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95화
95.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장모의 재산과 가정의 붕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이것 때문에 여행을 계획한 것이 있다.
이 생각은 나가도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밑집 여자의 이야기로 생각이 시작된 것으로...
만약 장모만 상처를 주면 끝난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다가,
내가 진정 나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대답한 적이 있다.
아내에게 받은 상처를 장모에게 조금 주면 끝나는 문제인가?하는 질문이었고, 나의 대답은 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집안까지 복수하는 것 역시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마음이 엇갈렸고, 그러한 엇갈린 고민 속에 난 나를 공중에 띄워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여행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제껏 그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걸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며, 걷고 있다.
“저희 조금만 쉬었다가 가면 안 돼요?”
“아... 너무 죄송해요. 제가 생각에...”
“아~ 아니에요. 그러기로 했잖아요. 생각을 하기로...”
“그래도 제수시 생각을 전혀 못했네요. 죄송해요.”
“아이~참...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렇게 말하면 제가 앞으로는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잖아요. 첫날에 우리 정했잖아요. 제가 뭘 물어보면 그냥 그 상태를 대답해주기로. 억지로 뭘 배려하거나 구상하지 않기로... 맞죠?”
“아... 그러네요.”
“절대 미안해 하질 말죠.”
“예. 그래요. 그럴게요.”
“아... 목말라. 물 줘요~ 빨리요~”
“큭큭큭. 알았어요.”
내가 제수씨 신경을 전혀 못 쓰고 걸었다.
그녀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로 나를 따라오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나를 불렀던 것이었다.
대략 시간을 보니 오전 내내 걸었다.
한 번도 쉬지도 않고 말이다.
제수씨의 체력은 대단한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어제 그것도 해 놓고 말이다...
“우리 오전 내내 걸었네요. 우와 제수씨 체력, 정말 대단한데요?”
“지섭씨 체력 좋은 건 알았지만, 이제 진짜 놀랐어요. 어떻게... 우와... 진짜.”
“아니에요. 정신이 딴 데 있어서 그냥 몰랐던 거죠... 뭐...”
“그게 대단한 거죠. 몸이 힘들어지면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나요?”
“음... 아무튼 오래 걸었으니 지금 조금 오래 쉬면서 밥 먹을까요?”
“아... 진짜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네요.”
난 얼른 점심 준비했다.
물론 점심이라고 하는 것이 간편식 정도여서 솔직히 준비라고 하기 민망할 수준이었다.
간편식이라고 뜯어보니 예전에 군에서 먹던 특전식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음... 미국에서는 전투식량이 시중에서도 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체인점에서도 전투식량이 판다고 하니, 말 다한 거 같았다.
“이러게 머느 거 괘차아요?”
난 딱딱한 스낵을 입으로 깨먹으면서 물었다.
“풉... 딱딱한 거 먹으면서 내 걱정해주지 마요. 이상해요.”
“아~ 우두둑. 우두둑... 이렇게 먹는 거 괜찮냐구요?”
“예. 괜찮아요. 지금 너무 좋아요. 바람이 머리를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이 시원해요. 솔직히 지금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 우두둑. 우두둑. 지그으 도라가고 시퍼도 모가요.”
“풉... 먹으면서 대답하지 말라구욧!”
“넵...우두둑. 우두둑.”
“지섭씨는 생각이 정리가 잘 돼요?”
“음... 아직 절반 정도? 아니다. 거의 다 했다고 하면 다 했는데... 그게 큰 고비와 같은 봉우리가 남았네요. 거기만 넘으면 다한 거 같은데...”
“음... 하긴 여길 올 정도면 얼마나 생각할 게 많으면 그랬겠나 싶네요. 제가 너무 억지를 부려서 미안 해요.”
“아... 어제도 말했는데, 오히려 제수씨가 따라와서 좋네요.”
“음...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요.”
“그런데 제수씨는 생각의 정리는 잘되가요?”
“음... 전 거의 다 했고, 결론도 내렸어요. 지금부터는 그냥 그게 맞는지 생각해 보는 중이죠. 계속해서 말이에요.”
“음... 좋네요. 그런데... 만약 제 생각이 끝난다 하더라도 오늘은 저녁 되기까지는 걸어야 해요.”
“아! 괜찮아요. 저도 아직 생각할게 많고, 그 생각이 끝났다 하더라도 그 행동에 후회하지는 않을지도 생각해야 해요. 아직 멀었어도 상관없어요.”
“음...”
후회?
아... 이 단어가 나오면 별로 좋은 것이 아닌데...
이제까지... 내 입을 포함해 누구의 입에서도 저 단어가 나와서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철우와 헤어지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최악인데...
친구란 놈이 자기 와이프를 데리고 종주하면서 자기 와이프가 내린 결론이 이혼이라면...
진짜 최악일 수 있다. 그리고 밤에는 따먹기까지 하고 말이다...
난 친구로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아무런...
하긴,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었던 적은 있었는가?
쓸모가 없었기에 아내도 도망을 갔겠지...
씨발......
“이제 다시 출발할까요?”
제수씨가 먼저 일어서며 말했다.
와... 역시 체력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예. 그런데 지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쉬고 싶을 때 말해요. 부담 없이.”
“알았어요. 그럴게요.”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생각을 많이 정리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 선택은 신의 한수이다.
