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가영
006
“너 처맞으면서 보짓물이나 질질 흘린 거야?”
“............”
대답은커녕, 아예 숨을 참은 것처럼 가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손은 등 뒤에 있었고, 가랑이는 오므리지는 않았다.
억울해 보이는 그녀의 눈빛엔 미약한 끈적임이 섞여 있었다.
기대감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런 짓을 했다간 범죄자가 되겠지만.
그거야 가영 쪽에서 신고했을 경우다.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가영이 그럴 거 같지는 않았지만.
내 어미는 나를 그리 안일하게 키우지 않았다.
뒤돌면 다른 마음 품는 것이 사람이다.
‘확실한 게 좋으니까.’
한 번 손을 댔다면 확실하게.
쾌락에 빠뜨리고,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가영이 어떤 성향인지는 파악이 끝났다.
어느 포인트에서 흥분하고, 쾌락을 느끼며, 오르가슴에 도달하는지도.
남은 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뿐이었다.
가영은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는 착실하게 쾌락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가영의 머리채를 조금씩 흔들었다.
“보짓물이나 질질 흘릴 거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 화를 낸 거야?”
한쪽 발등으로 가영의 보지를 툭툭 걷어찼다.
“윽, 윽.”
한 번씩 차일 때마다 가영이 몸 전체를 움찔거렸다.
“설마, 화낸 것도 이렇게 처맞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니익...! 윽!”
보지를 걷어차이자, 대답하려던 가영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나는 발끝을 세워 가영의 아랫배를 엄지발가락으로 짓눌렀다.
“으윽...!!!!!”
가영이 등 뒤로 옮겨뒀던 손을 앞으로 갑작스럽게 내밀며 내 발을 밀어내려 했다.
“손.”
“자, 잠ㅅ............!!!”
가영이 내 말에 손을 다시 뒤로하려다가, 몸을 한차례 튕기더니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지려 했다.
내가 머리채를 안 잡고 있었으면 그대로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찧을 뻔했다.
그 사실을 가영은 알까.
그녀는 활어처럼 몸을 튕기며, 풀린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벌써 가버린 거야?”
“끄윽, 끅............”
혼자 여운을 느끼고 있는 가영을 내려다보다가.
나는 가영을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가영이 사 온 치킨으로 시선을 돌렸다.
***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던 가영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아마 아까 정신을 차렸지만 쪽팔려서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치킨 안 먹어?”
나는 몇 조각 안 남은 치킨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럼, 술이나 마시던가.”
나는 비닐장갑을 벗고선 치킨 뼈들을 정리했다.
“............”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안 일어나면 또 맞을 줄 알아.”
그제야 가영이 움직였다.
스르륵 침대에 일어나 침대 끝에 걸터앉는다.
“정말 내 집에는 왜 왔어?”
“............아까 말했잖아요.........”
가영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괜히 침대 이불을 한 손으로 정리하는 척했다.
“아니 그거 말고.”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어 말했다.
“딴 남자랑 할 때는 안 느껴져?”
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는 한숨을 내뱉었다.
“하, 짜증 나.........”
“짜증 나?”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가영은 다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침대를 매만졌다.
“원래 그래.”
“......네?”
“쾌락이라는 건 원래 그렇다고.”
자극은 더 큰 자극에 지워진다.
“담배가 맛있는 걸 알아버린 사람이, 담배를 끊는 것만큼 힘들 걸.”
가치관 자체가 ‘섹스=사랑’이었던 가영의 몸이 ‘섹스=쾌락’임을 알아버렸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섹스가 기분 좋다는 것도 몰랐던 가영이다.
자궁 뒤편까지 박혀본 적도 없었고,
오르가슴을 느껴보지도 못했다.
근데 지금은 어떤 섹스가 기분이 좋은지 알아버렸다.
절제력과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쾌락의 기억은 계속해서 가영을 욕구불만으로 끌고 갈 터였다.
“2주 만에 연락한 거 보면. 되게 힘들었나 보네.”
“선배 때문이에요.........”
작게 원망하는 가영에게 나는 대답했다.
“알아.”
가영이 나를 짧게 노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설마 연애도 그래서 시작한 거야?”
가영은 부정하지 않았다.
“전부터 좋다고 따라다녔던 사람인데...........”
“오, 잘해주겠네.”
“잘해주기만 해요.”
가영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남자친구와 섹스도 해봤겠지.
해보고 나서 괴리감이 느껴졌을 거고.
그래서 나한테 연락한 거고.
그리고 나를 만나고, 정확히는 방금 가영이 스스로가 짜증 난다고 내뱉었을 때 확신했을 것이다.
아니라 부정하고 싶던 것이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걸.
이미 가영에게 섹스는.
사랑이 아니라 쾌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는 걸.
“그게 되는 사람이 있어.”
“......네?”
“삶의 비중에 성욕이 그리 크지 않은 사람들.”
가영은 내 말이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사람들은 섹스의 쾌감을 맛 보고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사람마다 달랐다.
흑인에게 간 여자는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흑인에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자도 있긴 했다.
“애초에 자기 인생에서 섹스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돼.”
속궁합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이 있듯.
