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비늘(2)
#136화
챠르륵-
투명한 유리잔 안에 쌓여있던 얼음이 녹아내리며 잔에 부딪히고 내려앉았다.
잔을 잡고 있는 손가락에 묻어나는 물방울을 바지에 대충 문질러 닦아내는 사이 앞에서는 멍청이들의 대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술을 잘 마셔?”
“흠. 말하면 입만 아프지.”
“자신 있나 보네?”
베키는 셔츠를 풀어 헤치고 약간 붉어진 몸을 식히며 또 잔을 들어 올렸다.
속옷에 감싸진 젖가슴이 흔들리며 드러나는 깊은 가슴골에선 달큰한 냄새가 날 것 같았다.
꿀꺽- 꿀꺽-
명문가 아가씨라는 걸 알고 봐서 그런 건지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있는 그녀는 우아한 동작으로 깔끔하게 잔을 비워냈다.
탁-
베키가 술을 비워내고 고갯짓하자 박아라는 호쾌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잔을 비워낸다.
“어휴. 멍청이들. 자, 우리는 우리끼리 오순도순 마시자.”
최지윤이 내 옆으로 바짝 붙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중앙에는 까진 과자봉지와 마른안주들을 비롯한 주전부리들이 있고 모두가 편안하게 늘어져 술을 마셨다.
짠-
“구경하다 보니까 재밌지 않아?”
사실은 여자친구들의 야한 몸을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이는 맛이지만 아무튼.
최지윤과 노닥거리며 은근한 스킨쉽을 즐기고 있을 때 길드장과 함께 잠시 나갔던 엘이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뭔데 그렇게 신난… 아.”
로리 흡혈귀의 외모에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활짝 피어있어 묻다가 그녀의 품에 안긴 새하얀 비늘이 보여 탄성을 터트렸다.
“이것 보거라! 아샤의 비늘이니라!”
마치 자신이 아샤라도 된 것처럼 비늘을 앞으로 쭉 내밀며 활짝 웃는데 무척 귀여웠다.
요즘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고 다니니 영락없이 소녀 같았다.
“흐음- 나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네. 광택 좋다.”
“보는 눈이 있구나!”
최지윤의 감탄에 방방 뛰는데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흔들리는 타이밍에 맥주를 들이켰다.
“캬-”
비늘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쩐지 속이 간질간질해서 애써 시선을 떼고 있는데 엘이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비늘을 내밀었다.
“…왜?”
“한번 만져보지 않겠느냐?”
기대감이 가득 담긴 붉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대작하고 있는 베키와 박아라를 제외한 모두가 아닌 척하면서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사실 비늘을 볼 때마다 속이 이상해서…”
“어디 아파?”
이유라가 내미는 오징어를 씹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통증이나 그런 게 아니다. 비늘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공허함. 혹은 공복감.
그러니까 결론은 저 비늘을 보면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진짜?”
“그, 그건…”
길드장과 엘은 비늘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특히나 엘은 내가 당장이라도 비늘을 먹어버릴 줄 아는지 내밀었던 비늘을 쏙 품에 안고는 빠르게 굴러서 멀어졌다.
그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헛웃음을 짓고 있으니 술을 마시던 베키가 고개를 돌렸다.
“흐응! 난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단지 피에만 힘이 깃드는 것은 아니지.”
“…굳이 피가 아니더라도 시우가 용의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거지?”
한세희는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씰룩이며 엘의 품에 있는 비늘을 노려봤다.
사실 이미 난 이것저것 먹은 것도 많은데…
엘과 청란의 피부터 해서 라이칸 혈청에 요력에 마기까지.
가끔 내 몸 안을 관조하다 보면 오묘하게 뒤섞여있는 기운들이 서서히 어떤 무언가로 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아샤의 비늘까지 더해지고 나면 뭐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망설이는 것도 있었다.
“괜찮아. 못 참을 정도의 충동도 아니고 내가 너무 많이 바뀔까 봐 오히려 겁나거든.”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 말하자 엘이 머쓱한 듯 헛기침을 하며 피피에게 쪼르르 달려가 비늘을 자랑했다.
“…하는 짓이 영락없는 애네.”
최지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옆자리를 노리는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소파에 가서 늘어졌다.
그 자리를 꿰찬 것은 이유라와 피피였다.
“마셔. 좋은 거래.”
“…크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변태 강간마와 우물쭈물하며 힘겹게 눈을 깜빡이며 신호를 보내는 연금술사.
이유라가 내민 컵에는 녹즙과 비슷한 액체가 담겨있었다.
깜빡-! 깜빡-!
구조요청을 보내 듯 절실하고 다급한 깜빡거림에 일단 컵을 받아서 들고 이유라의 젖싸대기를 후려쳤다.
짝-!
“읏!? 어, 어째서?”
“먼저 한입 마셔볼래?”
“…쳇!”
이유라의 미간이 팍 구겨지고는 구시렁거리며 터덜터덜 박아라의 옆으로 가 술을 들이켜는 모습에 입만 벌리고 있자 피피가 조용히 다가왔다.
“저, 저는 진짜 반대했어요.”
“…뭔데?”
“정자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드는 건강 음료에요…”
“진짜 반대한 거 맞지?”
“…저는 이만.”
통통한 엉덩이를 흠칫 떤 피피가 어설프게 웃으며 도망가는 것을 붙잡아 젖가슴을 쥐어짜며 음료를 한입에 들이켰다.
