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36. 강시연의 계획 (1)
여름을 가리켜 노출의 계절이라고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보니 비교적 가벼운 옷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옷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자신의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연히 몸매에 자신이 있는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인 매력과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 섹시하고 과감한 패션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어깨와 배꼽을 드러내는 것은 예사고 둔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짧은 핫팬츠를 입는 여성들마저 심심찮게 구경할 있을 정도다.
지금 강호의 눈앞으로 지나가는 두 여성들처럼 말이다.
‘우와! 완전 벗었네, 벗었어.’
가슴만 살짝 가린 듯 한 탱그탑에 핫팬츠 차림을 한 두 영성의 노골적인 옷차림을 보며 강호가 혀를 내둘렀다.
막말로 거의 벗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모습이었고, 그런 옷차림을 과감하게 시도할 정도로 외모에 몸매까지 받쳐주다 보니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는 강호도 마찬가지여서 두 여성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그 역시 한낱 남자일 뿐이기에 늘씬하고 예쁜 여자를 보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기도 하고, 때로는 풍만한 가슴이나 엉덩이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남자라는 동물은 단순하다.
예쁜 여자를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가고, 몸매가 좋은 여자를 보면 저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야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 상상이 조금은 지나쳐 알몸을 상상하거나 혹은 침대에서 뒹구는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고래로부터 내려온 수컷으로의 자연스러운 본능일 뿐이다.
문제는 강호의 상상이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변태적인 행위로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강호의 머릿속으로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두 여성의 나신이 절로 떠오른다.
풍만한 가슴에 핑크빛을 띤 예쁜 젖꼭지,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와 그에 비견되는 탄력 있는 둔부에 돌처럼 단단한 허벅지까지.
어느새 완전한 알몸이 된 여성들이 자신의 앞에서 요염하게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며 유혹의 춤을 추며 다가오기 시작한다.
매혹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던 두 여성이 어느새 서로 달라붙어 혀를 빨아대고 가슴을 애무하더니 이윽고 서로의 은밀한 부위를 맞대고는 허리를 흔들어 대며 본격적인 행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두 여성의 허리놀림이 격렬하게 변한다 싶더니 가랑이가 맞닿은 부분에서 오줌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두 여성의 몸과 얼굴 위로 비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두 여성이 혀를 내밀어 서로의 몸에 잔뜩 뭍은 오줌까지 핥아 먹기 시작하는 순간, 옆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한 마디가 점점 더 깊은 망상의 늪으로 빠져 들던 강호를 현실로 끌어내었다.
“시발년! 존나 맛있게 생겼네.”
너무나 상스런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강호가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빌어먹을. 갈수록 심해지는 거 같은데. 젠장.’
라그놀과의 전투 이후 버섯을 먹고 일종의 광분 상태를 겪었던 강호다. 그리고 강시연을 겁탈하는 것으로 강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겁탈이었다.
강시연이 그 날의 일을 용서하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겁탈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로 그날 이후 강호의 성욕이 갈수록 왕성해지다 못해 성욕의 방향이 뒤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에는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보아도 잠시 눈길을 주던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예쁜 여자를 볼 때마다 온갖 변태적인 상상력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 정말로 강시연처럼 자신에게도 변태와 관련한 칭호나 능력이 생겨날까 두려울 정도다.
‘빌어먹을 시스템.’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가 시스템에 의해서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시스템이라는 무소불위의 능력을 얻으면서 내재되고 억압되어 있던 변태적인 기질이 깨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강호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그때였다
“엉덩이도 빵빵한 게 뒤에서 박으면 아주 그림이 죽여주겠네.”
“입고 있는 꼬라지 보니까 오늘 나 따먹어 주세요 하고 나온 년들인가 본데?”
주변에 들리는 것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끼리 키득거리며 나누는 대화에 강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록 강호 역시 머릿속으로 두 여성을 상대로 변태적인 망상을 했었기에 떳떳하다 할 수는 없엇지만, 혼자서 상상을 하는 것과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자연히 강호의 고개가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두 남자가 한 건물의 입구에 기대어 서서 음흉한 눈빛과 표정으로 키득 거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모습만으로도 두 사람이 주변 사람들은 물론, 당사자인 여성들의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항의를 하거나 지적을 하는 이들은 커녕 발언의 대상인 두 여성들조차도 잰걸음으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중이었는데, 이는 순전히 두 남자의 생김새 때문이었다.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운동을 한 듯 우락부락한 덩치에 팔과 목 언저리에는 문신까지 가득해서 조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까닭이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고 하지만, 실제로 저런 똥을 길에서 보면 다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 과거의 강호였더라도 지금 두 남자를 외면한 채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하나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물론 지금의 강호는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두 여성들조차도 이미 저 멀리 사라져버린 마당에 괜히 나서서 분란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려 할 때였다.
