국물 위로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중면이 고스라니 담겨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이채가 살짝 올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데...?” “그래, 수저 좀 놓고 애기씨좀 불러라. 밥 좀 먹으라고.” 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로 열심히 수저를 놓고 ‘그녀’를 부르러 간다. 똑똑 “식사하세요.” “......” 대답 대신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녀가 내 말을 들었으리라 생각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설탕과 소금 중에 무엇을 고를까 고민한다. 설탕도 좋지만 오늘은 기분이 소금이었다. 그렇게 소금을 착착 뿌려서 잘 비빈 콩국수는 알맞게 불어 있어서 한입에 먹기 딱 좋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오버사이즈 핏의 넓은 흰 티셔츠를 그보다도 흰것만 같은 어깨가 아슬하게 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연히도 브래지어 끈이 살짝씩 보이는 것이 동정인 나에게는 퍽 애로틱한 모습이었다. 아래는 검푸른색 돌핀 팬츠. 나는 눈을 둘데가 없어서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어젯밤. 그녀가 맨몸으로 내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던 모습이 아른 거린다. 그렇게 보니 오늘 먹는 콩국수가 유달리 더 희어보였다. “잘 잤니? 어서 와서 식사하렴.”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엄마는 옛날 사람 같지 않게 설탕을 들고서는 듬뿍 뿌린다음에 젓가락으로 잘 비빈다. 그녀도 천천히 다가가 내 맞은편에 앉아 수저를 든다. 그녀는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오이를 걷어내고는 소금을 뿌려서 비비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는 엄마가 호들갑을 떤다. “아이고, 오이 싫어했구나. 그거 주렴. 아들이나 먹으라고 해야지.” 엄마는 그녀의 그릇 옆에 쌓여 있던 오이채들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 그릇으로 옮긴다. 나만 어리벙벙하게 눈치를 살핀다. “어? 오이 좋기는 한데...” 그녀 그릇에 담겨 있었던 오이를 나는 누가 볼세라 급하게 콩국 아래로 숨긴다. 왜일까 부끄러웠다. 그 뒤로는 우리 셋이 조용히 콩국수를 먹는 것이었다. 나는 유달리 더위를 타서 동동 띄워져 있던 얼음을 괜히 씹어 먹고는 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흰 콩국물이 묻어 있었다. 마치... 그래서 생각하니 바지춤이 부풀어 올랐다. ‘아 제발. 내 좆아 왜케 눈치가 없냐.’ 식탁 아래로 높게 뻗은 내 그것은 세차게 솓아올라서 식탁 아래쪽에 닿을 정도였기에 나는 엉거주춤 허리를 내빼고 급하게 콩국수를 먹는 척했다. “어머 얘봐라. 그렇게 맛있니?” 눈치 없는 엄마의 웃음이 부끄러운 가운데,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아들, 한 삼일 정도 가게 좀 봐줄 수 있겠니?” 나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눈을 말똥거리며 뜨고는 물었다. “왜요?” “아니, 좀 있으면 결혼기념일이잖니. 너희 아버지가 말이다. 기념으로 오랜만에 여행좀 가 보자고 하지 않겠니? 벌써 제주도 공항 티켓까지 끊어 놨더라고. 글쎄 웬일이니? 하여튼 그래서 직원들 시간대 조정은 해놨고, 낮동안만 근무하면 될 거야. 부탁해 아들~” 예전에 종종 아르바이트 대신 일한적도 있는 터라 부모님은 이따금 나를 부려 먹곤 했다. 몇 번이고는 부탁하는 것이 영 뻔뻔했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께서 쉬셔야 하는 것도 맞고, 순간 스치는 생각도 있어서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그럼 알았어요. 저번처럼 하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러렴. 고맙다. 아, 애기씨는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아들내미에게 말해요. 혹시나 건들려고 하면 확 물어 버리고!” “아, 엄마 그만 좀!” 엄마의 괜한 주책에 그녀는 조용히 입에 담긴 콩국수를 마저 먹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마치 관심도 없는 것처럼 그런 태도에 나는 더욱더 강한 열망을 느꼈다. 점차 수그러들던 참이였던 내 그것이 다시 한번 세차게 솟아오른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마저 남은 국수를 먹었고선 재빨리 그릇을 들고 돌아서서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다. 간단한 설거지하면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단 한 가지 생각에 자꾸만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후-” 흥분을 감추려고 깊은 한숨이 대신 나온다. 내일 밤. 그녀와 나는 이 집에 둘만 있게 된다. *** 이튿날. 나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부모님의 마트로 출근했다. 