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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55. 세라를 닮은 폭유 장모님(1).


가까스로 엘븐 포레스트에 입장했다. 정말이지 진이 다 빠진다. 그래도 기어가나 뛰어가나 서울에만 가면 된 거라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입장했으니 참 다행이었다. 물론 지금 우리 앞을 걷고 있는 벨론델 씨 덕분이었다. 오면서 듣기로는 이 분은 돌아가신 세라 아버님과 절친한 친구 사이셨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에 에란텔에서 십 수년 정도 살아본 경험이 있어 타 종족에 이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아주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다. 보르바 그 씹창놈과는 궤를 달리하는 진또베기 엘프인 것이다. 거기다 지금은 현직 장로를 역임하고 계시다고 한다. 그래서 권력이 상당하시다고. 아무튼 이 분 덕분에 무사히 들어오게 되었으니, 나중에 따로 인사드리도록 하자. “다 왔네.” 그의 뒤통수를 보며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엘븐 포레스트의 정경이 내 시아에 비추어졌다. “하느님 맙소사….” 엘븐 포레스트의 정경을 보게 된 나는 그저 감탄사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생소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도시였다.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도시. 거대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적절히 햇볕이 들어와 도시 안을 밝혔고, 친환경 적인 건축물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 냈다. 말 그대로 네츄럴 시티. 친환경적인 도시의 이상향 같은 곳이었다. “어떠세요 낭군님. 무척 아름답죠? 후후.” 세라가 내 팔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어…진짜 예쁘다. 이거 실화냐?” 엘프 이 새끼들 레이시스트인 것과는 별개로 제법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아는 새끼들인가 보다. 근데 아까 그 씨발새끼즈는 왜 그랬지? 도모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내가 도시를 넋 놓고 감상하고 있자 그가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벨론델 씨. 덕분에 어찌어찌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나는 그저 응당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라네. 거기다 내 딸아이와 같은 세라가 곤경에 처했는데 어찌 모로 척하겠는가.” “아저씨….” 세라가 그를 부르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가족이 다시 상봉한 것처럼 서로를 안아주었다. 포옹을 나눈 후 그가 나와 세라를 번갈아가며 보았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너의 어미에게 인사부터 드리거라.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도 귀남 군을 정식으로 다시 소개해 주려무나.” “네 아저씨 꼭 그렇게 할게요.” “그래 그럼….” 그가 등을 돌리려던 순간 내가 그를 불렀다. “잠시만요 벨론델 씨.” “음? 무슨 일인가?” “아까 신관님 께서 제가 올 것을 알고 계신다는 말씀은….” “아, 그랬지. 하나, 자네가 먼저 신관님을 찾아 뵐 필요는 없네. 신관께서 자네를 찾을 것이니 그때 까진 마음 편히 쉬고 있게나.” 나를 부른다라…. 이거 딱 필요할 때 부르겠다는 소리 같은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벨론델 씨는 자신이 거느리는 기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자, 그럼 이제 대망에 장모님을 뵐 시간이다. 나는 세라와 팔짱을 낀 채 걸었다. -오, 오크? -아니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지금 엘프와 오크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정녕 사실인가?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세라와 함께 길을 거닐고 있으니, 엘프들의 시선이 꽂혔다. 그리고 저마다 경악스럽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둥 중얼거렸다. 저 새끼들이 괜스레 저 지랄을 떠니까 다시 한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시발…진짜 장모님한테 문전박대 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솔직히 다른 엘프들이 날 멸시하는 건 좆도 신경 안 쓰지만, 장모님한테 멸시 받으면 마음이 갈기 갈기 찢길 것 같다. “세라야… 근데 진짜 장모님이 나 막 오크라고 쫓아 내시지는 않겠지?” 내가 그리 말하자, 세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낭군님을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저희 엄만.” “그, 그래? 그렇다면 다행인데….” “후후 오늘따라 굉장히 귀여우시네요 낭군님.” 귀엽다니 지금 존나 긴장한 상태구만. 그래도 뭐 우리 세라가 귀엽다고 하니 기분은 좋네. 아무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대략 30분 정도를 걸었다. 점차 중심가에서 멀어지면서, 조금 한적한 동네로 들어왔다. 동네 안에서도 조금 더 구석진 곳까지 걸으니, 마침내 세라의 본가에 도착했다. “여기에요 낭군님.” 세라가 문 앞에 서며 말했다. 시발 존나 긴장되네. 내가 이 세계로 와서 이만큼 긴장한 건 저번에 베이린 처가에 인사드리러 갈 때 말고는 없었다. -꿀꺽. 극도의 긴장감에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등에서는 조금씩 땀방울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지금의 난 완전히 수비드 오크 성귀남이었다. -똑똑. 세라가 노크를 하자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가요~. 굉장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다. “세라야 나 지금 어떠냐? 