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41. 자극이 너무 심해 (1)
경기도 일산에서 애견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영식은 며칠 전,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직 완전한 성견이 되지 않아 보이는 하얀색 진돗개 한 마리와 덩치가 상당한 근육질의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싸움을 벌린 영상이었다.
반려견과 관련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개라는 동물에 대해 남다른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 운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전문 매장이라는 것은 관련분야에 대해 애정이 있거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고영식도 마찬가지여서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했던 그는 직장 생활을 하다 청산하고서 5년 전부터 애견용품샵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소소한 취미 겸, 가게 홍보 겸 해서 미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중이었는데, 구독자는 1만 명 수준이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서 운영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애견인답게 그가 구독을 하고 있는 채널들의 대부분도 애견 혹은 동물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며칠 전 자주 들리던 채널에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와 들어가 보았다가 문제의 그 영상을 보고 말았다.
해당 동영상의 썸네일을 본 고영식은 호기심 보다 화가 먼저 치밀어 올랐다.
한 눈에 척 보기에도 고삐 풀린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날뛰는 듯한 썸네일을 보면서, 어떤 상식도 없는 인간이 개를 저런 식으로 관리를 하냐며 분노한 것이다.
핏불테리어는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주의를 요구하는 문제의 견종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사납고 드센데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으로 인해 집안에 있을 때에도 주의가 필요한 견종이었고, 당연히 산책을 할 때에는 튼튼한 리드선과 입마개는 필수였다.
그런데 영상 안의 핏불테리어는 입마개를 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리드선도 시중에서 흔하게 파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저런 줄은 핏불테리어가 흥분해서 날뛰면 쉽게 끊어져 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하고 나왔다는 것은 견주가 누군지는 몰라도 핏불테리어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작은 진돗개도 문제다.
진돗개는 아예 목줄조차 채워져 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마찬가지로 견주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봄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작은 진돗개가 달려드는 핏불테리어를 상대로 단숨에 제압을 해버린 것도 충격적인 장면이었지만, 이후에 벌어진 진돗개의 행동은 애견샵을 운영하고 있는 그조차도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가 대를 상대로 훈계를 하다니.
정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기한 모습이었기에 고영식의 놀라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감정은 고영식만의 것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애견과 관련한 채널이나 커뮤니티에서 해당 진돗개의 싸움과 행동을 두고서 수많은 분석과 이야기들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백구에 관한 글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고영식은 백구라는 이름의 진돗개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만 갔다.
특히, 시릴 정도로 하얀 백구의 아름다운 털과 늠름한 자태는 마치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고영식의 마음을 흐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틈만 나면 백구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던 그에게 어느 날, 한 블로거가 올린 백구의 사진과 영상은 그를 단숨에 매료시켰고 직접 찾아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결국 백구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한 그가 와이프에게 가게를 맡기고는 아침 일찍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가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동명 캠퍼스는 서울에서도 유명한 곳인데다가, 누군가의 댓글처럼 네비를 찍으니 금방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영식이 카페로 들어서자 이미 테이블이 사람들로 가득차서 북적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손님들 대부분이 백구를 보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눈처럼 새하얀 털을 가진 우아한 진돗개 한 마리가 카페 안을 어슬렁거릴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고, 무슨 행동을 하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어떤 손님이 백구를 부르자 쪼르르 달려가더니 손님이 내민 케이크를 단숨에 먹어치운다. 그리고는 손님의 요구에 따라 포즈까지 잡아 주고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고영식이 한 참을 바라보다 이내 놀란 얼굴을 했다.
다른 손님이 부르자 이번에도 백구가 달려간다. 손님이 내민 음식을 먹은 백구에게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라고 하자, 백구가 정말로 귀여운 표정으로 눈웃음을 치고 있다.