자동차를 타고서도 10여분은 가야 하는 곳이라서 일찍이 출발해야 했다. 짙은 햇볕 가운데에 이따금 차들만이 지나갈 뿐인 시골길을 걷다 보면 너무나도 선명한 햇볕에 오히려 더욱더 어두워진 그림자가 마치 길동무처럼 내 옆을 같이 걷곤 했다. 그래서 드문드문 있는 가로수 아래로 지나갈 때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준 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일부러라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나무 아래로 걸었다. 그렇게 30여분은 걸어야 마트에 도착한다. 마트에 도착했다. 아직은 이른 아침. 마트 밖으로 쌓여져 있는 쌀이나 할인상품같은 것들이나 입구 근처에 주차되어있는 오래된 트럭이라던지. 몇년이 지났지만 그대로인 모습에 사뭇 정겨웠다. 농협의 O나로 마트처럼 단정한 느낌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운영하는 마트는 있을건 다 있는 그래서 주변 주민들이 꾸준히 찾게 되는 그런 마트였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르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고 나 또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얼굴을 익히고 있는 편이었다. “어, 오랜만이다? 오늘은 도련님이 일하나봐?” 그러니 이런 일도 있는 것이었다.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라도 적어도 G컵은 넘지 않을까 지레짐작 할 정도로 큰 가슴에 갈색빛 단발머리. 눈 밑에 점이 특징인 누나가 우리 마트 유니폼(이라고 부르지만 앞치마에 불과하다)을 입고 다가와 묻는 것이다. 이 20대 후반의 누나는 일명 몇 년째 이 마트에서 일하는 ‘마트 누나’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나를 ‘마트 도련님’ 하면서 놀리던 것 때문에, 그녀가 이곳 마트에 부매니저로 취직하고 부터는 내가 붙여준 별명같은 것이었다. 그 뒤로 동네 아이들이 모두 누나를 ‘마트 누나’라고 불렀는데, 도련님이란 말이 싫었던 나와는 달리 누나는 그 별명을 꽤 좋아했다.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뭐 어때, 나한텐 도련님인데.” 그녀는 웃으며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살짝 흔들리는 가슴이 곧바로 눈에 간다. 웬만하면 피해야 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누나의 얼굴을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려갈 수밖에 없으니까. “흐응- 우리 도련님이 그런데에 관심이 많나 보지?” “그런 거 아니예요... 일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 물건은 들어오는 중이예요?” “얘, 말 돌리는 것봐. 물건은 착실하게 들어고 있으니 걱정 하지마시고 짐이나 좀 진열좀 부탁해. 특히 여기 라면쪽, 많이 빠졌으니까 부탁 좀 해용?” 마트 누나는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성실하게 일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단순히 점원이었던 그녀를 아버지가 1년도 안돼서 부매니저까지 올린 것이니까. 참고로 매니저는 엄마다. 나는 누나 말을 따라서 라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 한산했고, 누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재고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런 누나를 나는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는데, 위아래로 풍만한 몸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랫쪽 물건이라도 확인하려고 앉으면 청바지가 터질 듯하게 늘어나는 탓에 눈길이 안 갈 수 없었다. 늘어난 바지춤 위로, 당연한 것처럼 팬티가 보였으니까. 오늘 누나의 팬티는 일하기에 좋은 회색의 면 팬티가 땀에 젖은 채로 있었다. 나는 넋을 놓고 보다가 그녀가 눈치챌까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트 누나는 무언가 소박하면서도 역동적인 매력이 있었다. 나는 그런 누나를 예전부터 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인가? 그건 아마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욕정'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새하얀 교복 와이셔츠가 땀으로 젖어 투명하게 비칠때에도 누나는 웃으며 나를 껴앉고 '도련님'이라고 불러주곤 했으니까. 그래놓고 땀으로 젖어서 냄새가 날것을 걱정하는 것이 누나의 매력이었다. 그런 누나가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올것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아직도 '도련님'일 테니까. 나는 불필요한 생각을 그만두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므로. 나는 오늘 밤에 있을 일을 생각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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