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4-9. 도시 공략. (2)
고블린들의 침공 소식은 빠르게 전해졌다.
포토바 산맥과 라딤 도시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게 아니었고, 그 사이에 있는 마을들이 급하게 전령을 파견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소식을 접한 도시 의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블린 사백? 겨울 동안 굶주린 놈들이 뭉쳐서 소란이라도 일으키려나 보군요."
"적당히 모험가들이나 모아서 토벌하도록 하지요. 그대로 내버려두면 마을이나 상행단을 노략질할 수도 있으니."
"C급을 주축으로 한번 모아보겠습니다."
C급 정도면 고블린 따위는 밥 먹듯이 쉽게 처치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그들을 각 조장으로 삼고 고블린 수급 하나에 은화 2개를 걸자 D급 이하의 용병, 모험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렇게 편성된 토벌대는 대략 오백여 명.
목격된 고블린들의 숫자보다 더 많이 모집한 이유는 전후 처리까지 전부 떠맡기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인원의 3분의 1 가까이는 짐 운반이나 잡일 처리를 담당하는 F급들이었고 말이다.
"전투 병력은 사백이 조금 안 되지만, 고블린이 상대니 괜찮겠지요."
"괜찮다 뿐입니까. 고블린 같은 건 E급 모험가들이나 상대하는 잡졸 중의 잡졸이에요. 오히려 고블린 토벌에 오백이나 편성했다고 비웃음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허허, 그래도 지나친 게 부족한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귀족들은 저마다 이번 토벌의 결과를 어떻게 포장해서 홍보해야할지 궁리에 들어갔다.
그들의 머릿속에 토벌대가 패배하는 경우의 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
아아악-!
공포에 질린 인간들의 비명이 평원을 가득 메운다.
라딤 도시에서 하루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주친 일단의 병력을 한 시간 만에 궤멸시킨 뒤의 일이었다.
"도망친 인간들까지 전부 잡아왔습니다, 아버지."
"잡아왔다고 하기엔 절반이 반토막이잖냐."
"중간에 배고파서 잡아먹었다! 그래도 머리는 남겨 놨다!"
나는 무슨 맛있는 부위를 양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쭐거리는 오그렉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원래부터 이 단순무식한 녀석에겐 포로를 잡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도망간 놈은 없으니 상관 없겠지. 골킨, 다른 녀석들에게도 적당히 하고 다시 진군할 준비를 갖추라고 전해라."
"예."
남자 모험가를 전부 참살한 고블린들은 이제 살아남은 여자 모험자들에게 떼거리로 달려들어 능욕하고 있었다.
전투 와중에 이쪽도 오십 가까이 죽어나갔기에 그걸 벌충이라도 시키려는듯이 씨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씨발! 내 몸에서 비켜! 비키라고! ···컥!"
"으, 가까이 오지 마··· 싫어! 싫··· 아아악!"
갑옷과 옷이 벗겨진 인간 암컷들은 새하얀 나체로 이리저리 도망다니다 끝내 다시 잡혀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범해지길 반복했다.
그동안 온갖 모험을 거치며 단련해온 육신이 최하의 마물들에게 마구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경을 보고 있으니 내 자지도 단단해진 채 껄떡거리기 시작했지만, 딱히 끼어들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모체로 쓰기엔 전부 별로야.'
능욕당하고 있는 모험가들의 등급은 대부분 D이하.
잘해봐야 알리사 정도에도 못 미치는 암컷에게 씨를 뿌려봐야 수준 이하의 개체만 태어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C급이 하나 있긴 했지만, 그건 전투 중 제일 활약한 페일스킨 형제들이 쓰도록 던져줬다.
그림가르의 말뚝같은 자지에 꿰뚫린 그 암컷은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컥, 허윽!"
"10분 뒤에 출발할 테니 그때까지 마무리해라."
"킁! 알았다!"
고블린 전사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 아직 능욕에 참가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개체들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녀석들의 차례는 더 나중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라딤 도시가 위기를 감지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쳐서 함락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나절 뒤.
나는 고블린 부대를 이끌고 성벽을 넘었다.
*
뎅뎅뎅뎅-!
"고블린이다! 고블린들이 성벽을 넘어온다!"
"빌어먹을, 토벌대는 대체 뭘 한 거야!"
라딤 도시의 병사들은 성벽 한쪽에 빼곡히 달라붙은 고블린들을 보며 경악했다.
끽해 봐야 수십에 불과한 그들만으로 막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 마법사는?"
"방금 화살 맞고 골로 갔다!"
"뭐 이런 병신 같은··· 컥!"
그들은 첨탑 위쪽에 침묵 주문이 발동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평소에 꺼드럭대기만 했던 마법사들을 욕하며 죽어나갔다.
그렇게 병사들이 사라진 성벽 위는 순식간에 고블린들로 가득 메워졌다.
"으아아악!"