우락부락한 두 남자들 중의 하나가 왠지 낯이 익은 느낌에 바라보는데, 마침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상대쪽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눈을 껌뻑이며 알아본 표정을 한다.
그제야 강호도 그 남자의 정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횡단보도! 근육돼지!’
얼마 전, 누나의 카페 인근에 위치한 횡단보도에서 다혜에게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시비를 걸던 바로 그 근육돼지였다.
그런 놈을 이런 곳에서 만나니 참 공교롭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드리우며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강호의 그런 모습이 놈을 자극한 듯 했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처럼 여겨진 것일까.
한순간에 근육돼지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슬쩍 옆에 있던 친구의 눈치를 본다.
그 모습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강호가 눈치 없지는 않다.
‘하아! 이거, 괜히 시비 털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런 강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근육돼지가 옆에 있던 또 다른 근육돼지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두 사람이 강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몸에 힘을 잔뜩 주고는 건들거리며 다가와 대뜸 한다는 말이 실로 어이가 없었다.
‘왜 기분 나쁘게 사람을 째리는 거야, 시발놈아.“
동시에 강호는 깨달았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무차별 폭행에 이유는 중요하지 않듯이, 애초에 시비를 걸고자 마음먹고 다가온 이에게도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어쭈! 이 새끼 눈깔이 봐라.”
사실 강호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고, 두 사람에게 딱히 감정도 없었기에 눈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강호의 그런 눈빛이 상당히 거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웬만한 이들은 자신들의 겉모습에 주눅이 들어 시선을 회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쁘다.
당연히 근육돼지 2호가 앞으로 나서더니 대뜸 강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근육돼지 1호를 상대할 때 뭔가 운동이나 격투기를 배웠을 거라고 짐작을 하기는 했었는데, 이는 근육돼지 2호도 마찬가지였다.
건들거리는 모습과는 달리 한 순간에 자세를 잡고는 오른손 훅을 날려 오는 모습이 절대로 평범한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대뜸 이런 식으로 주먹을 날린다는 것은 사람을 때리는 것에 익숙하다는 반증이이기도 했다. 그 말은 이런 식으로 폭력에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이전에도 있다는 의미였다.
날아오는 주먹을 살짝 고개만 뒤로 젖혀 피해내는 순간, 근육돼지 2호가 허리를 뒤틀며 응축한 힘을 바탕으로 그대로 엘보우 공격을 해 왔다.
아마 저 팔꿈치에 제대로 맞았다가는 웬만한 이들은 코뼈가 아작나거나 턱이 박살나 버릴 것이 틀림없다.
자칫 잘 못 맞을 경우 의식 불명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공격이다.
막말로 상대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에 강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꺾으며 왼손으로 오른쪽 얼굴을 공격하는 팔꿈치는 가볍게 쳐내는 순간,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근육돼지 1호가 한껏 허리를 낮춘 채로 강호의 옆구리로 파고 들더니 주먹을 올려쳐왔다.
두 사람이 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배운 것은 물론, 이런 식의 싸움도 많이 해 본 듯한 모습이었다.
“이 새끼!”
지난번의 일 때문일까.
악을 쓰며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기세가 실로 무시무시했지만, 그마저도 강호는 쉽게 피해내었다.
오히려 옆구리를 찔러오는 주먹을 흘리기 무섭게 오른 다리를 슬쩍 뻗어 근육돼지 1호의 정강이를 걷어차 버리자, 달려오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는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근육돼지 2호가 팔꿈치를 회수하더니 상체를 바짝 숙이며 강호의 가슴팍으로 파고 들어온다. 동시에 양 손으로 허벅지를 붙잡아 어깨로 밀어 붙이며 중심을 무너뜨리는데, 그 모습이 UFC 대회같은 곳에서 흔히 보는 테이크 다운 기술이라는 것을 강호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