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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30. 백구 퀘스트 (1)


배팅 센터에서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것이 새벽 1시가 조금 못 되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행위는 새벽 5시가 다 되어서 끝이 났다. 그나마 강시연이 한 가닥 남아있던 이성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기에 그 정도였지, 아니면 또 지난번처럼 뒷일 생각지 않고 달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강시연은 지난번보다 체력이 더 빨리 고갈된다고 느꼈다. 체력의 한계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버티지 못한 강시연이 이번에도 항복 선언을 하고서야 두 사람의 행위가 끝이 났다. “으응!” 잠결에 몸을 뒤척이던 강시연이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다가 허전한 것을 깨닫고는 눈을 떴다. 새하얀 커튼을 뚫고 빛이 환하게 스며들고 있다. 잠시 눈을 껌뻑이며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옆자리를 살펴보았지만 강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을 일으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오후 1시가 지나고 있다. ‘하아!’ 절로 한숨부터 새어 나온다. 정력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첫날은 그 사람도 조금은 무리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때 멀쩡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었지만,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아닌 척 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그와 다시 몸을 섞으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했다. 그는 일부러 자존심 따위를 내세울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고, 일부러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 강호는 정력이 엄청 강한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력의 왕이었다. 겨우 두 번 잠자리를 한 것 뿐인데도 다음 잠자리가 기다려지면서도 한편, 두러워지게 만들 정도로 유일무이한 정력의 소유자가 바로 강호였다. “으윽!”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서던 강시연이 가랑이 사이에서 전해오는 저릿한 고통에 인상을 썼다. “하아! 일단 오하영 부터 빨리 꼬셔야 돼.” 어제도 7번이나 했다. 지난번에 비하면 횟수가 많이 줄기도 했고 항문과 번갈아 가며 한 덕분에 몸 상태가 비교적 괜찮았지만 그렇다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의 강시연은 하루에 대여섯 번을 해도 몸에 무리가 온다고 느끼기는 커녕, 오히려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강호와는 겨우 7번 했을 뿐인데도 몸에 무리가 오고 있다. 물론, 섹스의 강도나 기술 자체가 이전의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르기는 했다.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 중에도 섹스 스킬이 뛰어난 이들이 있어 체력 소모가 심한 고 난이도의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기는 했지만, 강호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강호는 그 어떤 체위라도 강시연이 요구하는 족족 완벽하게 들어 주었고, 오히려 그에게 맞추어 주느라 강시연 본인의 체력만 빠르게 소진되었다. 게다가 그와 한 번 사정을 하기까지 강시연은 몇 차례나 강렬한 오르가즘을 온 몸으로 겪으며 애액을 방출하는데, 그때마다 체력은 급격하게 빠져나가곤 했다. 강시연도 어릴 때 운동을 한 사람이기에 체력이 떨어지면 작은 동작에도 근육이 부하를 받게 되어 부상의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지금 음부 전체가 욱신거리며 아픈 것도 그 때문이었고, 이 말은 하루에 7번도 지금의 몸 상태로는 버겁다는 의미였다. '지금보다 체력을 더 강하게 키우든 오하영을 빨리 꼬시든 방법을 강구해야 해.'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를 살펴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나 침대의 상태가 엉망이다. 밤새 몇 번이나 쏟아낸 애액과 정액이 뒤섞여 말라 비틀어진 채로 꾸덕꾸덕해진 침대의 모습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도 강호의 정액과 자신이 쏟아낸 애액이 말라 비틀어진 흔적들로 가득했다. 너무나 탈진 한 나머지 샤워를 할 기운도 없었고 침대 시트를 갈고 잘 정신도 없었다. 마지막 섹스를 끝내고서 그야말로 실신을 하듯이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멍한 표정으로 침대를 살피던 강시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침대에서 이런 몸으로 잘도 숙면을 취했다고 생각하니 그것대로 또 웃긴 것이다. 몸이 이렇게 힘이 든데도 그래도 좋다고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또 웃겨서 계속해서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 히죽거리는 데 침대 옆의 화장대 위에 놓인 쪽지 하나가 보인다.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고 나갑니다. 혹시 몰라 뒷담을 타 넘고 골목으로 빠져나갈 테니 안심해요. 그리고 내일까지 일이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할 지도 모르니까 이해해줘요. 돌아와서 전화할게요.] 쪽지 내용에 강시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뒷 담을 통해 몰래 빠져나가는 모습이 상상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뒷 담의 높이를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는 얼굴을 했다. 그녀의 집은 뒷 담 쪽의 높이가 약 5미터 정도 된다. 