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73화
73.
“나도 31번은 정말 후회 없이 당신을 만날 거야... 그래서 나중에 내가 그 압박감을 결국 이기지 못해서 당신을 포기하더라도 이때를 생각하면 적어도 후회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일세...앗. 아이 씨.. 참... 휴... 후회 없다고 느끼고 싶어.”
그녀는 나에 대한 그녀의 말투가 막 나오는 것을 욕까지 하면서 말을 다시 수정하면서 자기 의사를 나에게 전달했다.
“좋은 생각이야... 나도 그렇게 하자는 말이었어... 그리고 아무튼 말투, 호칭도 중요하지만... 아무튼 속에 있는 감정을 체면이나 이런 것 때문에 감추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보고 싶었다면 보고 싶었다 말할 수 있는 거 말이야.”
“알았어... 그렇게 노력해 볼게... 아무튼 좀 틀리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이해는 좀 해주게...아니 아니... 이해해 줘.”
“알았어... 그런 건 문제없어... 오히려 그건 더 당신에게 빠지게 만드는 거 같아... 당신이 실수해서 바로잡으려는 모습은 말이야... 난 아까 답답하고 힘든 것이 바로 당신이 당신 스스로 자꾸 사회적인 인식에 빠져서, 나랑 있는데도 불구하고 솔직하지 못한 것이었지, 이렇게 실수하는 건 아무 문제없어.”
“정말 있는 그대로 보이도록 노력할게... 적어도 당신과 있을 때는 말이야...”
“오케이... 그럼 이제 정리는 끝난 건가?”
“그러네...”
“이제 다시 출발하자...”
“응”
우리의 대화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운전해 가는데도 그녀는 훨씬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오히려 말도 많아진 것 같았다.
아마도 일부러 위신이나 체면을 위해서 그럽게 불편하게 말을 썼던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이 첫 번째인데 벌써 이렇게까지 진도를 나간 것에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장모가 어떤 사람인데... 이렇게 쉽게 무장 해제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이제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목표한 거리의 거의 반 이상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역시나 나에게 행운의 여신이 따르는 날임이 분명하다.
이제까지 장모와 나 사이에 커다란 벽이 가로막혀 있었다면 그걸 장모가 스스로 치운 결과, 우리의 소통을 꽤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장모는 이러한 말투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에 꽤 적응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운전을 하자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여러 가지 기구들로 인하여 내가 어디로 갈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아니! 지금 저기 가는 거야?”
“응 저기 갈려고...”
“뭐야~ 내가 올해 몇 살인데 저길 가?”
“왜? 우리라고 못 갈 이유가 있어?”
“당신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나는 다 늙어 빠져서 저길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거야.”
“응? 무슨 소리야? 당신이 지금 나보다 어려 보여...”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녀는 눈을 흘기며 말했지만,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거의 목적지에 가까이 왔지만, 아직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려야 할 정도로 우리의 목적지는 멀리서도 잘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제법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바로 놀이동산이었다.
난 여기를 우리의 첫 번째 데이트 장소로 선정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일 큰 이유는 오늘은 장모와 현실적인 문제로 또 티격태격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오늘 운전해 오는 동안에도 느꼈지만, 만약 집에서 만났으면 오늘과 같은 말은 꺼내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장모가 동의를 하고 지금처럼 용기를 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몸이 완전히 현실에서 벗어나야 자신이 현실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모는 단순히 집을 벗어난 것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확실히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는 우리 밖에 없다. 장모가 생각하거나 고려해야 할 것이 없으며, 또한 눈치 볼 것도 없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을 돌릴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으므로 난 여기가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큰 이유는 오늘 난 장모를 가지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장모는 안에 입은 속옷이 약간 불편한지 몸을 약간씩 틀면서 차에서 내렸다.
난 매표소에서 과감하게 자유이용권으로 발권하였고, 그것을 본 장모는 한마디 했다.
“아니 우리가 뭘 탄다고 자유이용권까지 끊나?”
“아.. 연희가 자유이용권도 알아?”
“아니 날 무슨 시골 할머니로 아는 거야?”
“큭큭큭 맨날 자기가 자기 스스로 나이 많다고 하면서... 진작 내가 나이 많은 얘기하면 발끈하고 그래?”
“뭐라고?”
“큭큭큭 농담이야. 농담... 음... 물론 백프로 농담은 아니지만...”
“뭐?”
그녀는 눈을 흘기며 다시 쳐다보았다.
난 웃으며 자유이용권 그녀에게 한 장을 주었고, 그녀와 나는 자유이용권을 들고 놀이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자유이용권이 제일 비싼 거니... 여기 있는 거 오늘 다 타보고 가자. 어때?”
“아... 나 겁 많은데... 무서운 거는 못 탈지도 모르네...”
큭큭큭 나름 심각한 거 같다. 예전 말투가 나오는 거 보면...
난 그녀에게 팔짱을 끼듯이 팔을 잡고 일단 제일 순한 맛부터 타보러 갔다.
그녀는 내 팔을 살며시 빼고 자연스럽게 자기가 나에게 팔짱을 꼈다.
우리가 섹스는 했지만, 이렇게 연인처럼 순서를 밟아가는 것은 처음이다.
이 사실은 나도 그치만, 장모에게도 가슴 설레는 과정임은 분명할 것이다.
“우와... 여기 볼 것도 정말 많네... 꽃들도 너무 예쁘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다...”
그녀는 불과 몇십분 전 자기가 이런 곳을 어떻게 오냐고 했던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주변의 볼거리 등을 보면서 아이 같이 즐거워 했다.
