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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31. 변태의 사랑 방식 (3)


나지막하게 용서를 구하던 그의 눈 속에 가득 담긴 감정은 지독한 죄책감을 동반한 자기혐오였다. 살기와 흥분으로 가득한 눈빛이 사라지며 평소의 눈빛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자기혐오에 빠져들던 그의 눈빛을 보면서 강시연은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남들에게는 말 할 수 없는 은밀한 비밀. 내면에 숨어 있던 변태적인 성욕의 실체를 처음으로 엿보게 되었던 그 순간에 일어났던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괴감. 스스로 당당한 척 굴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자신의 실체를 처음 발견하며 느꼈던 감정이 저 깊은 곳에 숨은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껏 아닌 척 하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변태적인 본성이 사실은 너무나 부끄러웠고, 수치스러웠다. 그럼에도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더욱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 결국 강시연은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혐오하는 자아를 마음 저 깊은 곳에 묻어 두고는 모른 척 외면해 왔다. 일부러 더 당당하게 행동했고,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인정하고 받아 들였다는 식으로 여기며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려 했다. 그런데 지독한 자기혐오를 담고 있던 강호의 눈빛을 접하는 순간, 강시연은 그동안 뒤집어쓰고 있던 위선의 가면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동시에 오랜 시간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자신의 또 다른 자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변태적인 자아를 한없이 부끄러워하고 혐오하는 일그러진 얼굴의 자신. 그 얼굴을 마주하면서 강시연은 자신을 겁탈하듯 덮쳐 든 강호를 탓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강시연이 눈물을 보인 이유였다.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도 아니었고, 그에게 겁탈을 당하던 순간의 공포나 두려움 때문도 아니었다. 그의 눈빛에 투영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통해 잊어버리고 있던 지독한 자기혐오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강시연. 자꾸 왜 그래. 이미 네 본성을 받아 들였으면서 왜.’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도 없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고, 가정을 꾸릴 자격도 없고 자식을 가질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불현 듯 찾아 온 자기혐오의 감정이 하복부를 관통하는 육체적인 고통 보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강호의 눈에서 엿보게 된 자기혐오의 감정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이유 모를 안도감이 찾아오고 있었다. 강호의 눈빛을 보면서 자신과 같은 동류를 만난 듯한 동질감을 발견한 것이다. 무슨 이유로 그가 이성을 잃은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성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의 눈에 가득하던 살기는 절대로 평범한 이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눈빛은 강시연으로 하여금 그에게 어떤 숨겨진 본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한 생각과 감정은 조금 전까지 이성을 잃고 자신을 겁탈하던 강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희석시켰고,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숨겨진 본성을 실체를 엿본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인지 잘 아는 까닭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시연이 이내 실소를 흘렸다. ‘하아! 이렇게 또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거냐, 강시연.’ 과거 자신의 변태적인 기질을 엿보고 스스로 합리화 시킨 것처럼, 오늘도 그런 식으로 스스로 합리화 시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결국 그에게 당한 겁탈로 인해 자신의 본성이 변태이며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만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었다. ‘이젠 정말로 그가 없으면 안 돼.’ 그것이 그를 향한 변태적인 사랑이든 혹은 그에 대한 변태적인 집착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겁탈을 당하면서 느끼고 깨달았다. 그를 버릴 수도 없고, 그에게 버려질 수도 없다. 그것만이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미친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을 마친 강시연이 몸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강호를 옆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내었다. 그의 물건이 빠져 나오는 것과 함께 자궁과 질 안쪽에 가득한 정액이 울컥하고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으윽!” 정액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자 잠시 인상을 찡그리던 강시연이 이내 실소를 흘렸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평소에 꿈에서나 그리던 성적인 판타지가 실현된 마당인데도 전혀 만족스럽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다. 성적인 판타지가 충족되었음에도 흥분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지독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고,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여운처럼 남아 있다. 그것은 평소 그녀가 생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기도 했다. 옆으로 강호를 밀어낸 강시연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마치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온 것이다. “으으윽!” 움직일 때마다 음부를 비롯해서 질 안쪽이 상처라도 입은 것 마냥 쓰라려 온다. 억지로 침대에 걸터앉고는 서랍장을 열어 진통소염제를 꺼내어 삼켰다. 이런 고통은 그녀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마음 같아서는 병원에 가서 진찰이라도 받아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병원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숨긴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인기 연예인 누군가가 감기 따위의 문제로 병원에 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슈가 될 만한 이유로 병원을 찾게 되면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는 곧바로 기사로 뜨는 것이 이 바닥이다. 