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13화 - 자퇴
피부에 닿는 차가운 바람.
그 차가운 바람과 몸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떨림에 눈을 떴다.
"우읏.."
"일어났냐?"
"아.."
박시후의 목소리.
주변을 둘러보니 그의 차 안이었다.
처음 보는 옷으로 갈아입혀진 몸과 무릎에 올려져 있는 가방.
어찌 된 영문인지 그에게 물었다.
"저, 저기.. 나 언제.."
"맛탱이 가서 안 일어나길래."
"으, 응..? 무슨.. 소리야..?"
분명 그에게 몸을 결박당해 억지로 가슴을 괴롭힘당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가슴에 전해지는 자극에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혹시.. 나 기절했던 거야..?"
"어."
"으.."
고개를 숙이고 있자,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 감도가 얼마나 올랐나 확인해 볼까?"
"뭐, 뭐를..?"
운전대에 있던 그의 손이 내 가슴으로 향한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손길에 참을 수 없는 신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읏?!"
이어서 그의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자,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흐읏..!!"
갑작스런 자극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위험한 느낌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졌다.
"이.. 이거 뭐야앗..! 아흣?!"
민감한 곳에 닿는 그의 손가락.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아흐읏..! 그.. 그만해에..!!"
옷 속에서 내 가슴을 더듬는 그의 손을 떨쳐내려 하자, 엄청난 자극이 몸에 전해진다.
"하읏?!!"
"손 안 치워?"
민감한 곳을 꼬집는 그의 손가락.
그의 손가락은 내 그곳을 세게 꼬집고 잡아당기며 참기 힘든 자극을 주었다.
"흣, 아흐윽..!!"
참으려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극도로 민감해진 몸은 그의 손짓 몇 번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해 몸이 달아오르며 숨이 거칠어졌다.
"하아.. 하아.."
열이나듯 뜨거운 몸.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 바람은 달아오른 내 몸의 열기를 조금도 식히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어느샌가 도착한 학교 앞.
그가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내려."
"아, 흣.. 아.. 하아.."
지금 이 상태로 내릴 수는 없었다.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며 헐떡이는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킬까 무서워진 나는, 그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조, 조금만.. 쉬게 해줘.."
"지랄하지 말고 빨리 내려."
"부탁이야.. 하아.. 이 꼴로 어떻게.. 읏..!"
그러나, 그는 너무도 매정하게 빨리 내리라며 나를 몰아붙였다.
"옷 다 찢어버리기 전에 5초 안에 내려. 하나. 둘."
"아으.. 너무해.. 진짜.."
숫자가 세질 때마다 접히는 그의 손가락.
차에서 내리자, 박시후는 오전 강의가 끝나면 전화를 하라는 손짓을 하고 매정하게 그곳을 떠났다.
"으으.. 하.."
끝나지 않는 자극에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았다.
고작 하룻밤 새에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듯했다.
다행히 근처에 사람은 없었고, 강의실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마트폰을 보니 강의가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난 시간.
그러나, 후들거리는 다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질 못했고, 민감해진 몸에선 그동안 쌓인 욕구를 풀어달라는 듯,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쉼 없이 움찔거렸다.
그로 인해 머릿속에선 조금씩 야릇한 상상이 올라왔고, 그것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을 흔들었다.
"하아.. 하아.."
주변을 둘러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의실로 가기 위해 계단의 난간을 잡는 순간,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아읏..!! 하아아.."
속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진다.
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참아보지만, 손 틈새로 새어 나오는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화, 화장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가장 안쪽 칸에 들어가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내며, 몸을 진정시켰다.
"하아.. 하아.."
스마트폰에 온 지아의 메시지.
강의가 시작됐는데 왜 안 왔냐며, 무슨 일 있는 거냐며 날 걱정하는 듯한 그녀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별일 아니라며 몸이 좀 안 좋아서 못 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몸을 웅크렸다.
숨을 고르며 몸을 진정시키는 와중에도 계속 떠오르는 야릇한 상상.
어제 보았던 빳빳하게 세워진 그의 성기가 떠올랐다.
