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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화 26. 라그놀 부락 (3)


“너 강호씨 한테 관심 있니?” “누... 누가, 누가 관심 있다고 그래요?” “아니면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그... 그거야. 강호씨는 다른 사람과 다르잖아요. 다... 다른 사람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고 신분도 있는 사람들이었고... 하지만 강호씨는 그냥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평범한 사람이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랑 입장이 다르고 그래서 나중에 언니한테 차이면 충격도 그만큼 더 클지도 모른다는 거죠.” 뭔가 횡설수설 하는 말에 강시연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평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할 때면 딱 이렇게 횡설수설 하듯이 말하는 습관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강시연은 그녀의 마음을 좀 더 확실하게 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 다 성인이야. 성인이라면 그 결과도 자신들이 책임지는 거야.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차 버릴 거라고 누가 그래?” “지금까지 그랬잖아요!” 돌연 목소리가 뾰족해지자 오하영도 실수를 했다고 느낀 것인지 흠칫한다. 그 모습을 보니 이건 뭐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러자 강시연이 일부러 심술궂게 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오늘 그 사람이랑 같이 있었다고 누가 그래?” “그럼 강호씨랑 같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조금 반색하는 느낌이 말투와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애가 대체 연기는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이 아니라 어제부터 같이 있었고 잠도 같이 잤는걸.” 잠을 같이 잤다는 말에 오하영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했다. 강시연에게 있어 잔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라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가... 같이 잤다고요?” “응! 한 침대에서 같이 섹스도 하고 잠도 같이 잤지.” 두 남녀가 한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잠도 같이 잔다.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지만 강시연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오하영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난 침대에서 섹스는 같이 해도 잠은 절대로 같이 안 자. 그건 내게 남겨진 마지막 자존심이자 상대에 대한 배려같은 거거든.]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남자를 탐하는 것일 뿐,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그 규칙 하나 만큼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킨다던 강시연이었다. 그런 규칙을 스스로 깨어 버렸다는 것은 강시연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겨났다는 의미다. “지... 진짜에요?” “그럼 진짜지 거짓말이겠어?” 태연히 대꾸하는 말에 오하영의 놀란 표정 뒤로 온갖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담긴 눈빛들이 교차한다. 시기와 질투. 분노와 허탈함. 과거에도 이따금씩 질투 어린 눈빛을 보여주고는 했었지만, 그때는 그저 대상 없는 막연한 감정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강호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눈빛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설마, 멧돼지 사건 때문에 강호씨한테 특별한 마음이라도 생겼나?’ 첫 눈에 반하거나 어떤 계기로 한순간에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부터 백마 탄 왕자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어 왔던 오하영이다. 하지만 스물 여섯이 되도록 꿈속의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강호가 등장했다. 위기에 처한 여 주인공을 구해준 슈퍼 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강호의 등장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오하영에게 있어선 백마 탄 왕자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진짜 백마 탄 왕자인 셈이구나.’ 강시연이 꿈꾸던 성적 판타지를 실현 시켜 준 사람이니, 백마 탄 왕자라는 표현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일이 진짜 재밌게 돌아가네.' 겨우 하루 동안 뒹굴었을 뿐인데 가랑이와 엉덩이가 퉁퉁 부은 것 마냥 욱신거렸고, 장거리 마라톤이라도 뛴 것 마냥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처음에는 보지와 항문을 번갈아 가면서 하면 그 사람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가소롭지도 않은 생각이었다. 항문 섹스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보지가 얼얼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고만 느껴지던 것이, 몇 번의 항문 섹스 이후 급격하게 체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근육의 부담은 아예 한계 상황까지 치달았다. 빌라의 계단을 내려오는 것조차 고역일 정도로 다리가 후들거렸고 전신의 근육들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러 대었다. 보지와 항문이 별개의 구멍이라고 해도 결국은 한 몸에 붙어 있는 구멍이라는 것을 간과한 결과였다.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이런 식으로 혹사시켰다가는 몸이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생각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커졌다.