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라희
052
가정부 4일 차.
힘겹게 아침에 눈을 뜬 라희는 오늘도 어김없이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잠을 또 제대로 자지 못했다.
평소보다 더 못 잤다.
어제 생리인 줄 알고 화장실로 급히 달려 나갔다가 보짓물인 걸 확인한 이후로.
정말 밤새도록 자위만 했다.
머릿속에서 가영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주혁과 했던 섹스가 맞물려 떠오르는 건, 순전히 최근에 주혁과 섹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묘하게 불쾌했다.
처음엔 그냥 신경 쓰이는 것.
아주 조금, 살짝 거슬리던 가영이었다.
하지만 어제 자신에게 선을 긋는 걸 보고 스멀스멀 불쾌감이 올라왔다.
마치 서 있는 자리가 늪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버린 것처럼.
불쾌감이 점점 차올랐다.
발가락만 적히던 늪은 발목까지 올라와 있었고,
오늘 아침이 되니 허벅지까지 차오른 듯했다.
‘그 여자 때문이라고?’
이상했다.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라희였지만,
근래 잠을 못 잔 탓인지.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다른 여자한테서?’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던가.
진상 손님 같이 그냥 혐오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미묘하게 거슬리는 듯한 불쾌감이다.
마치.
‘내가 그 여자를 질투하는 거 같잖아.’
시기와 질투.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갖고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열등감.
‘내가?’
설마.
라희는 늘. 언제나. 자기가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 문제에 관해서는 더 확실했다.
라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손으로 볼과 광대, 눈을 비비며 생각했다.
‘내가 더 예쁘잖아.’
미의 기준은 상대적이라고 한들.
자신이 미모에서 꿇리지는 않았다.
몸매면 몰라도, 얼굴은 가영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라희였다.
몸매도 뭐.
아담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취향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는 대결이었다.
‘거기다 그런 걸레 같은 여자를 다른 누가 또 좋아하겠.........’
생각하던 라희의 손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 손이 클리를 누르고 보지 입구 안으로 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윽......!!”
라희는 또 습관처럼 손이 마음대로 움직였다는 걸 깨닫고선 생각을 멈추었다.
아니. 멈춘 줄 알았다.
‘허벌.......’
라희의 손가락이 찌걱-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흑......!!”
라희가 반대 손으로 세면대를 부여잡고, 다리를 떨었다.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실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힘이 빠지려 했다.
그럼에도 쑤시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나도........ 나도.’
원래는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기 어려웠던 보지였는데.
이젠 두 개는 쉽게 들어가는 허벌이 된 건. 가영만 그런 게 아니었다.
라희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어제부터 이어져 온.
아니. 이 단칸방에 들어온 뒤로 이어져 온 자위에 몸이 멋대로 반응했다.
“하윽...!!”
라희의 머리카락이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휘날렸다.
라희는 고개를 치켜든 상태로 거울 속 본인의 모습을 마주했다.
“하아, 하아.”
붉게 상기 된 얼굴.
살짝 풀린 눈과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린 침.
라희는 애써 이성을 되찾으며 보지에 넣었던 손가락을 빼냈다.
뚝뚝- 화장실 바닥 타일에 애액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많이 흘러내렸다.
허벅지가 축축한 것이 거기까지 애액이 묻은 듯했다.
“하아.”
라희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샤워기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이 아닌, 찬물에 가까운 미지근한 물을 맞으니까,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
달아오른 몸의 열을 식힌 뒤.
샤워기를 들어 허벅지의 애액을 닦아내려 할 때였다.
쏴아아-
샤워기의 수압이 사타구니에 닿자마자 라희가 ‘헙’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샤워기 물줄기를 보지에 고정한 채로였다.
“끄으윽...!!”
찬물을 맞으니, 정신이 들기는커녕.
다시 몸이 달아올랐다.
라희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30분이 지나있었다.
