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41. 자극이 너무 심해 (3)
[미안해요! 미국에 있는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쳤다고 하네요. 크게 다친 건 아니라는데 그래도 잠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지금 막 인천 공항에 도착했는데, 늦어도 다음 촬영 전에는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줘요. 정 못 참겠으면 여자라도 사서 안던가 아니면 하영이를 빨리 따먹어 버리던가요.]
그렇게 말하는 강시연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오늘이 일요일이다. 그리고 다음 마녀들 촬영은 열흘 후에 잡혀 있다.
강시연의 말은 빠르면 며칠 안에라도 올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려야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당장 하루도 더 버틸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는 마당에 일주일에서 열흘을 더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나...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상태에서 지구에 머무른다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정말로 한 마리 발정난 개가 되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본인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이게 다 그 업적 때문이야.’
강호가 말한 업적이란 바로 일전에 전혀 뜻하지 않게 얻게 된 바람돌이 업적을 말함이다.
[내가 바로 욕망의 바람돌이 – 당신의 성적인 욕구가 한층 강렬해지며, 변태적인 욕구 역시 더욱 강렬해 집니다. 이를 발판삼아 더욱 더 분발하여 당신의 하렘 건설에 일조하시기 바랍니다. - 성욕 +5, 변태력 +5, 정력 +5]
게란트에서 보낸 시간과 지구에서 보낸 시간을 합치면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정력 스텟이 상승을 했다.
그렇게 도달한 정력 스텟의 수치가 무려 45였다.
근력, 민첩, 지구력 스텟들이 이제 막 20대에 초반에 다다른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의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업적으로 인해 정력 수치가 무려 +5나 상승해 버렸다.
그것만이 아니다.
‘성욕이나 변태력이라는 것도 역시 수치로 있었던 거야. 젠장!’
성욕과 변태력에 각 +5가 더해졌다는 말은 인간의 욕구라는 것도 수치화 되어 스텟으로 숨겨져 있다는 것에 확신을 부여했다.
그런 성욕과 변태력이 한 번에 무려 +5가 되어 버렸다.
최근 스텟 수치가 +1만 상승해도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고 있던 강호다.
게다가 육체적인 스텟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능력을 보완 하듯, 성욕과 변태력이라는 스텟도 어찌 보면 비슷한 계열인 만큼 영향을 미치며 보완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결국 최근에 성적인 욕구나 변태적인 기질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도 이 수치의 상승과 연관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수치가 한 번에 +5가 되어 버렸으니 의지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게란트로 넘어가 있는 게...”
그런 생각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게란트로 넘어가서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구의 하루가 게란트에서는 12일이다. 일주일을 지구에 넘어오지 않고 온전히 게란트에서 보내려면 거의 세 달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악물고 지구에서 버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아!”
허탈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쉰 강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시연에게 전화를 걸던 순간부터 이미 아랫도리의 물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힘줄이 툭툭 불거져 빳빳하게 발기한 상태였다.
확실히 굶어도 너무 오래 굶었다.
그녀와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 이제 밖에 나가서 여자들을 보며 엉뚱한 상상이라도 하면 어찌 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미치겠네. 그렇다고 진짜로 여자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말을 하다 피식하고 헛웃음 흘렸다.
강시연 스스로 자신이 변태라고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그녀는 자신에게 변태적이 기질이 있다는 것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고, 행동으로 끊임없이 보여주며 말해왔다.
이번 발언도 따지고 보면 그런 맥락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를 사서 해결하라니.’
인터넷에는 사창가에 간 남편을 두고 부인이 남긴 유명한 글 하나가 돌아다니는 데, ‘차라리 그냥 바람을 피우지 그랬냐’라는 말이었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사창가에 가서 여자를 돈 주고 산다는 것은 ‘자신이 창녀보다도 못 하다’는 모멸감을 가지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강시연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럴 때면 정말로 그녀가 자신에게 조금의 마음도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강호도 사람이고 눈치라는 게 있다.
아무리 남녀 사이의 감정에 대해 둔감한 편이라고는 해도 아예 무감각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은연중에 느껴지는 게 없을 수가 없다.
분명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행동을 보면 육체적인 관계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돈 주고 여자를 사서 해결하라는 그녀의 발언은 확실히 변태 마스터의 위용을 실감케 했다.
