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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28. 은둔의 변태 마스터 (4)


**** [하영이 진짜 어떻게 생각해요?] 집으로 돌아 온 강호는 그녀가 자신의 자지를 한창 빨아들이던 중에 갑자기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하영이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전 당신이 하영이한테 마음이 있다면 반대할 의사가 전혀 없어요.] 이미 서로의 속내를 엿보았음인가. 강시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모습에 강호는 이런 상황을 기대했음에도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기대를 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의 상황은 다르다. 알면서도 당황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고, 그것이 강호처럼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요?] 절정의 순간에 이르러 입안에 쏟아낸 정액까지 모조리 삼킨 후에 내뱉은 그녀의 말에 강호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 침묵이 대답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 그랬던가. 침묵은 긍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따지고 보면 그녀와 처음으로 몸을 섞은 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그 며칠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이 생기고 있다. 파트너 시스템도 그렇고, 강시연의 본성을 알게 된 것도 그렇다. 라그놀의 부락을 발견하기 무섭게 백구 퀘스트를 완료할 절호의 기회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강시연이 오하영을 어떻게든 자신과 엮어 주려고 한다. 너무나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까닭에 감당하기 어려워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강호는 그 모든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순식간에 진행된 일에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뿐이다. 게란트에서 보낸 시간이 강호로 하여금 이 상황을 최소한의 충격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든 것이다. 그 때문일까. 강호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기대되는 것과 함께, 어쩌면 오하영을 두 번째 동반자로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 온 몸이 흥분으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할래요?]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물어 왔다. 이런 일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강호의 입을 통해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전 강시연씨가 하자는 대로 할게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강호는 조금은 긴장을 했다. 지금까지 강시연이 자신을 떠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일말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고 들여 온 대답에 강호는 비로소 모든 걱정을 덜어 버릴 수 있었다. [다음에 하영이랑 만나면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해요. 알았죠?] 그러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잠시 소파에 앉은 채로 멍하니 TV를 바라보던 강호가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아픈 걸 보면 꿈은 아닌 모양이다. 천하의 강시연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오하영까지 동반자로 삼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입가에 피어오르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강시연과 오하영.’ 두 여자 모두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위를 할 때 상상속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 중의 하나였던 강시연과는 이미 쌀이 밥이 되고도 모자라 그녀의 숨겨진 본성까지 들여다 본 상태다. 그런데 이제는 강시연이 오하영을 자신에게 가져다 바치겠다는 말을 한다. 물론, 가져다 바친다는 표현이 저속하기는 하지만 강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는 표현 할 길이 없었다. 그녀의 칭호인 은둔의 변태 마스터가 다시금 떠오른다. 강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본성을 얕잡아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늘의 상황도 모두 그녀가 주도해 나간 것이지, 자신이 주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에게 끌려 다니다 오히려 자신의 속내만 드러낸 꼴이라 할 수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싶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윈윈인 셈이다. “오하영이란 말이지!” 오하영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기 무섭게 풍만한 가슴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그저 상상만이 아니라 어쩌면 정말로 그 가슴에 자지를 끼우고 젖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흥분이 들끓어 오르는 기분이다. ‘그래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강시연처럼 변태 마스터라는 칭호가 붙을 만한 성향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사람이 바로 오하영이었다. 강시연이 원하는 것은 오하영을 강호의 세컨드로 만드는 일이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정상적인 가치관의 사람이 그런 일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런데 그 일을 주도하는 사람이 오하영과 가장 가까운 강시연이다 보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강시연에게는 화술 +15가 붙어 있다. 기본 화술 스텟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술 옵션이 붙었다는 것은 그쪽으로 능력이 개발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본 화술이 10이라고 할 때 그녀의 화술은 25가 되는데, 그것도 최소로 잡은 게 그 정도다. 