그동안 아랫배를 누르거나 클리를 같이 자극하거나, 손가락을 뒤로 옮겨 항문 주변을 문지르거나.
하는 등의 별짓을 다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자마자. 아주 살짝 가버리는 탓에 정신을 차렸다.
제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항문이라니.
라희는 절망했지만, 그래도 오르가슴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내서 안심했다.
이대로 몸이 달아오른 채로 평생 살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평생.
“.........”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4일 차, 출근을 시작했을 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영의 남자로 추정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라희에게도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주, 혁?”
그의 이름을 부르자.
뒷모습만 보이던 남자가 몸을 돌려 라희를 쳐다보았다.
“아, 일은 할 만해?”
정말 주혁이 눈앞에 있었다.
‘꿈인가?’
최근 주혁을 딸감으로 밤새 자위를 해서 나타나는 환각의 일종인가?
아니지.
아니다. 이 집은 주혁의 것이니. 집주인이 온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허벅지까지 차올랐던 묘한 불쾌감이 더 올라오려 했다.
골반을 지나 아랫배까지.
더 올라왔다간 숨 쉬는 게 불편할 정도로.
“아, 네.........”
라희는 애써 대답했다.
그리곤 물었다.
몸에 차오르는 불쾌감을 빼내고 싶어서 한 질문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하지만 그런 라희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음? 난 매일 여기 왔었는데?”
“......... 네?”
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오셨어요?”
나갈 준비를 끝마친 가영이 풀 세팅을 한 상태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품은 채로.
‘어?’
자신과는 정반대되는.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외모가 저렇게 빛날 수 있다는 걸 라희는 처음 보았다.
그리 비싸 보이지 않은.
명품은 하나도 없는 캐쥬얼한 복장이었지만,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패션이 얼굴과 너무 잘 어울렸다.
‘예쁘......네?’
왜지?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자기가 더 예쁘다고 확신했던 라희였다.
그런데 본인이 그런 생각을 고쳐먹다니.
‘아.’
라희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가영은 외모가 예뻐서 빛이 나는 게 아니었다.
아름답다. 의 개념이 아닌, 사랑스럽다. 의 개념이다.
정확하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는 라희도, 가영을 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 얼굴에서 나는 빛의 원료는 사랑이라고.
여자는 사랑받을 때 더 예뻐진다고 했던 거 같다.
라희는 그 말을 지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예쁘네.”
라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주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가자.”
주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딱 두 마디였다.
그 말이 그렇게도 좋은지. 가영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단에서 내려와 복도를 지나, 주혁과 팔짱을 끼고 현관문을 나갈 때까지.
쾅-
문이 닫히고.
라희는 넓은 건물 안에서 적막과 함께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을까.
“흐읍......!! 하아.”
라희는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쉬었다.
불쾌감이 가슴까지 차고 올라와 숨쉬기가 불편했다는 게 원인이었다.
라희는 비틀거리며 벽에 몸을 기댄 채로. 2분 정도를 헐떡였다.
머리도 지끈거려 왔다.
너무 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가영을 봤을 때부터 느껴졌던 거슬림. 불쾌감의 원인이 이거였다.
라희는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하.’하는 탄성을 내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벽에 기댄 채로 스르륵 주저앉으면서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만, 나만, 그런 거였어.’
라희는 어렴풋이 믿고 있었다.
주종관계를 맺으려고 한 것은 주혁이다.
그래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도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자기가 종이긴 해도.
주혁도 이 관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예뻤으니까.’
다른 남자들도 다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젠 모르겠다.
자기와 정반대로 생긴 가영과 함께하는 주혁을 보니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싶다.
그제야 가영이 섹스하며 했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자기가 잘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 달라고.
어쩐지.
가영을 처음 봤을 때부터 거슬리고, 점점 불쾌해지더라니.
최근 느꼈던 불쾌감의 원인은 거기에 있었다.
주혁과의 관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이미 빼앗겼다는.
버려질 수 있다는 위기감.
“시발.”