손에 쥐고 입에도 넣었던 그의 성기.
굵으면서도 딱딱한 감촉과 진한 냄새가 손끝과 혀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상상으로 인해 간신히 진정시킨 몸이 다시 달아오른다.
"흣.. 하아.. 하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그의 것의 모양.
나도 모르게 그에게 억지로 당할 때를 떠올리자, 아랫도리가 뜨거워져 버렸다.
"흣..?!"
이성이 점차 욕구에 잠식되어 간다.
지금 이곳에서 자위를 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과 몸 전체를 지배한다.
커져가는 욕구.
그것은 모여져 있던 두 다리를 벌리고 멋대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읏..!"
불처럼 뜨거운 음부가 팬티 위로도 느껴졌다.
"아.. 안되는.. 데.."
이미 통제가 되지 않는 손가락은 젖어버린 팬티를 살짝 젖히고, 살짝 튀어나온 돌기 부분을 건드렸다.
"하읏?!"
튀어나오는 신음에 반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검지와 중지로 음부를 쓸어내리자, 끈적한 것이 손가락에 묻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읏, 하아.. 흡..!"
이어서 검지손가락을 질 내로 밀어 넣자, 벌려져 있던 다리가 반사적으로 모아졌다.
"흐읏..!"
참기 힘든 신음.
주변 공기마저 뜨거워진 것 같았다.
질 벽을 살살 긁어내자, 나도 모르게 입을 막고 있던 손이 가슴으로 향했다.
"으읏, 아.. 하윽..!"
차 안에서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손을 옷 속으로 집어넣어 가슴을 주물렀다.
"하응..! 아.. 하앗..!"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감각.
이 오싹한 감각에 중독되어 버릴 것 같았다.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자, 야릇한 소리가 화장실에 퍼져갔다.
[찌걱.. 찌걱..]
"하읏, 아.. 하앙..!"
멈춰야 하는데, 욕구에 지배당한 손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흣, 이.. 이렇게.. 하면.. 하읏..!!"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몸은 멋대로 손가락 하나를 더 그곳에 넣어버린다.
더 세게, 더 빠르게 손가락이 움직인다.
[찔꺽..! 찔꺽..!]
퍼져가는 오르가즘.
오싹한 감각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흐읏?! 아읏, 하아아아..!!"
절정에 달하자, 그곳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지며 손가락이 멈춘다.
참았던 욕구가 조금은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
몸 전체로 퍼지는 오르가즘에,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하아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치듯 화장실에 울린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몸 전체로 퍼져가는 기분 좋은 감각.
벽에 기대어 잔뜩 흥분해 버린 몸을 가라앉혔다.
여운을 느끼는 것도 잠시.
"흑.. 흐으으.."
남들 몰래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비참하고 역겨워 눈물이 났다.
한참을 흐느껴 울고 진정이 된 나는, 흐트러진 옷을 추슬러 밖으로 나왔다.
달아오른 몸이 전부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강의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교수님의 호통.
강의실에 있는 아이들의 이목이 쏠린다.
"차수연! 다음 주가 시험인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죄, 죄송.. 합니다.."
"너 요즘 학교도 잘 안 나오고 태도도 불량하다며, 뭐가 불만이어서 그러는 건데 어?!"
호통치는 교수에게 나는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똑바로 해 알았어?!"
"네.."
어제와 같이 교수님께 잔소리를 듣고, 뒷자리 지아가 앉아있는 옆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또 눈물이 왈칵 흘러나올 것 같았다.
"수연아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집에서 쉬는 거 아니였어..?"
"응.. 괘, 괜찮아.."
걱정해주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고, 비참한 내 모습을 숨기려 책상에 엎드렸다.
[탕-! 탕-!]
"차수연! 강의 시간에 누가 엎드리래! 일어서!"
"아, 그.. 죄송합니다.."
교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서자, 같은 과 아이들의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로 인해 눈에서 애써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울어? 늦게 와서 수업 분위기 다 망쳐놓고 뭘 잘했다고 질질 짜!!"
"흑, 흐으윽..!"
