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35화 - 아르바이트 면접
약 기운에 취해 뻗은 다음 날.
어김없이 아침부터 그와 만나,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뭐해? 무슨 고민 있어?”
“응…? 아, 아니….”
“근데 왜 그래? 먹을 거면 먹지 왜 다 헤집어 놔?”
[달그락….]
별생각 없이 포크로 케이크를 이곳저곳 찌르던 날 본 걸까.
그 모습을 본 박시후는 내게 잔소리를 했고,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라 이야기했다.
“또 뭐 때문에 그러는데. 말해 봐.”
“아니야…. 그냥…. 좀….”
“아 답답하게 진짜. 빨리 말해.”
“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해서….”
집요하게 물어보는 박시후.
사실은 그와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였다.
다시 한번 그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것에 대해 물어보면 그가 화를 낼 것 같았던 나는 그냥 별일 아니라며 화제를 돌렸다.
“걱정도 많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쓴 커피.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용히 음료만 마셨다.
“참, 받아.”
“으응…??”
그는 저번 놀이공원에서 내가 받은 것과 같은 작은 케이스를 건네주었다.
“이, 이게 뭐야…?”
“열어 봐.”
케이스를 열자, 그곳에는 가운데에 보석처럼 보이는 것이 박힌, 척 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어제 너한테 미안해서 주는 선물.”
“아으으….”
몰려오는 부담감에 그를 바라보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해진 나는 케이스를 닫고 목걸이가 든 케이스를 다시 그에게 건네주었다.
“왜? 맘에 안 들어?”
“저기…. 시후야…. 나 너무 부담돼…. 왜 자꾸 이런걸….”
“부담은 무슨, 방금 말 했잖아. 미안해서 주는 거라고.”
내 거절에도 그는 다시 내 앞으로 목걸이가 든 케이스를 밀었다.
“그, 그래도…. 나는 늘 받기만 하는 걸….”
“됐어. 너한테 뭐 금전적으로 바라는 건 없으니까, 너도 그냥 편하게 받아.”
“…….”
“슬슬 예약 시간 다 됐겠다. 가자.”
“응….”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를 따라, 받은 선물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미용실.
그와 함께 미용실에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긴 머리도 좋지만 단아한 단발머리가 보고 싶다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오늘 그를 만나기 전, 시내에 있는 작은 미용실에서 간단하게 커트를 할 예정이었지만, 어젯밤 통화로 커트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는 자신이 다니는 미용실에 예약을 해두겠다며 절대 손대지 말라 했다.
그렇게 지금, 그와 함께 도착한 미용실은 엄청난 풍채를 자랑했고, 그곳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연예인들도 볼 수 있었다.
그를 따라서 쭈뼛거리며 미용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게 느껴졌다.
“촌스럽게 뭐하냐? 연예인 처음 봐?”
“와…. 나 저 사람 텔레비전에서 봤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잡지를 읽으며 메이크업을 받는 연예인.
수많은 스타일리스트가 달라붙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모습에, 왜인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안 들어오고 뭐 해?”
“어…? 아, 응….”
그를 따라 2층으로 들어가 대기석에 앉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나와 달리, 여유로운 박시후.
그는 여유롭게 잡지를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차수연님?”
“야, 너 부른다. 갔다 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차수연님 맞으시죠?”
“아, 네…!”
“이쪽으로 모실게요.”
친절하게 웃으며 앞장서는 그녀를 따라 빈방으로 들어간 나는 큰 거울이 보이는 의자 앞에 앉았다.
화려한 연예인들과는 달리, 초라한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창피함이 느껴져 그것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자, 얼굴 드실게요.”
“으….”
억지로 내 얼굴을 들어 올리는 그녀.
이어서 그녀는 내게 요구하는 스타일이 있냐며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찾으시는 스타일 있으세요?”
“그…. 단발로….”
“혹시 어떤 종류의 단발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으…. 그게….”
긴장이 되어서인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버린 나는, 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정확한 스타일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그, 그냥…! 남들 많이 하는 거로…. 부탁드릴게요….”
내 대답에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짓는 미용사.
창피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럼 요즘 젊은 분들이 많이 하시는 거로 해드릴게요?”
“네….”
그렇게 빗질과 함께 시작된 스타일링.
거침없이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과 함께 온몸 가득 차 있던 긴장감이 풀어진다.
“머릿결 되게 좋으시다. 혹시 따로 쓰시는 샴푸 없으시면 제가 추천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네….”
“요즘 젊으신 분들은…….”
