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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43. 임시적 동맹


아무도 없는 거실. 냉자고 소리만이 웅웅 울어대고 있는데, 한때는 누군가의 침실이었던 방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끼이익 안경쓴 단발머리 여자애가 눈치를 보며 슬며시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거실의 상태에 의아해하면서 천천히 오빠의 침대로 향하는데... “우움...?” “꺅!” 하지만 연우는 민아가 이미 침대를 선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었다. 깜짝 놀란 연우는 괜히 민아에게 다그쳤다. “왜 민아씨가 거기에 있어요!?” “그거야...제 맘이죠... 후음... 작가님은 아직 안왔나보네요?” “뭐... 그런거 같아요. 어쨌거나 거기서 나와요.” “제가 왜요?” “그거야. 남의 침대니까...” 민아는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심하게 고개를 숙인채로 눈을 치켜세웠다. “그럼... 이 침대가... 언니꺼라도 된다는 거에요...?” “그...그건 아닌데...” “그럼... 왜 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에요...?” 무참한 팩트에 당황한 연우는 결국 필살기를 쓰고 말았다. “난 오빠 여동생이니까. 가족이니까 괜찮고! 너는 우리 오빠랑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 . . . “...후훗!”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 정적 가운데에서 작은 웃음이 봄날의 새싹처럼 튀어나왔다. 그 의미심장한 웃음에 당황한 연우는 쟤가 미쳤나 하고 쳐다보며 말했다. “뭐,,, 뭐가 웃겨?” 민아가 그때 지은 표정은 우숩다기 보다는 안쓰럽다는 표정이었다. 그랬기에 연우는 더더욱 당황했다. ‘쟤가 무슨 속셈인거지?’ “언니, 언니가... 아직도 모르는게... 하나 있어요.” “그... 그게 뭔데?” 민아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한다. “저랑... 작가님랑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이요. 그러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 무근인거죠?” 쿠궁! 연우의 머릿속에 마치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뭐...뭐라구?” “저랑 작가님은 연인사이라구요... 같이 자기도 했는걸요?” 쿠궁콰광! 더욱더 엄청난 소리의 천둥이 연우의 머릿속에 울렸다. 알고는 있었다. 민아와 오빠가 그렇고 그런 관계일것이라는 것쯤은. 내가 오기 전부터 같은 집에서 동거하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닐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에게 듣는 것은 그렇게 생각만 한것과는 다른 큰 충격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오빠랑 그냥 남매관계가 아닌걸...!“ ”흐..흥! 그러던지 말던지. 나도 오빠랑...그... 섹...섹스 해봤거든!“ 그때였다 이번엔 민아쪽에서 수상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루룽.... 우루루룽.... 우루르 쿵쾅쾅쾅쾅!!! 엄청난 소리가 민아의 머릿속에서 울려 터져버렸다. 민아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못해 새까매져서 본능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님? 저뿐만이라고 했던 말들은 모두 거짓말있었나요 작가님? 그럼 설마 그때도 저를 기만하면서 키스한것이었나요? 저와 같이 했던 밤들은 모두다 그냥 제 몸만을 탐해서 그런건가요? 작가님? 도대체 무슨일이죠 이게 다 죽여버릴 거야. 내 작가님을 뺏는 년들은 모두 죽여버리고 싶어. 아니야. 망가뜨려야해. 더 이상 꼬리칠 수 없을정도로 피폐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게 만들어야해. 작가님도 나만 바라보게 할거야. 방에 가둬서 내 그림만 그리고 내 만화만 그리게 해야지. 나만 사랑하고 나만 좋아하고. 나한테만 키스하고 나와 만 섹스하고. 그게 맞는거야. 그게 맞는거야. 그렇죠? 작가님? 작가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시죠? 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작가님?‘ 비밀로 한다는 약속이라던지 연우 언니를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라던지 그런 것 따윈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자제할 수 있을 만큼 민아는 똑똑한 여자였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기나긴 계획을 위해서라면 아주, 아주, 많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민아는 아주 검고 심연에 가까운 눈으로 연우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뭐. 라. 고. 요?“ 민아가 아주 느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기에 연우는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모두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오...오빠가 나 진짜로 사랑한다고 했어. 흥.. 너같은건 그냥... 가지고 놀았을 뿐이야...!“ 물론 거짓말에 과장이 들어간 말이었지만 연우의 말에는 자기 세뇌도 어느정도 들어가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연우 또한 몰려 있었던 것이다. ”......“ ’계획이고 뭐고 다 죽여버려?‘ 하는 생각이 민아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지만... ”후우...“ 다행히 심호흡 한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진 않아요. 이것 들어보세요.“ 민아는 자기 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녹음기 하나를 꺼내보았다. 연우는 뭔가 싶으면서도 거기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오빠의 목소리. 