게다가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도 절친으로 알려진 사이다. 오하영이 강시연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듯이 강시연도 오하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 흥분이 된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강호가 향한 곳은 일전에 리커버 보우를 구입했던 활 공방이었다. 라그놀을 사냥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리커버 보우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활의 구입이었다. 리커버 보우도 나쁜 활은 아니다. 하지만 대게와의 전투를 경험하고 시커먼 박쥐 머리의 몬스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일격에 적을 격살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아니, 한 발에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치명상을 입혀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활이 필요했다. 공방 안으로 들어서니 일전에 보았던 김미경이 나와서 맞이해 준다. 그녀는 활을 다시 구입하고 싶다는 강호의 말에 의아해 하더니 100파운드 이상의 활을 사고 싶다는 말에는 놀란 눈을 했다. “100파운드 이상의 활요? 그런 활은 전문가도 당기기 어려운 활인데.” 다른 가게였다면 군소리 않고 팔아먹었을지 모르는데, 여성은 그런 말로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해 보라며 강호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내민 90파운드짜리 활을 너무나 쉽게 당기자 입을 쩍 벌리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겨우 한두 번 당기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연속으로 당겨도 전혀 힘을 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강호의 자세가 겨우 두 달도 안 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당기는 자세나 호흡도 거의 완벽했고, 시위를 놓는 순간의 동작은 너무나 간결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보통 총기 사격을 하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마지막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활도 마찬가지다. 시위를 당기고 조준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위를 놓는 마지막 순간의 동작과 호흡은 더 없이 중요했다.. 가볍게 시위를 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놓는 순간의 미묘한 반동을 잡아 주지 못하면 활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런데 강호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지막 동작이 간결하면서도 반동을 억제하는 코어의 힘이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옆에서 활을 다루어 왔고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활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대체 지난 두 달 간 어떤 훈련을 했기에 단숨에 이런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 이해 불가의 영역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는 100파운드 이상의 활에 대한 관심을 넘어 전통 활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통 활이요?” “네. 기억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제가 활을 구입하면서, 전문 사냥꾼의 입장에서 활을 선택하라면 어떤 활을 선택할 거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강호의 말에 그녀가 기억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좀 알아보았더니 같은 파운드라도 각궁 같은 우리 전통 활이 숙련만 되면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듣기로는 50파운드짜리 활로도 7, 80파운드 활에 맞먹는 위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던데.” “네, 맞아요. 예로부터 이 땅의 활이 유명한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물론, 활을 다루는 이들의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의 활을 당해낼 곳이 없어요.” 자부심이 가득 느껴지는 말에 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활을 다시 구하기로 마음먹고 틈틈이 전통 활에 대해서도 알아본 참이었다. 그러면서 외국의 전문 궁사들이 여러 세계의 활에 대한 리뷰를 남긴 것을 보았는데, 한국의 각궁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극찬 일색인 것을 보았다. 그때의 외국인은 마치 각궁과 사랑에라도 빠졌다 싶을 정도로 흥분을 한 모습이었는데, 그 정도로 활의 위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저번에 보았던 그 활은 안 보이네요?” 강호가 말하는 활은 지난번에 활을 구입하러 왔을 때 보았던 각궁을 말한다. 강호가 말한 활이 어떤 활을 가리키는 것인지 짐작한 여성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한 참이나 지나서야 활 하나를 들고 나온다. 지난번에 보았던 그 활이다. 수수한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진 활은 리커버 보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고풍스러운 멋을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각궁 – 대한민국의 옛 전통 활. 실력이 매우 뛰어난 장인이 만든 활로써, 관리가 까다롭지만 그 만큼의 위력을 선보인다.] 알림창을 지우고는 강호가 본론을 말했다. “그 활은 파운드가 어떻게 됩니까?” “이건 65파운드 짜리에요.” “흐음! 한 번 당겨 볼 수 있을까요?” 강호의 말에 여자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허락을 했다. 조금 전 활을 당기는 모습을 보니 이미 초보자의 수준은 한참 벗어난 상태였고, 중급자 수준도 벗어난 상태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전에 활을 쏘았던 뒤뜰로 나가 각궁을 받아 들었다. 리커버 보우에 비해 활자체의 무게는 살짝 무거운 느낌이다. 대신 크기는 리커버 보우에 비해 훨씬 작다. 이런 활이면 숲에서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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