라희의 평소 안 하던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허탈함과 어이없음에 웃음도 튀어나온다.
불쾌감은 어느새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었고,
늪에 빠진 것처럼. 죽어가는 감정들이 속을 썩게 했다.
썩어서 무너진다.
진상 고객에게 매장에서 섹스하는 걸 들켰을 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땐, 인간으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부서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인간다움을 정의 내리는 건, 사회고 타인이다.
나는 나답게 살면 된다.
누군가는 자기최면이나 정신 승리라고 할지라도. 비난하는 자들보다 더 잘 살면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설령 인간답지 못해도 상관없다.
다른 남자들을 등 처먹을 때도 그랬기에.
인간으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그 기둥이 되는 무언가가 부서진 기분이었다.
“꺼억......”
라희가 숨을 크게 몰아쉬며 가슴을 두드렸다.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다.
인간다운 것도 다 버리고, 라희로 살아가는 것에 의지해 다시 일어나자마자.
그 라희를 라희로 만들어 주는 기둥이 썩어버리다니.
라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걸 지금 깨달았다.
그녀를 그녀답게 만들어 주던 기둥은, 아이러니하게도 주혁이었다.
카페 진상 고객과 주혁은 아는 사이였다.
주혁은 그 고객이 보는 앞에서 라희를 범했다.
라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조금 뒤틀린 시점과 정신머리로 기억하고 있었다.
주혁이 진상 고객과 라희 중, 라희를 선택해서 범했다.
라는 사실로.
인간성이 무너지는 위기에서 선택한 자기최면이었다.
애초에 이런 걸로 자존감이 회복된다는 것부터가. 목말라서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라희는 이런 생각들을 더는 이어가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버려져......? 내가?’
버려진다.
버려질 수 있다.
그에게는 대체제가 있다.
‘내가???’
주혁을 만나면서.
라희는 자기 인생에 없는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누군가를 버렸으면 버렸지.
버림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라희다.
‘그랬던 내가......???’
라희는 하염없이.
주혁과 가영이 나간 현관문을 바라보기만 했다.
***
“이제 된 거예요?”
침대에 파묻혀 있던 가영이 내 어깨를 매만지며 물어왔다.
“어, 깼어?”
나는 태블릿에서 시선을 돌려 가영을 쓱 쳐다보았다.
호텔 이불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영이 이불과 함께 내 옆구리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저 얼마나 잤어요?”
“얼마 안 잤어. 20분 정도?”
나는 내 품에 파고든 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잔 게 아니라 기절한 거 같던데. 40번 이후부터 숫자 안 셌잖아. 너.”
“......... 저 40번이나 갔어요?”
“기억 못 하는구나?”
“23번까지는 기억하는데.........”
가영이 팔로 내 몸을 감싸 안으며 볼을 가슴에 비벼댔다.
“그래도, 3일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혼내진 말아줘요오.........”
나는 픽 웃으며 답했다.
“봐준다.”
“아싸.”
그리곤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영도 내가 보던 태블릿을 쳐다봤다.
“와, 그 여자는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거예요?”
태블릿 화면에는 현관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주저앉아 있는 라희가 보였다.
“어.”
사람이란 건 참 신기하다.
인간으로서 무언가 부서져도.
목표가 있다면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잘 짜인 작품의 악역. 흔히 빌런이라 부르는 캐릭터가 대게 그렇다.
그런 캐릭터는 작품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창작물은 현실에서 영감을 얻고,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사람은 자신을 부숴가면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부서지지 않더라도.
목표가 없다면 방향을 잃고 스스로 자멸한다.
나는 자멸해 버린 한 여자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마무리 지으러 가야지.”
“치.”
나는 가영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넘겨주고선 입을 맞췄다.
삐죽 튀어나온 가영의 입술이 다시 들어갔다.
특유의 배시시 웃는 미소는 덤이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호텔 방을 나오려던 내 뒤로 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한테 너무 빠지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