하물며 인기 여배우가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그것도 건강상의 이유도 아니고, 질 내부에 생긴 상처의 치료를 위해 방문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거의 99퍼센트의 확률로 외부에 유출될 것이 뻔했다. 앞으로 강호와 할 일이 무궁무진한데 그런 식으로 기자들에게 떡밥을 던져 주어서는 안 된다. 약을 먹은 강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욕실을 향하다 말고 또다시 헛웃음을 터뜨렸다. 화장대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치 남자들이 포경 수술을 하고서 다리를 벌린 채로 어기적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 것이다. ‘너도 참 대단하다.’ 샤워를 마치고 냉동고에서 얼음을 꺼내어 비닐팩에 집어넣고는 가랑이 사이에 대자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차가운 느낌과 함께 통증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러다 안에 염증이라도 생기면 위험한데.’ 그런 걱정이 생겼지만 그래도 병원은 안 된다. 잠시 보지 위로 얼음찜질을 하며 고통을 가라앉힌 강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에 물을 적시고는 침실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서 침대를 보고는 또 다시 한 숨을 내쉬었다. 그와 밤새 뒹굴고 더렵혀진 침대시트를 새로 간 지 채 이틀이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정액과 애액 그리고 이번엔 붉은 피까지 뒤섞여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최대한 살살 걸으며 침대로 다가선 그녀가 강호의 옆에 앉아 들고 온 물수건으로 축 늘어진 그의 물건부터 닦기 시작했다. ‘시연아! 시연아! 대체 이 남자가 뭐가 예쁘다고 이렇게 까지 하는 거니. 응?’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질책하면서도 그의 물건을 닦아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물수건으로 구석구석 닦기 시작하자 쥐죽은 듯 축 늘어져 있던 그의 물건이 또다시 자라나기 시작한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물건이 순식간에 두 배로 자라나더니 어느새 세배 가까이 커져가는 모습을 강시연이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남자의 성기가 발기하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도 아니건만, 발기 전과 후의 모습이 이렇게나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보는 것은 드물다보니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그의 물건을 이렇게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도 처음이다. 크게 발기된 자지를 손에 쥐고는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하다 괜히 심통이 나서는 귀두를 손가락으로 강하게 튕기듯이 때렸다. “오늘 날 아프게 한 벌이야.” 그러자 잠결에도 강시연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강호의 몸이 한 차례 떨려왔다. 발기한 자지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는 강호의 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온 몸에 가득한 피를 닦아내고 자세히 관찰을 시작한 강시연의 표정이 조금 전 자지를 관찰할 때와는 달리 진지해졌다. ‘사람이 만든 상처가 아니야. 확실해!“ 팔에 가득한 상처는 마치 어떤 짐승이 발톱을 세워 긁어 댄듯한 상처였다. 그것도 작은 동물이 아니라 꽤나 큰 동물이라는 것을 상처의 크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살이 패일 정도로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상처라고도 할 수 없었다. ‘상처도 한두 개가 아니고, 대체 이런 상처를 어디서 입은 거지?’ 이틀 정도 어디를 다녀오겠다고 쪽지를 남긴 사람이 갑자기 몸에 이런 상처를 안고 나타나서는 이성을 잃고 겁탈을 시작했다. 대체 연락이 되지 않던 그 시간에 어디서 무얼 했기에 이런 상처가 몸에 가득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일부 상처들은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곳도 있다. 하루 전에는 없던 상처들이 몸에 가득하고, 어떤 상처들은 벌서 아물어 가고 있다. 의학적인 지식이라고 해봐야 일천한 수준의 그녀지만 이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 정도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이런 비슷한 상처들이 있었어.’ 그때는 그저 대역배우라는 직업으로 인한 상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몸에 가득한 상처를 보니 어쩌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궁해 봐야 하나?’ 정상적인 연인 관계라면 추궁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것은 연인이 아니라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해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고, 당연히 걱정을 하고 추궁을 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강시연은 자신에게 과연 그를 추궁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그에게 접근한 의도 자체가 불순했었고, 욕실에서 그의 의사에 반해 덮치던 순간은 명백한 강간의 의도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중간에 서로 즐겼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강제로 행위를 시작한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몸 상태가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런 상처를 몸에 달고 나타나 갑자기 자신을 겁탈하던 그 순간의 눈빛 때문에라도 강시연은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또 이런 상처를 입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온다면 그땐 또 어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나중에는 더 심한 상처로 인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옆구리의 상처만 해도 그렇다. 과연 이 대한민국 땅에 이런 상처를 낼만한 동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결론은 회의적이다. 누가 보아도 몸에 나있는 상처는 호랑이나 늑대와 같은 맹수가 할퀴고 지나간 듯한 형태인 까닭이다. 결국 강시연은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시연아. 그냥 오늘 네 얼굴에 침 한번 뱉는다고 생각해.’ 스스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만큼은 뻔뻔해지자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깨어나면 어떻게 추궁해야 할지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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