“제수씨!”
“예?”
“제 앞에 서서 가세요.”
“왜요?”
“제가 제수시를 못보고 가는 거 같아서요. 제수씨가 돌아보면 제가 바로 알 수 있게 앞에서 걸으세요.”
“어머~ 지섭씨 은근 응큼하네요?”
“예에? 왜요?”
“뒤에서 걸으면서 내 뒷태 보면서 가겠다는 거잖아요.”
“아... 어디서부터 우리의 이야기가 뜻이 안 통했을까요?”
“풉... 농담에 죽자살자 덤빌거예요?”
“아... 그렇군요. 농담이군요... 전 혹시 제 흑심이 들킨 줄 알고 순간 정색했습니다.”
“풉... 뭐예요~ 뭐... 그런 흑심 있어도 이해해줄게요. 난 위에 보다는 엉덩이부터 밑 라인이 자신 있으니 거기를 주로 봐주세요.”
“아... 풉... 알았습니다.”
“지금 비웃은 거죠? 그렇죠?”
“아닙니다... 그렇게 느끼신 거면,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풉... 진짜 진지한 거 같은데, 웃기는 거 보면, 지섭씨는 진짜 별난 사람이에요.”
“아... 진담인데...”
“풉...”
난 그녀를 앞세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녀를 앞에 세운 이유는 그녀가 말한 이유가 아니었지만,
일단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녀의 뒷태에 눈이 안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음... 여긴 아무도 없지 않나?
어제 내 자지를 넣었던 엉덩이에 눈이 제일 먼저 갔다.
나도 참...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엉덩이에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녀는 절대 슬림하지 않다.
그런 방향의 매력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늘씬하고 섹시하다.
등산복을 입었지만, 그런 옷이 그녀의 매력을 전부 가리진 못했다.
참 멋진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녀의 몸을 감상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곤 머리를 저어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난 장모를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녀의 집안에 영향을 미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 것이다.
내가 영향을 준 이상 나에게 돌아올 비난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영향의 크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비난을 받은 이상, 비난의 크기 역시 중요한 것이 아닌 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아... 제수씨의 몸이 조금 불편한 듯 보였다.
걸음거리가 늦어지고 있었으며, 발도 약간 저는 것같이 보였다.
역시나 이렇게 오래 걷는 길은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난 그녀를 오는 내내 배려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걷게 한 것이었다.
음...
“제수씨! 여기서 좀 쉬죠.”
“예. 알겠어요.”
“많이 힘들죠?”
“예. 정말 힘드네요. 그래도 아직 충분히 걸을 정도는 돼요.”
그녀는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아는 것 같이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난 더 이상 그녀에게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한 말을 꺼내기는 힘들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걸어온 것 같아요. 여기서 충분히 쉬고 가도 될 것 같네요.”
“예. 그럼, 여기서 좀 오래 쉬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자기 등산화를 벗고는 자기 발과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은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제수씨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매우 즐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내가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다리를 주무른다는 것은 지금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 종주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약간 불편해졌다.
“이제 출발하죠.”
그녀는 나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린 듯 잘 쉬었다는 표정으로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조금 걷다 보니 아까의 불편한 자세가 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라는 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체력이라는 것과 준비라는 것이 동시에 충족되었을 경우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그중 하나라도 없어지는 경우, 산은 더 이상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산은 죽음과 직결되는 지옥문과 같이 변하는 것이다.
우리는 산에 오를 때 전부 좋은 마음으로 오른다.
또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오른다.
여기서 자살하고 싶어서 오른다는 등의 극소수의 생각은 접기로 하고,
아무튼 그러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들 오른다.
하지만 산에는 조난으로 죽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발생하는 것이다.
그만큼 체력과 준비라는 것이 없어질 경우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다.
물론 제수씨가 그럴 일은 없다.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업는 등의 엄청난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단지, 내가 조절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조난은 당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준비 부분에서 나름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이삼일 정도는 풍족히 지내도 될 정도의 식량도 있다.
따라서 그녀가 갑자기 다치는 일만 없다면 체력이야 회복하면서 걸어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그녀를 혹사 시킬 필요가 있을까?
난 나중에라도 다시 산에 오르면 된다.
그런데 그녀가 확실하게 불편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혹사시킬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아니다.
절대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 중인 것도 일단 이 정도면 됐다.
그 이상을 생각하려면 자매들과 좀 상의해야 다음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이상 내 생각이라는 것이 제수씨의 힘듦을 무시할 만큼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해요?”
그녀는 걷다가 갈림길에서 나에게 물었다.
“아... 다행이 여기까지 왔네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그러니깐...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꼬박 하루를 더 가야 하는 길이에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면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구요.”
우리는 저번에 코스를 구상하면서 2일 차에 여차하면 마을로 내려가겠다고 생각해 둔 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지섭씨는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 저야 당연히 지섭씨가 가자는 곳으로 가면 되구요.”
“음... 제수씨... 지금부터 우리 첫 종주는 여기서 마치는 걸로 해요.”
“예? 왜요?”
“아... 제가 정말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어요.”
“......”
“지금부터 마을로 걸어도 꽤 걸어야 하는데, 제 체력이 못 받쳐줄 것 같거든요.”
“저 때문에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