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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수녀의 일탈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레이스 커튼이 살랑이며, 그 빛이 리리의 얼굴을 스쳤다. 그러나 리리는 그 빛조차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어젯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는 여전히 붉은 자국들이 남아 있었고, 아래는 얼얼하게 아파왔다. 그 느낌은 마치 로웬의 손길이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듯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리리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단단히 감쌌다. 그 순간, 에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리리야, 일어났니? 아침 식사할 시간이야." 리리는 그 소리에 심장이 멎을 듯했다. 에단... 그에게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숨기고 싶었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몸을 더 움츠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 아버지..."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어젯밤의 신음 때문인지, 아니면 울면서 잠든 탓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리리는 눈을 꽉 감고, 다시 목이 쉬지 않도록 애썼다. "오늘도... 몸이 안 좋아서... 죄송해요..." 리리의 말은 점점 힘이 빠져갔다. 에단은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많이 아프니? 문 좀 열어볼까? 의사를 불러야 할지도..." 리리는 그 말에 심장이 더욱 떨렸다. 아니, 그녀는 그렇게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그 어떤 말도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리리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급히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그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냥... 조금만 더 자면 나아질 것 같아요..." 리리는 속으로 애타게 기도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순간을 끝내고 싶다.' 에단은 잠시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그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문 앞에서 계속 서성이는 소리가 리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정말 괜찮은 거니?" 그 물음에 리리의 마음은 무너졌다. 어떻게든 그를 속여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몸을 더욱 움츠리며, 그녀는 그 어떤 말도 더 할 수 없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 로웬의 손길, 그의 숨결, 그리고 그가 남긴 흔적들이 그녀의 마음 속을 어지럽혔다. 그 모든 순간이 마치 그녀의 피부에 새겨져 있는 듯했다. 그 끔찍한 기억은 떠나지 않았다. "그래... 좀 있다 다시 올게." 에단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리리는 이불 속에서 작은 소리로 흐느끼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달빛 아래서의 그 치욕적인 밤이 지나갔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그녀의 몸과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34. 빈민가에서의 만남] 아침 햇살이 식당의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따뜻한 빛이 하얀 테이블보 위로 내려앉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 식사 너머로 비어 있는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애프릴이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녀의 하늘색 원피스가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리리 언니가 오늘도 아파요...?" 순진한 걱정이 깃든 목소리에 에단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운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그래... 많이 아픈 것 같구나. 네가 기대했을 텐데 미안하구나." 그러나 애프릴은 금세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금발이 부드러운 빛을 머금고 찰랑였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에단은 조용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나 맞은편에서 조용히 커피를 들고 있던 로웬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단정하고 빈틈없었지만, 눈빛은 어딘가 텅 비어 있었다. 식탁 위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었고, 정원의 꽃들이 미풍에 가볍게 흔들렸다. 잠시 후, 에단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오늘 리리와 함께 수도를 구경하기로 한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로웬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음, 그래." 에단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형님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크로커 영지 외곽 마을을 직접 둘러보고 와도 괜찮겠습니까?" 로웬이 잔을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에단은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곳 아이들을 위해 수도원에 헌금을 하려고 합니다. 직접 가서 그들의 환경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조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로웬은 천천히 손가락으로 잔을 굴리며 답했다. "아...빈민가 말인가? 굳이 직접 갈 필요가 있을까?" "그곳의 현실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웬은 관심 없다는 듯 별다른 반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프릴은 여전히 놀러가지 못한 것이 아쉬운 듯, 포크로 접시 위의 과일을 천천히 찍어 올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저도 갈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다. 로웬은 무관심하던 얼굴을 애프릴의 뜻밖의 말에 미묘하게 일그러뜨렸다. 애프릴은 기대에 찬 얼굴로 에단을 바라보았다.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에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로웬이 먼저 반응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프릴, 그곳은 위험한 곳이야. 정말 가고 싶은 거냐?" "네! 아버지! 꼭 직접 보고 싶어요!" 애프릴이 두 손을 꼭 모은 채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로웬은 그녀의 기대 어린 표정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도 함께 가지." 에단의 눈이 살짝 커졌다. 애프릴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손뼉을 치며 외쳤다. "정말요? 아버지도 같이 가시는 거예요?" 그녀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에단은 조심스레 로웬을 바라보았다. "형님께서 직접... 괜찮으시겠습니까?" 로웬은 여유롭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내 영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볼 필요도 있겠지." 그의 말에 에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마차가 수도의 중심가를 벗어나자 거리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화려한 건물들은 점차 낡은 벽돌집으로 바뀌었고, 정돈된 도로는 울퉁불퉁한 흙길로 변해갔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헌 옷을 걸친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녔다. 애프릴은 마차 창문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아이들... 신발도 없네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연민이 서려 있었다. 에단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 온 거란다." 마차가 멈춰선 곳은 언덕 위 작은 수도원 앞이었다. 낡은 벽돌 건물의 앞마당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수도원에서 매일 아침 빵을 나누어 준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에단이 먼저 수도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웬은 그를 따라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영지에서는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조용한 수도원 내부로 들어서자, 검소하지만 정갈한 분위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연로한 수녀가 다가오며 미소를 지었다. "오, 에단 님. 오늘도 오셨군요." "네, 수녀님. 오늘은 특별한 분들과 함께 왔습니다." 수녀의 시선이 로웬과 애프릴에게 향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백작님께서 직접..." 로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한편, 애프릴은 수녀의 뒤편에서 글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애프릴이에요. 같이 공부해도 될까요?" 아이들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해맑게 웃으며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애프릴이 책을 펼쳐 들자, 에단이 부드럽게 다가가 아이들에게 설명을 도왔다. 그의 온화한 목소리에 아이들의 눈빛이 빛을 띠었다. 로웬은 문득 자신만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온화한 온기 속에서,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동떨어진 존재 같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스쳤다. "잠시 수도원을 둘러보고 오겠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두가 에단의 이야기에 집중해 있었다. 로웬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의 발걸음은 수도원의 고요한 복도를 따라 울려 퍼졌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복도의 끝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바람에 흔들리는 문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 소리는 더욱 분명해졌고, 어딘가 낯선 떨림을 품고 있었다. "흐으응..." 낮은 신음소리가 그의 귀에 맴돌았다. 로웬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가 수녀실 쪽에서 들려오는 것임을 인식했다. "아으..." 신음소리는 점점 선명해졌고,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수녀실 문 쪽으로 향했다. 한 걸음씩, 그는 그 자리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듯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설마...' 그때, 닫힌 문 틈새로 간헐적인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로웬은 조심스럽게 그 틈새로 시선을 내밀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장면에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젊은 수녀는 의자에 앉아 수녀복 자락을 올리고, 자신을 만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수녀의 피부는 흰색에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손끝이 그녀의 그곳을 문지를 때마다, 달콤한 신음이 그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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