나 역시나 최근에 이렇게 한가하게 내 시간을 즐겨 본 적이 없어서 나름대로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여기 놀러 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우리는 자유이용권을 끊은 만큼 정말 열심히 놀이기구를 탔다. 그녀는 놀이기구 하나하나를 탈 때마다 진심으로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는 타기 전부터 내 팔을 잡고 덜덜 떨었고, 타면서는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으며, 내려서는 콧물과 눈물을 내가 다 닦아줘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범퍼카에서는 자기 차만 박아대는 바람에 제대로 타지도 못했다고 삐져 있는 것을 달래기도하고,
맛있는 간식도 사 먹을 때는 생각도 안하더니 다 먹고 나서는 배가 불러서 배가 나온 것을 신경 쓰기도 하였으며,
회전목마 앞에서는 이러한 것은 아이들이나 타는 거라면서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사람이, 타서는 자기는 이게 딱 맞다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내려서 놀리니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하고 우리는 다음 것들 타기 위해서 걸어가는데 사격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사격장이다... 난 사격에 자신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의 장교에 출신에 자격사격을 2년 동안 이끌어 왔으며, 심지어 사격 교관을 지도하는 것을 할 뻔 한 사람이다.
오늘 뭔가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에 난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리 사격하자... 저거 맞추면 인형도 주나 봐.”
“아아... 그런데 맞출 순 있어? 저게 쉬운 거면 누가 저걸로 돈 벌겠어?”
“당연히 어렵겠지... 그러니 하자는 거지... 내가 한 사격 하거든...”
“정말? 그건 처음 듣는데?”
“오늘 처음 이야기하는 거 같은데... 우리나라 청년이면 대부분 총을 잡지... 그리고 난 그 총을 쏘는 법을 가르친 교관이었단 말이야... 오늘 보면서 너무 놀래지는 마. 그리고 단지 교관이었던 것뿐이지. 혹시나 특수 부대에 있었냐고 물어보지는 마... 그건 밝히기 힘드니깐...”
난 드디어 나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총 앞에 섰다.
오늘은 평일이라 놀이공원 자체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게 왜 중요하냐면... 총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신중하게 총을 골랐다.
나의 총을 신중하게 고르는 매서운 눈빛에 사장님도 약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훗... 오늘 저 인형들은 잘못 걸린 거다... 나를 만나서 말이다... 사장님 많이는 안 가져가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총은 실제 총과는 다르게 압축공기로 발사되는 총이다.
우리나라 남자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쉽게 말해서 총알의 화약으로 인하여 폭발하여 총알의 머리, 즉 탄두가 나가는 것이 실제 총이라면, 이건 밀폐된 총알을 압축공기가 밀어서 나가는 것이다...
즉, 총의 총구의 모양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총알이 균일하게 껴지지 않으면 공기의 힘을 총알이 균일하게 받을 수 없고, 그것은 곧 총알이 휘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총의 총구를 유심히 살펴 총구가 비교적 깨끗한 총을 고르고 사격자세를 취했다.
그렇다...
나의 사격자세는 부대 내에서도 FM, 즉 야전교범이라고 불렸다.
사장님이 긴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훗... 사장님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많이는 안 가져간다구요...
난 첫발을 총구 앞에 넣고 장전했다.
가늠쇠와 가늠자를 일직선... 그리고 표적을 그 위에 살짝 올려놓고, 그리고 호흡은 가득 들이쉰 다음 1/3을 내뱉고 멈췄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난 격발을 할 것이고, 저 표적은 뒤로 넘어갈 것이다.
격발은 손가락을 채듯이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고... 뒤로 누르듯이... 하지만 내가 사격을 한지도 모르게 부드럽게 당기면 된다...
- 팍
총알이 나갔고, 총알은 인형의 우측 위 벽에 부딪쳤다...
‘그렇지... 우상탄이 나는구나... 음... 이 총은 우상탄이 나는 총이구만... 하긴 영점도 안 잡고 저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난 총알 세 발이면 영점을 잡을 수 있다. ’
난 다시 장전을 하고 쐈다.
- 팍
총알이 어디로 갔는지 보지도 못했다.
‘괜찮다.. 아직 내가 생각한 영점을 잡는 총알 세 번째가 있다... 난 이 한 발이면 총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 팍
세 번째 총알이 나갔다. 그런데 또 우상탄이다.
표적의 좌측 하단부로 쐈는데도 말이다.
난 네 번째 총알을 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그리고 아홉 번째도... 모두가 맞질 않았다...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건 총의 문제다. 총이 겉으로 얼핏 보이기에는 총구 쪽이 문제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아마 압축공기가 원활하게 작용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아니면 혹시 총구에 미세한 홈을 파서 못 맞추게 하려는 사장의 장난질일 수도 있다...’
“이거 총이 좀 이상한데?”
풉~
풉~
내 말에 사장과 장모는 동시 뿜었다...
그리고 둘은 마치 짰는지... 동시에 웃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모욕적이다...
“어디 봐.. 내가 해볼게... 하나 남았지?”
장모는 자기가 쏴보겠다고 했다.
총알이 한 발 남았다.
그런데... 총알을 세면서, 한 발이 아니고 하나로 표현하는 장모가 이 이상한 총을 가지고 맞출 수 더더욱 없다.
내가 총이라도 다른 것으로 골라줘야 할 것 같다.
“이 총 말고 내가 총을 바꿔...”
“아니... 그냥 이 총으로 할래... 하나 남았는데 뭘 바꿔?”
‘그래 어차피 한 발인데 뭐...’
“아까 이렇게 쐈던가?”
그녀는 사격의 사자로 모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서쏴의 기본도 모르는... 이런이런~ 가늠자, 가늠쇠 이야기를 지금 하면 너무 늦었겠지?
-팍, 퍽, 툭...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