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2031년,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갇혀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세상에 다시 출현했다.
바이러스는 히말라야 등반객들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히말라야 인플루엔자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전염성과 치명률로 2년 사이에 세계 인구의 90%를 앗아갔다.
살아남은 인류는 바이러스로 인해 DNA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생식세포가 변형되었다.
정자의 생산속도는 이전과 비교해서 약 3배 빨라졌고 난자의 성숙 속도는 약 3배 감소하여 기존 배란일까지의 기간이 2주였던 것에 비해 6주로 늘어나 생리주기가 약 8주가 되었고 배란촉진제가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또한 정자와 난자 모두 취약성이 증대되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확률이 매우 감소되었다.
2037년, 바이러스 발생 이후, 각국의 인구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하여 전대미문의 수치인 0.08명을 기록했다.
각국의 미진한 정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인구 회복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UN에서 해당 정책에 관한결의안이 수립되었지만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인 이사벨라 키스(Isabella Keys)의 적극적인 결의안 통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UN 안정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수 차례 부결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주석, 러시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두 국가의 정상이 교체되었고 결의안은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결의안은 전 세계 모든 국가는 WHO에 인구 회복 정책을 일임하고 반드시 이와 관련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파격적인 내용임에도 UN 가입국들은 인류 멸종 극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반발하지 않고 이를 수용했다.
2038년, 대한민국의 이지혜 박사는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30세의 매우 젊은 나이로 WHO 총재에 취임했다.
이지혜 박사는 9세로 대학교에 입학해 12세에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그녀는 20세 때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생물유전학, 산부인과, 비뇨기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연소 박사이다.
또한 그녀는 21세에 새로운 인공수정 기법인, 인공자궁수정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인공자궁수정술은 인간의 자궁보다 훨씬 안정적인 인공자궁을 제작한 후 여성에게서 채취한 난자를 이식하고 정자를 이지혜 박사가 함께 개발한 수정촉진제와 함께 주입해 수정 및 착상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류 멸종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이지혜 박사는 취임사에서 '인구 회복 및 인류 멸종 극복을 위한 범지구적 노력(Global Efforts to Recover the Population and Overcome Human Extinction, GERPOHE)' 이라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GERPOHE 정책이 발표되자 많은 남성들이 이에 반발했다. GERPOHE 정책은 남성을 그저 정자 생산 도구로만 보았고 효율적인 정자 생산을 위해 남성의 인권을 상당 부분 제한했다.
전 세계 남성들은 3년에 걸쳐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폭력 시위 및 테러를 시도했으나 인공 지능 무기를 갖춘 미군을 필두로 한 UN군에 의해 전 세계 국가에서 이들은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결국 GERPOHE 정책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해당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전 세계 유일한 곳, 과거 북한으로 불렸던 곳으로 현재 '신자유한국'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북한은 바이러스 발생 초기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여 방역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실패하여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 및 경제 상황으로 적절한 대응하지 못해 북한은 인구의 99.9% 사망하여 바이러스 발생 2년 만인 2033년, 사실상 정부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는 무주공산이 됐다.
GERPOHE 정책이 발표된 날, 북한 경계 지역에 주둔 중이었던 대한민국 여러 사단들이 정책을 피해 무주공산이 된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고 군대가 북한 지역으로 넘어간 걸 알게 된 GERPOHE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남성들도 목숨을 걸고 군대를 따라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북한 지역으로 넘어간 군대와 남성들은 평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를 세웠고 국명을 '신자유한국'으로 정했다.
한편 미국은 신자유한국을 초기에 토벌하려 했으나 이들은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 무기와 상당량의 군 비축유를 가지고 넘어갔기 때문에 교전 시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어 결국 토벌을 포기했다.
미국은 대한민국 군대 이탈 사건으로 큰 경각심을 느꼈고 그 즉시 UN을 통해 각국의 군대를 해산시키고 자국의 인공 지능 무기를 도입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원천 차단했다.
신자유한국은 전 세계에서 많은 엘리트 남성들과 GERPOHE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탈출을 도왔다. 각 분야 엘리트 남성들이 신자유한국으로 온 덕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UN의 제재로 무역을 할 수가 없어 자원이 부족했던 신자유한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를 대체할 핵융합 발전에 사활을 걸었다. 특수 부대를 동원해 개발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했고 모든 역량을 투입한 결과 결국 핵융합 발전에 성공했다.
신자유한국은 태생적으로 여성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특수 부대를 동원해서 전 세계에서 여성들을 납치했다. 이렇게 납치된 여성들은 인구 재생산에 동원되었다.
신자유한국은 난자의 수정확률을 높이기 위해 정자의 생존기간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약을 개발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자궁에서 평균 생존기간이 5일에 불과했던 정자가 최소 4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고 여성의 월경에도 상당한 양의 정자가 자궁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신자유한국의 남성들은 이 약을 매일 복용하고 증가된 정자생산속도를 바탕으로 여성과 최대한 자주 성관계를 가져 최대한 많은 양의 정자를 자궁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수정확률을 높였다.
2045년, 미국은 재앙에 가까운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석유를 대체할 핵융합 발전 개발을 시작했으나 결국 개발에 실패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필요한 에너지양을 충족할 수 없었고 결국 UN을 통해 각국에 신자유한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허용했다.
신자유한국은 핵융합 발전으로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에너지 외의 식량자원, 광물자원 등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를 수입하기 위해 UN이 달갑지는 않지만 다른 국가와의 무역을 시작했다.
2050년, 신자유한국은 내외부적으로 안정되었고 합계출산율 역시 1명대로 회복되었다.
2051년 12월31일, 신자유한국 대통령 류도현은 대국민연설에서 신자유한국은 남성을 위해 존재하며 앞으로도 남성을 위해 존재할 것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성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2052년, GERPOHE 정책이 완전히 정착된 대한민국 사회는 철저히 여성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남성은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인권이 제한되어 오로지 질 좋은 정자를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
남성은 질 좋은 정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관리를 받아야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성인 여성은 관리자, 모든 성인 남성은 피관리자가 되어 남성은 사실상 노예처럼 부려졌다.
성인 남성 대부분은 항상 정조대를 착용해야 했고 또한 자유롭게 사정할 수 없었다.
사정주기가 60일이 되어야 정자 농도가 높아져 인공자궁수정확률이 유의미한 수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남성은 두 달에 한번 겨우 사정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여성이 남성 위에 군림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