끝없는 립서비스와 함께 진행된 커트는 엄청난 시간을 소모했고, 어느새 정면의 거울엔 허리까지 오던 머리카락이 어깨 근처에서 끝이 나는 모습을 비추었다.
그렇게 긴 시간의 커트가 끝나고, 바로 파마까지 시작되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파마에 머리가 따끔거리고 가려웠지만, 손대면 안 된다는 미용사의 말에 억지로 가려움과 고통을 참았다.
파마약을 바른 뒤 진행된 열펌.
기계에서 나오는 뜨거운 온기가 내 머리를 내리쬐었고, 그것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든 지 한참이 지나고, 어깨를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을 땐 모든 스타일링이 끝나있었다.
“수연님~! 끝나셨어요.”
“아…. 네, 죄송해요…. 깜빡 졸아버려서….”
“아니에요~ 원래 다들 주무세요~ 하하…. 그럼 확인해 보시겠어요? 엄청 잘 나왔어요!”
“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마를 가린 앞머리는 양쪽으로 벌어져, 내 이마와 눈썹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왼눈을 살짝 가릴 정도의 옆머리가 풍성하게 웨이브를 그리며 전체적인 단발머리의 조화를 이루었다.
“엄청 잘 어울리세요!”
“가, 감사합니다….”
“맘에 드세요?”
“아, 네…. 정말 잘된 거 같아요….”
“다행이네요! 수고하셨어요!”
꾸벅 인사를 건넨 미용사는 뒤돌아서 방을 나갔고, 나는 그곳,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바뀐 내 모습을 바라봤다.
“안 나오고 뭐 하냐?”
“으응…?!”
어느새 내 쪽으로 온 박시후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부끄러운 감정을 애써 숨기고 그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아… 시후구나…. 왔어…? 어, 어때…? 잘 어울려?”
“…….”
그러나, 바뀐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은 건지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 혹시, 별로야…? 앗?!”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와 내 뺨을 붙잡은 박시후.
그는 얼떨떨해하는 내게 미소와 함께 눈을 맞추며, 바뀐 내 모습을 이쁘다며 칭찬해주었다.
“아니. 존나 이뻐. 진짜 딱 내 스타일이야.”
“저, 정말…? 좋아하니 다행… 읍?!”
그리고 입에 닿는 그의 입술.
쪽 소리와 함께 가볍게 뽀뽀를 해준 그는 그대로 내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는 내가 늘 다니던 미용실과는 차원이 다른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결제했고,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미용실을 나왔다.
미용실을 나와서도 한참이나 지긋이 날 바라보는 박시후.
그의 눈빛이 쑥스러워 고개를 숙였지만, 그래도 그가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낸 뒤, 근처 모텔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었다.
어제 의사 선생님의 자제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또 그에게 안겨 모든 걸 허락해버렸다.
“하아아…♡ 아읏, 으으으응♡♡”
“하아…! 차수연…!!”
“으응…♡ 아♡”
“존나 사랑해! 씨발…!!”
“아흣?!♡ 하아아아♡♡”
격렬해진 피스톤만큼 깊어가는 나와 그의 사랑.
깍지를 끼운 손에서 그가 낀 반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큿, 차수연…!! 넌 내 거야…!! 네 그 남자를 미치게 하는 눈웃음도…! 이 음란한 몸도…!! 전부 다!! 전부 다 내 꺼야!!”
“응응♡ 마, 맞아…♡ 시후 거 맞으니까…!! 아아앙…♡”
“크읏?!”
“하윽?!♡”
동시에 터진 신음과 함께 뱃속을 가득 채우는 그의 정액.
불안함에 먹혔던 마음이 다시 그로 뒤덮이는 것 같았다.
“아아아♡ 가, 가아앗♡♡♡”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기우는 박시후.
관계를 갖는 내내 끼웠던 깍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그가 내 몸을 덮었다.
“하아…. 차수연. 사랑해.”
“흐읏…♡ 하아아…♡”
사정을 마친 뒤에도 빠져나가지 않고 질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의 자지.
나를 꽉 채워주는 느낌에 황홀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와 몇번의 관계를 더 가진 뒤, 모텔에서 나온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참, 시후야….”
“어.”
“있잖아…. 나….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봐….”
“엉? 아르바이트? 갑자기 그건 왜. 돈 필요해?”
“아, 아니…! 그냥…. 나도 너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서…. 너한테 늘 받기만 했더니 좀 그래….”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이유를 말하자, 그는 내 앞접시에 구워진 고기를 올려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됐어, 넌 나랑 만날 때 10원도 쓸 필요 없으니까, 그런 거 하지 마.”
