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68. 이번엔 니 뜻대로 절대 안될 거야. 개새끼야
병원장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꼈다. 아직 본격적으로 태준이 나쁜짓을 하기도 전에 들켜버린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민아는 민망한 듯 침대에서 빠르게 일어나 옷을 정리하고 병원장 옆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진료보고 있었어?”
“아… 네…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와이프가 중요한 진료 본다는데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와봐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산부인과 진룐데.”
병원장은 민아를 보고 있다가 태준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태준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병원장을 바라봤다. 마치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친 눈빛이었다.
개새끼…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인생 참 재밌네
병원장은 태준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태준 쌤 그동안 잘 지냈나? 개원 했다면서?”
“원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덕분에 빨리 개원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병원장이 내민 손을 태준은 꽉 잡았다. 악수를 하는 건지 서로의 악력을 겨루는지 모를 정도로 강하게 잡았다. 젊은 태준은 더욱 강하게 잡았다.
병원장의 얼굴에 아픈 기색이 살짝 있었다. 손을 빼고 보란 듯 민아의 옆으로 다가 갔다.
“진료는 잘 봤어? 특별한 일은 없었고?”
내가 네 와이프 보지에 뭔짓이라고 했을까 봐? 마음 같아선 바로 쑤시고 비비고 맛보고 싶은데 스텝바이 스텝으로 간다…
“네. 태준씨가 워낙 꼼꼼하게 봐주셔가지고…”
“그래? 역시 아까운 인재였네. 자기가 칭찬 할 정도면 정말 괜찮은 의사라는 건데.”
미친 새끼가 사람을 대놓고 농락하나. 지가 짤라놓고 이제 와서 저 지랄한다고? 가증스러운 새끼.
“네. 절 배려해주려고 재택 진료까지 먼저 제안 하고 그랬어요.”
“우리 같은 VIP는 당연히 재택 진료해야지. 시설좋은 병원도 아닌데 이상한 곳에서 진료 볼 순 없지.”
병원장의 비아냥은 멈출생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태준을 눌러 주고 싶었다.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여전했다. 그리고 병원장은 오랜만에 본 태준의 눈빛이 맘에 들지 않았다.
자기에게 굽실거리며 진료 담당을 부탁하는 태준을 상상했는데, 뭔가 모를 여유로움이 보였다.
병원장은 당연히 오늘은 자기 와이프의 음부를 태준이 못 봤다고 생각했다. 민아의 보지를 독점하는 사람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연하죠. 사모님이나 병원장님 같은 vip분들은 담당자가 붙어서 철저하게 관리를 해드려야죠.”
“그래서 VIP 처음 담당해 본 소감은 어때? 우리 병원에선 꿈도 못 꿨잖아.”
치졸한 새끼. 언제까지 저렇게 웃고 있고 있을지 두고 보자.
“네. 진짜 사모님이랑 병원장님 덕분에 좋은 경험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그래. 솔직히 아직 자네의 경험이나 실력으론 부족하긴 하지만 일단 한번 맡겨볼게.”
병원장은 민아의 팔을 꽉 잡았다. 마치 태준의 보란 듯이. 은주 남편이 태준 앞에서 했던 허세짓과 똑같다. 병원장과 은주 남편은 공통점이 많았다.
남들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썼고, 잘난 척을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었다.
태준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 눌러 주고 싶었고, 복수하고 싶었다. 복수하기에 아주 적절하고 안성맞춤인 마법의 차트까지 태준의 손에 있다.
하필 저런 병신들이 지들 분수에 안맞게 꽤 괜찮은 부인들을 가지고 있다.
남의 부인을 뺏어먹는 맛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새끼들아.
“그러니깐요. 사모님은 특히 관리를 잘 받으신 것 같더라구요.”
“뭐?”
병원장은 인상쓰며 민아를 바라봤다. 살짝 당황한 듯 민아는 병원장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태준의 말을 듣고 병원장은 눈치챘다.
“오늘은 간단한 검사만 한다고 하지 않았나?”
“네? 병원장님 어떤 말씀을"
“마치 자네 말이 방금 와이프 상태를 눈으로 본 것처럼 느껴졌는데. 내 착각인가?”
“아 그게…”
태준이 설명을 하려는 순간 민아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오늘 별거 안 했어요. 그냥 문진 정도만 했어요. 제 알러지랑 특이사항 정도만 알려드렸어요.”
“그래? 자기는 특히 알러지 조심해야 해. 먼지 알러지 있잖아.”
먼지 알러지? 그건 또 처음 들어보는 정보네.
“우리 집이야 깨끗하게 청소해서 문제없겠지만…”
병원장은 멸시하는 눈빛으로 태준을 바라봤다.
“다른 곳엔 먼지가 많을 수 있잖아.”
뭐 우리 병원은 먼지투성이라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건 제가 알아서 조심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이상한 병원 가지말고 계속 재택 진료해. 알러지 생기지 말고.”