고작 그거 때문에 헤어지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거야.”
근데 문제는.
“넌 아니잖아.”
가영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겠지.
그녀는 고작 2주 만에 찾아왔다.
그 사이에 남자친구까지 만든 상태로.
“혼자 해볼 거 다 해봤는데, 나랑 하는 섹스가 계속 생각나서 온 거 아니야?”
“............”
가영은 내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분해 보이는 표정은 덤이었다.
“그럼 그렇게 차분하게 말하면 될 것이지. 오자마자 버럭 소리나 지르면서 화내고.”
“그, 그건.........”
“섹스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사람 태도냐고 그게.”
우물쭈물하던 가영이 더 작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다시 해봐.”
“......네?”
가영이 토끼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다시 해보라고. 부탁.”
“기, 기분 상하신 거 아니었어요?”
“그건 네가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면서, 뚫린 입이라고 막 말했을 때고.”
가영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랑, 해....... 주실 거예요.........?”
아까 성질부렸던 여자와 동일 인물이 맞는 걸까.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뺨 맞은 데는 괜찮아?”
“괘, 괜찮아요.”
갑자기 내가 일어나 다가가서 그런지 가영이 주춤하며 내 눈치를 보았다.
“아팠어?”
나는 가영의 턱을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들어 올렸다.
“.........네.”
“그럼, 이제 때리지 말까?”
“.........”
가영은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왜 대답을 못 해.”
“.........너무 쎄게는 말고.........”
나는 그런 가영의 대답에 킥킥거리며 말했다.
“약하게 때려 달라고??”
내가 웃는 걸 확인한 가영이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적당히......?”
곧 죽어도 때리지 말아 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 가영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한참을 웃어대다가 가영에게 물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내가 손해 아니야?”
“뭐가요?”
나는 가영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는 별로 즐기지도 못하는데, 너는 보지 차이기만 해도 가버리잖아.”
“저 그렇게까진 아니거든요?!”
“아니라고? 지금 확인해 볼까?”
어색하게 웃어 보인 가영이 상체를 뒤로 슬며시 빼고 있었다.
“그으으으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해보지 뭐.”
내가 곧장 가영에게 달려들려 하자.
가영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나를 밀어내려 했다.
“맞아요맞아요맞다고요!!!”
“뭐가 맞아.”
가영이 내 시선을 피하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 차이기만 해도......... 간다는 거.........”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끝에는 아예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다시.”
나는 가영의 턱과 목을 잡아 올려 내 눈을 바라보게 만든 다음 말했다.
머뭇거리던 가영의 입술이 열렸다.
“보지 차이기만 해도...... 가버리는...... 거요......”
“그래서?”
“그래서요.......?”
가영은 자기가 뭘 빠뜨렸는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잖아.”
“아.........”
“너랑 해서 내가 좋을 게 뭐가 있는데.”
가영은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예쁘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지가 예쁜 건 알긴 하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재수가 없었다.
“얼굴이 전부인 줄 알아?”
“몸매도 좋은데요?”
굳이 여기서 띄워줘서 주도권을 넘겨줄 필요는 없었다.
그랬다간 기어오를 게 뻔했다.
“그럼 뭐해. 몇 번 쑤시지도 못하고 자기 혼자 가버리는데.”
“.........”
“보지가 쓸 만해야지.”
가영이 눈썹을 찌푸리다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엄지를 이용해 가영의 아랫입술을 살포시 눌렀다.
“딱 2주 동안만, 학교 끝나면 바로 내 집으로 와.”
“2주 후는요......?”
“그건 그다음에 생각하고.”
가영이 아리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일단 2주 동안 볼 거야. 네 보지가 쓸모 있는지.”
내 말에 가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럼 걷어차이는 걸로 혼자 가버리는 보지가 쓸모 있는 보지 같아??”
“.........”
“근데 되게 웃기네. 어떻게 사람이 보지 차이는 걸로 갈 수가 있냐.”
가영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시선만 아래로 내리깔 뿐이었다.
나는 그런 가영의 상체를 밀어, 침대 위로 눕혀버렸다.
그리고선 가영의 양 다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가영이 놀라 뒤쪽으로 몸을 살짝 뺐다.
“뭐야. 이건 방금 젖은 거 같은데?”
“아, 아니. 아닌데요.”
가영은 급하게 짧은 치마를 내려 팬티를 가리려 했다.
하지만 짧은 치마를 입은 상태로 가랑이가 벌어져 치마가 말려 올라간 탓에 그러진 못했다.
이내 자기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손 치워.”
“.........”
“쓸모 있는지는 봐야 할 거 아니야.”
가영이 천천히 사타구니를 가리던 손을 위로 올렸다.
“보지 말까?”
“.........”
봐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보지 말라 하지도 못하는 가영의 심정이.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나는 대답 없는 가영의 보지를 손으로 툭툭 내리쳤다.
“왜.”
툭-
“대답이.”
툭-
“없어.”
툭-
가영은 치맛자락을 잡고 있던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아버렸다.
나는 팬티 위로, 보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긁어댔다.
“더 젖었는데?”
“.........”
가영은 입도 뻥긋하지 않은 채로 바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