‘이것도 허락이라면 허락인 건가?’
그렇다고 정말로 여자를 돈 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클럽이라도 가서 헌팅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예전부터 강호는 그런 곳에 딱히 취미가 없었고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럴 때면 친구 놈들이 늘 하는 말이 ‘클럽에 재미로 가냐? 여자 후리러 가지’라고 하지만, 그렇게 시끌벅적한 자리 자체가 그냥 싫을 뿐이었다.
‘이런 돌발 상황을 대비해서라도 빨리 하영씨를...’
그런 생각을 하며 혀로 입술을 날름거리던 강호가 문득 새로 생긴 퀘스트를 떠올렸다.
손을 뻗어 퀘스트 창을 열어 목록을 확인했다.
[도전! 초보 하렘 마스터!
새롭게 발현된 성 정체성 탐구를 위한 위대한 첫발을 내딛은 당신. 이제 당신은 성 정체성의 완성을 위한 원대한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여정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 첫 번째 항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출발!
임무 : 두 명의 동반자를 등록하라.
보상 : 돼지 발정제 (5), 하급 상태이상회복 스크롤 (5), 랜덤 업적 박스, 랜덤 스텟 박스, 랜덤 스킬 박스.]
퀘스트를 읽은 강호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걸렸다.
이미 한명은 동반자로 등록했으니, 한 명만 더 등록하면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다. 그리고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한 명을 더 등록하는 것은 멀지 않아 가능할 것도 같은 느낌이다.
그것이 오하영이든 한가연이든 말이다.
보상도 엄청나다.
랜덤이라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일단 업적, 스텟, 스킬과 관련하여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나저나 돼지 발정제는 진짜 뭐야?’
상태이상회복 스크롤은 대충 무엇일 지 짐작이 간다.
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식의 스크롤이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혼란이나 광포화 같은 정신이상 마법을 해제하는데 사용하는 스크롤이다.
‘이 걸 같이 준다는 건 돼지 발정제를 사용해서 흥분시키고, 이걸로 해제하라는 이야기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돼지 발정제가 무엇인지는 강호도 잘 알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 남자들 치고 돼지 발정제가 무엇인지 모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돼지 발정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약은 돼지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그런데 남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자에게 먹이면 순진한 처녀조차도 발정난 암캐로 만들수 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 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헛소문에 불과할 문이고, 실제로 사람이 먹어도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런데 퀘스트 보상으로 주는 아이템인데, 그 돼지 발정제일 리는 없을 테고.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미혼약 같은 건가?’
이름만 돼지 발정제일 뿐, 아마도 이것은 인간에게도 작용하는 발정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굳이 사람에게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강호는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 남에페 피해가 갈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잖아 있었다.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기에, 강호도 남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자잘한 잘 못과 실책을 하며 살아온 평범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다.
눈앞에 뜬 퀘스트 창을 지우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잔뜩 성이 나 있던 자지가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내내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그렇게 말하다 말고 머쓱한 얼굴을 했다.
남들은 발기가 잘 안되어서 고민이라는 데, 이건 발기가 너무 잘되는 것도 문제였고, 쉽게 죽지 않아서 또 문제다.
어찌 보면 참으로 행복한 고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를 훌쩍 넘겼다.
‘가게 문도 열었겠네.’
백구를 카페에 데려가기 위해서라도 집을 나서야 했지만, 괜히 나서기가 두려워진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것은 강호의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탓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일단 백구를 데려다 주고 오랜만에 액션스쿨이나 가 보자.’
차라리 액션 스쿨에 가서 땀을 진탕 빼거나 오랜만에 궁술 연습장에 가서 활이라도 쏘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은 강호가 카페로 나섰다.
건물을 나와 누나의 가게로 향하랴던 강호가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 멈칫했다.
아직 11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카페가 벌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리 일요일이라고 해도 오전부터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도 드문 일이었지만, 정작 강호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손님들의 정체 때문이다.
하나같이 젊은 여성들 일색이다.
카페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평소에도 남자보다 여자 손님들이 많기는 했지만, 오늘따라 유달리 여자 손님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이 말은 지금 저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지뢰밭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