“그, 그래도…!”
“얼른 밥이나 먹어. 용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알바할 생각 하지 마.”
“으응…. 알았어….”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날 집 앞에 데려다준 그와 서로 껴안으며 키스를 했고, 키스가 끝난 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들어가.”
“응…. 조심히 가.”
“아, 참.”
차에 타려던 그는 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내게 다가왔다.
“아마 내일부터 회사 일이 좀 바빠질 거 같아.”
“으응…??”
“그래서 아마 당분간은 이전처럼 맨날은 못 볼 거 같은데. 괜찮아?”
“아…. 응…. 어쩔 수 없지…. 일 때문에 바쁜 건데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
“그래, 들어가서 쉬어. 또 잠 안 오면 연락하고.”
“응….”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차에 탄 그는 차를 돌려 집에서 멀어져갔다.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걸 본 나는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했다.
그가 분명 나한테 아르바이트는 하지 말라 했지만, 그래도 돈을 모아서 그에게 선물을 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아르바이트 구직 관련 앱을 켰다 끄기를 한 시간이 넘도록 반복했다.
그에게 걱정을 끼치기도 싫었지만, 이렇게 받기만 하는 내 모습도 싫었던 나는 결국 다시 앱을 켜 아르바이트 공고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걱정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 목록을 확인하고 여러 군데 신청을 넣었다.
“하아아….”
걱정은 되었지만, 그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몸을 일으켜 화장대에 놓인 피임약을 먹고 그와 통화를 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던 나는, 다음날이 되어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부스스한 머리가 시야를 가린다.
시야를 가린 머리를 좌우로 밀고 침대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알람이 아닌,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자, 자신을 시내에 있는 한 커피숍의 사장이라 소개한 사람은 오늘 바로 면접이 가능하냐며 내게 물었고, 나는 알겠다며 지금 바로 준비하고 가겠다고 말하자, 그는 12시까지만 오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는 조금 더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한 뒤, 면접을 보러 갈 준비를 했다.
메시지에 적혀있는 주소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큰 카페가 보였고, 그로 인해 별생각 없었던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남자 직원 한명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그에게 다가가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하니, 그는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달라며 나를 빈자리에 데려갔고, 물 한잔을 가져다주었다.
갑작스럽게 심해진 갈증으로 컵에 든 물을 단번에 삼키고 기다리자,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어떤 여자 한명이 내게 다가왔다.
“아, 혹시 오늘 오전에 통화?”
“아…! 네, 네…! 저 맞아요.”
다가온 그녀는 손가락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며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일어나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되게 일찍 왔네요?”
“아… 네…. 혹시 시, 실례였을까요…?”
“아니에요. 부지런하면 좋은 거죠. 혹시 몇 살?”
“저… 스무살이에요….”
“으음… 편하게 말 놓을게요?”
“네….”
갑작스럽게 시작된 그녀와의 대화로 미친 듯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질문을 시작했다.
“이름은?”
“차… 수연이요….”
“대학생?”
“네….”
“음…. 그래. 오늘부터 일해. 시간은 9-5면 되겠지?”
“네…. 네?”
자리에 앉은 지 5분도 안 돼서 일어난 그녀.
잔뜩 긴장한 보람도 없이 바로 면접에 붙어버렸다.
“일 하라구, 돈 필요 한 거 아니야?”
“아…. 그…. 면접은 이게 끝이에요…? 다른 경험이라던가…. 그런….”
“이름, 나이, 학생인지 아닌지만 알면 된 거야. 저기 민형아~!”
사장님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내게 이곳을 안내해 준 남자 직원이 다가왔다.
“네. 부르셨어요?”
“오늘부터 같이 일할 수연이야. 잘 안내해 줘.”
“아, 네. 벌써 가시게요?”
“응, 남편 밥 주러. 참, 수연아. 계약서는 내일 쓰자?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아…. 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사장님.
나는 그런 사장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기, 안녕하세요. 이민형이에요.”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남자.
나는 그의 손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내가 그의 손을 무시해서일까, 무안한 표정을 지은 그는 다시 웃어 보이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다.
짧은 소개가 끝나고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바 테이블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아까처럼 남자 직원이 기본적인 커피 제조에 대해 알려주었고, 어려운 것들은 본인이 하겠다며 일단은 매장청소 위주로 일을 할 것을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얼떨결에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