이번엔 다른 손님이 부르고, 여성이 내민 음식을 먹고 난 백구는 멋있는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구에 마치 알아 듣기라도 한 듯이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그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는데, 정말로 모든 손님들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다양한 요구에도 척척 응하면서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고영식은 정말로 이런 개가 있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어떤 손님이 백구를 불러 음식을 내밀자 잠시 코를 내밀어 킁킁하며 냄새를 맡더니 이내 흥! 하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홱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깔깔 거리며 웃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고영식은 이제 허탈함 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봤지? 봤지? 안 먹잖아. 밖에서 사 온 음식은 절대로 안 먹는다고.”
“정말이네. 이게 교육한다고 해서 되는 거야?”
“가능이야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천재야 천재. 사람들이 하는 말도 다 알아 듣고 있잖아. 이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하면 자기가 가게 장사에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미친. 그게 진짜 말이 돼?”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고영식은 멍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백구한테 먹이겠다고, 끊임없이 케이크부터 시작해서 온갖 빵들에 이르기까지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지켜보는 동안 먹은 케이크와 빵만 해도 벌써 이십여 개가 넘어가는 데에도 배의 모습이 처음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근데 저래 보여도 주인이 아니면 절대 자기 몸을 만지게 해주지 않아.”
“아까 사람들이 만지던데?”
“머리까지만이야. 머리를 쓰다듬는 것 까지는 허용하는데, 그 이상은 절대 허용 한 해.”
“그래? 하긴 원래 진돗개가 주인 아니면 다른 사람 손 타는 걸 싫어하긴 해.”
누군가의 말에 고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진돗개마다 사회성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고영식이 본 백구는 진돗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회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소문인데, 원래 이 동네 쪽에도 유기견들이 많았데. 그런데 어느 날부터 유기견들이 싸그리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그게 왜?”
“그냥 소문이기는 한데, 보름 전이던가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인데, 근처의 공원을 지나다가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들개로 보이는 개들 열 댓 마리를 앉혀두고는 막 뭐라 뭐라 하면서 훈계하듯이 혼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주작도 적당히 하라면서 금방 사장되어 버렸었거든.”
“이 근처라면 그 개가 백구일 수도 있다는 말이네?
“신기하지? 나 백구 영상 보고 그때 그 글이 생각나서 소름까지 돋았었다니까.”
그들의 대화에 고영식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 자신도 백구의 영상을 보지 않은 채, 글만 보았다면 세상에 할 일 더럽게 없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핏불테리어 두 마리를 참교육하고 훈계까지 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었다.
그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백구가 들개들을 앉혀 놓고 훈계를 했다고 해도 이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백구야. 이리와 봐. 한 번 안아 보자.”
누군가가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안으려는 시늉을 하자 백구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새침하게 눈을 흘기고는 홱 돌아서 가버린다. 그 모습에 또 손님들이 도 한 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자지러졌다.
그때 카페 안으로 교복을 입은 여성 한 명이 들어오자,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서던 백구가 반색을 하며 달려갔다.
“백구야!”
고무풍선을 넣은 것처럼 큰 가슴을 출렁이며 안으로 들어선 여성, 다헤의 부름에 백구가 대번에 그녀의 품에 안겨 들었다.
“하하하! 백구야 간지러워. 자자! 언니가 오다가 백구 줄려고 맛있는 거 사 왔지.”
그러면서 가방에서 백구가 좋아하는 소고기 육포를 꺼내어 내밀자 망설임도 없이 냉큼 받아먹었다. 그 모습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부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인인가봐.”
“그렇겠지?”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사장 언니. 저 왔어요.”
“다혜 왔니?”
카페의 사장은 백구의 주인이다. 그런 사장에게 ‘사장 언니’라는 호칭을 쓴다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백구가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반기며 달려드는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부러운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백구 저거 수컷일 거야. 그래서 그래.”
“하긴. 나도 저런 가슴이라면 주인보다 더 기쁘게 반겨줄 자신이 있을 것 같아.”
누군가가 수군거리자 고영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돌 뺨치게 예쁜 여자가 특별한 가슴까지 소유하고 있다면 그 어떤 수컷이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런 고영식의 마음을 대변하듯, 카페 안에 있던 몇 몇 수컷들이 다혜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비비고 있는 백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