머리랑 복장 상태 등등 괜찮아 보여?” “후후 네 낭군님. 낭군님은 항상 멋있으세요.” “흐흐흐 내가 좀.” -덜컥. 세라를 보며 실없이 웃고 있던 딱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세라와 똑 닮은 여성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나~ 우리 세라 왔구나?” “엄마!!” 어머니를 보자마자 세라가 그녀의 품에 바로 안겨들었다. ‘하느님 맙소사….’ 장모님의 모습을 보게 된 나는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마치 햇살을 형체화 시켜놓은 듯한 백금의 머릿결과 윤기가 흐르는 새하얀 피부. 새하얀 피부는 눈 보다 더 새 하얗지만, 마치 봄을 연상케 했다. 정말이지 세라와 똑 닮은 여성이었다. 심지어는 나이 차이도 없어보였다. 모녀 관계라는 것을 모르고 본다면 쌍둥이 자매라고 착각할 정도다. 차이점이라고는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동자와, 왼쪽 눈 밑에 도드라진 눈물 점 정도였다. 하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단지 그 눈물 점 하나만으로 고혹적인,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기다 저 압도적인 폭유…. 한 눈에 보아도 세라와 동일한 사이즈였다. 한 술 더 떠서 지금 세라와 장모님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상태. 맞닿은 네 개의 둔덕이 짓눌리며 다이너마이트 한 장면을 연출했다. -발깃! 서, 섰다! 저 음탕하기 그지 없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자지가 묵직해졌다. 당장이라도 바지를 뚫을 기세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나의 자지! 씹좆됐다. 진정해라 성귀남! 장모님을 보고 발기하다니!! 유교사상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흐음~ 우리 딸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니…?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니?” “죄송해요 엄마. 이런 저런 일이 좀 있었어요. 그보다 잘 지내셨죠?” “그럼~ 엄마는 항상 잘 지냈단다. 그보다 세라야 옆에 서 계신 분은 누구니?” 마침내 장모님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장모님께선 특유의 나긋나긋한 시선으로 나를 훑어 보셨다. “이 분은 저의 남편, 즉 저의 반려자예요 엄마. 마침 인사시켜드리려고 함께 왔어요. 낭군님.” 세라가 나를 불렀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모름지기 어떤 관계든, 어떤 종족이든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이다. 그리고 대게 첫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매너다. 매너란 곧 예의. 처가에 인사드리러 온 새 신랑 입장에서 예의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첫 인상을 좋게 남기면 장모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밥상이 따라올 테지만, 그 반대라면 김치 싸대기를 처맞을 수도 있다. -후….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간다. 동방예의지국에서 30년 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숙성한 공손함을 이곳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나는 바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모님! 세라의 남편 성귀남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장모님을 뵙게 되어 너무나도 영광스럽고 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기합이 가득 들어간 인사를 드리자. “어머어머~ 굉장히 예의 바른 청년이네요? 후후. 우리 세라가 벌써 이런 멋진 신랑을 데려오다니 후후. 반가워요 사위, 저의 이름은 세르시아. 세라의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 아… 다행이다. 장모님의 반응은 누가 봐도 ‘호’였다.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우리 세라를 낳고 기르신 분이 레이시스트일리 없지!! 난 믿고 있었다고!! “네 반갑습니다 장모님!! 제가 좀 더 일찍 찾아 뵙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장모님!” 다시 한번 대가리를 숙인다. “후후 정말 예의가 바르네요. 제가 그리 많은 오크를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우리 사위는 제가 봐왔던 여느 오크들과는 많이 다르네요? 잘 생겼구… 예의도 바르고, 역시 우리 딸이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후후.” “감사합니다!” “그래도 조금 서운하네요…. 이렇게 멋진 남성과 결혼까지 했으면서 엄마인 저에게 언질 조차 없었다니….” 장모님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 자신의 손으로 뺨을 감쌌다. 이런. 이건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인륜지대지사를 치뤘는데 장모님께 먼저 알리지 못한 것은 명백히 내 잘못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모님! 저랑 세라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은 맞는데, 아직 식을 치루지 않아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머~ 그랬군요? 후후 그럼 그럴 수 있죠.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넵 장모님. 아 그리고 이거….” 나는 서둘러 미리 준비해온 선물을 꺼내어 장모님께 아주 공손히 내밀었다. “장모님을 뵙는데 빈손으로 올 수 없어서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건 요즘 상류층에서 유행하는 찻잎입니다.” “어머나~ 뭘 이런 걸 후후. 고마워요 사위.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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