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간단했다. ‘혼자서 안 되면 둘이서 강호씨를 번갈아 가며 상대하면 되는 거야.’ 둘이서 안 되면 셋이서 상대하면 된다. 한 사람이 받을 신체적인 부담을 그렇게 서로가 분담하면 된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꿈꾸는 하렘을 만들어 주면 간단히 해결 될 문제였다. 여러명이 서로 부담을 나누어 매일 즐겨도 되고, 아니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상대해도 된다. '하지만 아무 여자는 안 돼.'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강호와 같은 남자에게 어울릴 만한 여자여야만 한다. 그런 생각으로 차에 올라탔고, 강호라는 남자에게 어울릴 만한 여자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궁리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 순간에 뜬금없이 오하영이 등장했다. 목소리와 눈빛에 분함과 질투라는 감정을 가득 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강시연은 무슨 타이밍이 이리도 절묘한지, 정말로 신이 자신을 보살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안 그래도 작년부터 오하영을 성적으로 타락시켜 버리고 싶은 충동과 지금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저울질 하며 갈등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저울의 추가 타락으로 크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하영이라면 강호씨도 마다하지 않을 거야.’ 오하영과 함께 강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지를 빠는 상상을 해보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가랑이를 벌린 채로 강호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온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 순진한 아가씨를 어떻게 타락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단순히 오하영이 남자에게 흥미를 가지게 만들고 숫처녀 딱지를 떼게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소녀를 타락시키고 강호의 하렘에 끌어 들이는 일이 결코 쉬울 리가 없다. ‘무조건 해내야 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으로 충만한 자신의 모습에 강시연은 더 없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대게와의 전투 이후 퀘스트 항목이 활성화되면서 강호는 이제야 튜토리얼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시스템이 튜토리얼이라고 따로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강호 스스로 그렇게 느꼈고, 이제 본격적으로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동안의 시간들이 튜토리얼이었다는 것처럼 갑자기 시커먼 박쥐 얼굴의 괴물들이 등장했고, 수인족의 하나로 추정되는 야랑족이 등장했다. 박쥐머리 괴물은 지금의 수준으로 한 마리라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해 보이는 놈들이었고, 야랑족은 활이라는 현대적이라 할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종족이었다. 둘 다 지금의 강호로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었고, 앞으로 또 어떤 놈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이상 빠르게 레벨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백구 퀘스트라도 어떻게든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문제는 지금 수준으로 가능할지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하다는 점이었다. 성능이 좋은 활과 화살로 장비한 뒤, 멧돼지나 짐승을 잡는 덫과 기타 장비를 구해서 먼 거리에서 게릴라전을 펼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선택 하나로 인해 목숨이 좌지우지 된다고 생각하니 그 무엇도 확실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게릴라 전도 숲에 대해서 잘 알아야 펼칠 수 있고, 전략이라는 것을 알아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강호는 아직도 숲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숲 혹은 정글이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반년 이상 게란트를 여행했음에도 그저 겉핥기 수준으로밖에 알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반년이 지나도록 뭐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을 배우는데 있어 반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특히, 숲에서의 생존이 걸린 가르침은 몇 개월 사이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쉽게 가르침을 받기도 어렵다. 미튜브를 보고 배우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강호라고 왜 시도해 보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미튜브의 생존 기술이라는 것들 대부분 현대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 세상에 적용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미튜브에 있는 생존과 관련한 영상들 역시 대부분 수박 겉 핥기 수준일 뿐이었다.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던 중이었는데, 강시연과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져 버리고 말았다. [파트너 시스템.] 강시연과의 시간에 집중하느라 확인하기를 미루어 두었던 그 파트너 시스템이 대박이었다. 그것도 그냥 대박이 아니라 대박 중의 대박, 초대박이었다. 강호는 어제 누나와의 끔찍했던 시간 이후 집으로 돌아와 확인을 미루었던 알림창을 확인하던 순간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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