아무것도 모르면서 날 비웃는 같은 과 아이들도, 내게 화를 내는 교수도 전부 미웠다.
이젠 공부도 하기 싫었다.
책상 옆에 놓인 가방을 들고, 도망치듯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내 편이 없다는 걸 다시 깨닫는 순간,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자꾸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가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근처 벤치에 앉아 진정이 될 때까지 한참을 목 놓아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진정이 된 내 머릿속에서 한가지가 떠오른다.
자퇴.
내게 남은 선택지는 이것밖에 없었다.
학교를 관두고 이곳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인 것 같았다.
".. 다.. 끝내는 거야.."
스마트폰을 꺼내, 담당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음이 지난 뒤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교수님에게 다짜고짜 자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수님은 놀란 듯 갑자기 왜 그러냐며 내게 이유를 물었고, 나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 못 다니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교수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지금 바로 학교에 갈테니 점심시간에 다시 상담하자는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담당 교수와 짧게 통화를 한 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아.."
구름낀 날씨.
우중충한 날씨는 내 마음을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연아..!"
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지아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손목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아 낸 뒤, 애써 웃으며 그녀를 맞아주었다.
"으.. 응.."
"왜 나갔어.. 응? 들어가자.. 교수님이 기다리셔."
내 손목을 잡아끄는 그녀의 손.
나는 그녀의 손을 휙 뿌리치며 말했다.
"미안해.. 안 갈래.."
이런 내 행동에도 아무 말 없이 옆자리에 앉는 그녀.
날 껴안아 토닥여 주는 그녀의 손길에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렀다.
"흑, 흐윽..! 지아야.. 나.. 학교 그만둘래.."
"어..? 왜?!"
"이젠.. 이젠 더는 못 다니겠어.. 나도 지쳐.. 지친다구.."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는 지아.
그녀의 품에 안겨 한참을 또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녀에게 점심시간에 담당 교수와 상담이 있다고 말했다.
자퇴를 결심 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놀란 듯 내 팔을 붙잡았다.
"수연아..! 그래도 그건 아니야..!"
"미안해.. 나.. 갈게.."
"수연아..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 분명 후회할 거야.. 응? 그러지 마.."
".. 갈게.. 교수님께는 죄송하다 전해 줘.."
"수연아!"
날 붙잡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아직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담당 교수님은 아직 출근하지 않으셨기에 그의 교수실에서 기다린다는 메시지 남긴 뒤, 그곳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고 빈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진 나는, 그곳에 엎드려 눈물을 훔쳤다.
긴 시간이 흐르고, 교수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교수님.."
"아이고, 내가 너무 늦었나?"
"아, 아니에요.."
급하게 온 건지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교수님.
그는 테이블에 놓인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켜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밥은 먹었니? 배 안 고파?"
".. 아니요.. 괜찮아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자퇴를 한다 했는데..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아.. 그게.."
"수연이 공부 잘했잖아? 중간고사 성적도 우리 과에서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아, 커피 괜찮지?"
고개를 끄덕이자, 교수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포트기에 물을 끓이며 말을 이어갔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던 거야? 요즘 교수님들도 다 네 걱정하시던데."
"아.. 저.."
"응.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을 먹은 건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니까.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내가 도와줄 테니 편하게 말해볼래?"
"네.. 그게.. 실은.."
지난 몇 주 동안 내게 있었던 일을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신고?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선명하게 들려오는 박시후의 목소리.
경직된 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으.. 그.. 그게.."
"수연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교수님에게 그 끔찍한 일을 겪었던 것을 말해도, 내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아니, 오히려 나를 더 옥죄어 올 게 분명했다.
나는 차마 교수님에게 박시후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그냥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냐며 끊임없이 내게 제안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길었던 상담이 끝나고, 교수님은 깊은 한숨을 쉬며 끝내 알겠다고 말해주었다.
자퇴 신청서를 작성하고 교수의 날인을 받은 뒤, 교수실에서 나왔다.
스마트폰에 쌓인 박시후의 부재중 전화.
이젠 모르겠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그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곳으로 이사 준비를 결심한 뒤, 행정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