그가 아무리 액션 배우이고 스턴트에 익숙하다고 해도 그 정도 높이를 맨 몸으로 뛰어내린다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쪽지를 남긴 것을 보면 자신이 있으니까 뛰어 내렸을 거라는 생각에 걱정을 접었다. 슬쩍 손을 가랑이 사이로 뻗어 손가락을 음부를 살살 문질러 보았다.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 아릿한 느낌이 전해 오지만 다행이 생각보다는 심하지 않다. 하지만 강시연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이 정도지만 오늘 저녁만 되어도 점점 더 아파오고 내일이면 퉁퉁 부어오를 것이다. 그와 할 때마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정말로 곤란하다. ‘하아!’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미쳤어 진짜. 어쩌자고 피임도 안 하고.’ 강시연은 주기적으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피임약도 완벽한 게 아니다. 피임약 뿐만 아니라 모든 피임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콘돔을 사용해도 임신할 확률이 2, 3% 정도 되고, 질외 사정을 해도 임신할 확률이 10% 이상 된다. 그리고 가임기가 아닐 때에도 호르몬 불균형이나 여러 가지의 이유로 임신의 확률이 존재한다. 경구 피임약의 경우에도 1% 정도의 임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 말은 피임약마저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생자지를 좋아하고 질내 사정을 좋아하는 강시연도 배란기를 전후하여 임신의 가능성이 높은 주기에는 경구 피임약과 함께 콘돔을 반드시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이 강호와 몸을 섞으면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뜨거운 정액이 몸 안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와 자궁을 가득 채우는 쾌감의 끝에 찾아오는 강렬한 오르가즘의 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탓이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 맑아진 정신으로 지난밤을 돌아보자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하아아!” 또 다시 한 숨이 새어 나온다. 자칫 1%의 희박한 가능성에 당첨되어 덜컥 임신이라도 되었다가는 앞으로의 인생 자체가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남자 관계가 세상에 알려져 손가락질 받고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었다. 세상에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면 헐리우드로 건너가서 활동하면 된다고 반 농담 식으로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은 다르다. 그것은 남들의 비난이나 손가락질과는 달리 엄마가 된다는 이야기이며, 생명이라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강시연은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미래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본인의 인생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에는 그 사회만의 관습이 있고 규칙이 있다. 강시연은 자신의 본성이 어떤 지를 잘 알고 있고, 이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면 남자에 미쳐 그런 식으로 몸을 막 굴리지 말았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성욕을 억누르는 한이 있더라도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았어야 했지만, 스스로의 욕정과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본성에 무릎 꿇고 충실히 따랐다. 그런 주제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가진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해 왔고, 임신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조차 허용하지 않게 노력해왔는데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강시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와 있으면 내 본성을 드러내는 것조차도 아무렇지 않았어.’ 지난 세월 자신이 이상 성욕자라는 것 만큼은 철저하게 숨겨왔었다. 그 어떤 남자에게서도 그러한 낌새를 보이지 않게 노력해 왔고, 그러다 보니 항문 섹스는커녕 젖치기 같은 것조차도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호와 몸을 섞고 있으면 자신의 변태적인 기질을 드러내는 데 아무런 거침이 없고 두려움도 없어진다. 강시연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여간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강시연이 욕실로 향했다. 찬 물에 샤워를 하자 정신이 번쩍 드는 것과 함께 복잡하던 머리가 조금 홀가분해졌다. 방으로 돌아와 부기를 가라앉히는 약과 소염진통제를 먹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음부와 그 주변에 연고를 골고루 발랐다. 빨리 나아야 다시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바르고 또 바른다. “풋! 푸흐흐! 깔깔깔!” 한 참 연고를 바르고 있던 강시연이 돌연 깔깔 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바로 어제만 해도 보지가 헐어 버려도 상관없으니 죽을 정도로 박아 달라고 흐느끼며 강호에게 매달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행여나 보지가 정말로 헐어버릴까 싶어 정성스럽게 연고를 바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웃긴 것이다. “강시연! 너 진짜 뭐니?” 알몸으로 가랑이를 벌린 채 연고를 바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하루 빨리 나아서 다시 강호와 뒹구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도 웃기다.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고 보니 지금의 이런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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