"고, 고블린이 왜 여기에!"
도시 내부는 순식간에 혼돈의 도가니로 변했다.
남은 수비대가 급하게 나서며 산발적인 격전이 펼쳤지만, 그들은 제대로 뭉치지도 못한 채 각개격파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가지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블린들은 마구잡이로 시민들을 학살했고, 그 와중에 잘려나간 수비대장의 머리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첨탑에 내걸리자 도시 내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 상황이 혼란스러운 건 토벌대를 파견한 뒤 방심하고 있던 도시 의회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전직 A급인 수비대장이 저리 쉽게 당하다니···."
"아니, 그보다 토벌대가 떠난 지 겨우 이틀 지났을 뿐인데 저놈들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요?"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다들 어서 기사들을 호출해 집결시키세요!"
"기사? 그렇지! 좁은 골목들에 기사들을 배치해 맞서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들은 우리가 북쪽 성문으로 피난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야지요!"
대다수의 귀족 의원들은 첨탑에 꽂힌 수비대장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이미 집으로 돌아가 값비싼 재물들부터 챙길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이제 가망이 없다고 빠르게 결론 내린 것이었다.
"놈들은 일반 시민들을 먼저 표적으로 삼을 테니 우리가 빠져나갈 시간은 충분할 겁니다."
"이, 이 버러지 같은 놈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의원이고 귀족이란 말이냐!"
그에 평민 출신인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했으나-.
"시몬 경! 말린 경! 지금 당장 저것들의 입을 막도록! 행여나 바깥으로 나가서 시민들을 선동하는 일은 없어야 하네. 알았나?"
"예!"
강력한 기사들을 다수 거느린 귀족들 앞에서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몇 의원들을 '처분'한 그들은 서둘러 각자의 거주지로 흩어져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여보!"
"아, 아버지! 밖에서 계속 비명이 들리던데 무슨 일이에요?"
"부인! 멜리사!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구나. 어서 옷을 챙겨 입고 가벼운 보석과 금붙이만 챙겨서 나오거라!"
"네?"
"케이트! 뭐하나? 빨리 멜리사를 데리고 움직여! 부인, 당신도!"
"예, 예! 주인마님!"
귀족들은 호화스러운 저택과 많은 양의 재물을 두고 가야 하는 현실에 탄식했지만, 그걸 지키자고 목숨을 거는 위험한 도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의 재산은 다른 도시에도 분산되어 있고, 외지에 나가있는 상행단까지 회수하면 어느 정도 손해를 메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판단조차 어설펐음을 자각하지 못했다.
북쪽 성문 앞에 도달해, 그곳에서 떼죽음 당한 기사들과 마주하기 전까지.
"이제 왔나."
"헉, 고블린!"
"이, 이런! 기사들이 전부···."
수십에 달하는 기사들의 시체를 쌓아 놓고 그 위에서 모험가 지부장을 범하고 있던 고블린은 그들을 발견하고는 음산하게 웃었다.
퍽퍽퍽-!
어윽! 윽!
"명색이 귀족이란 놈들이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부터 쳐서 내가 직접 나서게 하고 말이야··· 그리고 기사들은 왜 죄다 쭉정이에 수컷밖에 없는 거냐! 쓸 만한 암컷이 이년밖에 없게!"
수비대장과 마찬가지로 라딤 도시에서 가장 강한 전력으로 평가 받던 모험가 지부장은 옷이 전부 벗겨진 채 고블린의 허리 놀림에 따라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 한쪽을 가리고 있는 안대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바닥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모두가 목격한 순간.
지부장의 탄탄한 엉덩이에 복부를 딱 붙인 고블린은 그대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아 일으켜 세우며 몸속에 씨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큭!
울컥울컥울컥-!
지부장의 눈이 크게 뜨이며 그녀의 허리가 파르르 하고 경련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보지에서는 미처 다 받아내지 못한 정액이 물줄기처럼 튀어나왔다.
"힉!"
"으으···!"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귀족들의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거무죽죽하게 변해갔다.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광경이 앞으로 자신들이 맞이해야 할 운명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긴 사정을 전부 마친 고블린은 지부장의 몸속에 자지를 그대로 꽂은 채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어느새 모여든 다른 고블린 수십 마리가 골목을 틀어 막은 채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크케케켓!
"빌어먹을, 사방이 막혔어!"
"성문 쪽은 한놈 뿐인데···."
"그 하나가 우리 기사들을 다 찢어놓은 게 안 보여?"
"그럼 어쩌자는 말이오!"
궁지에 몰린 귀족들은 서로에게 화를 냈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
그들이 그러는 사이에도 고블린들은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고, 뒷걸음질 치는 사람들로 인해 포위망은 더욱 좁아졌다.
그렇게 더는 물러날 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뭉친 귀족들이 절망의 탄식을 토해냈을 때.
최후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꺄아아악!"