“네?”
병원장의 행동이 부끄러운 듯 민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말리고 싶었다.
“병원장님 그건 걱정안 하셔도 됩니다. 저도 먼지 알러지가 있어서 열심히 관리 하거든요.”
“뭐? 태준 쌤도 먼지 알러지 있어?”
“네. 근데 병원장님 병원에서 짤리고 나서 알러지가 다 나았더라구요.”
“뭐?!”
병원장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변했다.
“병원장님 덕분에 다 나은 것 같아서 감사 인사 드리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하게 됐네요.”
태준은 병원장 앞으로 걸어갔다. 위압적인 분위기로 서 있었다.
“병원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먼지 알러지도 나았고, VIP 관리까지 하게 될 것 같아요.”
“...”
병원장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하며 태준을 올려다봤다. 남편을 말리고 싶었던 민아도 속으로는 통쾌했다. 그리고 태준의 행동에 놀랐다.
첫 진료날부터 음부를 보자고 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태준의 남자다움은 민아의 기대 이상이었다. 남편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사모님 건강한 출산을 돕겠습니다. 병원장님도 잘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제일 최선을 다 해야 하니까 걱정 마.”
병원장은 갑자기 표정이 바뀌더니 가소롭다는 듯 태준을 바라봤다.
“우리 와이프가 너무 잘 챙겨줘서 그런가 힘이 멈추질 않아.”
지 와이프를 꼭 저렇게 이용해 먹고 싶을까. 진짜 없어 보인다.
“아 안 그래도 그걸로 병원장님께 말씀드릴 사항 있었는데…”
“뭐? 그건 정말 아무 문제도 없어. 나 참 이거 보여 줄 수도 없고 말이야. 그치?”
병원장은 웃으며 민아를 바라봤지만, 민아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아직 검사하고 체크해야 하는 사항이 많으니 그동안은 관계를 삼가해주세요.”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확률이 높아지지! 지금도 매일 하는데 안 되고 있다고!”
“네. 그 부분이 문제인 겁니다.”
흥분한 병원장과 다르게 태준은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무조건적인 관계와 강압, 강박으로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겁니다.”
“뭐?! 강압? 부부인데 무슨 강압이야!”
“원장님 흥분하지 마시고요. 두 분이 관계를 방해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확률이 높은 방법을 제안드리는 겁니다.”
“그니까! 횟수가 제일 중요하고 매일하는게 중요하잖아. 임신 할 확률이 얼마나 적은데, 우리 같은 노산은.”
병원장은 쉽게 물어서지 않았다. 그냥 악을 지를 뿐이었다. 태준의 논리정연한 듯한 설명에 숨긴 의도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역시 병원장님 경력과 노하우가 많으셔서 그런지, 제가 말씀 드리려고 했던 걸 다 알고 계시네요.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임신은 정말 확률이 낮죠. 오죽하면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한 번이라도 더…”
태준은 병원장의 말을 날카롭게 끊었다.
“더구나 노산인 두 분에겐 정말 신들의 축복이겠죠. 그래서 더욱 더 신중하고 최상의 컨디션과 조건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병원장님의 훌륭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 태어나지 않을까요?”
“그… 그거야 당연하지! 내 자식인데 최고의 유전자지.”
“네. 근데 병원장님도 아시겠지만, 노산의 경우 남자도 중요하지만 산모의 컨디션이 제일 중요합니다. 몸과 정신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진행되면 사모님이 정말 힘드실거예요.”
태준의 말이 끝나자 병원장은 민아를 날카롭게 째려봤다.
“아직도 준비가 안 됐어? 태준 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
병원장의 추태는 끝날 생각하지 않았다.
“병원장님. 그건 사모님의 생각이 아니십니다. 사모님의 담당의로써 제 소견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뭐 조선 시대 왕들처럼 날짜라도 받아 놓고 관계를 하라는 거야?”
“아직 그 정도까지 필요한지 아닌진 모르겠습니다.”
“뭐?!! 21세기에 그런 게 어딨어.”
병원장은 어이없다는 듯 태준의 말을 무시했다.
“역시 자네는 괜찮은 의사가 아니야. 그냥 돌아가! 와이프가 제안했던 것도 다 없던 걸로 하자고.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병원장님이 정말 원하지 않으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죠.”
태준은 가져 왔던 짐들과 마법의 차트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아는 병원장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난감해하고 있었다. 얼마나 가부장적인 집안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 두 분 성공적으로 임신하시고 건강한 출산하시길 기원할게요. 잠시나마 사모님을 진료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태준은 가벼운 목인사를 뒤로하고 병원장의 집에서 나왔다.
해고 당했을 땐 정말 죽을 만큼 억울하고 열이 받아서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살짝이나마 복수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번엔 니 뜻대로 절대 안될 거야.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