그것도 꿀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으니까. ”민아야 확실한게 하나 있어.“ ”니가 제일 맛있어.“ ”사랑해 민아야.“ 그리고 적나라한 키스소리. 민아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 녹음기를 귀에 대고 부비적대고 있었다. 민아는 이런 상황에 당황했다. ’오빠가 그런 말도해?‘ 연우는 그렇게 느끼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오빠는 처음 들어봤었다. 그래서 대단한 충격을 받았고, 그 뒤로 들려오는 키스소리에도 당황했다. 사실 그 모든 것을 민아가 녹음했다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연우의 머릿속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이 오빠가...“ ’나한테는 그런 말 안해줬으면서!‘ 민아와 오빠가 섹스했다는 사실보다도 연우는 자기한테는 그런 달콤한 말 따윈 안해줬다는 것이 더욱더 화가 났다. ’나랑 한건 그냥 섹스야? 오빠?‘ 분노한 두 여자는 서로를 노려본다. ”민아야...“ ’연우 언니...” 서로가 서로에게 날이 서있는 위태위태한 상황... 그 상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띵동! 민아의 스마트폰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아는 스마트폰을 급하게 꺼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스마트폰에는 ‘지정지역 이탈’이라는 수상한 글자가 떠 있었다. “어....? 작가님? 왜 거기 계시죠?” 민아는 이미 알 고 있었다. 이 시간대는 작품회의를 하러 가야하는 시간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가는 카페에 간다는 것까지. 그런데 민아의 작가님은 지금 전혀 다른 곳으로, 서울을 벗어나 경기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연우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야... 그건?” “작가님 스마트폰에 몰래 깐 위치추적어플이요. 서로의 위치를 공유해주죠... 그런데 지금 작가님이 일을 하거 가는게 아니라 이상한곳으로 향하고 있어요.” 연우가 나지막이 읍조린다. “누구랑... 만나는거지?” “그러니까요...” “우리말고... 누구랑?!” “그러니까요!” 둘은 동시에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죠?!”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두 여자의 눈은 질투의 눈빛이 아니라 동료를 보는 눈빛이었다. "너는 계속 위치를 확인해 나는 택시를 부를께." "알았어요!" 둘은 재빠르게 밖으로 튀어 나갔다. *** "분명... 여기쯤...인데?" 민아의 스마트폰에는 한 카페의 위치가 찍혀있었다. 서울 외곽의 한적한 카페. "웬지 오빠의 기척이 느껴지는거 같아. 잠깐... 저기?" 연우가 카페의 큰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안쪽에 테이블 봐봐 누구랑 같이 있어 오빠가." 얼굴을 찌푸리고 카페 안을 자세하게 보는 민아는 그곳에 익숙한 작가님의 모습이 있는것을 확인했다. "같이 있는 년은 누구죠" "누군진 모르는데... 근데..." "가슴이..." "그러게요 가슴이..." 각자 자기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연우는 자기의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몹시 침울해졌고, 민아는 나름 자기 가슴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오빠(작가님)과 함께 있는 여자의 가슴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컸다. "좀... 더 가까히 가봐요." "그래 그러자. 민아야." 둘은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빨리 나오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는 들릴정도의 자리에 앉았다. 오빠(작가님)은 단발에 아름다운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고 있는것 같았다. 비슷한 나이, 큰 가슴. 섹시한 몸매. 눈밑 점. "위험해!" "저 년이?!" 한눈에 봐도 암여우 같은 년이라는 것을 알게된 두 여자는 속으로 외쳐야할 말을 밖으로 외쳐버렸다. . . . '?'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왜그래? 도련님?" "아... 아니야. 뭔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거 같아서." "후훗... 긴장해서 그런건 아니고?" "아냐... 그리고 도련님이라고 부르지마." "그럼 뭐라 불러? 히히. 나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는게 편한데." 나는 고개를 훼훼 내저으며 맘대로 하라는 듯이 손짓을 하였다. 그것을 본 누나는 웃으면서 팔짱을 끼며 나에게 얼굴을 가까히 대었다. "그래서 오늘도 할꺼야?" "아... 그거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서 말이지..." 그동안 누나와 섹스해왔던것도 정리할 떄가 왔다고 생각했다. "누나. 누나는 지금 가족이 있잖아." 누나는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살찍 찡그리며 다시 등을 꼿꼿히 편다. "...그렇지." "내가 보기엔 누나는 위태위태해보여. 나랑 이렇게 한다고 해답이 나올거 같진 않아." "......" 누나는 내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나는 지금 해결책이 필요해." "뭐. 어떻게 하려고? 날 버리려고?" "그건 아니고..." 내가 해야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누나 아이를 가져보는건 어때?" "뭐?!" "안돼!?" "뭐라고요!?"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전혀 다른 세곳에서 튀어나와 카페에 울려퍼졌다. 민아와 연우가 저편에서 지르는 비명에 나는 놀라 일어섰고, 누나도 자기가 지른 비명과 다른 여자들이 지른 비명에 놀라 입을 막고있었다. "너네가 왜 여깄어?" 놀란 카페 주인만이 눈을 껌뻑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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