***
취중 진담이라는 말이 왜 있을까. 알코올이 이성을 흐려지게 만들면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태가 되면 분명 이유가 있어서 속에 담아두었던 말도 얼떨결에 말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뉘까! 왜에 저랑은 안하쉬는검까!”
지금의 청란처럼.
자기가 아직도 새끼 강아지인 줄 아는 청란은 나보다 큰 키를 가지고도 내 품에 어떻게든 온몸을 욱여넣으며 파고들었다.
“윽…”
“무, 무겁다고 생각하셨져!”
“아, 아니?”
“…헤헷. 그렇슴까.”
꼬리를 붕붕 흔들어대며 내 가슴팍에 코를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는 모습은 참 귀여웠다.
요즘 여자친구들을 볼 때 아름답다거나 예쁘다는 것 말고도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청란에게는 귀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귀여우면 끝이라고 하던데.’
“헤히히…”
게슴츠레 떠진 눈 안에 담긴 푸른색이 선명했다.
부족원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는 청란은 길드장에게 받은 월급과 이번 용신제에서 보였던 활약으로 받은 보상으로 통장이 빵빵했다.
그래서 그런지 옷이나 여러 화장품들을 길드원들의 조언을 받아 하나씩 장만하고 있었다.
뭉클-
“크흠…”
지금 내게 닿아오는 선명한 속옷의 감촉이나 그녀의 피부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는 달달한 로션의 향기처럼.
“당쉰이 고렇게 술을 잘 마셔어~?”
“푸히히… 당연하지이… 딸꾹!”
베키와 박아라의 대작이 2시간을 넘어갈 무렵부터는 길드원들도 하나둘 초점이 풀려가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쓰러진 길드장의 배를 베개 삼아 자는 이유라와 한세희.
길드장은 악몽에 시달리는 얼굴로 낑낑대며 미약하게 발버둥 치는데 또 그 표정이 무척 웃겼다.
“으응… 시우 님.”
나도 상당히 마신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취하지 않아 멀쩡한 정신으로 방안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길드원들을 보며 슬슬 정리해볼까 하는데 품에 있던 청란이 나긋하게 속삭였다.
“왜?”
“…닿고 있습니다.”
“아…”
이유라의 사주를 받고 피피의 개인적인 사심도 섞여들어 간 이상한 녹즙을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방 안에 가득한 여자들의 향기 때문이지 도통 가라앉지 않는 자지가 청란의 엉덩이 사이를 찌르고 있었다.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어느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음영이 짙어져 있었다.
조명을 등진 얼굴에서 밝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조금 날카롭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의 꼬리가 불만스럽게 내 허벅지를 탁탁 때리는 걸 느꼈다.
‘이거… 신호라도 보내는 건가.’
툭 튀어나온 불만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입술을 보자 웃음이 잘게 새어 나왔다.
무척 귀엽지만, 몸은… 빈말이라도 귀엽다고 할 수 없는 미녀가 커다란 가슴으로 내를 내리눌렀다.
“읏…”
뒤로 가볍게 쓰러진 내게서 벌떡 일어난 청란은 비장한 얼굴을 하고선 나를 끌어당겼다.
“끄응… 빠, 빨리이…”
“어디 가는데?”
“으이잇…”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가 나를 끌어당기려 했지만, 왠지 낑낑대는 모습이 웃겨서 조금 버텨봤다.
힘을 제대로 쓰면 내 팔이 떨어져 나가겠지만 그 정도로 취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느긋하게 누운 채로 웃으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흡… 왜에… 왜 저랑은… 훌쩍…”
“어? 우, 울어?”
입술을 삐죽 내민 청란의 귀가 아래로 추욱 처지고 꼬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이 애처롭게 떨리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번쩍-
“어라?”
“잡았다. 히히!”
그러나 언제 울었냐는 듯 금세 활짝 펴진 청란의 꼬리가 풍차처럼 돌아가더니 내 허리를 단단하게 감싼 손길에 번쩍 들어 올려졌다.
풍경이 휙휙 바뀔 정도로 빠르게 옮겨진 나는 어느새 옆방의 침대에 풀썩 던져졌다.
“…에?”
“후후후… 이제 도망 못갑니다아…”
철컥-
방문이 잠기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리자 흰색 나시에 돌핀 팬츠를 입고 있던 청란이 요염하게 웃으며 붉은 입술을 핥았다.
번들거리는 입술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그녀의 눈에 색기가 줄줄 흐르자 나름대로 섹스를 많이 해보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청란의 얼굴은 그야말로 굶주려서 수컷을 한입에 삼켜버릴 암컷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나시의 밑단을 잡고 천천히 들어 올리자 매끈하고 새하얀 살결이 조금 드러났다.
탁-
불이 꺼지자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 속에서 청란의 눈이 새파란 도깨비불처럼 타올랐다.
“자, 잠깐만.”
조금 당황스러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란이 침대로 오더니 손과 무릎으로 한걸음 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색기가 줄줄 흐르는 눈에 다가올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커다란 골반.
속옷을 입었는데도 압도적인 중량감을 가진 젖가슴이 아래로 늘어지고 민소매 사이로 깊은 가슴골이 보였다.
빳빳하게 발기해있던 자지가 껄떡이며 더욱 피가 몰려 단단해지자 청란은 그것을 뚫어져라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마침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침대에 배를 보이며 털썩 드러눕더니 나시를 끌어당겨 입에 물고는 매끈한 배를 드러내고 꼬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쓰다듬어 주세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